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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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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63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3.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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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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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9. 현과장과 갓패치 - 2

DUMMY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그의 말투가 묘하게 들려왔다. 화난 듯 했지만 기쁨이 느껴졌고. 어이없는 듯 했지만 즐거움이 숨어있었다.


“어흥선생 말해 봐! 제정신이야?”

“난 잘못 없다냥. 이건 키토님이...”

“키토? 당신이 키토야?”


두 눈을 시퍼렇게 뜨더니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현과장을 노려보는 갓패치. 그 광기어린 눈빛에, 현과장은 살며시 손가락으로 자신의 어깨를 가리켰다.


“뭐야, 키토가 숲 주인... 아니! 숲 주인에게 이름까지 붙여줬다고?!!”


그의 눈빛이 한껏 더 미쳐버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 키토까지 갓패치의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 당당하고 귀여운 숲의 주인이.


“숲 주인, 당신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키토, 시선을 피한 것도 모자라, 이젠 완전히 돌아앉았다. 그 모습에 더욱 광기를 내뿜는 갓패치의 눈빛. 그의 눈동자 안 실핏줄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한껏 부풀어 올랐다.


“도대체 이 세상이 얼마나 미쳐 돌아가는 거야?!!! 모두 제정신이야?!!!!!!”


것패치의 외침이 광장 여기저기로 쩌렁쩌렁하게 퍼져 나갔다.

그의 광기에 주눅 든 세 사람과 한 마리. 그들은 조금씩 그리고 조금씩 갓패치에게 천천히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 가짜 고객!”


현과장을 정확히 지목하고 다가오는 갓패치. 현과장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너, 살 거야 말 거야?”

“넵, 돈이 없습니다!”


현과장은 당장 재킷을 벗어 가판대 위에 정성스럽게 올려놨다. 그의 정성과 성의, 그리고 존경심을 한껏 담아서. 그러나, 그의 마음이 아직 부족했던 것일까. 갓패치의 눈빛에 가득 차 있는 광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렇게 입어보고, 숲 주인까지 어깨에 올렸으면서 안 사? 안 사냐고?!”


최고조에 달한 광기를 그대로 현과장에게 내뿜는 갓패치. 채야와 어흥선생. 그리고 키토의 시선이 현과장을 향했다. 설마, 보여줄 것인가. 일주일 전 구사했던 전설의 그랜절을?!


“돈이 없다니까. 배 째!”


그러나, 세 관객의 기대를 완전히 져 버리고, 그랜절이 아닌 그대로 길거리에 누워버린 현과장. 그는 급기야 어린아이처럼 어거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아, 몰라! 배 째! 배 째라고!”

“현과장, 그거 안 하냥? 하늘 붕 나는 거.”

“나도 기대했다랄까~ 나~”


그들의 기대어린 눈빛에 마치 답이라도 하듯, 현과장은 어이없게 그들을 바라봤다.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그랜절이야? 안 해! 못 해?!”


키토가 현과장의 배 위로 올라가 애교부리 듯 교태를 부렸지만, 현과장은 결코, 절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현과장, 지독한 인간. 키토의 귀엽고 깜찍한 애교에도 반응을 안하다니. 그런데, 그때.


“그랜절? 그게 뭔데?”


갓패치가 반응을 한다?! 그것도 두 눈에 담겨있던 광기를 완전히 내려놓고서.


“현과장이 보여주는 필살기 같은 거다냥. 완전 슝 날았다가 쿵 한다냥.”

“슝? 쿵?!”


어흥선생의 말에 갓패치의 눈빛이 반짝였다.


“파파팟 탁! 이랄까~나~”

“파파팟 탁?!”


채야의 말에 더욱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 순간, 아직도 배위에서 앙증맞은 애교를 부리는 키토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 도대체 어떤 기술이기에, 숲 주인조차 애교를 피우게 만드는 것일까. 갓패치는 궁금함과 기대감에 완전히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보여줘! 그랜절!”

“싫어. 내가 왜?”


시큰둥하게 대답한 현과장은 몸을 일으키고 모두와 함께 자리에서 떠나려 했다. 그런 바로 그때,


“원하는 것 한 가지를 들어주지.”


현과장의 귓가로 들려온 갓패치의 조건. 현과장은 걸음을 멈추고 당장 갓패치를 바라봤다.


“들어준다고?”

“정말이냥?”

“사실일까~ 나~”

“난 너희들과 다르게 완전 제정신이라고. 난 거짓말 안 해. 어떻게 할 거야? 보여 줄 거야, 안 보여 줄 거야?”


현과장은 망설임 없이 갓패치 앞에 섰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두 사람과 한 마리. 그리고 갓패치.

그리고, 주변 상인들.

그리고, 동네 아이들.

그리고, 동네 아낙들

그리고... 아니, 뭐야! 왜 이렇게 많이 모였어? 어디서 어떤 소문이 흘렀는지, 어느새 분수 광장은 초만원 사태에 이르렀다.

현과장과 갓패치를 둘러싸고 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로, 팝콘과 오징어, 그리고 맥주를 파는 장사꾼까지 등장했다. 그래, 이건 팝콘 각이지!


“두 말하기 없기다.”

“당연하지.”

“잠깐 준비 동작이 필요해.”


이리저리 몸을 풀며 움직이던 현과장. 그는 이내 큰소리로 외치며 큰 절을 했다.


“잘못했습니다!”


그런 단순한 큰 절에 정말 실망하는 갤러리들. 몇몇은 먹던 씹던 오징어와 팝콘을 현과장을 향해 던졌다. 갓패치도, 사람들도, 모두 실망했다. 단 두 사람과 한 마리만 제외하고.


모두가 야유를 보내던 바로 그때,

자리에서 순식간에 솟아오르는 현과장. 그래, 현과장이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한숨에 공중제비 4바퀴를 돈 그는, 그대로 머리로부터 수직낙하를 했다.

갑작스런 퍼포먼스에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닫아버린 사람들. 그들은 비난을 멈추고 현과장의 멋진 몸놀림을 감상했다.


“정말 크게 잘못했습니다!”


그대로 바닥에 매다 꽂히듯 떨어진 현과장. 그 속도와 충격에 발생한 먼지폭풍이 뿌옇게 일렁였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탄성을 지르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엔 이르다. 아직 크고 멋진 게 하나 남았으니까.


“용서해 주십시오!”


먼지가 잦아들자, 광장의 정 가운데에서 모습을 드러낸 현과장.

곡선 없이 곧은 허리. 하늘로 거침없이 뻗은 다리. 그리고 이 자세의 하이라이트, 고난과 역경 말해주는 듯 뽈록 튀어나온 그의 아저씨 뱃살, a.k.a. ET뱃살. 그래, 언제 봐도 완벽 그 자체였다.

키토는 그 경이로움에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사람들도 하나둘씩 환호를 보냈다.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그래, 누가 봐도 현과장의 그랜절은 완벽한 퍼포먼스였다.


“자, 장난이 아닌데?”


박수를 치는 건 갓패치도 마찬가지. 그는 놀란 표정을 전혀 감추지 않고 현과장 쪽으로 다가왔다. 갓패치는 그의 완벽한 몸놀림을 존중이라도 하듯, 직접 손을 내밀어 현과장을 일으켜 세웠다. 훈훈한 모습이었다. 그래, 아직까지는.


그랜절 퍼포먼스가 끝나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사람들. 어느새 광장에는 현과장 일행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그들 사이에 남은 건 단 하나. 바로 소원 타임. 현과장은 시간의 지체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소원을 입에 담았다.


“날 집으로 돌려보내줘!”

“집에 가고 싶다고?”


갓패치는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뿐이었다.


“나 돌아가고 싶다고. 집으로”

“응, 그래.”


심지어 자신의 가판대로 돌아가 붉은 재킷을 다듬는 갓패치. 어안이 벙벙한 건 현과장 뿐만이 아니었다.


“갓패치, 방금 전에 현과장이 소원을 말했다냥.”

“장난이 지나치다랄까~ 나~”

“뭔 장난?”


채야와 어흥선생을 바라보는 갓패치의 눈빛이 이상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보이지 않았던 그 무시무시한 광기가 어느새 똬리를 틀고 있었다.


“들어 준다고 했잖아. 들어 주기만 한다고.”


갓패치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이 인간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다.

뭐, 이런 익숙한 말장난 다들 눈치 챘었겠지만.


“당신, 감히 사기를 쳐?!”

“옷 입어보고, 무시무시한 숲 주인까지 어깨에 올렸으면서 재킷을 안 산 당신은 잘한 거고? 제정신이야?”


현과장과 갓패치. 서로를 향한 눈빛에서 스파크가 마구마구 튀었다. 마치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안달이라도 난 듯이.


***


그리고 그날 저녁.

채야의 집에 모여있는 채야와 어흥선생 그리고 현과장. 그들은 심각한 얼굴이 되어 거실에 앉아있었다. 거실을 감도는 이 묵직하고 어두운 분위기. 그러나 키토는 여전히 귀여움을 한껏 발산 중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재롱을 부리는 키토. 세 사람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이 악물고 키토에게 눈빛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쿠토를 보는 순간 그대로 그 절대적 귀여움에 넘어가 버릴 것만 같아서.


“어떡하냥?”


먼저 침묵을 깬 사람은 어흥선생이었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그의 ‘어떡하냥’ 그러나 세 사람에겐 각자 다른 의미로 다가갔다.


“준비된 게 없다랄까~나~”


저녁 준비라고 생각한 채야는,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키토를 바라보더니, 나지막이 고개를 떨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갓패치를 향한 복수라 생각한 현과장. 사기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찬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런 그의 행동이 채야에게는 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면 안 된다랄까! 나!”


현과장이 자신의 입술을 깨물어 먹는 거로 착각한 채야. 그녀는 서둘러 현과장의 입술을 잡아 내렸다.

이 행동이 현과장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자신의 입술을 향한 채야의 적극적인 대쉬, 그 자체로. 정말 모태 쏠로 다운 기가 막힌 발상이다.


“채야, 여기서는 좀 곤란한데.”


음흉한 눈빛으로 채야를 바라보는 현과장. 조금 전까지 복수심에 불탔던 그 사람과 동일 인물이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헛소리들 그만해라냥. 내가 말한 건 그런 게 아니다냥.”


어흥선생은 지긋이 귀여운 키토를 바라봤다. 그래, 모든 일의 원인은 키토. 그가 말한 건 오직 키토에 대한 이야기였다.


“키토님이 오신지도 일주일이 넘었다냥. 이제 슬슬...”


현과장과 채야가 긴장된 얼굴로 어흥선생을 바라봤다. 그런데,


“키토님 집을 만들어 주는 게 어떻겠냥? 키토님도 포근한 집이 필요하실 거다냥.”


그 누구보다도 키토 바라기였던 어흥선생. 그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는지, 키토가 어흥선생의 무릎 위로 깡총 뛰어 올라와 앉았다.


“우린 가족이다냥, 키토님”

“그게 아니지! 복수가 우선이지!!”


현과장은 단호했다. 두 눈에 타오르는 투지. 그는 복수에 진심이었다.


“우선은 저녁이 아닐까~ 나?”


어느새 주방으로 들어가 재료 손질을 하고 있던 채야. 그녀는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거실에 앉아있는 현과장과 어흥선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한 양보 없는 눈빛. 그들은 결코 자신의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보금자리다냥!”

“복수! 리벤지!!”

“저녁이 우선이랄까~나!”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세 사람. 도무지 이 의미없는 말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너희들 전부 잊은 거야?

너희 차원문 열어서 현과장 집에 돌려 보내주기로 한 거잖아.

이 파티, 정말 괜찮은 걸까?

나, 이 소설 끝낼 수 있는 거 맞지?


작가의말

정말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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