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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세기말 악의 조직의 말단조직원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10.28 18:46
최근연재일 :
2022.12.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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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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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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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7

DUMMY

그렇게 시작된 ‘교육’은 장장 다섯 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아직도 남은 분량이 있었으나 시간이 됐다며 형구를 빼주는 선배에 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물론 단번에 일어나지 못해 몇 번이고 비틀댔다.


‘머리 아파... 이러려고 아침 댓바람부터 나를 불렀나.’


속에서는 자꾸 욕지거리가 올라온다.

말단 조직원 모두가 분기마다 한 번씩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이지만, 그 진실은 광신도를 양산하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이때 받은 교육의 영향으로 간부가 되었어도 조직에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인사가 많다고 하더니...’


과연 장난이 아니었다.

왜 독재국가에서 정보를 통제하고 선전에 힘쓰는지 순간 이해가 갈 정도로.


‘내 동기들이 왜 그렇게 넋이 나가 있었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네.’


나는 부족한 시간 관계상 다섯 시간으로 마쳤지만 본래는 열 시간, 개정판은 여덟 시간이라고 하니...

더욱이 그들이 나와 같은 정신 방어 특성이 있는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신들이 다스리는 신화시대는 이미 옛적에 끝났는데 대체 이게 뭐하자는 짓인지...’


원작을 아는 나는 그 이유 역시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 교육이 싫었기에 속으로 불만을 늘어놓았다.


[치지직- @!$% 특ㅅᅟᅥᆼ: ㅇㅣ성ㅢ 확ᅟᅵᆫ이 발ㄷ......]


이 소리는 귓가에서 울리는 걸까, 아니면 뇌리에서 퍼지는 걸까?

내 정신이 흐트러졌을 때면 늘 들려오던 잡음이 오늘따라 유독 크게 울렸다.


‘그래도 좀 쉬니까 낫네...’


잡음과 함께 두통이 가셨다.

선배는 마지막 자비인지 내게 약간의 휴식시간을 주었고, 나는 눈을 감은 채 상태를 점검했다.


‘머리가 아픈 걸 빼면 전과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고... 조직의 사상교육이 정신 공격으로 치면 못해도 B랭크는 될 텐데 이걸 견디는 걸 보면 내 특성은 최소 B 이상이라는 거지. 이건... 써먹을 수 있겠어.’


나는 이 정신방어 특성에 임의로 ‘이성의 확신’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신의 진체(眞體)를 본 자는 죽거나, 미치거나...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했던가?’


이 세계는 신이 실재하는 세계다.


아무리 아비가 신들의 왕인 제우스였다 한들,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한낱 반신에 불과한 디오니소스가 어떻게 다른 신들을 제치고 주신(主神)을 상징하는 12개의 황금의자 중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원작은 이를 디오니소스의 어미였던 테베의 공주, 세멜레가 제우스에게 스틱스 강의 맹세를 받아 그의 진체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 대가로 세멜레는 까맣게 타죽었지만, 뱃속의 아이였던 디오니소스는 살아남았다.


‘판본에 따라 디오니스소의 어미가 테베의 공주 세멜레가 아닌 명계의 여왕 페르세포네로 나오기도 하지만...’


물론 디오니소스가 주신이 될 수 있었던 것에는 이러한 이유 하나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크로노스의 장녀인 헤스티아가 의자를 양보해준 까닭도 있을 테고, 아직 달이 차지 않은 디오니소스를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직접 허벅지에 넣어 길렀으니, 인간의 육을 벗고 신으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었겠지.


이건 마치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과도 닮았다.

뇌손상을 입은 이들 중 극히 일부가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얻게 되는 것처럼 신과 같은 거대한 영적 존재를 마주한 여파로 영체에 상처를 입고, 이게 낫는 과정에서 새로운 재능이 개화되는 것이다.


‘서번트 증후군의 발생확률은 100만 분의 1이라고 했던가? 이것도 확률은 거의 비슷하겠네.’


주로 얻게 되는 재능은 ‘마안(魔眼)’이지만, 굳이 마안이 아니더라도 온갖 특이한 이능이 개화되곤 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이 마안(魔眼)이었다.


‘각 마안마다 고유한 능력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특징은 마나를 맨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거야.’


술사 계통으로 나갈 경우,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재능...

아니, 굳이 술사가 아니더라도 마나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메리트였다.


그리고 내겐 ‘이성의 확신’ 말고도 다른 특성이 하나 더 있었다.

특성이 있는 인구 자체가 적단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 두 개의 특성은 빙의자인 나를 위한 특전일지도 모른다.


‘사고 가속, 이게 없었으면 일 못했지...’


내가 ‘사고 가속’이라 이름 붙인 이 특성은 ‘이성의 확신’과 달리 평소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특성이었다.

내가 정신을 집중할 때면 시간이 느려지다가 이내 정지하게 되는데 이 상태에서 신체를 움직이거나 할 수는 없지만 사고의 속도는 절대 감소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고 가속’.

이 특성 덕분에 나는 대화 도중에도 얻은 정보를 빠르게 취합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율을 높일수록 머리에 부하가 오며 정지 상태를 오래 유지할 경우, 두통이 심해진다.


‘업무에서 쓸 수 있다는 건 전투에서도 사용 가능하단 건데...’


아직은 사무직이지만, 언젠가는 직접 싸워야하는 날이 오리라.

이 빌어먹을 세상은 분명 그러리라.


비록 ‘사고 가속’이 생각의 속도만큼 육체를 빠르게 해주는 특성은 아니었지만, 반사신경만큼은 무한에 가깝게 올라가게 해주니, 수 싸움에서 있어서만큼은 절대 지지 않으리란 자신... 아니, 확신이 있었다.


‘멈춘 세계에서의 수 싸움. 지는 게 더 어렵지.’


‘사고 가속’으로 무한에 가까운 휴식시간을 얻게 된 나는 이 세계의 역사를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이 세계는 관리자, ‘만물의 어머니’가 죽은 동포들의 유해를 빚어 만들어졌다.

어떻게 보면 이 관리자야말로 창조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인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만든 세상을 오랜 세월 관리하던 ‘만물의 어머니’는 이스라엘에 자신을 대신할 ‘지혜의 왕’을 만들며 영면에 들게 된다.

그게 바로 기원전 1,000년 경. 무려 3,000년 전의 일이다.


이 세계의 관리자가 사라짐에 따라 이 세계에선 모든 이적의 근원이 되는 ‘신의 숨결’, 마나(Mana)가 점차 옅어지기 시작한다.

현대에 이르러선 용혈 위에 있는 특정 몇 곳을 제외하면 존재를 확인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


당연히 신들도 전부 사라졌다.

관리자에게 ‘생명의 열매’를 하사받아 그녀와 강력히 연결되어 있던 신들은 말 그대로 신화적인 위용을 선보일 수 있었지만, 그만큼 영향도 많이 받았기에 관리자가 잠이 들자 더 이상 이 땅에 존재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낙원’으로 떠나거나 ‘윤회의 고리’로 돌아갔다


‘만약... 이야기가 이걸로 끝이라면 내가 바라는 신도 없었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윤회의 고리로 돌아갔던 신들이 하나 둘 환생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바로 ‘다음세대의 신’이라 불리는 이 소설의 주역이다.


조직의 ‘현 목표’는 그들이 이 새로운 시대에 어우러질 수 있도록 ‘교육’하여 인류에게, 보다 정확히는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는 것.


언뜻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신이 괜히 신이겠는가?

이 세계의 현상이 되는 존재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로 영락시키는 행위는 탈이 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신성’이 추락한다.

정신에 병이 생기고 ‘광증’에 시달린다.


더욱이 다음세대의 신들은 마지막 재앙, ‘방문자’들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

이 상태에선 ‘대침공’이 일어나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이제 곧... 인가? 만물의 어머니, 관리자가 재앙의 시작과 함께 눈을 뜨는 게...’


관리자가 깨어나면 이 세상에는 다시 마나가 퍼지겠지만, 현대의 인류에게 있어 이 또한 재앙 중 하나에 불과하다.

현 인류는 마나를 받아들이고 다루는 기관이 대부분 퇴화되어 있으니까.


더욱이 이 새로운 마나는 이전 신화시대에 있던 마나와도 성질이 달랐다.


‘새로운 신의 숨결은 그 성향 자체가 음(陰)에 치우쳐져 있어 모든 것을 강제로 안정시키지.’


이 음의 성향을 띤 마나로 인해 지구에는 빙하기가 도래하고 이게 바로 세 번째 재앙, ‘영원한 겨울’의 시작이다.

이때부턴 화약이 더는 터지지 않고, 핵이 더 이상 분열하지 않으며, 불이... 붙지 않는다.

적어도 지구에서는...


첫 번째 재앙으로 인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인류는 이 영원한 겨울로 인해 멸종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정말이지 작가가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암울한 세계관.


‘이성의 확신이 없었으면 나도 따라 미쳤을 거야.’


솔직한 심정으론 차라리 미치고 싶었다.

이 세계는 뇌를 살짝 빼고 즐겨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미치고 싶어도 미치지 못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저주’에 더 가까웠다.


“지금쯤이면 원로님의 일도 대충 마무리 되었을 테니 바로 가도록 할까요?”

“네...”


아무래도 더 기다려주진 않으려나보다.

‘사고 가속’을 사용한 정신적 피로를 식힐 틈도 주지 않고 그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내게 이런 끔찍한 짓을 자행해놓고 밝게 웃는 그가 가증스러웠다.

나는 앞장서 가는 그의 뒤를 따라 첫날 이후 한 번도 만난 적 없던 원로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왔나...?”


아아, 그 목소리다!

‘시간의 경계’에서 나를 깨운 목소리.

거의 반년 만에 만나는 것인데 그 빙하를 닮은 듯 차가운 음성은 여전했다.


‘실제 나이가 쉰이 넘었다고 알고 있는데... 저 외모와 분위기는 진짜...!’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결코 쇠하지 않을 강철 같은 분위기.

허나 그 차가운 느낌은 쇠의 질감보단 차라리 영구동토의 서늘함에 더 가까웠다.


그는 서류를 보고 있었는지 자리에 앉은 채 고개도 들지 않고 우리를 불렀다.


그의 뒤편으로 마치 예술품을 보는 것 같이 화려한 활 하나가 걸려있는 게 보였다.


‘저 활이 그건가? 절대 빗나가지 않는 활, 「페일노트(Failnaught)」...’


그 전설 속의 명궁은 세월을 머금어 더없이 고풍스러웠고, 자신이 장식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듯, 손잡이 부분이 반질댔다.


‘고작 앞에 서는 것만으로 이렇게 떨리는데...’


과연 협상이 가능하긴 할까?


나의 특성, ‘이성의 확신’으로 인해 정신만큼은 평소 그대로였지만, 육체는 두려움에 잠식되어 조금씩 떨림이 번져나갔다.


‘심기가 불편한 건가? 아니면 나를 시험하는...’


이번 대의 공간의 원로인 그는 그저 불편한 기분을 느끼는 것만으로 상대가 공간 그 자체로부터 거부당하는 느낌을 받게 할 수 있었다.

첫날에 느낀 그 기묘한 압박감이 착각이 아니었던 거다.


‘이런 게 여덟이나 더...’


전에 말했듯 원로는 모두 아홉이 존재한다.

각 원로는 이 세상을 구성하는 아홉 물질 중 하나를 상징하는데 ‘공기(空氣)’, ‘시간(時間)’, ‘마음(心)’, ‘공간(空間)’, ‘지구(地球)’, ‘물(水)’, ‘영혼(靈魂)’, ‘불(火)’, ‘에테르(Ether)’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공간과 에테르는 특별하지.’


원로들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원로’는 반드시 이 두 속성 중 하나에서 뽑힌다.


‘9원로 이강현은 공간의 원로, 다른 말로는... 아카샤(Akasha)의 원로.’


아카샤(Akasha)는 그 자체로 공간(空間)을 상징하며 불교에서의 공(空)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아카샤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시작점이기에 공간의 원로는 그 적성이 있는 존재를 찾는 것부터가 매우 어려운 편에 속했다.


‘광원 선배가 자질이 있는 분야가 물과 불이었나?’


카피바라 수인인 만큼 그를 상징하는 것은 ‘쥐’다.


흔히 사람들은 쥐를 무시하지만, 우리나라의 신화 중 하나인 창세가(創世歌)에 등장하는 쥐는 우리가 아는 쥐와는 차원이 다른데 창세가의 최고신이라 할 수 있는 미륵이 세상을 만들 때 불의 근원과 물의 근원을 찾을 수 없어 찾아가 물은 존재가 바로 쥐이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창조신의 위를 가진 존재가 손수 찾아가 지혜를 구해야했던 짐승.


이에 ‘쥐’는 미륵에게 불의 근원은 돌과 쇠의 부딪힘, 물의 근원은 소하간의 샘물이라 일러주니 미륵은 크게 기뻐하며 쥐에게 세상 모든 뒤주에 대한 권리를 허락했다.


이게 바로 창세가가 설명하는 쥐가 곳간을 드나드는 이유.

뒤주는 미륵이 허락한 쥐의 영역이기에.


‘하지만 이런 좋은 기원을 물려받은 선배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원로가 되지 못했지.’


‘원로 후보’는 나와 같은 말단의 시선으로 볼 때 무척 거창해보이고 실제로도 거창한 위치가 맞긴 하지만, 원로 후보가 실제 원로의 자리에 오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한데... 자리를 탐낸 누군가에게 암살당해서가 아니라, 탑과 계약의 맺어 종의 한계는 물론 수명의 한계까지 뛰어넘은 원로보다 먼저 늙어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현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현대에 태어난 인간...


1000년을 넘게 산 다른 원로와 달리 장생종도 아니고, 마나의 축복도 받지 못했기에, 수명의 한계를 넘어봤자 고작 두 배 늘어났을 뿐.


아마 그렇기에 나를... 아니, 이 ‘몸’을 만들었으리라.


‘아직... 이 몸을 나와 동일시하는 건 힘드네. 심리적인 문제인가?’


역시 이 세상은 더럽다.

누구는 빙의하자마자 말단 조직원이 되어 이리 저리 구르는데 누구는 그저 타고난 자질만으로 원로의 자리에 오르다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나는 감히 그를 동정했다.

부러워할 지언정 질투까진 가지 않았다.


‘아들을 죽이고서 오른 자리...’


그의 자리는 아들의 희생을 발판삼아 오른 자리였으니까.


이 세계의 역사는 곧 ‘상실의 역사’이기에 ‘존재의 승화’를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그의 경우에는 그게 자식이었다.


물론 자세히 파고들자면 사정이 좀 복잡하다.


강현의 첫째 아들은 ‘진리’에게 ‘눈’을 받아 마침내 삼라만상 모든 것의 관측자가 되었다.

하지만 설령 이 세계의 ‘현상’ 그 자체인 ‘신’이라 한들, 관리자와 동급, 이 세계의 ‘개념’ 그 자체인 ‘이데아’의 신체를 받고서 이를 견뎌내기란 참으로 요원한 일이었다.


강현의 첫째 아들은 그에 대한 반동으로 불타 죽게 된다.

강현이 공간에 자질을 갖게 된 것은 그때이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 울부짖는 아비의 눈물을 스스로를 잃고 결국 ‘누군가’가 되어버린 아이가 닦아줌으로서...


‘순간이나마 삼라만상 모든 것과 맞닿은 거니까 그럴 수밖에...’


원작에선 이 장면을 「불길이 모든 것을 삼키었다. 그 아비의 눈물까지도...」 정도로 표현했다.


‘심지어 저 자리의 원래 주인은 저들 일가의 철천지원수였다지. 나름의 복수인가?’


전대 공간의 원로이자 이전 최고 원로였던 「잊혀진 자(Forgotten One)」

기록말살형에 처해져 역사가 지워졌기에 그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 자는 현재 남아있지 않지만 원작을 읽은 나는 그를 똑똑히 기억했다.


원작 내용을 따로 옮겨 적을 때에도 그에 대한 것만은 ‘기록’되지 않았기에 나는 그를 ‘기억’해야만 했다.


‘그의 진짜 이명은 「공포의 존재(Dread One)」’


원작에서 ‘만악의 근원’ 정도로 묘사되며 첫 등장 시에도 굉장한 포스를 내뿜는다.

절대적으로 묘사되는 원로들을 상대로 시종일관 압도하는 모습은 실로 전율적.

자신에게 맞서는 연합군 앞에서 그는 담담히, 그리고 고고히, 다만 이렇게 선언했다.


-만인이여, 무릎 꿇겠는가?


이에 감히 서있는 자가 없더라.

저 만인지상의 위치 같던 원로들마저 그 만인에 포함되어 모두 고개를 내깔았다.


그는 그 어느 순간에도 쫓기는 자가 아닌 쫓는 자였다.

사냥당하는 자가 아니라 사냥하는 자였다.


그는 적들의 위용 앞에도 물러서는 대신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걸 택했다.

그리고 재차 물음을 던진다.


-입을 열어 대답할 필요는 없나니, 그대들은 그저 침묵으로 답하라.


그가 입을 열 때마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고개가 더욱 숙여진다.

마치 왕을 경배하듯이.


‘모든 인간은 공포의 열렬한 신자니까.’


-친애하는 나의 배신자들아, 관리자의 종이자 스스로 찬 족쇄를 자랑하는 노예들아, 공포를 마주할 준비가 되었느냐?


그는 그렇게 마지막 물음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묻노니... 만인이여, 엎드려 빌겠는가?


이에 원로들은 그의 말처럼 그저 침묵으로 답한다.

그 자리에 무릎 꿇음으로서...


이런 파격적인 등장과 달리 그의 마지막은 다소 허망했는데 그럼에도 그가 작중 인물들에게 미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과연 ‘만악의 근원’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나는 작중 그에 대한 소개문을 속으로 읊어보았다.


‘하늘에서 공포의 제왕이 내려오리라. 그 이름은 앙골모아 바ㅆ-’


치직!


‘뭐지? 앙고ㄹ-’


[치지직-! 저ㅎᅟᅡᆼ에 실ㅍㅐ.......]


생각이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찢겨진 테이프처럼 마지막 구간만이 반복됐다.

원작을 아는 나는 이게 무슨 현상인지 알았다.


‘씨발!! 외신의 저주에 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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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7 +3 22.11.04 164 9 17쪽
7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6 +2 22.11.03 182 7 10쪽
6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5 +1 22.11.02 200 9 12쪽
5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4 +1 22.11.01 262 14 16쪽
4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3 +2 22.11.01 345 15 14쪽
3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2 +4 22.11.01 482 18 13쪽
2 1장. 나는야 말단 조직원-1 +2 22.11.01 731 26 10쪽
1 0. Prologue. +8 22.11.01 717 4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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