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

공작가 차남이 살아남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려개
작품등록일 :
2021.05.26 00:13
최근연재일 :
2021.06.08 21:2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640
추천수 :
92
글자수 :
97,445

작성
21.05.26 22:27
조회
317
추천
16
글자
7쪽

1. 한 10년 정도만 일찍

DUMMY

나는 빙의자다.


그것도 내가 즐겨 하던 게임의 망나니 엑스트라로 빙의했다.


여타 게임 속 망나니 엑스트라들이 모두 그랬듯이.

이 몸의 원래 주인 또한 게임 초반 주인공의 사이다를 위해 사용되고 죽어버리는 소모성 캐릭터에 불과했다.


좆 됐다.


그것이 내가 현실을 자각하고 나서 내린 결론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한 가지 있었다면.

내가 빙의한 시점이 원작 시작 2년 전이었다는 것.


그렇기에 나는 이제부터라도 행동을 고치고 착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대로 살다가는 예정된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는 게임의 설정들을 이용하며 필사적으로 사망 플래그를 회피하기 위한 1년이 지나갔고.


뭔가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그때쯤이었다.


이것이 개연성이란 것일까.

아니면 운명이란 것일까.

성격 고치고 착하게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사망 플래그가 사라지지 않더라.


나는 공작가의 차남이다.

내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장남이 아니라 차남이라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나는 공작가의 후계자가 아니었다는 것.


공작가의 정당한 후계자는 내가 아닌 바로 나의 형님.

그것에 불만은 없었다.

기실, 그렇게 후계자 자리가 탐나지도 않았다.


난 주제를 안다.

나는 그저 일반인에 불과했다.

여느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들같이 소드 마스터나 대마법사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K-훈타물의 주인공도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정치인 또한 아니었다.


그런 내가 수많은 사람들을 책임져야 하는 공작가의 꼭대기에 앉는다?

영지 말아먹기 딱 좋은 짓이다.


그렇기에 나는 후계자 자리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정말이다.


왜 이렇게까지 내가 후계자 자리에 관심이 없다는 걸 강조하냐고?


행동거지를 고치고 착하게 살기 시작했더니, 이제 와서 주제도 모르고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거 아니냐고 주변에서 수군수군거리기 시작하더라.


실제로.

어느 날, 형님이 말했다.

주제를 알라고.


눈에 살기가 들어차는 것이 보였다.

건수만 잡으면 숙청해버릴 시선이다.

원작에서 저런 눈을 본 적이 있었다.

본래는 2년 후에야 봐야 할 눈이다.


하하하, 제기랄.


10년 넘게 쌓아온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나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째서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진실을 알려는 수고를 하려 하지 않으니까.


물론, 전부가 아닌 대부분이니만큼.

망나니가 정말로 달라졌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분명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공작가 사람들에게 있어, 나는 여전히 망나니에 불과할 뿐이었다.

10년 넘게 망나니짓 한 놈이 겨우 1년 정도 얌전해졌다고 ‘와 대단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실은 동화가 아니니까.


오히려 이 세계 사람들은.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검은 머리 짐승은 믿는 게 아니다.’

-라는 격언을 충실히 마음에 새기고 있는 리얼리스트들이었다.


...난 금발인데.


제길.


안다.

나도 안다.


10년 넘게 쌓아온 업보를 단 1년 만에 청산하겠다는 게 얼마나 건방진 소리인지.


아는데 조금 슬프다.

그리고 두렵다.

이제 게임 본편이 시작될 때까지는 1년도 남지 않았다고.


근데, 지금 상황을 보면.

1년 후는커녕 지금 당장 죽을 것 같다.

내 형님은, 주인공답게 고구마를 정말로 싫어하시는 분이거든.

주제도 모르고 후계자 자리에 도전하는 건방진 망나니 동생을 절대로 가만 놔둘 사람이 아니었다.


씨발! 난 후계자 자리에 관심 없다니까!


그러던 어느 날.

혹시, 이 1년의 오차는 본래 망나니여야만 했던 내가 착하게 살았기 때문에 일어난 비틀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 망나니짓을 다시 시작해보았다.

망나니로 활동하더라도 내가 원작에서 어떻게 죽는지는 알고 있었으니, 그 이벤트만 회피하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이곳은 이벤트로 사건이 진행되는 게임 속이 아닌 엄연한 현실 속이었다.


형님의 시선이 더더욱 차가워졌다.

반드시 치워야 할 쓰레기를 보는 눈이었다. 심지어 사명감마저 느껴지더라.


그 눈을 보고 나는 확신했다.


조졌다.


아, 형님께서는 나를 어떻게든 반드시 죽이려고 하겠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형님은 고구마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시다.


시파. 나보고 뭘 어쩌라고.


권선징악.

착한 주인공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고.

그에 맞서 나쁜 짓을 한 악당들은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


개소리 마라.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착하게 살아도 죽고 나쁘게 살아도 죽게 생겼다.


제기랄.


생존.

본디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가 본능적으로 가지는 욕구다.

그러니 나 또한 당연히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지금의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답을 찾았다.


원작에선 형님은 남부로 간다.


남부.

메인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땅.

풍요롭고 인재도 많고 기연도 많은 그야말로 주인공을 위한 땅.


형님은 그런 남부로 간다.

그곳에 가서 주인공의 행보를 걷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북부로 간다.


북부.

1년의 절반이 겨울인 곳.

물자도 적고 인구도 적다.

동시에 서리 산맥에서부터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막는 격전지이기도 하다.

1년 365일 중, 300일을 전투로 보낸다는 악명이 자자한 곳.


평범하게 생각하자면, 절대로 가선 안 되는 일종의 자진 유배나 다름없는 선택이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달랐다.

북부는 원작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었으니까.


물론, 춥고 험난한 지역이니만큼 지내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겠지.

허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 이게 답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북부로 간다고 했더니.

이제는 북부에서 자신만의 세력을 모을 속셈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더라.


개새끼들아.


아니, 시벌.

상식적으로 북부에서 세력을 모으는 게 가당키나 하겠냐?

몬스터하고 싸우느라 바빠서 같은 인간하고는 다툴 틈도 없을 텐데?


제발 뇌에서 생각이란 걸 좀 거치고 말들을 내뱉었으면 좋겠다.

하여간 음모론을 좋아하는 건, 지구나 여기나 다 똑같네.


이게 다 이 망할 몸의 원주인 새끼가 개망나니처럼 살아왔기 때문이다.


제길.


신님이시여, 제발 조금만 더 빨리 빙의시켜 주시지 그랬습니까.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공작가 차남이 살아남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큰일 났습니다. +2 21.06.10 62 0 -
공지 연재시간은 9시 25분입니다. 21.06.04 68 0 -
15 15. 엘다르(3) +2 21.06.08 72 2 13쪽
14 14. 엘다르(2) +2 21.06.07 83 6 15쪽
13 13. 엘다르(1) +4 21.06.06 115 4 15쪽
12 12. 뒷처리 +2 21.06.05 130 4 15쪽
11 11. 에피(2) +2 21.06.04 142 5 18쪽
10 10. 에피 +2 21.06.03 153 4 19쪽
9 9. 정위치와 역위치 +1 21.06.02 151 4 12쪽
8 8. 붉은 달 +2 21.06.01 166 7 12쪽
7 7. 새벽을 여는 자들 +2 21.05.31 167 5 17쪽
6 6. 야영 +2 21.05.30 196 5 16쪽
5 5. 시련 +2 21.05.28 207 7 15쪽
4 4. 가족 +2 21.05.27 235 6 15쪽
3 3. 계획 21.05.26 236 8 13쪽
2 2. 소개 21.05.26 266 9 12쪽
» 1. 한 10년 정도만 일찍 +1 21.05.26 318 16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