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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반사 님의 서재입니다.

스펙테이터 감상


[스펙테이터 감상] 124-126

'나'는 존재하는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요.
하지만 바로 그 문장을 나타내고 있는 이 모니터는 그저 외부의 입력을 투영할 뿐입니다.
생각한다라고 볼 수 없지요. P이면 Q이다라는 논리에서 기본적인 P라는 명제가 잘못되었으니 성립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의식이라는것이 마음의 집단의 주도권싸움의 결과물이라는 마빈 민스키의 이야기는 굉장히 잔혹한 결론을 도출하게 합니다.
'나'라는 당구대가 있습니다. 수백억개의 공이 굴러다니는 당구대지만 그냥 간략히 일반적인 당구대로 생각해 봅니다.
이 당구대의 사각틀을 형성하는것은 '나'의 몸입니다. 그리고 바닥은 '나'의 뇌이지요. 여기에 여러 존재들이 큐대를 들고 그저 내키는대로(정해진 순서같은것은 없지요

)공을 때립니다. 어떨때는 두세명이 동시에 공을 때릴때도 있습니다. 거기에 당구대는 청소조차 제대로 되어있지않아서 큼지막한 초크덩어리가 마구 널려있지요. 초크가

많이 떨어져있는 정신에서 기발한 생각이 많이 나옴은 제정신이 아닌 예술가들의 걸작들을 보면 이해가 가실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그려지는 공들의 움직임이 우리가 '

생각'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요즘들어 자주 큐를 잡는 휴대폰이 알람을 울리며 첫큐를 날립니다. 곧 차가운 물이 세수라는 과정의 밀어치기를 하지요. 이런 간단한 과정

에서 쵸크에 튄 공이 상상하지도 못할 기발한 생각을 해내었다고 해도 그것은 그저 당구대위의 공의 움직임일 뿐입니다. '나'라고 하는 지적이고 자주적인 개념의 존재

는 없습니다. 그저 존재한다고만 한다면 돌맹이도 존재하지요.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을때의 '나'라는 것은 돌멩이의 존재와는 다른 존재의

정의일 것입니다. 세상 모든 번뇌의 근원은 '나'라는 것이 있어서이겠지요. 그런것이 존재치도 않는다면 번뇌랄 것이 없습니다. 지난번에는 회귀시켜 드렸지요? 이번엔

해탈입니다. 잔혹한 이야기이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모든 번뇌를 벗어나는 방법입니다. '나'라는 것은 원래 없던 것이었습니다.

이제 좀 건너뛰어서 126편의 이야기입니다.
감기 이야기가 나오네요.
그냥 두어도 시간이 지나면 낫는 감기는 사실 축복입니다.
면역체계의 동원예비군훈련이라고 보면 되지요. 좀 징그러운 이야기이지만 요즘은 너무 깨끗해서 생기는 병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토피이지요. 태열이라고 해서

한의학에서는 '발이 땅에 닿으면 낫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흙이 있나요? 아토피의 치료로 가장 극적인 방법이 회충 알을 먹는것입니다. 회충이 있는 사람

은 아토피가 없다는데서 생겨난 치료법이지요. 할일이 없는 군대가 자국민을 유린하는 상황이 '자가면역질환'의 실체입니다. 즉 감기는 면역체계에 할일을 주고 강한 외

침에 대한 훈련도 되는 꿩먹고 알먹는 아주 좋은 현상인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낫는 감기...
이제 당구장 주인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네요.
민주적이고 이성적인 이 시대에 와서 아직까지도 종교는 신에게 '뇌물'이 통한다고 이야기 하지요. 인격신의 존재란것은 재앙일 확율이 높습니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요. 모든 인간이 착했으면 좋겠다라고 그 존재가 결심하는 순간 자유의지는 사라집니다. 당구대의 반쪽을 잘라버리

는 거지요. 300이하 마세이금지라는 규칙이 덧붙여지는 순간이고요. 종교가 말하는 신은 감정이 있습니다. 뇌물을 즐겨 받고 아첨에 헬렐레하고 반대를 참지 못하지요.

좀 불쌍합니다. 사실 신성모독은 불신자들이 하지 않습니다. 신자들이 하는것이지요. 돈을 가져다 바치면서 우리 남편 사업 잘되게 비는 순간 신을 비리정치인으로 만드

는 것입니다. 명백한 댓가성 뇌물입니다.
댓가성 뇌물을 받지않는 비인격 무감정 신을 생각해봅시다.
일단 전지전능을 좀 까봅니다.
전지라는것은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에 의해서 상상에서 조차 불가능함이 증명되었습니다. 신조차 불가능합니다.
고로 전능도 불가능하지요.
하지만 전능은 조금 다른방식으로도 불가능함이 증명되었지요. 전능하다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영역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영역에서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지요? 어?
그러면 신의 다른 속성은 무엇일까요?
ubiquitous입니다.
'아니 계신 곳이 없다.'
어디에나 있다.
인격이나 감정이 없다는것만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런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노래한곡 듣고 갑니다.
http://www.imbc.com/broad/tv/ent/sundaynight/common_page/clip/?list_id=5518047
지나간다 - 더 원
신앙고백의 노래입니다.

자 그리고 감기이든 실연의 상처이든 치유해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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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밤 한 사람이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그는 신과 함께 해변가를 산책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 저편에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모든 장면들이 영화처럼 상영되고 있었다.
각각의 장면마다 그는 모래 위에 새겨진 두 줄의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그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신의 발자국이었다.
그가 살아오는 동안 신이 언제나 그와 함께 걸었던 것이었다.
그는 문득 길 위에 있는 발자국들이 어떤 때는 단지 한 줄 밖에 나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또 그것이 그의 생애에서 가장 절망적이고 슬픈 시기마다 그러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것이 마음에 걸려서 그는 신에게 물었다.
"주여 당신은 내가 일단 당신을 따르기로 결심한다면 언제나 나와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들을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발자국

이 한줄밖에 없었습니다. 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왜 당신은 정작 필요할 때면 나를 버렸습니까?
신이 말했다.
"내 소중한 사람아, 난 그대를 사랑하며 결코 그대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대가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때마다 그대는 발자국이 한 줄 밖에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것

은 그럴 때마다 내가 그대를 두팔에 안고 걸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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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존재를 신이라고 하지요
내가 쓰러져 걷지 못해도 나를 안고 앞으로 가는 존재
완전히 무너져있어도 그 품에 안겨 어쨌든 앞으로 갑니다.

이 당구장 주인의 이름을 우리는 알고 있지요.

큰 깨닳음이 있었던 담배인삼공사의 도인한명이 담배의 이름을 짓습니다.
그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신의 이름앞에 자신의 생명을 잘라 바치지요.

무지개가 단지 빛의 산란에 의한 광학적인 결과라고 해도 그 아름다움을 못느낄 이유는 없습니다.
신이 아무런 의식도 없고 무지하다고 해도 그 존재함을 우리는 느끼지요. 비록 뇌물도 안통하는 신일지라도.
보편 타당하고 부정할수 없는 단 하나의 진리.
'시간'이 존재합니다.
무조차 진동하고 일체의 변화가 있을때 그곳에는 '시간'이 있습니다.
'빛이 있으라'라고 말하자 빛이 있었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 말조차 시간이 없이는 'ㅂ'자 조차 내뱉지 못합니다.
시간은 변화이니까요.

"시간 있어요"
는 진리의 말이지요.

"시간 없어요"라는 거절의 말은 절대의 진리를 부정하는 악의 세력의 속삭임이고요.

생각없이 존재하는 당구대, '나'라는 존재는 마찬가지로 돌멩이처럼 그저 존재할 뿐인 '시간'속을 살아갑니다.
잔혹한 이야기라고요?
강가에 반사되는 햇살의 반짝임을 즐겨봅시다. '생각'이 있어야 아름다운것은 아니지요. 그저 존재해서 고마운 사람도 있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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