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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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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전시얼
작품등록일 :
2022.05.09 13:26
최근연재일 :
2022.06.09 09:1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889
추천수 :
264
글자수 :
122,125

작성
22.05.11 09:18
조회
297
추천
5
글자
9쪽

<3> 체인지(change)

DUMMY

다음 날 저녁, 할머니의 집에 다다른 시우는 동시에 도착한 택배기사와 만났다.


이어서 시우는 기사 대신 커다란 택배 상자를 들고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어준 할머니는 설마 하는 얼굴로 상자부터 바라봤다.


“웬 택배에요? 이렇게 큰 걸.”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갑자기 떠오르는 말을 내뱉었다.


“어, 고양이의 보은이야. 참 빨리도 왔네.”


어리둥절한 시우는 설치 기사라도 되는 것처럼 상자를 뜯기 시작했다.


“아, 식사는 하셨어요?”


“응, 너는?”


“먹었어요. 어! 이거, 모니터네.”


두 사람은 새 모니터를 들고 기존의 모니터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엄청나게 큰 모니터를 이리저리 뜯어보던 시우는 상자에서 또 다른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팔찌 형태의 작은 USB였다. 그리고 또 하나, 완충 비닐에 싸인 뭔가도 있었다.


“이게 다 뭐래요?”


시우는 침대에 앉아서 지켜보는 할머니 대신 비닐을 벗겼다.


안에서 나온 건 지난번에 점집에서 봤던 유리병에 든 보랏빛 음료였다.


“이것도 고양이의 보은이에요?”


그녀는 웃으며 묻는 그에게 그것을 건네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왜 보내줬지?’


그는 의아해하는 그녀를 보며 손을 뻗었다.


“목마른데, 제가 그걸 마시면 안 돼요?”


그의 말을 듣고 왠지 그러면 안 될 거 같은 기분이 든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점술가가 권했던 걸 이번엔 마셔보기로 한 그녀는 뚜껑을 연 음료를 한꺼번에 들이켰다.


‘포도 맛인가? 이게 무슨 맛이지?’


잠시 후 모니터를 설치한 시우는 마지막으로 동봉된 USB를 연결했다.


그러자 화면에 뜬 창에 딱 하나의 파일이 보였다.


“컴백홈···?”


그의 말을 들은 할머니도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뭔데?”


“아, USB 안에 파일이 하나 있어서요. 뭐지?”


“글쎄, 내가 나중에 물어보지, 뭐. 그걸 나한테 줘봐.”


건네받은 그녀는 팔찌 부분을 만지작거리다가 자기의 팔목에 그것을 꼈다.


시우는 원래의 모니터와 새것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와, 쓰던 모니터에 비하면 진짜 크긴 크네요.”


그녀는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를 흐뭇하게 보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나 틀어보자.”


“어떤 거요? 설마···.”


“큰 화면으로 드디어 보게 돼서 기다렸어.”


“아이고, 어련하시겠어요.”


그는 바탕화면의 한 폴더에 들어가서 할머니가 가장 자주 보던 짝사랑의 ‘그 영화’를 클릭했다.


영화가 플레이되고 익숙한 오프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무릎을 꿇고 작업하던 시우도 편하게 바닥에 앉아서 화면을 바라봤다.


곧이어 본격적인 영화가 시작된 그때, 경악스러운 비명이 방에 울려 퍼졌다.


순간 놀라서 뒤돌아본 시우에게 할머니 대신 웬 젊은 여자가 보였다.


“누, 누구세요??”


기겁한 그를 보는 여자 역시 거의 패닉 상태였다.


그녀는 동그래진 눈과 당황스러운 몸짓으로 자기의 몸 여기저기를 만지며 훑어보고 있었다.


“뭐야, 이게···. 내 몸이···!”


그는 할머니와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를 보며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시우야, 내가 왜 이러니?”


얼른 전신거울로 다가간 그녀는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이럴 수가!!”


그녀를 난감하게 쳐다보던 그는 뭔가를 발견하고는 더욱더 놀라기 시작했다.


어느새 세로로 세워진 새 모니터에서 묘한 빛이 뿜어 나오면서 방 안을 물들였다.


“이건 또 뭐야!”


외치는 그를 보던 그녀도 모니터의 희한한 현상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니터 자체가 마치 미지의 입구라도 되는 것처럼 시커멓게 변해버렸다.


“시우야, 저게 뭐야?”


“내가 어떻게 알아요!”


두 사람 모두 어쩔 줄 모르다가 먼저 사태를 파악한 듯한 시우는 암흑의 입구에 한 발짝 다가갔다.


“저거···, 꼭 어디로 들어가는 문 같지 않아요?”


그의 말에 동의한 것처럼 여자도 그곳으로 다가섰다.


“너, 영화를 튼 게 아니었어?”


“맞아요, 근데 갑자기 저렇게···.”


호기심에 사로잡힌 두 사람은 동시에 그 입구를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갔다.


곧 그들은 시커먼 저편에 있는 뭔가에 의해 빨아 당겨지듯이 차례로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




기절하면서 정신을 잃었던 두 사람은 점점 크게 들리는 야옹 소리에 눈을 떴다.


어두워진 저녁, 낯선 그곳은 황당하게도 번화가의 좁은 뒷골목인 듯했다.


쓰레기장의 바로 옆에 쓰러지듯 기대앉은 두 사람을 깨운 건 놀랍게도 할머니의 반려묘였다.


“어, 쁘리야!”


여자가 외치자, 시우도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친근하게 품에 안긴 고양이에게 말했다.


“여긴··· 어디지? 너도 따라온 거야??”


그렇게 셋이 낯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쩔 줄 모르고 있던 그때, 옆에 있는 문이 열렸다.


건물에 딸린 뒷문을 열고 나온 건 어떤 젊은 남자였다.


그는 나오자마자 쓰레기 옆에 주저앉아 있는 두 사람 때문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알 바가 없다는 듯이 담배 하나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에이, 그만둬버려야지.”


자리에서 일어난 시우는 화가 난 남자의 곁에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저기···, 여기가 어딘가요?”


“예??”


황당한 얼굴로 되묻는 남자에게 이번엔 고양이를 품에 안은 여자가 다가갔다.


“저, 저희가 갑자기 여기에 와서요. 좀 도와주실래요?”


남자는 복장과 안 어울리는 예쁘장한 여자의 말을 듣고 표정이 좀 누그러졌다.


“뭘··· 도와드려야 되는데요?”


“아, 여기가 무슨 동네인지도 궁금하고···.”


남자는 여자와 시우를 번갈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괜찮으시면, 나오신 그곳에 저희를 좀 데려가 주실래요?”


이어진 그녀의 말을 들은 시우도 당황하고 말았다.


“고양이까지 데리고 있어서, 일단 좀 들어가게 해주세요.”


남자는 확실히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다가 에라 모르겠다는 얼굴로 답했다.


“뭐, 어차피 관둘 거니까, 같이 들어갑시다!”


곧이어 미아가 된 두 사람은 남자를 따라서 건물의 지하로 내려갔다.


재즈가 흘러나오는 바(bar)에 앞장서서 들어간 남자는 아무래도 그곳의 아르바이트인 듯했다.


두 사람을 소파로 된 테이블에 앉힌 알바생도 맞은편에 앉았다.


여자의 품에 있던 고양이는 어느새 가게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알바생은 헛기침을 한 후 두 사람에게 말했다.


“좀 이따가 여기의 사장이 오긴 할 텐데, 그때까지라도 있어요, 그럼.”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 지었다.


“감사해요, 근데 여기는 무슨 동이에요?”


“무슨 외계인이라도 되시나?”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어이없다는 듯 웃는 알바생을 보며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oo동이에요. 설마 돈까지 빌려달라는 건 아니겠죠?”


여자는 알바생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우에게 물었다.


“너, 돈은 가지고 있어?”


“돈?”


당황한 시우는 자기의 바지 주머니를 뒤지더니 지갑을 꺼내 보였다.


그녀는 또다시 안심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아, 다행이다. 난 없거든.”


알바생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시우는 그제야 낯선 여자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가 자세히 쳐다보자, 옆에 앉은 여자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내가 누구냐고?”


그는 이미 알고는 있지만, 차마 믿을 수 없다는 듯 끄덕거렸다.


“나야, 나 맞는다고. 네가 도와주던 그 할머니.”


갑자기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어이없지? 난 더 그래. 하지만 이렇게 된 걸 어쩌라고.”


“와, 이게 꿈이라면 누구의 꿈일까요?”


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글쎄, 아마도 내 꿈이 아닐까?”


“진짜···, 살다 살다 이게 대체···.”


“나도 마찬가지야. 넌 모습이 그대로지만, 변해버린 난 더 황당하다고.”


“참네···.”


그때 알바생이 바 테이블에서 그들을 불렀다.


“뭘 좀 마실래요? 내가 쏠 테니까, 주문해 봐요.”


두 사람은 어쩔 줄 모르며 서로를 바라봤다.


여자는 문득 갈증을 느낀 것처럼 알바생에게 말했다.


“그냥 물 한 잔만 주세요.”


“둘 다요?”


시우도 어쩔 수 없이 물을 주문했다.


“아까 그 음료···, 그걸 마셔서 변한 게 맞죠?”


여자는 물어보는 시우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터를 선물한 사람이 대체 누구예요? 고양이의 보은은 또 뭐고.”


“아···.”


망설이던 여자는 점술가와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날 점집에서 문제의 보랏빛 음료를 권해줬던 점술가가 물을 다시 갖다준 후였다.


“할머니, 연세치고 젊어 보인다. 그런 말을 많이 들으시죠?”


“뭐, 좀.”


괜히 기분이 좋아진 할머니를 흥미롭게 쳐다보던 점술가는 뭔가 결정을 내린 듯 진지해졌다.


“혹시 저처럼 젊어진다면, 뭘 제일 먼저 하고 싶으세요?”


그 순간을 떠올린 여자는 왜 점술가가 그때 음료를 권했던 건지를 짐작한 듯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그때 마셔버렸다면···. 근데 다시 할머니로 돌아가는 건 언제지?’


시우는 생각에 빠진 여자에게 물 잔을 건네며 말했다.


“정신 차리고 마셔요. 앞으로 어떻게 할지나 고민하자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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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유도된 만남 22.05.12 218 4 9쪽
» <3> 체인지(change) 22.05.11 298 5 9쪽
2 <2> 고양이의 보은 +2 22.05.10 376 6 9쪽
1 <1> 사랑하는 할머니 +2 22.05.09 682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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