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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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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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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3.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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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2. 현과장 인 원더랜드 - 1

DUMMY

매서운 눈빛이 주변을 빠르게 탐색한다.

꽉 다문 입술에서는 왠지 모를 고집이 느껴졌다.

거대한 체격과 그게 걸 맞는 큼직한 손. 흠잡을 데 없는 탄탄한 몸매. 어디서 했는지 모르겠지만 태닝으로 검게 그을린 그의 피부는, 수풀 속에 그의 모습을 감추기에 충분할 정도로 태워났다.

이 완벽한 사냥꾼의 시선은 한참을 헤매다가, 이윽고 작고 작은 옹달샘에서 멈췄다.

그의 눈앞에 놓인 뽀얀 살갗의 인간. 그는 사냥꾼의 본능을 참지 못하고 콧등을 씰룩 거렸다.


“너무 오래 있었나? 오한이.”


그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몸을 부들 떨면서 옹달샘에서 나오는 인간, 현과장. 그는 옷을 한번 쭈욱 짜더니 그대로 털고 나뭇가지에 줄줄이 널기 시작했다.

무방비하게 등을 보이는 바로 그 때, 이름 모를 사냥꾼이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사냥꾼은 현과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런데,


“어라... 내가 왜 이러지?”


사냥꾼의 일격을 받기도 전에, 아니 그의 모습이 그림자에서 채 나오기 전에 그대로 쓰러져 버린 현과장. 사냥꾼의 몸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사냥꾼의 눈가에 실망감이 그득하다. 날카롭고 멋지게 연출 되어야만 했던 그의 등장이, 볼품없고 초라하게 꾸며졌다. 눈치 없는 현과장 덕분에.

그렇게 사냥꾼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한동안 벌거벗은 현과장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현과장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그런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축축하다. 아마도 누군가가 자신의 옷을 젖은 그대로 본인에게 입힌 모양이다. 게다가 답답하기 그지없다. 몸은 웅크릴 대로 웅크리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자루 속에 담긴 듯한 느낌. 그는 자루 속에 담겨 누군가에 의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래, 이건 납치다. 쓰러진 순간을 노린 납치. 자신의 몸에 위기가 엄습한 것을 깨달은 현과장은, 도망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있는 힘껏 몸을 움직였다.


“가만히 좀 있어라냥. 맞기 싫으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그러나, 가만히 있으라고 있을 현과장이 아니다. 그는 더욱 더 몸을 격하게 움직였다. 있는 힘껏 현란하게 움직였다. 쉐낏, 쉐낏.


“말로 하면 좀 들어라냥.”


그러나 현과장은 아랑곳없이 훨씬 더 신나네 흔들어 재꼈다. 쉐낏! 쉐낏! 쉐낏!

이런 그의 행동이 먹힌 것일까. 자신을 땅바닥에 내려놓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점차 벌어지는 포대자루. 현과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토끼처럼 튀어 올라 자루 밖으로 뛰쳐나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퍽!]


뛰어오르는 그를 향해 순식간에 날아오는 스트레이트 펀치.

그 주먹은 정확히 그의 안면을 강타했다.


“컥!”


코믹 만화에서처럼 공중에 붕 떠서 저 멀리 날아가 버리는 현과장의 몸뚱이. 그의 몸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숲 사이로 떨어졌다.


“사람 말을 좀 들어라냥. 가뜩이나 등장 씬 잡쳐서 짜증나 죽겠는데냥.”


구릿빛 피부의 사냥꾼은 씩씩거리며 현과장에게 다가왔다. 그림자 밖에서 보니 한 층 더 매섭게 느껴지는 눈매. 성난 근육들을 겨우 막고 있는 타이트한 하얀 한복. 그리고 맹수의 상징 고양이 머리띠. 응? 잠깐 고양이 머리띠라고?


“아니, 누군데 사람을 납치한 것도 모자라 주먹질이야, 주먹질은!”

“난 어흥이다냥. 사람들은 어흥선생이라고 부른다냥. 그러는 너는 누구인데 남의 고귀한 샘물을 망쳐 놨냥?”


어흥선생은 쓰러져 있는 현과장 앞까지 성큼성큼 다가와 무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샘물?”

“이름부터 말해라냥! 사람들이 뭐라고 부르냥?!”

“혀, 현과장이요.”


너무 무서운 나머지, 이름이 아닌 직책을 뱉어버린 현지인, a.k.a. 현과장.


여기서 잠깐, 내 이야기 좀 하자.

아니, 어느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르지?.

이런 거지같은 실수 때문에, 글 제목이 「현과장의 원더랜드」가 되어버렸잖아. 과연 그게 다일까? 제목이 현과장이니 부를 때도 현과장이라고 불러야만 하잖아.

글 자체가 꼬였다. 설정 자체가 꼬였단 말이다. 나도 조회수 좋은 회귀 이능 먼치킨 헌터물 웹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하, 정말이지. 가슴이 막막하다.


그럼 푸념은 넘기고 다시 이야기로 넘어가서.

현과장을 노려보는 어흥선생. 아, 그런데 좀처럼 화가 가라앉으려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안 되겠는 걸. 어흥선생, 한 대만 더 때려줘.


“알겠다냥.”

“잠깐, 뭐가 알겠다는 거야?”


어흥선생의 오른 펀치가 현과장의 안면에 정확히 안착했다. 나이스, 어흥 선생.


“별 말씀이다냥.”

“별 말씀이긴! 난 지금 별이 보이는데!!”


그래, 이제 완전히 이야기로 돌아와서.

어흥선생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현과장을 노려봤다.


“1000년 넘게 모아둔 마력의 샘이었다냥! 그걸 마신 것도 모자라 온몸을 담궈? 옷을 빨아?”

“저, 말 꼬리에 냥이 빠졌는데...”

“시끄럽다... 냥!!!”


어흥선생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자, 현과장은 반사적으로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몸을 숨기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은 현과장. 어디서 좀 맞아본 솜씨였다.


“이리 와라냥. 좋은 말 할 때.”

“그런 놈들 치고 안 때린 놈을 못 봤다, 내가!”


약 올리는 솜씨도 보통이 아닌 현과장. 이미 그의 불 주먹을 맛봤던 터라, 그는 결코 어흥선생의 앞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다.


“내가 가면 따블이다냥.”

“뭐가 택시 요금이? 웃기지도 않아, 정말.”


비아냥거리며 여전히 어흥선생과의 거리를 벌리고 있던 현과장. 그러나 그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어흥선생의 초기 설정이 얼마나 어마무시한지를. 그리고 내가 얼마나 이능 배틀물적인 진행을 간절히 원했는지를.

현과장은 한 순간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 단 한순간도. 그런데 이미 어흥선생이 그의 뒤에 와있다. 순간, 그의 몸을 감싸는 불안감. 현과장의 머리 위로 공포의 그림자가 어둡게 내려앉았다.


“이거 코믹물이잖아...”

“그러니까 죽지는 않을 거다냥. 금방 끝날 거다냥.”


숲을 가로지르는 비명과 명쾌한 타격음.

그렇게 현과장의 몸은 담백한 고기완자처럼 찰지게 다져지기 시작했다.


***


“그만 훌쩍거려라냥. 사내놈이.”


앞서 걷는 어흥선생. 그리고 그의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는 현과장. 너덜너덜해진 옷가지를 보아하니, 흠씬 두들겨 맞은 듯 그의 온 몸은 성한 데가 없는 듯했다.


“훌쩍.”

“사내놈 훌쩍거리는 거 듣기 싫다냥.”

“아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짐승!”

“약속대로 금방 끝내줬다냥.”


잠깐! 둘의 대화가 이상하다. 설마, 아닐 거다. 난 그런 설정을 넣어 두진 않았으니까.


“그래도 적당히 해야지! 아휴, 아파.”


현과장은 꽤나 아픈 듯 자신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아니, 잠깐! 거길 왜 그렇게 만져?


“가뜩이나 치질기 있는데.”

“그래서 살살했다냥.”


자. 잠깐! 잠깐!! 잠깐!!! 단 몇 줄 내려왔는데, 왜 갑자기 BL물로 노선을 변경한 거지? 어이 두 사람 지금 제정신이야?


“약 있는데 발라 줄까냥?”

“지금 병 주고 약 주는 거야?”


어흥선생이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현과장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걱정하지 마라냥.”


현과장의 턱을 잡고 어루만지는 어흥선생.

설마, 아니지? 아닌 거지? 선 넘지 않을 거지?


“어차피,”


어흥선생은 자신의 입술을 그의 귓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죽지 않는다냥. 샘물을 그렇게 많이 처먹었는데 죽을 리 없다냥.”


어흥선생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 글을 쓰는 글쟁이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여기서 잠깐! 당부의 말씀을 올린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 아니 웹소설 작가 및 예비 작가님들에게 바친다. 캐릭터들에게 너무 많은 지유를 주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내 꼴이 난다.


“나 안 죽어?”

“안 죽는다냥.”


정말 어흥선생의 말이 사실인 것일까. 엉덩이에서 느껴졌던, 아니 전신을 감쌌던 통증이 이젠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너덜너덜해진 옷가지도 마치 새 옷처럼 전부 정상으로 돌아왔다.


“정말 안 죽는 거구나!”

“웬만해선 안 죽는다냥.”


현과장은 덩실덩실 춤을 췄다. 이세계에 와서 정말로 이능을 얻게 되다니. 그는 이제 상태창만 열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상태창은 언제 열려? 레벨 업은 어떻게 해?”

“뭔소리냥. 정신이 나갔냥? 정신병에는 샘물도 소용없다냥.”


순간 싸악 내려가 버린 현과장의 텐션. 그는 이런 사실이 믿기지가 않은 듯 고개를 저으며 현실을 부정했다.


“이세계잖아. 능력을 얻었잖아. 이젠 이세계 배틀물이 전개 되는 게 당연하잖아!”


현과장은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다. 세계를 만든, 설정을 잡은 인간을 향해 크게 부르짖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현과장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참았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나도 완벽한 계획이 있었다. 현과장이 깽판치기 전까지는.

그리고 이제 나 언급하지 마. 사람들이 나도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잖아, 진짜.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와라냥.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냥.”

“뭐가?”

“성밖마을”


어흥선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과장의 눈앞으로 장엄한 광경이 펼쳐졌다.

하늘에 맞닿아있는 듯한 거대한 성. 그리고 그 주변으로 오밀조밀 붙어있는 아름다운 건물들과 한옥들. 저 멀리에서부터 사람들이 사는 정겨운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현과장의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첫 마을이라니. 모험의 시작이 부르는 듯이 느껴졌다.


“빨리 가자고!”

“조급해하지 마라냥. 마을은 도망 안 간다냥.”


현과장은 들뜬 마음으로 전진했다. 한 걸음. 두 걸음. 마을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의 심장은 요동을 치듯 빨라져 갔다.

그런 그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어흥선생. 그는 호들갑을 떨며 마을을 향하는 그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덧 마을에 도착한 현과장과 어흥선생. 마을 입구에 큼지막하게 『성밖마을』이라고 새겨진 돌이 두 눈동자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가 성밖마을이군. 내 져니의 첫 빌리지.”

“뭔 소리를 하는 거냥. 빨리 따라와라냥.”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던 어흥선생이 이젠 그의 앞에 나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이 처음이라 어쩔수 없이 그의 뒤를 따라가는 현과장. 마지못해 동행하는 그였지만, 그의 얼굴은 모험을 향한 기대로 밝고 또 밝았다.


꺄르르 웃으며 마을을 뛰노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 곁에서 행여나 다치진 않을까 묵묵히 바라보는 마을 어르신들. 이 곳은 정겨움이 가득한 시골, 그 자체였다.


“모두 한복을 입었네. 어흥선생처럼.”

“개량 한복이다냥.”


어흥선생은 자신의 바지 고무줄을 늘이며 자랑스럽게 우쭐대었다.


“그건 그렇고. 날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야? 이 근처에 길드가 있어?”

“길드? 그게 뭐냥?”

“여기 이세계잖아! 그러니까 사람들이 만나서 퀘스트도 깨고, 이야기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고...”

“뭔 헛소리냥. 여긴 이세계아니다냥. 여긴 원더랜드다냥.”


현과장은 그 자리에 그만 굳어져 버렸다. 이능이 있는데 이세계가 아니라니. 판타지가 아닌 판타지란 말인가. 머리가 복잡해졌다. 주인공이 될 요건을 다 갖췄는데, 막이 열리지 않는다. 잘못된 무대로 소환되어 버렸다!


“그럴 리 없어!”

“아니, 있다냥.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빨리 걸어라냥.”


세상 잃은 표정으로 멍하니 있는 그를, 어흥선생이 재촉하듯 이끌었다. 그 순간, 현과장 주변을 감도는 불길한 기운. 그는 그 느낌을 결코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나, 나 지금 어디 가는데?!”


현과장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런 그에게 부드럽고 음흉한 미소로 대답하는 어흥선생. 어흥선생은 그대로 그에게로 다가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귓가에 들려주었다.


“손해를 끼쳤으면, 갚아야지. 몸으로라도. 흐흐흐.”


그의 음흉한 웃음소리가 현과장의 귓가에 내려앉았다.

아, 나 진짜 걱정 돼서 그래. 정말, 아니지? 그런 거.


...그런데 어흥선생, 말 꼬리에 '냥'이 빠졌잖아, '냥'이.

...어쩔 수 없네, 내가 대신 해야지. ...냥.


작가의말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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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현과장과 갓패치 - 1 +3 23.03.09 19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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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등장! 숲의 주인! +6 23.03.07 295 10 12쪽
5 5. 현과장 인 원더랜드 - 4 +5 23.03.06 353 11 11쪽
4 4. 현과장 인 원더랜드 - 3 +4 23.03.05 437 13 11쪽
3 3. 현과장 인 원더랜드 - 2 +6 23.03.04 678 12 12쪽
» 2. 현과장 인 원더랜드 - 1 +6 23.03.03 1,392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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