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in 무림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7.05 18:2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229,409
추천수 :
4,724
글자수 :
374,240

작성
24.05.08 18:20
조회
6,662
추천
128
글자
12쪽

제5화

DUMMY

차현우는 진작부터 이 방이라도 나가서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아직 기어다니는 정도로는 문 하나 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때문에 문을 여는 데 계속 실패하다가 오늘 드디어 서서 뛰게 될 정도로 다리 힘과 팔 힘이 생기게 되자 문을 여는데도 성공한 것이었다.


꾸벅꾸벅 의자에 기대어 잠든 보모가 아주 깊게 잠든 것을 확인 한 후, 차현우는 그 보모를 스쳐서 방을 빠져나와 복도를 살금살금 걸어갔다.


삐거걱!


오래된 나무로 된 탓에 복도의 나무바닥은 가벼운 아기의 몸으로 내딛는 걸음 하나 하나에 비명을 질러 댔다.


몇 걸음 내딛자 반년 동안 있었던 커다란 방 옆에 작은 방 하나가 나타났고, 그곳은 불이 꺼진 채 닫혀 있었다.


차현우는 조심스레 그 방 앞에 가 귀를 대 보았다.


그러자 안에서 몇몇 여성들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코골이 소리가 마치 박자를 맞추듯 번 갈아가며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아하, 아줌마들이 자는 방인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하던 차현우는 이내 발걸음을 돌려 그 방의 맞은 편에 보이는 바깥문 앞으로 가 힘을 주어 문을 열었다.


끼이익!


그러자 열린 바깥문 앞에 어둠이 내리 깔린 건물들 사이로 정원과 돌로 된 연무장이 달빛 아래 어슴푸레하게 나타났다.


그 정원과 연무장 건너에는 차현우가 머물고 있는 건물과 비슷한 크기의 목조 건물이 있었고, 그 좌우에는 작은 건물이 하나씩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이른바 중원의 전통 가옥인 사합원(四合院) 형태의 구조였다.


차현우는 어둑하여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저 건물들 너머에는 뭐가 있는지 보려고, 목을 길게 빼고 지붕 너머를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6개월 아기의 작은 키로는 건물들의 지붕이 마치 성벽처럼 너무 높아 어둑한 하늘 밖에 보이지 않았다.


‘뭐, 당최 보이는 게 있어야지. 에잇! 나온 김에 좀 더 나가봐?’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갔지만 아쉽게도 차현우는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다.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며 누군가 나타나 자신을 번쩍 안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아가야! 한밤중에 여기까지 어떻게 나왔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돌아보니 보모 말년이었다.


차현우는 흠칫 놀라 괜히 ‘아웅아웅’하며 옹알이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보모 말년은 그 귀여운 모습에 볼을 한번 어루만지더니 다시 문을 쾅 닫고, 차현우를 안아 방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방으로 향하면서도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내가 문 단속을 다 했었는데, 문이 대체 왜 열려 있던거지? 바람이라도 불었나?”


그때 때맞춰 밖에서 세찬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에 열렸나 보네! 하암, 아가야~ 어서 가서 바로 다시 자자? 착하지? 하암~”


보모 말년은 연신 하품을 해대며 졸린 눈을 비벼댔다.


보모 말년에게 안긴 차현우의 시선은 창문 너머 정원과 어둠 속에 휩싸인 전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다음 번엔 꼭 나가고 만다!’


의지에 찬 차현우의 눈빛이 활활 타오르는 듯 했다.


* * *


시간이 흘러 차현우는 한 살이 되었다.


이제 보육동의 아이들 대부분은 어설프게 나마 걸음마를 하거나 걸을 수 있었기에, 정원과 연무장까지 나가 뛰어놀게 되었다.


그리고 무관에서는 보육동의 아이들에게 이름도 지어 주었다.


차현우에게도 ‘백천(白天)’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다른 아이들보다 좀 더 하얀 피부인 그의 피부색을 따서 흰백자에 금번 ‘보육동’ 아이들의 돌림자인 하늘천을 합하여 지어진 이름이었다.


차현우, 이제 백천이란 이름을 갖게 된 그는 이따금 보모들이 서로 수근거리는 소리를 통해 이 ‘보육동’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다.


선천무관에서는 이십 년에 한번씩 수십 여 명의 빈민가의 갓난아기들을 ‘구매’하여 제자로 키웠는데, 그들이 유아시기까지 성장하는 공간을 ‘보육동’이라고 불렀다.


‘보육동’의 아이들은 여섯 살이 되면 외부의 아이들과 함께 입문하여 삼대제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신분도 비천하고, 자질 또한 평범한 아이가 대부분이었기에 삼대제자로 선발되는 아이들은 극히 드물었고 그들 중 대부분은 정식 제자가 되지 못한 채 평생 삼류에 머물며 무관의 궂은 일을 담당하게 된다고 하였다.


‘너네 불쌍한 애들이었구나.’


백천은 곁에서 해맑게 뛰어다니며 정원에서 놀고 있는 보육동 아이들을 보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1년을 꼬박 함께 한 탓에 어떤 동지애라도 생긴 것인지 백천은 문득 아이들을 보며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도 이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불쌍한 건 나도 마찬가지지. 이 속에 꼼짝 없이 갇혀버린 신세가 됐으니까! 젠장!’


백천은 그런 생각에 한숨이 나왔지만 이내 곧 심호흡을 크게 하며 다시금 의지를 되새겼다.


‘아니야. 오늘은 어쩌면 복구가 됐을지도 몰라! 제발 복구 됐기르을!’


백천은 이윽고 언제나처럼 또 허공에 뜬 시스템창을 열심히 두들기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로그아웃! 고객센터! 로그아우우우웃! 고객센터어어어어어!!!-‘


속으로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며 메뉴를 마구 눌러 댔으나, 시스템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메뉴창에는 여전히 기대했던 로그아웃과 고객센터 메뉴는 보이지 않았다.


1년 동안 거의 매일 해온 행동과 실망의 연속이었으나, 오늘은 어쩐지 다른 날보다 더 실망감과 좌절감이 크게 느껴졌다.


마치 그 감정들이 전신을 짓누르는 듯 하여 백천은 정원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았다.


1년째가 되니 이제는 이러다 영영 여기서 살다 죽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 지경이었다.


‘이러다 진짜 못 돌아가면 어쩌지?’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그런 불안감만 스멀스멀 머리속에 떠오르고 계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후··· 진정하자. 차현우! 시한부일때도 잘 견뎠었잖아? 그때에 비하면 이 정도 쯤이야!’


한숨을 크게 내쉬며 백천은 일부러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했다.


옛말에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했던가.


마음을 편하게 먹고 다시금 메뉴창을 보는데, 기적처럼 뭔가 달라진 것이 보였다.


‘로그아웃’ 버튼이 희미하게 본래 있던 자리에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드, 드디어! 드디어 돌아간다!’


백천은 기뻐하며 득달같이 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시스템 알림과 함께 메시지가 허공에 나타났다.


<시스템 알림 : 조건을 달성하지 못해 해당 메뉴를 실행할 수 없습니다. 필요 조건 – 1,000 레벨 달성, 생사경(生死境) 달성>


‘뭐야! 이게 대체 뭐야!’


백천은 화가 남과 동시에 실망감과 허탈감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로그아웃을 하려면 만렙을 다시 찍어야 되는 것도 모자라 생사경까지 달성해야 한다고?


이미 달성해 본 만렙이야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사경은 이전 캐릭터로 만렙을 달성했을 당시에도 어떤 유저도 돌파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경지였다.


그런데 로그아웃을 하려면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니.


이게 대체 말이 되는 일인가?


달성 가능할 지도 미지수지만 가능하다 해도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지 모르는데, 그 동안 여기에 갇혀 있어야 한다니!


백천은 너무도 큰 충격에 한참동안이나 굳어진 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간신히 정신을 차린 백천은 허공을 향해 욕이 치밀었다.


“빌어먹을 시스템 놈아! 내가 포기할 거 같애? 꼭 해내고야 만다! 꼭!”


고래고래 그렇게 소리 지르는 백천의 모습을 보고 한 살 배기 보육동 아기들이 재밌는지 꺄르르 웃어 댔다.


‘에잉··· 꼬맹이들 앞에서 이 무슨 추태람···’


백천은 괜스레 민망해져서 머리를 긁적이다 퍼뜩 이전에 보았던 삼재건곤기공에 관한 설명 문구가 떠올랐다.


‘잠깐! 그때 뭔가 특이한 문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띠딩!


<10성에 이르면 상단전이 완성되어 등선(登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 상단전··· 등선! 결국 생사경이란 인간을 초월하는 경지이니 상단전까지 완성해서 하,중,상의 삼단전을 완성하는 게, 실마리가 아닐까?’


백천은 그 생각을 떠올린 순간, 마치 머리속에 퍼져 있던 안개와 같은 것이 모두 걷히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도달해보지 못한 경지이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그것이 정답일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뚜렷한 목표 의식이 들었다.


결국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한번 도달해 본 만렙을 다시 달성하는 것과 꿈에 그리던 생사경에 도달하는 것!


그 두 가지를 해내면 되는 것이었다.


백천은 명확해진 목표에 의지를 다지면서도 속으로 문득 상황이 참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사경이 되지 못한 게 가장 큰 아쉬움이었었는데··· 하필 환생했더니 로그아웃 하려면 생사경에 도달해야 하고··· 그 단서가 되는 삼재건곤기공을 삼재기공의 승급으로 얻게 되다니···’


마치 누군가의 안배인 듯 그 모두가 짜여진 듯이 연결되어 나타나는 상황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거 혹시 운영진이나 시스템의 농간 아냐? 젠장!’


백천은 이에 순간 누군가에 의해 놀아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불쾌감이 들었으나, 금세 떨쳐내며 머리를 비워내려 했다.


시한부 인생을 살며 세상을 원망하고 수없이 좌절을 경험해본 그였고, 그럴 때일수록 지금 주어진 삶의 목표를 떠올리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함을 너무도 잘 아는 그였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 죽을 날짜를 받아두고 살때보단 낫잖아? 그때에 비하면 팔팔하고 건강한데다 천중급 무극천무지체까지 지녔는데 뭐가 걱정이야? 만렙? 생사경? 무조건 해낸다! 무조건!’


백천은 그렇게 의지를 다지곤 그날 이후로 더욱 더 수련에 몰두했다.


* * *


지난 번 삼재건곤기공의 대주천을 성공한 이후에도 여전히 공력이 쌓이는 속도는 느렸으나, 한 가지 놀랍도록 달라진 점은 적은 내공력의 한계까지 사용하여 현재 수위를 뛰어넘는 기예를 펼칠 수 있는 ‘무상결(無上訣)’을 얻게 된 것이었다.


이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으로 이때 백천이 느낀 충격과 희열감은 엄청났다.


그 날도 평소와 같이 삼재건곤기공을 수련하던 백천은 문득 두 눈과 백회혈을 중심으로 청아하고 맑은 기운이 흐르는 것을 느꼈고, 어쩐지 마음이 차분해지며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어떠한 것도 다 펼칠 수 있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백천은 이전 캐릭터에서 이미 현경의 극에 이르렀던 최고수였기에 그가 알고 있는 기예란 인간이 펼칠 수 있는 모든 무공의 극치를 다 망라하고 있었다.


백천은 그러한 기예 중 한 가지를 떠올리곤 무심결에 손바닥을 스윽 앞으로 장법을 펼치듯 밀어냈고, 상단전과 하단전에 모인 모든 진기가 단숨에 응축되어 손바닥 주위로 뻗어가 주위에 바람이 모이더니 전방의 벽면을 향해 폭사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파삭-


그 순간 벽면에는 조막 만한 손바닥 모양으로 깊게 패인 자국이 나타났다.


백천은 희열과 경악 속에 방금 펼쳐낸 것이 바로 일류 무인의 기예인 ‘장풍(掌風)’임을 깨달았다.


아직 삼류도 되지 않은 한 살 배기 몸으로 일류의 기예를 펼쳐낸 것이었다.


그 순간 백천의 뇌리로 시스템 알림음이 들려왔다.


<시스템 알림 : 선천지기(先天之氣)를 획득하였습니다. 선천지기를 이용하여 무상결(無上訣)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상결(無上訣) : 사용자의 선천지기를 소모하여 자신의 경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예를 펼칠 수 있습니다. 단, 자신이 이전에 경험했던 경지의 기예만 가능합니다.>


‘뭐야? 그럼 내가 더 강해지면 현경에 도달하지 않아도 현경의 기술도 펼칠 수 있다는 거잖아?’


백천은 그 사실에 경악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렙 in 무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제8화 +10 24.05.10 5,814 106 12쪽
7 제7화 +6 24.05.09 6,035 114 11쪽
6 제6화 +9 24.05.09 6,342 116 12쪽
» 제5화 +7 24.05.08 6,663 128 12쪽
4 제4화 +3 24.05.08 6,872 131 11쪽
3 제3화 +4 24.05.08 7,287 127 12쪽
2 제2화 +11 24.05.08 8,234 137 13쪽
1 제1화 +14 24.05.08 10,683 158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