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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차남이 살아남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려개
작품등록일 :
2021.05.26 00:13
최근연재일 :
2021.06.0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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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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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엘다르(3)

DUMMY

사전에 말한 것처럼 지원자만 받았기 때문인지.

마을로 향하는 인원은 나를 포함해서 겨우 21명밖에 되지 않았다.


아서, 에피 2명을 주력으로 해서 로빈과 다른 기사 2명이 끼고 나머지 15명은 일반 병사로 채운.

사실, 마녀를 잡는다는 목적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전력.


기사들과 병사들도 그걸 아는지.

모두가 하나같이 불안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나는 「영웅 전기 3」에 나오는 모든 마녀의 위치를 알고 있었고, 그들의 스탯 또한 당연히 외우고 있었다.


최소한 내가 알기로 이 근방에 아서가 이기지 못할 마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말했지만, 엘다르 마을에서 일어난 사태는 저주 따위가 아니다.

말하자면 자연적 사고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하겠지.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은, 그저 우연의 우연의 우연이 겹쳐서 일어난 불행한 사태.


엘다르 마을의 사태에 마녀나 마법적 요소는 관련되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아는 ‘설정’이었다.


‘다만...’


모든 일이 다 예상대로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일에 변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떠돌이 마법사.’


엘다르 마을 출신 병사가 말하길, 마을 주민들이 격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자.

그런 존재는 내가 아는 ‘설정’엔 존재하지 않았다.


‘호른처럼,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던 엑스트라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만약 그게 아닐 경우...’


어쩌면, 이번 일로 인해 내가 그린 미래도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있었다.


100%, 무난하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일에 갑작스럽게 3자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끼어든 상황.


솔직히 거슬린다.

그래도.


‘할 만하다. 그리고 물러날 수도 없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주요 등장인물들의 행적이나 설정 등에 관해서는 웬만큼 꿰고 있었다.

전방주시만 잘한다면, 돌에 걸려 넘어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정령술을 포기하는 건 너무 아까워.’


미래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수 있으면서, 적당히 강한 힘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엘다르 마을의 히든 피스다.


내 입장에서 봤을 때.

정령술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히든 피스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웬만큼 쓸모 있는 것들은 전부 건드리게 된다면, 미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한 것들뿐이었으니까.


그게 아닌 것들은 정령술에 비하면 모두 어딘가 급이 떨어지는 것들.


그러니 나는 절대로 이번 일에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정령술을 얻지 못하게 된다면, 내가 세운 계획이 그 근간부터 흔들리게 돼버린다.

그렇게 된다면 내 생존 가능성도 뚝 떨어지고 말겠지.


‘괜찮아,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어.’


그래,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만 하면 된다.

내겐 원작 지식이라는 이 세상 그 누구도 넘볼 수가 없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설령, 예상치 못한 문제가 닥치더라도 작은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가면 어떻게든 되는 법이란 걸, 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정보들을 검토하고 있을 때였다.


아서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젠 슬슬 말해줘도 되는 거 아닙니까?”

“또 무슨 헛소리지?”

“아니, 그렇잖아요?”


아서가 답지 않게 좌우를 살피더니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마치 기사들이나 병사들에게는 들려주고 싶지 않은 말이라는 듯이.


“진짜 속셈이 뭡니까? 엘다르 마을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거예요?”

“속셈?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말했듯이 나는 마이어의 피를 잇는 자로서 고통받는 제국민을 도저히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던 것뿐이다.”


그러나 아서는 내 말을 영 믿지를 못 해하는 표정이었다.

만약 나와 아서의 사이가 평범한 상하관계였다면, 당장 목을 베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건방진 표정이었다.


“그리고 엘다르 마을에 대해 뭘 알고 있냐니. 질문의 의도가 뭔지 모르겠군. 내가 이쪽 지방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엘다르 마을이 고통 받고 있다는 것 또한 이곳에 와서 알게 된 것인데.”

“에이, 숨길 생각은 하지 마십쇼. 도련님이 이런 일들을 하실 때에는, 늘 무언가 숨기는 게 있었다는 걸 내가 다 아는데.”


아서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뭘 노리는 거예요? 또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냐고요.”

“...딱히 흉계라고 부를 만할 것 까진 아니다. 그저 포석을 놓을 뿐이지.”

“포석?”

“너는 엘다르 마을이 어떤 마을이라고 생각하지?”

“에? 뭐, 그야... 으음...”

“대답하기가 곤란한가?”

“뭐, 아무래도 그렇지? 특산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재미난 소문이 엮여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이번 일만 아니었다면, 그저 하루만 묶고 지나갔을 정도의 작은 마을인데.”

“맞는 말이군. 허나 절반은 틀린 말이다.”

“예?”

“아니지... 정확히 말하자면 접근하는 방식이 틀렸다고 해야 하나? 엘다르 마을의 강점은 마을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


나는 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엘다르 마을의 강점은 바로 이것이다.”

“흙? 설마 농사를 말하는 겁니까?"

“천지가. 이렇게까지 직접 알려주는데도 알아먹지를 못하다니. 개탄스럽군.”


나는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일리야의 육체가 반응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일리야는 내가 무슨 말을 한 건지 한 번에 알아들었나 보다.


“내가 말한 것은 바로 길이다.”

“길?”

“엘다르 마을은 이른바 교통의 요지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수십 개의 도로가 엘다르 마을 근처를 지나가지.”

“...어?”


그제야 뭔가를 눈치챈 듯, 아서의 표정이 변했다.


“길 자체가 직접 마을을 통과하는 건 아니라 못 보고 지나치기가 쉽지만, 엘다르 마을은 그 모든 도로를 감시하기에 최적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만약 그 마을을 요새화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 되겠나.”


여러 영지로부터 뻗어 나온 길이 회오리처럼 모여드는 곳.

그곳이 바로 엘다르 마을이었다.


그렇기에 인근의 모든 영지와 인접해 있는 마을이기도 했으며.

그렇기에 경계 및 방어의 요충지라고도 할 수 있지.


지금이야, 아직 푸른 장미가 완전히 지지는 않아 각 영주들이 눈치를 살피며 몸을 사리고 있어서 그렇지.

언제 어느 곳에서 누구끼리 영지전이 일어날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각 영지와 인접해 있는 요새란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특히나 엘다르 마을 주변에는 험준한 산지가 있는데다가 근처에 있는 호수 때문에 땅이 질어 많은 병력을 운용하기엔 꽤 애로사항이 꽃피는 지역이었다.

그 말인 즉, 이곳을 잘만 이용한다면 적은 수로도 능히 배가 되는 적을 막아 낼 수 있는 천혜의 요새가 될 수 있단 말이지.


“하지만 영주인 로디 백작은 엘다르 마을을 버렸지. 땅을 지킬 힘도 의지도 없는 이가 그 땅이 원래부터 자기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아, 그렇습니까.’하며 다른 귀족들이 인정해 줄 것 같나? 난세에서 귀족이란 그렇게 유순한 존재들이 아니다.”

“흠...”

“그리고... 그건 제국민 또한 마찬가지지. 그들은 개돼지가 아니다. 엄연한 사람이지. 스스로 사고할 줄 알며, 그렇기에 분노 할 줄 아는. 누가 자신에게 더 좋은 지도자인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진 자들.”

“...설마 반란을 유도하려는 겁니까?”


아니, 애는 뭐가 이렇게 생각이 극단적이야?

애초에 내가 말한 엘다르의 장점은 모두 엘다르 마을의 요새화를 전제 조건으로 한 내용이었다.

그 과정이 먼저 선행되지 않으면, 엘다르 마을은 그저 조금 특이한 위치에 있는 작은 마을 정도에 불과했다.


“마을 인원이 겨우 1,0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그런 곳에서 반란을 유도해 보았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럼?”

“말했듯이, 그저 포석이다. 미래의 한 수를 위한 포석.”


“로디 백작은 그리 유능한 자가 아니야. 그리고 백작령 또한 그다지 좋은 영지는 아니지. 순순히 항복하든 싸우다 항복하든, 로디 백작은 결국 형님의 검 아래에 놓이게 될 거다.”


“이는 그 때를 위한 포석이다. 마을을 버린 로디 가문 대신 마을을 구원하기 위해 나선 마이어가. 참으로 보기 좋은 구도가 아닌가?”

“즉, 도련님께선...”


아서가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나는 그 생각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전략적 요충지란 배신당하게 되면 단번에 아군의 심장을 찔러오는 비수가 되는 법이지.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은 로디 백작이 버린 비수에 독을 바르려고 하는 일이다. 언젠가 품 안에 다시 넣었을 때. 저도 모르게 찔리게 만들 비수에다 말이야.”


아서가 감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도련님은 야비하시네요.”


뭐, 임마?

사람 헷갈리게, 시리. 표정하고 대화는 좀 일치시켜 주지 그러냐?


“설마, 로디 백작은 몰랐던 걸까요? 그러니까 엘다르 마을이 요충지란 사실을 말입니다.”

“아마 알고 있었겠지, 그럼에도 버린 것일 터다. 어차피 그들의 군사력으로는 있으나 마나한 곳이다. 로디 백작은 자그마치 사면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말이지.”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어차피 가져도 의미가 없는 곳. 즉, 그들에게 있어선 계륵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지. 버리기는 아까우니 남들도 쓰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을 거다.”


게임에서는 유령도시로 변한 엘다르 마을과 그 주변 영토는.

정령사 루트를 선택하지 않으면 영원히 점령할 수 없는 곳으로 남아 버리게 된다.

아군도 적도 모두 통과할 수가 없는 데이터상의 벽.

아마도 로디 백작은 그것을 노린 것이겠지.

다만. 여기선 데이터가 아니라 저주에 대한 공포심으로 만들어진 벽이 되겠지만.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다.

순전히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서, 그것도 얼마 가지도 못할 안위를 위해서.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던 영지민을 그대로 죽게 내버려 두다니.

직접 손만 쓰지 않았을 뿐, 사실상 로디 백작이 모두 죽여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씁쓸함을 뒤로 하고 화제를 돌렸다.


“마이어가의 입장에서도 엘다르 마을은 꼭 얻어야 하는 곳이다. 마이어 공작령 기준으로 볼 때, 엘다르 마을은 하이렌 영지로 들어갈 수 있는 길목이기도 하니까.”


하이렌 영지는 발칸 제국에서 마이어 공작령을 잇는 제2의 곡창지대였다.

만약 그곳을 얻을 수만 있다면, 형님이 제국을 통일하기가 더욱 수월해지겠지.

자그마치 제국의 제 1, 2 곡창지대를 한 번에 수중에 넣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로디 백작과는 달리, 하이렌의 영주는 그리 만만한 자가 아니었으므로 이기기가 쉽진 않겠지만, 형님은 이 세계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못 이기면 누가 이겨?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내가 세워온 계획의 9할을 파기해 버려야 한다.

내가 세운 계획들이란 결국, 이 세계의 주인공이 형님이라는 가정 하에 세운 계획들이니 말이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대답은 됐나? 도둑놈?”

“에... 뭐. 그렇죠.”


아서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나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전부 말한 건 아니죠?.’


나는 그런 아서에게.


“물론.”


-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안 가르쳐 주실 거고?”

“물론이다.”


그야 당연하지.

내가 본래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이 세계가 본래는 게임 속 세계였다는 것.

같은 것들은.


영원히, 그 누구에게도, 절대로 알려주지 못할 비밀이었으니까.


그러자

아서도 다시 한 번씩 웃고 얌전히 물러났다.

그 또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말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이유 만이었다는 것을.

내가 언제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무엇을 하든 내가 그것을 절대로 알려주지 않을 거란 것도 또한.


그 후.

이어진 대화는 모두 알맹이가 없는 속 빈 대화들이었다.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잡담.

그리고 기사들과 병사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리고 에피도.


에피는 나를 맹약자로 삼은 후, 처음으로 치르는 전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누가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어깨와 다리가 삐걱삐걱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엇박자를 타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풉.”


병사 중 한 명이 그런 에피가 귀엽다는 듯 웃어버렸다.

에피가 그 병사를 째려보니, 병사는 커흠, 컴 헛기침을 내쉬고 고개를 돌렸다.


‘...에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모든 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 일에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러나 내가 그 비밀을 에피에게 알려줄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터이니.

이것 참, 안 됐구나, 안 됐어.


***


작가의말

내일(6월 9일)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휴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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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에피(2) +2 21.06.04 142 5 18쪽
10 10. 에피 +2 21.06.03 153 4 19쪽
9 9. 정위치와 역위치 +1 21.06.02 151 4 12쪽
8 8. 붉은 달 +2 21.06.01 166 7 12쪽
7 7. 새벽을 여는 자들 +2 21.05.31 167 5 17쪽
6 6. 야영 +2 21.05.30 196 5 16쪽
5 5. 시련 +2 21.05.28 207 7 15쪽
4 4. 가족 +2 21.05.27 235 6 15쪽
3 3. 계획 21.05.26 236 8 13쪽
2 2. 소개 21.05.26 267 9 12쪽
1 1. 한 10년 정도만 일찍 +1 21.05.26 318 1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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