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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기 마령전사 유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Vinh세앙
작품등록일 :
2020.01.05 01:00
최근연재일 :
2020.02.2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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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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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워치프 브루트

DUMMY

28화


유진은 두 오크 부락을 들리며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오크의 움막은 인간의 오두막과 같은 역할이라는 것이었다.


브루니의 집 역시 움막이었다.

부모 없이 살아온 것치곤 나름대로 정돈이 잘되어 있었지만, 넉넉지 않아 보이는 살림은 숨길 수 없었다.

넋 놓고 서 있는 유진에게 그녀가 물었다.


“뭐해? 앉아. 저녁은?”

“아, 그래. 아직 안 먹었어.”

“잘됐네. 잠깐만 기다려.”


부엌으로 들어간 그녀는 곧 한 바구니 가득 담긴 샐러드를 내왔다.


“이게 뭐야?”

“뭐긴. 우리 저녁이지.”

“그런데 풀떼기만 먹는다는 거야?”

“응. 네 말을 듣고 깨달은 게 있거든.”

“뭘?”

“네 말대로라면 덩치만 크다고 좋은 게 아니잖아? 안 그래도 요즘 일부러 찌우려고 육식만 하고 있었는데 실력이 늘긴커녕 몸만 둔해지는 거 같아서 회의감이 들던 참이었어. 적당한 밸런스부터 찾으려고. 그니까 앞으로 저녁은 샐러드만.”

“음···. 그래. 저녁만이라면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그런데 나도?”

“당연한 거 아니야?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음식 투정까지 하려고?”

“아니. 그럴 리가.”


자신의 분수를 깨달은 그는 손을 세차게 흔들며 풀떼기(?)를 꾸역꾸역 입에 넣기 시작했다.


&


샐러드를 다 끝낸 유진과 브루니는 수다를 떨고 있었다.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그녀였고 그는 그저 맞장구와 함께 적절한 질문들을 섞어주고 있었다.

아마도 오랜 세월 혼자만 집에 있는 게 적적했던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잠깐, 지금 몇 시지?”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밤이 너무 늦었네. 오늘은 그만 자자.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 하니까. 너는 저 거실 소파에서 자면 돼. 내일 봐. 아, 그리고. 만에 하나 방으로 들어오면 죽어.”


절대 있을 리 없는 일을 걱정하는 그녀였다.


“그래. 내일 봐.”


유진은 소파에 누워 브루니가 해준 얘기들을 정리했다.

그녀에 따르면 이 부락에 있는 오크들은 브루트의 후손이 맞고 아직도 몇몇 어른들은 그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다는데···.


“그게 가능한가?”


모든 기억을 끄집어내 보아도 그랜드 마스터에 대해 그가 아는 것은 단 하나였다.

그건 바로 그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듯 돌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것.

심지어 나라의 기둥 역할을 하던 마스터 클래스들도 벽을 깨고 그랜드 마스터가 되면 마치 실종이라도 된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전해졌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역사적으로 같은 행보를 보인 그들.

만약 수백 년을 사는 수명까지 있다면···?

도대체 왜?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 유진이었다.


“그리고 불치병이라···?”


브루니는 그녀의 사적인 얘기 또한 털어놓았다.

그녀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유.

그건 바로 오크에게 발병하는 희귀한 불치병 때문이었다.

매년 꼭 이 병에 걸린 오크들이 생겼는데 이때 그들은 다른 증상 없이 그저 시름시름 앓으며 죽어갔다고 한다.

모든 치료 방법을 써보았지만 그들로서는 고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타 종족에게도 도움을 청해보았고, 하지만 그런데도 치료에 성공한 적이 없어 그들조차 포기한 상태였다.


“꼭 저주의 일종 같네···? 그렇지만 디어스는 흑마법이 그다지 발전되어 있지 않은 터라 종족에 내리는 레벨의 저주를 걸려면 적어도 그랜드 마스터는 되어야 할 텐데···.”


뚜렷한 해답 없이 사색만 계속하던 유진은 이내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이튿날 아침, 브루니가 유진을 일찍부터 깨워댔다.


“야! 일어나! 가르쳐준다며!”

“으, 으응? 아···.”


그가 일어났을 땐 이미 푸짐한 아침밥이 차려져 있었다.

오크들이 먹는 것 치곤 생각보다 정상적인 밥상에 놀란 그가 물었다.


“우와-. 매일 이렇게 든든히 먹나?”

“무슨 소리야? 다이어트하려고 조금만 만든 건데.”

“그, 그래?”


오크들이 왜 역사적으로 매번 식량난을 겪었는지 알게 된 유진이었다.


부랴부랴 아침을 먹고 난 유진은 브루니의 재촉에 못 이겨 그녀를 따라 듀로타 서쪽의 숲으로 향했다.

그녀는 남들 앞에서 수련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숲으로 간다 했지만, 왠지 그의 얼굴을 자꾸만 쳐다보며 표정 관리를 하는 게 아마 그와 있는 게 창피해 그런 듯 보였다.

숲속에 도착한 그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몬스터들이 자주 출몰한다던데···. 사실이야?”

“사실이긴 하지. 저번에는 켄타우로스도 본 적이 있어. 그런데 요새는 녀석들이 사는 영역만 침범하지 않으면 거의 볼 일이 없어. 아! 저기가 좋겠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숲 한가운데 나무 하나 없이 햇볕만 드는 양지바른 공터였다.

생각보다 먼길을 달려왔기에 몸이 일찌감치 풀린 둘은 바로 수련에 나섰다.


&


브루니의 실력은 역시나 처참했다.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는지, 도끼를 잡는 손부터 휘두르기까지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이 총체적 난국에 유진은 그녀를 멈추고 차근차근하나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줄곧 해주고 싶었던 말인데, 너한테 배틀엑스는 어울리지 않아.”

“왜? 내가 뭐 어때서?”

“너는 일단 힘부터가 부족해. 배틀엑스처럼 크고 양날을 가진 무기를 완벽히 다루려면 그에 걸맞은 힘이 우선 되어야 하는데 너는 그렇지 않잖아.”

“흥.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최우선으로 힘을 기르던가 아니면 무기 자체를 바꿔야지. 소형 배틀엑스라던가. 아니면 그냥 한 면에만 날이 있는 도끼도 괜찮고. 네가 사용하는 무기를 휘두를 때 생기는 관성을 잘 컨트롤 할 힘을 기르기 전까진 그럴 수밖에 없어.”

“그러면 일찍 좀 말하던가! 지금은 이것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야!”

“괜찮아. 대신 네가 이걸 쓰고 내가 배틀엑스를 쓰면 돼.”


유진은 오그래스에서 구매한 망치를 꺼내 보였다.

그러자 어디선가 큰 고함이 들려왔다.


“네 녀석은 누구냐!”


&


한 덩치 큰 오크가 오두막 문을 열고 나왔다.

평상시보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종일 그가 하는 거라곤 명상뿐이었기에 딱히 상관은 없었다.

하루하루가 같아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그런 삶을 계속해오고 있던 그였다.

그리고 이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를 바 없었다.


오크는 일찌감치 두 사람의 기운을 눈치챘다.

종종 이곳을 다녀가는 오크들이 있었기에 그는 그들이 떠날 때까지 숨어 지켜보곤 했었다.

그가 공터에 도착했을 땐 브루니가 다른 오크의 지시에 따라 배틀엑스를 휘두르고 있었다.

평소 그녀의 실력을 아는지라, 바로잡힌 그녀의 자세를 보곤 저 낯선 오크에게 호기심이 이는 그였다.

녀석에게 두드러진 건 정말 봐주기 힘들 정도의 외모였다.

동시에 느껴지는 이질감.

희한한 녀석이라 생각하던 그때, 녀석이 망치를 하나 꺼냈다.

어디서 많이 본 망치인데 하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저 문양···. 설마 저건···!’


기억이 났다.


그가 흥분해 뛰쳐나가며 녀석에게 소리쳤다.


“네 녀석은 누구냐!”


&


유진은 난생처음으로 겪는 이 상황에 당황했다.

그가 성인이 된 이후 누구도 그의 몸에 쉽사리 손을 댄 사람이 없거늘, 이 오크는 그가 눈치챌 사이도 없이 나타나 그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놀란 건 브루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앞의 오크는 트루브 아저씨가 분명 할진대 그녀는 그를 그저 평범한 나무꾼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의 로크를 이렇게 쉽게 제압하다니?

당황함을 떠나 놀라움이 더 큰 그녀였다.


정신 못 차리는 그들을 깨운 건 트루브의 목소리였다.


“누구냐니까! 그리고 이 망치는 또 어디서 난 거냐!”


어째선지 대답하지 않는 로크 대신 브루니가 답했다.


“이름은 로크고 인간들한테서 도망쳐 왔데요! 망치는 모르겠고요!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트루브 아저씨!”


하지만 그녀의 말에도 트루브는 멱살을 잡은 손을 풀지 않았다.

그에게서 대답을 듣겠다는 의미였다.


“...망치는 오그래스 무구점에서 샀다.”

“오그래스? 남쪽에 있는 그 인간 마을 말이냐?”

“그렇다.”


그제야 잡은 손을 풀어주는 트루브였다.

하지만 그의 심문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해명할 게 남아있을 텐데?”

“...알았다. 잠깐만 실례하지. 슬립!”


브루니는 유진의 마법에 잠이 들었다.


“후-.”


그는 잠시 한숨을 내쉬곤 마법을 풀어 본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는 분명 자신보다 훨씬 높은 레벨의 전사.

어차피 의심을 산 거, 하나의 거짓도 없이 밝히는 게 이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유진이였다.


“이름은 유진. 판게아서 온 인간이야.”

“어디서 왔는지는 관심 없으니 이곳에 온 이유나 말해라.”

“나는···. 당신을 만나러 왔어.”

“나를? 내가 누군 줄 알고?”

“당신. 그랜드 마스터···. 아니, 오크 워치프 브루트 아니야?”

“......”


트루브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보여준 한수로 이미 정체가 들통난 걸 알았기 때문이다.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맞는 것 같군.”

“그래. 내가 브루트다. 그런데 그게 뭐? 나를 찾아서 어쩌자는 거지?”

“너무 적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단지 전설에나 존재하는 줄 알았던 그랜드 마스터들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이곳에 온 것뿐이야.”

“......”


녀석의 반응을 보아하니 분명 자신이 가져온 망치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이든 브루트가 말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나를 찾은 거냐?”

“고작이라니. 세상을 등진 최강자들을 찾아 나선 건데? 아무도 이유를 모르는 그들의 은둔을 파헤치는 모험. 멋지지 않아?”

“철부지 어린애 같은 소리군.”

“너도 나처럼 많은 일을 겪어보면 이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게 될 거야.”

“헛소리.”


유진의 과거를 알 리 없는 브루트는 백 년도 더 넘게 산 자신 앞에서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 그가 어이없었다.

더는 말을 섞기 싫었는지 그가 등을 돌리며 말했다.


“이 망치는 내가 가져가겠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유진의 망치가 들려있었다.


“어, 어? 이봐! 그건 내 꺼잖아!”

“원래는 내 것이다.”

“뭐?”


유진의 물음이 허공에 메아리쳤다.

어느새 브루트가 사라진 것이다.

귀신같은 속도에 혀가 절로 내둘러졌다.


“이런-. 이제 어떻게 하지?”


&


유진은 우선 브루니를 깨웠다.

워낙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그녀는 그가 잠들게 한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내가 왜 갑자기 잠이 들었지?”

“몰라 나도. 갑자기 픽하고 쓰러지던데?”

“그래? 아니. 그보다 어떻게 된 거야? 트루브 아저씨는 어디 가고?”

“갑자기 나한테 화를 내더니 망치를 뺏어 가더라고. 너 저 사람 알아?”

“뭐? 망치를? 그러실 분이 아닌데···. 그리고 내가 아는 분은 맞아. 종종 이곳에서 수련을 할 때마다 주위에서 나무를 베시던 분이야.”

“그래? 그러면 혹시 어디 사는지도 알고?”

“응. 여기서 조금 멀긴 하지만 대충 기억은 하고 있어.”

“그렇단 말이지···?”


&


유진과 브루니는 돌고 돌며 헤맨 끝에 브루트의 오두막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이 그곳에 도착해 처음 한 일은 그의 집을 두드리는 것이 아닌 노숙 준비였다.

유진은 그에게서 자신의 망치를 돌려받기 전까진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 다짐했고 브루니 역시 트루브가 어떻게 로크를 순식간에 제압할 정도로 실력이 있는지 꼭 직접 물어보고 알아야다며 그의 계획에 동참했다.


스스로 그들 앞에 나타날 때까지 그의 잘못을 피력하며 알짱거리기.

기약도 없고 대책도 없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그들의 시위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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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크 워치프 브루트 20.02.12 54 0 12쪽
27 못생긴 오크 20.02.11 70 0 12쪽
26 오그래스, 망치, 그랜드 마스터 20.02.10 70 1 12쪽
25 마법사가 근접전을 너무 잘해 20.02.09 72 2 12쪽
24 사재기의 전말 20.02.08 79 2 12쪽
23 페가수스가 사는 곳 스카이피아 20.02.07 97 3 12쪽
22 초록 등급의 의뢰 20.02.06 88 3 11쪽
21 새 집 장만기 20.02.05 105 3 12쪽
20 환원 및 개과천선 20.01.24 142 3 11쪽
19 도장깨기 20.01.24 136 3 11쪽
18 복수와 볼드브라더스 20.01.23 139 3 12쪽
17 명예의 전당 20.01.22 159 3 11쪽
16 심사단과 키아나 골드테일 20.01.20 145 3 7쪽
15 의뢰 해결 그리고 9년 후 20.01.19 153 3 7쪽
14 멧돼지의 왕 보어킹 20.01.18 152 3 8쪽
13 첫 의뢰 20.01.17 164 4 9쪽
12 형제들의 해후 20.01.16 178 5 8쪽
11 방학과 아베우스의 오지랖 20.01.15 231 4 7쪽
10 레이먼드 피스키퍼와 집사 길리엄 20.01.14 202 4 7쪽
9 엘리트반 20.01.13 218 4 9쪽
8 이상한 교관들의 방문 20.01.12 222 4 7쪽
7 페어리 테일과 아베우스 와이즈위스퍼 20.01.11 249 4 7쪽
6 판게아의 수도 칼자스 20.01.10 282 4 8쪽
5 출발 20.01.09 371 5 8쪽
4 사대 정령왕 20.01.08 369 4 8쪽
3 테스터 셀리오 20.01.07 437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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