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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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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전시얼
작품등록일 :
2022.05.09 13:26
최근연재일 :
2022.06.09 09:1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890
추천수 :
264
글자수 :
122,125

작성
22.05.12 08:30
조회
218
추천
4
글자
9쪽

<4> 유도된 만남

DUMMY

시우에게 물 잔을 받은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다시 회상에 빠졌다.


‘점술가가 날 보고 낯이 익는다고 했었지.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알고···.’


“모니터를 누가 줬냐니까요?”


시우의 재촉에 여자는 기억에서 빠져나오며 물을 들이켰다.


“사실 며칠 전에 점집에 갔었거든. 갔더니 거기의 점술가가···.”


“뭐라고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녀는 황당해하는 그를 보며 같은 심정인 표정을 지었다.


“한 고양이가 급식소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그 고양이를 잃어버렸었다는 점술가를 만났었거든.”


“에? 그래서 고양이의 보은인 거예요?”


결국 두 사람 모두 실없는 웃음을 주고받았다.


“고양이가 안 굶게 밥을 챙겨줬다며 고마워하더니···.”


여자의 말을 듣던 시우는 재즈 음악보다 큰 웃음소리를 냈다.


“그래서 이런 굉장한 걸 선물했다고?”


그녀 역시 어이없다는 듯 미소만 지었다.


“암튼, 상황은 파악했으니까, 이제 집에 돌아가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그를 보고 재빨리 머릿속의 의문을 꺼냈다.


“어···, 근데 모니터가 왜 그렇게 됐을까?”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냥 영화를 틀고 나서 조금 있다가 그렇게 된 건데···.”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시우는 뭔가를 깨달은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점술가가 왜 이런 일을 꾸민 걸까요? 우린 왜 하필 여기에···.”


“그러게, 왜 하필 여기에 우리가 오게 된 거지?”


그때 고양이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쁘리야, 어떻게 따라왔어?”


집사의 질문에 고양이는 야옹 소리를 내며 물 잔을 앞발로 건드렸다.


“어, 물을 마실래?”


시우는 고양이에게 물을 주는 여자를 지켜보며 말했다.


“자, 여기의 사장이 오기 전에 슬슬 집에 가요.”


때마침 테이블로 다가온 알바생은 두 사람을 막듯이 맞은편에 앉았다.


“저기요, 이번엔 그쪽들이 나를 좀 도와줘요.”


두 사람은 알바생의 뜬금없는 말을 듣고 두 눈만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알바생은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사실 여기를 관두려고 진작에 마음은 먹었는데 말이죠.”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할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오늘, 바로 지금 실행에 옮겨야 할 거 같아요.”


두사람은 알바생의 폭탄선언을 듣고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러니까 사장이 올 때까지 대신 여기를 좀 봐줘요. 알았죠?”


“아니, 그게 무슨···.”


시우가 나섰지만, 짓궂은 얼굴의 알바생은 어느새 자리를 뜬 후 출입문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황당해하던 두 사람은 어쩔 줄 모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의 사장도 저런 알바생을 믿고 일을 맡겨야 했으니, 골치가 아팠겠다.”


시우는 여자의 말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금방 사장이 올 거 같으니까 기다리죠. 오면 집에 가요.”


“응···.”


잠시 후, 손님이 하나도 없는 바에서 주인을 기다리던 그들에게 기척이 들려왔다.


한 남자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재빨리 테이블의 두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선글라스를 끼고 캐주얼한 복장을 한 다부진 체격의 남자는 재즈바의 사장인 게 분명해 보였다.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사장을 바라봤다.


“어···!”


갑자기 여자가 놀라자, 시우는 사장과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우는 충격을 받은 듯한 그녀의 모습에 난감해하며 대신 사장에게 인사했다.


“아, 여기의 사장님이시죠?”


시우에게 웃으며 악수까지 건넨 사장은 절도 있는 몸짓으로 맞은편의 자리에 앉았다.


먼저 앉은 시우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여자를 끌어당겨서 자리에 앉혔다.


“얘기는 전해 들었어요. 태우 대신 일할 분들이라고?”


시우는 사장의 예상 밖의 말을 듣고 얼굴이 어색하게 굳어버렸다.


“예···?”


그러면서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녀는 사장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태우 그 녀석이 아까 전화해서 자기의 대타를 구해놨다고 하더라고요.”


시우는 결국 사장의 말을 듣고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문제가 있어요?”


사장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하는 그 순간, 여자의 비명이 터지고 말았다.


놀란 두 남자는 동시에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냐는 시우의 반응과는 달리, 사장은 그 이유를 아는 것처럼 씩 웃음 지었다.


“알아봐 주니까 고맙네요.”


사장의 말을 들은 시우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감격한 여자의 모습까지 살피던 시우는 자기의 눈을 다시 한번 의심하며 물었다.


“고유룡 씨?!”


시우까지 그렇게 나오자, 사장은 더욱더 뿌듯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태우 그 자식이 개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네.”


피식 웃던 사장은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두 사람에게 말을 이었다.


“요즘 그만둬버릴까 봐 불안했는데, 이렇게라도 돼서 다행이네요.”


사장은 새로운 알바생들의 존재에 매우 만족스러워 보였다.


“이왕 시작한 부업을 잘 좀 해보려고 하는데, 아르바이트가 늘 골치였거든요.”


시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섰다.


“저···, 잠시만요.”


“왜요, 어렵지 않으니까 일단 일해봐요.”


“그게 말이죠. ···할머니, 무슨 말을 좀 해봐요!”


여자는 자기의 팔을 건드리며 속삭이는 시우를 보고 정신을 차린 듯 눈을 깜빡거렸다.


“아, 저···.”


사장은 말을 못 잇는 그녀와 시우에게 재밌다는 듯 미소 지었다.


“두 사람, 애인 사이에요? 뭐, 둘 다 일해도 상관없어요.”


그때 다른 곳을 돌아다니던 고양이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어, 웬 고양이가 여길?”


여자는 조금 당황한 사장을 보면서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제 고양이에요!”


“아, 그래요? 얘도 여기서 같이 일한대요?”


사장의 웃음소리가 바에 울려 퍼지자, 거의 정신이 돌아온 두 사람은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곧이어 사장은 진지한 목소리로 새 알바생들에게 말했다.


“자, 오늘은 첫날이니까, 한번 같이 일해 봅시다! 이름이?”


여자는 사장에게 눈을 떼지 못한 채 먼저 대답했다.


“노묘화요.”


“전 도시우요.”


사장은 바를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귀여운 눈빛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쟤는?”


그러자 묘화는 밝게 웃으며 외쳤다.


“쁘리요!”




***




태우라는 알바생의 농간을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그렇게 대타가 되었다.


묘화는 사장에게 고백을 시도하려는 시우를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가로막은 상태였다.


그래서 시우는 둘만 남겨진 순간 답답하다는 듯이 그녀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왜 말을 못 하게 해요? 진짜 여기서 알바라도 하려는 거예요?”


“나도 모르겠어. 근데, 일단은 나한테 시간을 좀 줘. 아직 뭘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마찬가지로 복잡한 시우도 갈피를 못 잡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하필 여기로 온 건지 아깐 몰랐는데, 저 사람을 여기서 만나고 나니까 조금은···.”


시우는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그 점술가가 다 유도한 걸로 생각해요?”


“아무래도···.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여기서 바로 저 사람을 만났겠어?”


“대체 그 점술가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참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유룡 씨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절의 그 모습이란 거야.”


시우의 눈은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갑자기 동그래졌다.


“어, 혹시···, 그 영화를 틀어서??”


그는 어리둥절한 그녀를 보고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


“잘 생각해 봐요. 우리가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할머니가 그 영화를 골랐잖아요.”


“그럼,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로 왔다는 거야?”


“그게 아니면 왜 고유룡이 저렇게 젊겠냐고요!”


그녀는 인정하는 듯 말없이 눈만 깜빡거렸다.


“그 영화를 찍을 때 고유룡이 몇 살이었어요?”


시우의 질문에 잠시 따져보던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변하며 답했다.


“25살? 아니, 26살일 거야.”


“와, 대체 얼마나 과거로 온 거야.”


시우는 황당해하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그녀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왠지 감격스러운 마음이 더 커 보였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점술가가 묘화의 회상 속에 다시 나타났다.


“이런···, 이게 웬일이야. 할머니, 오래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계시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놀란 할머니는 잠시 머뭇거렸다.


“예, 근데 그런 것도 점괘에 나오나요?”


“혹시 저처럼 젊어진다면, 뭘 제일 먼저 하고 싶으세요?”


할머니는 역시 엉뚱한 점술가의 질문을 듣고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저, 할머니의 마음을 알 거 같아요. 아까 말했던 사랑하는 남자···.”


묘화는 그때 당시 점술가의 말들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순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뭔가 얘기를 더 하려는 거 같았는데, 무슨 말이었을까?’


“정신 좀 차려요. 고유룡이 온다고요!”


멍한 그녀는 옆에 있는 시우의 말을 듣고 현실로 돌아왔다.


어느새 테이블로 다가온 짝사랑을 본 그녀는 자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유룡은 그녀를 묘한 미소로 훑어보다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 옷차림으로 여기서 일하긴 좀 곤란한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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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유도된 만남 22.05.12 219 4 9쪽
3 <3> 체인지(change) 22.05.11 298 5 9쪽
2 <2> 고양이의 보은 +2 22.05.10 376 6 9쪽
1 <1> 사랑하는 할머니 +2 22.05.09 682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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