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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님의 서재입니다.

집사?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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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작품등록일 :
2019.02.20 09: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59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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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0
추천수 :
263
글자수 :
156,738

작성
19.04.1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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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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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영지전.

DUMMY

힘들었다. 진짜로 벨때는 호쾌하게 베어 넘겼지만 그 뒷수습이 정말 장난 아니었다.

허수아비를 소각장에다 버리고 창고에서 새걸 받아와서 해머로 땅에가 깊이 박고 돌덩어리들은 일부러 눈에 안띄게 멀리 버린다고 그 무거운걸 지고 한참을 낑낑거리며 왔다갔다 했더니 이미 녹초가 다 됐다.

돌덩이를 나르면서 괜히 신나서 나댔다며 한참을 자책했다.

이제야 드디어 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숙사 방문을 여니 침대맡에 처음보는 서류봉투가 놓여 있었다.

겉면에 내 이름이 당당히 적힌걸로 봐서는 나한테 온 물건이 분명했다.

촛농으로 된 실링을 뜯어내고 내용물을 살피니 내가 정보길드에 따로 의뢰했던 용병들에 관한 신상정보였다.


"오오."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빠르기에 만족했지만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오진 않았을거고 내가 모르는 사람이 몰래 내 방에 이걸 두고 갔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닭살이 일어난 팔을 매만지며 서류를 일일히 살펴봤다.

간단한 얼굴 초상화와 그간 맡아온 의뢰내용과 주로 쓰는 무기는 물론 심지어는 오른손 잡이인지 왼손잡이 인지 까지 쓰여있었고 마무리에 정보를 수집한 사람의 간단한 견해까지 쓰여있었다.

대충 훑어보니 다들 얼굴만큼이나 면면도 화려했다.

도박과 술과 여자.

남자의 인생을 망치는 세가지를 골고루 하면서 길드나 파티에 폐를 끼쳤다.

정보길드장의 말대로 하나같이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람들을 여기로 모은 사람의 뒤에는 마슈 후작이 있는것 같긴한데 이 사람들로 도대체 뭘 할 생각인가.


똑똑

"야, 레이지 지금 안 씻으면 욕탕문 닫는다."


그제야 겨우 상념을 털고 서둘러 씻을 준비를 했다.

돌덩이랑 허수아비를 옮긴다고 땀을 잔뜩 흘렸는데 이대로 찝찝하게 자고 싶진 않았다.


"예. 지금 가요."


누가 볼새라 서류를 다시 봉투에 넣어서 침대 밑에 숨겨두고 오늘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


찝찝한 마음에 한동안 정보길드에 의뢰해서 비싼 돈을 들여 용병들에게 미행까지 붙였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그들은 아침 늦게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방에서 뒹굴거리거나 아님 도박장에 들러 카드게임을 재밌게 하고 초저녁부터 술을 마시거나 사창가에 들러 여자를 안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여관에 들어와 잤다.

마치 짜기라도 한듯이 그들의 패턴은 대체로 비슷했다.

돈을 들인게 아까울 정도로 이상은 없었다.

덕분에 내 경계도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그날 밤도 다르지 않았다.

이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든 물흘리기를 수련하고 기분좋게 흘린 땀을 씻고 마나를 움직이는 훈련이나 좀 하다가 잘 요량으로 누웠는데 고요하기만 한 백작가의 밤을 날카롭게 찢는 쇳소리가 들렸다.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가만히 귀를 귀울였다.




아니다! 확실히 쇳소리다.

그것도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

곧이어 백작가를 쩌렁쩌렁 울리는 타종소리.

곧이어 기숙사 내에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뭔 일이 터져도 단단히 터진게 분명함을 느낀 나도 급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에이씨."


밖에 나는 소리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대로 줏어입고 나니 제일 익숙한 집사복을 입고 있었다.

이것도 직업병이다 직업병.

일단은 옷을 입고 복도에 나가니 복도는 그야말로 아비규한이었다.

일찍 잠이든 사람들은 아직 눈도 제대로 못뜨고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복도로 나오는 바람에 넘어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사람들을 뛰어넘어 로비로 향하니 집사장님이 굳은 얼굴로 사람들에게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비명소리와 말소리에 묻혀서 정확하게는 뭐라고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러던차에 혼자만 눈에 띄게 집사복을 입고 있던 날 발견한 집사장님이 날 붙잡고 다급하게 말했다.


"괴한들이 정문을 습격했다고 하네. 빨리 아가씨들을 부탁하네."

"네? 괴한들이 침입했다고요? 어떻게 아세요?"

"종소리가 그렇게 말하고 있네 그러니 어서 빨리!"


그저 아무렇게나 치는건지 알았는데 메세지를 전달 할 수 있도록 치는 방법이 따로 정해져 있었나 보다.

확실히 집사장님의 말대로 괴한이 침입했다면 백작부인을 비롯한 세 아가씨가 위험했다.

나는 아직까지 혼란하기만 한 기숙사를 뒤로하고 기숙사와 본관을 잇는 복도를 내달렸다.

그때 거짓말처럼 타종 소리가 뚝 그쳤다.

괴한을 다 제압한건가?

나도 제자리에 우뚝 섰다.

그런데 자꾸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불길함이란 녀석이 자꾸 꼬리를 든다.


콰앙콰앙


그때 본관 문을 거칠게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큰 나무로 된 문이 온몸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내달렸다.

백작 부인과 아가씨들이 기거하고 있는 방은 본관의 중앙계단을 통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

늦기라도 한다면 괴한과 정면으로 맞딱뜨리는 최악의 상황이 될수도 있다.


콰앙콰앙


워낙에 두꺼운 문짝이라 안에서 걸어 잠그니 상대방도 애를 먹고 있었고 지금이 찬스다!

이제 막 중앙홀에 도착하려는데 나무토막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설마......

괜찮다. 여기는 그림자가 짙어서 상대방도 못 볼거다.

그렇게 확신하고 복도 끝에서 고개를 조금 내밀어서 중앙홀을 살폈다.


"!"


잠깐이지만 분명히 봤다.

본관 문이 사람이 드나들 정도로 크게 잘려 있었다.

그리고 거기로 달빛에 반사되어 번뜩이는 검을 든 사람들이 무리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복도 벽에 딱 붙어서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정문에 이어 본관 문도 뚫렸다.

이제 본관 계단을 쓸 수 없었다.


'시발 어떡하지.'


괴한들은 어슬렁어슬렁 밀어닥치고 있었고 나도 여기에 계속 있어봤자 들키고만다.

게다가 쭉 뻗은 복도에는 숨을곳도 없었다.

결국은 복도에 난 창문을 조용히 열고 그리로 몸을 내뺐다.


"하아하아."


빨리 열긴 해야겠고 혹여라도 소리가 나면 안되니까 조심하느라 식은땀이 폭포수처럼 얼굴위로 쏟아졌다.

셔츠의 팔뚝을 들어 얼굴을 되는대로 훔쳤다.

곧이어 중앙홀에 검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아직은 우리편이 괴멸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본관 건물 외벽을 따라 걸었다.

이렇게 된이상 건물 외벽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건물벽에 잡을만한 구석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디 손가락이라도 걸려고 해도 한마디도 들어갈 구석이 없었다.


"아이씨 어떡하지."


아직까지 중앙홀에서 들리는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하고 욕설이 섞인 비명이 집중을 방해했다.

그렇게 혼자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잡초를 베다가 둔 낫 두자루가 보였다.

저거다.

나는 낫 두자루를 손에 들고 건물의 외벽을 쳐봤다.




당연하게도 튕겨나왔다.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

이럴땐 집사옷을 입고 와서 다행이었다.

주머니에 있던 슬리브 가터를 꺼내서 찼다.

그리고 다른 주머니에 들어있던 안경을 꺼내서 썼다.

빨리 씻고 쉬자는 생각에 따로 빼두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쁠 수 없었다.

렌즈에 지문이 묻어서 시야가 조금 흐렸지만 지금은 그런 세세한건 아무래도 좋았다.

마나를 움직여서 낫에다가 밀어 넣으니 낫이 오로라 빛깔로 물들었다.

낫 표면에 오로라가 떠오르기 무섭게 벽에다 낫을 박으니 낫이 자루 전까지 끝까지 박혔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낫 두자루를 놀려 건물 외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목표는 제일 가까운 아리아 아가씨의 방이었다.

소리도 없이 낫은 푹푹 잘 박혔지만 낫에만 의존에서 벽을 오를려니 겨드랑이 근육이 찢어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어떻게 겨우겨우 아가씨 방의 창문 밑까지 와서 혹시나싶어 고개만 내밀어서 방 안을 살폈다.

방안은 어둠이 내려앉은 가운데 적막했다.

조심히 손을 뻗어 창문을 여니까 갑자기 의자 다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우왓!"


너무 놀라서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을 뻔한걸 가까스로 창틀을 잡고 버텼다.


"레이지 군?"


그때 무거운 나무 의자를 들고 있던 아리아 아가씨와 내 눈이 딱 마주쳤다.


"어어 떨어진다."

"꺄악 레이지 군."


창틀에서 미끄러질 뻔한걸 아가씨의 도움으로 겨우 방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하아하아 후우, 죽는줄 알았네."


겨우 한숨 돌리며 얼얼한 겨드랑이와 어깨를 주물르고 있으니 아가씨가 아직까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


"왜 그런데서 들어와요?"

"아가씨, 큰일 났어요!"

"저도 알고 있어요. 괴한이 침입했죠?"

"그걸 어떻게......"

"타종소리 때문에요."


타종소리로 아가씨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파악하고 계셨나보다.


"그런데 레이지 군은 왜 그런데로 들어오려고 했어요."

"본관 문이 뚫렸습니다."


그 말에 아가씨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적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둘 사이에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어두워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내가 의심하던 어중이떠중이 용병의 솜씨는 확실히 아니었다.

최소한 스파클(sparkle) 정도가 아니면 그 두꺼운 문을 반듯하게 썰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면 적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때 아가씨의 방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둘다 깜짝 놀라며 문쪽을 바라봤다.


"언니 나야. 문좀 열어줘."


마리아 아가씨의 목소리였다.

내가 아리아 아가씨에게 시선을 보내자 아가씨가 열어줘도 좋다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내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내 얼굴을 알아본 마리아 아가씨가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게다가 뒤에는 다른 기사님과 함께였다.

내가 문을 크게 열어 일단 두사람을 방 안으로 들였다.


"얘가 왜 여기에 있어?"


본인의 감옷까지 갖춰입은 마리아 아가씨가 검 손잡이에 얹은 손을 내리며 물었다.

마리아 아가씨의 질문에 아리아 아가씨도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물으셨다.


"그런데 레이지 군은 왜 왔어요?"

"집사장님이 아가씨들을 특별히 부탁하셨습니다."

"흐응. 근데 왜 언니방에 있지?"

"아, 아니 나머지 분들도 곧 구하러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내 말을 자른건 방금까지 묵묵히 뒤에 서있던 기사님이었다.


"집사인가? 그것도 어린애. 네가 나설 자리는 없다. 괜히 일만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나머지는 기사들에게 맡겨."


그 말에 순간적으로 욱했지만 아리아 아가씨가 좋게 타이르셨다.


"그래요. 레이지 군도 마침 여기까지 왔으니 저희와 함께 피하도록 해요. 고든 경 상황이 어떻죠?"

"정문을 통해 무장 괴한 10명이 침입했습니다. 정문은 뚫렸지만 4명의 기사들이 모두 중앙홀에 집결해 있으니 곧 상황이 정리될 겁니다."


무려 기사라는 사람이 전력도 2배 차가 나는데다가 괴한중엔 스파클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마냥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는게 한심했다.


"일단은 피하자 언니."

"알았어. 레이지군도 같이 가요."

"네. 아가씨."

"제가 앞장 서겠습니다."


고든 기사님이 머리를 내밀고 복도를 살피더니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손짓을했다.

그를 따라 아리아 아가씨와 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리아 아가씨가 후미를 맡으셨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해 그대로 달려가는데 체력이 약한 아리아 아가씨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급격하게 뒤처지셨다.

일행 전체의 속도가 늦어지는 걸 걱정한 기사님이 양해를 구하시고 그대로 아가씨를 안아드셨다.

그렇게 복도를 가로질러 달리고 있는데 별안간 파공성이 들리더니 화살이 복도 바닥에 꽂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불과 한치 만 옆이었으면 누구 등에든 화살이 꽂혔을거다.

복도 끝을 보니 괴한으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활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벌써 여기까지 왔다고?"


마리아 아가씨가 짧게 혀를 찼다.

당황하긴 고든 기사님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4명으로 무난히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는데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가서였을거다.

그 표정이 실로 가관이었지만 웃을 일이 아니었다.

적이 곧장 활시위에 다음 화살을 걸고 있었다.


"고든 경 언니를 부탁해."

"무슨소리야! 안돼 마리아!"

"어서가!"


말려보기도 전에 아가씨가 적을 향해 튀어나갔다.

고든 기사님이 마음을 굳히셨는지 아가씨를 단단히 업고 다시 뛰기 시작하셨다.


"마리아! 마리아아아!"


아리아 아가씨의 절규가 길게 복도를 가로질렀다.

그럼에도 마리아 아가씨는 돌아보는 일 없이 눈앞에 적만 바라보셨다.


"이거 놔주세요. 고든 경. 마리아가! 내 동생 마리아가!"


아리아 아가씨가 발버둥쳤지만 소용없었다.

차마 그녀에게 해줄말이 없는 우리는 그저 묵묵히 뛰었다.

막 3층으로 가는 계단에 접어들어서 고든 기사님이 계단 중간에 서서 벽, 이곳저곳을 한참 매만졌다.

그러더니 별안간 벽이 벌컥 열리더니 시커먼 내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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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4.영지전. 19.04.23 117 6 10쪽
» 4.영지전. 19.04.17 188 8 13쪽
23 4.영지전. 19.04.15 140 6 14쪽
22 4.영지전 19.04.13 154 6 15쪽
21 4.영지전 19.04.11 166 8 14쪽
20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4.08 200 6 18쪽
19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4.04 173 7 14쪽
18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4.02 192 9 12쪽
17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3.29 242 11 11쪽
16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3.26 235 10 12쪽
15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2 19.03.24 254 10 10쪽
14 2. 이긴 건 아니지만 지지 않는 법. 19.03.21 261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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