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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in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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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7.05 18:2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229,364
추천수 :
4,724
글자수 :
374,240

작성
24.05.08 12:20
조회
6,870
추천
131
글자
11쪽

제4화

DUMMY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흘렀다.


무기력한 갓난아기의 몸으로 보내기엔 더 없이 긴 시간이었지만 차현우는 운공의 재미에 빠져 생각보다 그 시간을 잘 견디며 보냈다.


하지만 동시에 이곳의 삶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사이 함께 자란 갓난아기 중 다섯이나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젠장! 굳이 이런 거까지 현실적으로 구현할 필요는 없었잖아! 망할 놈의 운영진들!’


차현우는 속으로 욕이 치밀었다.


아무리 스스로에게 ‘이들은 NPC이고, 이곳은 게임 속일 뿐이야’라고 다짐하려 해도, 매일 옆에서 새근새근 숨쉬고 으앙하고 같이 울던 아기들이 어느 날 축 늘어진 채 죽어 있는 걸 보는 건 너무도 괴롭고 힘든 일이었다.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살던 어릴 적 병동의 모습과 다름 없어 더 견디기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천중급 무극천무지체의 효능으로 자신의 몸은 병에도 쉽게 걸리지 않는지 아기들 중 유일하게 잔병치레 한번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에 애써 그런 생각을 잊으려 차현우는 더욱 더 운공에 매진하였다.


시간이 흐르며 몸도 쑥쑥 자라난 덕분에 어느 덧 똑바로 눕기, 앉기, 뒤집기, 기어가기를 성공시키는 쾌거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덧 삼재기공은 9성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오로지 모든 시간을 삼재기공의 연마에만 몰두해온 결과였다.


보통 삼재기공은 스킬 포인트를 아끼기 위해 입문 후, 2성이나 3성 정도까지만 수련하고 더 상급의 내공 심법으로 넘어가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런데 9성까지 익히다니 다른 사람이 봤다면 대단하다 하면서도 바보 같다 할 만한 일이었다.


9성임에도 고작 손톱 만한 정도의 공력 밖에 축기 되지 않은 빈약한 내공량 때문이었다.


역시 효율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 공법이었다.


하지만 차현우로서는 삼재기공 외에 다음으로 수련할 다른 공법이 없었고,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기에 미친 듯이 매진한 결과로 9성에 이른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도 운기조식을 시작하려던 차현우는 어쩐지 오늘은 다른 때보다 뭔가 뱃속 기운이 좀 더 활기차고, 거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운기조식을 이어가던 차현우는 단전에 갈무리된 이제는 손톱 만해진 작은 기운이 다시금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소주천을 하지 않고, 갑자기 위아래로 양 갈래로 뻗어 나가 한 줄기는 임독양맥을 막고 있는 백회혈로, 또 한 줄기는 전신세맥과 기경팔맥으로 통하는 회음혈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 느껴졌다.


차현우는 이것이 곧 생사현관의 타통, 즉 대주천(大週天)을 시도하는 것임을 깨닫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주천은 하단전과 중단전을 완성 후 상단전을 열기 위해 시도하게 되는 것으로서 생사경에 이르게 위한 마지막 관문이라는 의미로 생사현관이라 불렸다.


그런 만큼 공력이 8갑자가 넘는 현경의 무인들도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것이었는데 고작 삼류도 되지 않는 수준에 한 줌 뿐인 공력으로 시도하는 것이었으니 놀랍다 못해 두렵기까지 했다.


‘이러다 죽는 거 아냐?’


차현우는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예상대로 시스템 알림이 들려왔다.


띠딩!


<시스템 알림 : 삼재기공의 대주천(大週天)을 시작합니다.>


느리고 미세한 물줄기에 불과했으나, 거침없이 백회혈과 회음혈로 동시에 부딪쳐가자 차현우는 긴장감에 주먹을 꽉 쥐었고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흘렀다.


본래 임독양맥의 타통에 실패할 경우, 폐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여 무림세계 게임에서도 현경에서 삼류까지 경지가 하락한 경우도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으··· 이건 미친 짓이야. 살려줘! 살려달라고!’


차현우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속으로 울부짖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파아아-


긴장한 것이 민망할 만큼 마치 먼지를 쓸어내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 기운들은 너무나 쉽게 백회혈과 회음혈을 통과하더니 전신의 세맥과 기경팔맥을 휘돌아 갔다.


그리고 전신을 한 바퀴 돌고 온 기운은 어느 새 작은 좁쌀 두 개 정도의 크기로 두 배로 커져 단전에 자리잡는 것이었다.


그 순간 시스템 알림이 다시금 들려왔다


띠딩!


<시스템 알림 : 삼재기공의 대주천(大週天)을 성공하였습니다. 삼재기공 10성 승급에 성공하였습니다. 삼재기공(등급 : 무(無)급)이 삼재건곤기공(등급 : 지하(地下)급)으로 승급하였습니다. 현재 상태 - 1성>


차현우는 두 눈을 의심하였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생사현관을 타통해야 가능한 대주천을 한번에 성공한데다 무급에서 지하급의 공법으로 승급까지 하다니!


대주천 성공도 놀라웠지만 공법이 승급 한다는 것은 지금껏 무림세계에서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거기다 그 등급이 몇 계단을 한번에 뛰어넘어 무급에서 지급까지 승급하는 것은 더욱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축기가 느린 삼재기공을 연마하는 것이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지하급의 공법이 되었으니 정말 엄청난 기연임이 분명했다.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차현우는 삼재건곤기공의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삼재건곤기공(등급 : 지하(地下)급) : 삼재기공보다 더 정순한 기운을 쌓을 수 있으며, 운기조식 시 혈맥에 쌓인 노폐물을 더 씻어낼 수 있습니다. 단, 축기 속도가 삼재기공과 동일하니, 다른 심법을 함께 수련하여 보완하십시오.>


‘축기 속도가 삼재기공과 동일하다고? 등급이 무려 지하급인데!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무공에 있어 공력의 크기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경지를 구분함에 있어서 일류는 30년, 절정은 1갑자, 초절정은 2갑자, 화경은 4갑자와 같이 화경까지는 공력의 크기 만으로 경지를 나눌 정도였다.


그런데 기껏 지하급이 되어 기대했더니 공력을 쌓는 축기 속도가 삼재기공과 다를 바가 없다니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길 잠시 문득 축기 속도에 집중하느라 그 아래 남은 문구를 읽지 않은 것이 다시 생각났다.


<10성에 이르면 상단전이 완성되어 등선(登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차현우는 예상치 못한 문구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잠깐만, 상단전 완성? 그럼 이 공법만 10성이 되면 생사경에 오를 수 있다는 거야? 무슨 그런 공법이 다 있어. 말이 돼?’


차현우는 그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아직까지 상단전을 수련할 수 있는 공법도 등장한 적 없었는데, 지급의 공법에 그런 효능이 있다니?


차현우도 이전 캐릭터에서 화경에서 하단전을 완성하고, 현경에서 중단전을 완성한 후 만렙을 달성했음에도 생사경이라는 경지는 올라서지 못했었다.


그렇기에 상단전의 수련이 생사경의 열쇠가 아닐까 싶어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지 싶았지만 실마리도 얻지 못했었는데 마침 상단전을 수련할 수 있는 공법이 나오다니!


어쩌면 환생해서 얻게 된 가장 큰 기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스쳐갔다.


‘그나저나 등선의 실마리는 뭐야? 상단전이 열리면 무슨 진짜 신선이라도 된다는 건가?’


차현우는 허무맹랑한 그 문구에 실소가 나오면서도 상단전을 수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계속해서 삼재건곤기공의 수련을 이어 가기로 하였다.


그렇게 차현우는 새롭게 얻은 삼재건공기공의 수련에 몰두하여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또 다시 빠져들었다.


* * *


띠딩!


<시스템 알림 : 뛰어가기 2회에 성공하였습니다. 보상 – 경험치 7,500 획득, 경험치*2배 적용되어 경험치 15,000 획득됩니다.>

레벨업에 성공하였습니다.

레벨업에 성공하였습니다.

현재 레벨 – 15, 보상 – 10 스탯 포인트 획득>


헥헥-


차현우는 마치 백미터 달리기를 마친 육상 선수처럼 헥헥거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태어난 지 고작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몸으로 이뤄낸 실로 기적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뒤집기를 하거나 기어 다니기 시작한 또래 갓난아기들도 바닥에 누워 경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아직 이지를 갖추지 못한 평범한 갓난아기들이 그런 감정이 있겠냐마는, 적어도 차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기1, 아기7, 아기11이란 글씨가 머리 위에 떠 있는 아기들을 바라보며 우쭐한 표정이 되었다.


‘봤냐? 형이 이 정도야!’


우쭐대는 차현우의 뇌리로 시스템 알림음이 이어서 들려왔다.


<시스템 알림 : 튜토리얼 1단계를 모두 완료하였습니다. 튜토리얼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 – 이형환위 신법 사용권 3회>


‘이형환위라니, 이건 진짜 대박인데?’


이형환위는 내공이 4갑자에 이르러 화경에 오른 무인이 시전할 수 있는 신법으로 한 순간 너무도 빠르게 움직여서 순간 이동이 가능하게 하는 신법의 최고 경지의 기술 중 하나였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 아주 요긴한 수단이라 할 수 있었다.


‘튜토리얼 1단계면 다음 단계가 또 있다는 건데··· 에휴··· 그나저나 삼재건곤기공 이건 진짜 힘드네.’


튜토리얼을 마무리하자 요즘 계속 끙끙대고 있는 삼재건곤기공에 생각이 미쳤다.


3개월간 부지런히 내공 수련에 전념 했음에도 단전에 고작 콩알 한 개 정도 크기의 1년 정도의 공력을 모을 따름이었고 그 이상은 도무지 늘어나지가 않았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삼재건곤기공이 아직도 1성 수준 그대로란 사실이었다.


몇 달 만에 10성으로 승급 했던 삼재기공과는 다르게 삼재건공기공은 몇 달 동안 수련해도 도무지 1성에서 승급 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스킬 포인트로라도 올려볼까 생각하고 요구 포인트를 확인해 봤지만, 2성 승급에 요구되는 스킬 포인트만 100포인트였으니 스킬 포인트로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보통 1성에서 2성으로 승급 하는데 2개 정도의 스킬 포인트가 들고, 왠만한 무급의 공법을 10성까지 찍는 데 50 포인트 정도가 들었기에 고작 1성 승급에 그 두 배 정도의 포인트를 소모하기에는 아무래도 수지가 맞지 않았다.


그렇기에 직접 수련만으로 승급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별 수 있어? 할 것도 없는데 이거라도 계속 해야지.’


차현우는 그렇게 마음먹곤 다시금 삼재건곤기공을 수련하기 위해 운기조식을 이어가다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에 스르륵 쓰러졌다.


‘음··· 그건 그렇고 뛰었더니 너무 노곤하고 졸린데. 으음···’


아직은 갓난아기의 몸이었기에 뜀박질 두 번에 몰려온 극심한 피로감에 그대로 바닥에 누워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 * *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주 작은 인영이 복도로 나섰다.


아직 젖 살이 빠지지 않은 토실토실하고 조그마한 몸뚱이로 용케 살금살금 잘도 걸어가고 있었다.


그 인영은 다름 아닌 차현우였다.


모두가 잠든 밤, 차현우는 야음을 틈타 주변 탐색에 나선 것이었다.


반년 동안 자랐던 방을 나서서 고작 복도로 나섰을 뿐이지만, 마치 미지의 세계로 들어선 것 처럼 긴장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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