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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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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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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3,659

작성
22.10.16 22:00
조회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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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10장. 새로운 시대(New Age) 2

DUMMY

늦은 밤, 나는 습관처럼 팔에 상처를 내어 시리우스에게 피를 주려다가 말았다.


“아, 이제 피를 줄 필요가 없지.”


시리우스는 일전 내가 준 아르케 2개를 온전히 흡수한 뒤, 구태여 내 피를 마실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굳이 마실 필요가 없긴 하지만 주신다면 딱히 거절하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변화가 달갑지만은 않은지 입맛을 다셨다.


“이게 맛있어?”

“맛이라기보다는... 코르!”


딱히 힘든 일도 아니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손목을 그었다.

그리고 손끝에 모인 핏방울을 핥아 살짝 맛을 보았다.


“그냥 쇠 맛밖에 안 나는데?”

“코르의 기행엔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시리우스는 내 팔을 치료를 해주려 했지만 손목의 상처는 눈에 보이는 속도로 아물어갔다.


“먹고 싶으면 먹어. 어차피 금방 재생되고.”


내 말에 시리우스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이 선혈(鮮血)이자 신혈(神血)에 입을 갖다 댔다.

그렇게 짧은 만찬을 즐기는 시리우스를 보며 생각했다.

시리우스가 아르케를 흡수하며 생긴 변화에 대해서.


“이젠 그 모습으로도 검을 꺼낼 수 있네?”

“꿀꺽. 네. 다만 이 상태에서 꺼낸 무기는 다시 둘로 나누지 못하죠.”

“흐음~ 이 검과 너, 무엇이 진짜일까?”

“언젠가 미나 군이 제 몸에 새겨진 세피로트의 나무가 두 그루라고 한 적이 있었죠. 아마 이 검은 권능을 증폭하는 ‘불타는 검’의 흐름을 이었을 테고, 저는 신으로서의 자아를 상징하는 ‘지혜의 뱀’의 흐름이겠죠. 그게 무엇이든 저는 저입니다.”


때론 시리우스의 저 확고한 에고가 부럽게까지 느껴진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곧장 용으로 변하여 렌이 세운 왕궁이 있을 포식자의 요람을 향해 날갯짓했다.

부지런히 날아가면 점심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저번보다 커졌어.”


렌이 나의 가이드를 맡았을 때, 이곳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제 이 DMZ는 우리나라만큼 커져 독자적인 나라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크기가 되었다.


“계속 커지다 나중에 대륙만 해지는 거 아니야?”


별세계라는 말이 이보다 어울리는 곳은 아마 없으리라.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곳은 용이 사는 땅이니.”

“으음, 용과 땅에 무슨 연관이 있나?”

“모르셨나요? 용의 죽음은 문명의 시작을 의미하니, 용이 죽은 땅에는 새로운 용맥(龍脈)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용의 무덤이 위치한 곳에선 각종 희귀한 광물이 자라거나 이렇듯 땅 자체가 팽창하는 일이 발생하곤 하죠.”


그 말에 나는 이전에 풍백이 무언가를 감추려는 것처럼 보였을 때를 떠올렸다.


‘풍백이 내게 용, 신, 악마, 거인의 관계에 대해 알려줄 때 뭔가 감추려고 하더니 그게 이거였나...’


내가 그렇게 풍백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사색에 잠길 때 시리우스가 나를 불렀다.


“그런데 저 안개, 이전부터 있던 건가요? 제게는 꽤나 익숙한 모양새군요.”

“글쎄? 새롭게 생긴 구역인가?”


영물들이 주로 서식하는 영죽림도 원래는 없는 지역이었지만 DMZ가 커지며 새롭게 생겨난 영역이라고 들었다.


앞을 가로막은 안개는 너무 짙어서 진리의 눈을 가진 나조차 앞을 꿰뚫어보기가 힘들었다.


“방향은 기억하는데 일직선으로 날아가면 되려나?”

“안개 안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무작정 들어가는 건 일단 보류하죠.”

“하긴, 피의 크리스마스를 일으킨 붉은 안개도 겉보기에는 안개였으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네.”


마나를 빨아들이고 ‘붉은 안개’를 생성하는 ‘적영죽’을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 DMZ였던 만큼 신중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근처에 사람이 있어. 내려가서 한 번 물어보자.”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숲의 초입에 해당하는 ‘요정의 숲’.

덩치가 작은 소동물들이 주로 서식하며 사냥보다는 채집을 위해 오는 곳이니만큼 비교적 안전한 곳이기에 쉽게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아니, 이걸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엘프...?”


좀 더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인간보다 귀가 길었다.


“아무리 이곳의 기온이 바깥보다 따뜻하다지만 복장이 너무 얇지 않아?”


이곳이 다른 곳보다 안전하다곤 했지만, 어디까지나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지, 결코 마음을 놓을 만한 곳이 아닌데 그들의 차림은 마치 나들이라도 나온 듯 간결했다.

하물며 그 일상적인 분위기는 마치 프랑스의 거장,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라도 보는 것 같다.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열매를 채집하는 건데! 여긴 인류 최대의 금지(禁地)라고!”


-정말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군.


“왕의 친우 분을 뵈옵니다.”


그들은 땅에 내려온 내 모습에 놀란 듯 눈이 살짝 커졌지만, 그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게 예를 갖추었다.


“나를 알아?”

“잘은 모르지만 왕께서 숲에 사는 용들과 맹약을 맺었음은 압니다. 그렇기에 이곳의 용들은 모두 왕의 친구시라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를 안다기보다는 ‘풍우룡’에 대해 아는 것 같다.

풍우룡들이 ‘수호목’이라 부르는 어린 세계수.

렌은 이 세계수와 계약을 맺었으니 세계수가 뿌리를 내린 곳에 둥지를 틀고 있던 풍우룡과도 무언가 거래를 해야만 했으리라.


“저희도 이야기만 들었지 이렇게 실제로 뵙게 되는 건 처음입니다. 그분들은 모두 저희에게 큰 관심이 없기에 먼발치에서 바라볼 뿐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대화가 통할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모두가 가능한 건 아닐 거야.”


육성으로 사람 말을 할 수 있는 건 나뿐이고 의념으로 대화하는 건 풍백을 제외하고 보지 못했다.


“그런데 숙녀 분들. 저 안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으신가요? 더 깊숙이 들어가고자 하는데 안개가 길을 막는군요.”


그때 시리우스가 내 등을 타고 내려와 우리가 말을 건 목적을 상기시켰다.


“어머! 대단히 잘생기신 분이네요. 새로운 아인족이신가요? 가끔씩 정말 희소한 종족이 찾아와 종의 다양성을 늘린다고 듣긴 했지만 이런 분은 또 처음 뵙네요.”

“하하...”


너무나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는 시리우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나는 이야기가 더 길어지기 전에 머리로 그의 등을 밀어 재촉했다.


“빨리 가자.”

“코르, 왜 그렇게 심통이 났나요...”


내게 밀리지 않으려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하게 된 시리우스가 나를 작게 타박한다.


“아무래도 빨리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제야 우리는 여인들의 수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니,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인들은 타겟을 시리우스에서 나로 바꿨을 뿐이었다.


“저기 깃털 하나만 주시면 안 될까요? 검은색 깃털이라니 너무 귀해 보여요. 하물며 이렇게 윤이 나는 깃털이라니요.”

“전 굳이 주실 필요도 없어요. 만져보기만 할게요.”


과연 여인들의 수다는 무서웠다.


조금만 더 튼튼해보였다면 피어를 흩뿌리거나 날개로 밀어내는 식으로 제압할 텐데, 외형적으로 너무 약해 보여 잘못 뿌리쳤다간 뼈가 으깨질 것 같은 마음에 변변한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시리우스를 향해 눈빛으로 열렬한 구조요청을 보냈지만, 아까 재촉한 걸로 기분이 상한 걸까, 시리우스는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내 깃털이 탐스러운 건 이해하지만, 날개 밑에 자란 솜털이 유난히 보드랍다지만, 그래도 내 귀한 깃털은 한 올도 줄 수 없었다.


깨끗하고 윤이 나는 깃과 비늘은 용의 자존심, 하물며 내 깃털은 여러 용들을 봐왔을 풍백마저도 마치 흑요석이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는 것 같다며 감탄을 금치 못한 깃털이다.


그렇게 시리우스가 정보를 얻어내는 사이, 함부로 만지지 말라는 뜻으로 온몸의 털을 빳빳이 세우며 경계태세를 갖추는 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그런데 전혀 무서워하질 않는다.


‘약하면 눈치라도 잘 봐야하는 게 아니야? 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감탄만 하지 말고 좀 물러나라고!’


“역시 제가 생각한 게 맞았군요. 저건 침입자를 막는 세계수의 안개였어요. 오랜만에 과거의 향수가 느껴지네요. 다행히 세계수가 잘 기능하는 모양이에요.”

“히익! 시리우스! 끝났으면 빨리 가자. 얘네 눈빛이 이상하단 말이야!”


마침내 정보 수집을 마친 시리우스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숙녀 분들 이 용은 함부로 다가가면 물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안 물어!”


이 벌레처럼 약한 여인들은 정말 살충제 한 번 잘못 맞았다가 골로 갈 것 같았다.


‘파리도 맨손으로 잡기 꺼려하는데 사람을 물라고? 으으...’


“도와주려는 거잖아요.”

“자꾸 그러면 너를 물어뜯는 수가 있어!”


시리우스의 너스레에 나는 이를 드러내 보이며 위협을 가했다.


“안 문다면서요!”

“너는 예외야!”


그런 우리를 여인들은 흥미진진한 눈으로 구경했다.


아무리 오지 말라고 소리쳐도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던 여인들이 시리우스가 다가오자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확실히 시리우스는 일견 부드러워보여도 함부로 다가설 수 없는 그런 기품이 있었다.


“그럼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저기 두 번째 바구니에 있는 열매 사이에 열매로 위장한 벌레가 섞여있는 것 같으니 유의하시길.”


시리우스가 나를 잡자마자 나는 그가 제대로 올라탔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힘껏 날갯짓하여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전에 렌이 내게 알려줬던 의태 떫은 감 벌레.

그것이 채집한 열매에서 섞여 나왔는지 저 밑에서 이 년이 누굴 죽이려고 하냐면서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엘프들의 모습이 보였다.


“무서웠어... 아무리 내가 먼저 잘못했다지만, 이렇게 오래 혼자 내버려두다니 너무하잖아... 톡 건들면 부러질 것 같던데.”

“에이~ 설마 그 정도일까요.”

“참고로 나 아직 거인의 힘 안 풀었다?”


거의 유일하게 상시 적용 상태인 체화 특성, 거인의 힘.

완벽에 가깝게 적응이 됐지만 과장 좀 보태서 엿가락 같은 허리를 가진 그들은 살짝 밀치기라도 하면 허리가 똑 하고 부러져버릴 것 같았다.


“만약 지금 내가 누구를 기절시키려고 손날로 목을 치기라도 했다간 목뼈 마디 하나가 반대쪽으로 뽑혀 나올 걸?”


이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저 안개를 어떻게 넘어간데? 방법은 찾았어?”

“저들은 그저 안개에 다가갈 때 자연스럽게 세계수가 길을 만들어준다고 하더군요. 저희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


나름 깜짝 방문인데 집 앞까지 와놓고 문을 못 열겠으니 마중 좀 나와 달라는 것은 뭔가 엄청 모양이 빠진다.


“진정하세요. 밑에서라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길을 잃겠지만 공중이라면 그냥 일직선으로 날아가면 됩니다. 다행히 안개에 독성 같은 것은 없고 그저 영죽이란 세계수 근처에 자란 하얀 대나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 그럼 이제 입 닫아. 최고속도로 날아갈 테니까!”

“잠깐, 코륿부르얿!!”


나는 그렇게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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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 22.10.24 80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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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10장. 새로운 시대(New Age) 6 +2 22.10.22 83 1 23쪽
192 10장. 새로운 시대(New Age) 5 22.10.21 78 2 23쪽
191 10장. 새로운 시대(New Age) 4 +1 22.10.18 103 5 22쪽
190 10장. 새로운 시대(New Age) 3 22.10.17 71 2 17쪽
» 10장. 새로운 시대(New Age) 2 22.10.16 10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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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9. 하티 외전-나의 하얀 여인 22.10.08 100 2 16쪽
186 9. 루미나 폰 덴브리던 외전 2-사도 쟁탈전 22.10.07 93 2 31쪽
185 9. 유피터 사무엘 외전 2-절망 그리고 별 22.10.04 81 2 16쪽
184 9. 천마대전 11(1부 完) +2 22.10.03 90 2 11쪽
183 9. 천마대전 10 22.10.02 74 2 13쪽
182 9. 천마대전 9 22.10.01 84 2 11쪽
181 9. 천마대전 8 22.09.30 87 2 14쪽
180 9. 천마대전 7 +2 22.09.27 85 2 14쪽
179 9. 천마대전 6 22.09.26 73 3 21쪽
178 9. 천마대전 5 22.09.25 75 4 23쪽
177 9. 천마대전 4 +1 22.09.24 77 3 13쪽
176 9. 천마대전 3 22.09.23 73 3 13쪽
175 9. 천마대전 2 22.09.20 72 3 17쪽
174 9. 천마대전 1 +2 22.09.19 77 2 21쪽
173 8. 무림으로 36 22.09.18 73 3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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