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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와 베이시스트인 로저 워터스와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을 맡은 데이빗 길모어는 무지하게 싸웁니다. 뛰어난 음악성과 실험성, 장인정신으로 7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았지만, 성공이 깊어질 수록 갈등의 골도 깊어집니다.

로저 워터스는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그의 주도에 의해 또하나의 전설적인 명반 The Wall이 탄생되었습니다.

당연히 기고만장 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다음 앨범 Final Cut은 너무나 그의 입김이 강해진 나머지 그 앨범을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이라기 보다는 로저 워터스의 개인 앨범이라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다른 멤버들의 역할이 대폭 축소됩니다. 그 앨범을 마지막으로 핑크 플로이드는 해체 뒤 긴 동면에 들어가 80년대를 공치게 됩니다.

90년이 넘어 로저 워터스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핑크 플로이드 재결성을 시도합니다. 이를 로저 워터스가 그냥 두고볼 리 없습니다. 그들 사이에 밴드 이름의 사용권들두고 지리한 법적 공방에 들어갔고, 법원은 길모어의 손을 들어줍니다. 로저 워터스가 빠진 이 앨범은 그렇게 지독한 산고 끝에 출시되어 많은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습니다.

곡의 시작과 함께 종 소리가 들립니다. 앨범명을 뜻하는 이 종소리는 영국 국회의사당의 종소리라고 하는군요.

낭랑한 길모어의 연주로 시작하는 High Hopes는 Comfortably Numb, Shine on you crazy diamond와 함께 핑크 플로이드의 곡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조금 무겁고 심심하게 들릴 수 있지만, 앨범 전체를 틀어놓고 책을 보시던가, 다른 일을 하시다보면 갑자기 한 순간에 귓가를 파고드는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를 느끼게 되실 겁니다.

그 순간 독자님은 핑크 플로이드의 노예가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