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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님의 서재입니다.

집사?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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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펜
작품등록일 :
2019.02.20 09: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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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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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글자수 :
156,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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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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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휴가?

DUMMY

똑똑


오래간만에 넥타이가 목을 조르는 느낌이 썩 좋지 않아서 검지로 목부분을 신경질적으로 잡아 당기며 집사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허락이 떨어지고 들어가자 집사장님이 책상에 앉아서 차분히 서류를 보고 계셨다.

서류 너머로 내 얼굴을 흘깃 보시더니 들고계신 서류를 내려놓고 돋보기 안경을 벗어 가지런히 옆에 벗어 놓으시고는 간단하게 차를 내오셨다.

아무 생각없이 후르륵 한모금을 마셨다가 깜짝 놀랐다.


"이거 무슨 찻잎인가요?"


내 말에 집사장님은 대답대신 찻잎 포장지를 들어보이셨다.

혀끝에 닿는 느낌은 고급차라고 생각했는데 시중에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보통 차였다.

그런데 이런맛이 난다고?

다시 한번 마셔봐도 내 미각은 틀리지 않았다.


"팔팔 끓인 물을 적당히 식힌 후에 붓는것과 찻잎을 2분이상 우리지 않는게 포인트입니다."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씀은 하셨지만 온도계가 없는 여기에서 이렇게 적절한 온도를 맞추기는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이 차만 봐도 일류가 무엇인가에 대해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내가 혼자 감탄하는 사이 내 맞은편에 앉으신 집사장님이 슬리브 가터와 안경을 품에서 꺼내 내미셨다.


"아, 이거!"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다.

하나같이 고가의 물건들인데 나중에 잊어버린걸 알았다면 두고두고 속이 쓰렸을 것이다.

슬리브 가터를 얼른 팔뚝에 차고 광이 날 정도로 렌즈를 반짝반짝하게 닦아놓은 안경을 썼다. 그때 부에스 작품이라고 집사장님 답지 않게 호들갑을 떠시더니 애지중지 하며 보관해주신게 느껴졌다.


"일부러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접니다. 그렇게 급박한 와중에도 아가씨를 부탁한다는 제 말을 잊지않고 지켜줬으니 말입니다."

"아니, 뭘요."


평소 남을 칭찬하는 모습을 못봐서 그런지 집사장님의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그래서 말인데 레이지 군에게 일을 하나 맡길까 합니다."

"일이요?"

"아리아 아가씨와 마리아 아가씨의 휴가에 수행집사로써 동행해 줬으면 합니다."


사뭇 뜬금없는 소리라 집사장님께 자세한 상황 설명을 부탁드렸고 집사장님은 차분히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 주셨다.

이번 일로 마음고생 했을 두 자매의 요양을 위해 백작부인께서 휴가를 권하셨고, 휴가에 따라갈 수행집사로 직접 날 선택하셨다는 말이었다.

비록 휴가지만 귀족들의 외부행사에 수행집사가 됐다는 말은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특히 수습집사의 신분으로 수행집사는 직책을 맡는다는 건 유례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인사였다.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아직 정식으로 한다고 하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그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지는것 같았다.


"레이지 군이 저희 탈리스만 가에 들어온지 2년째 인가요?"

"네? 네 맞습니다."

"확실히, 아직 수습집사인 레이지 군에겐 다소 버거운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봐온 눈이 틀리지 않다면 크게 문제는 없을겁니다."


집사장님의 세월에 하얗게 세버린 눈썹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리고 주름졌지만 고목같이 단단한 손이 내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그것만으로 불안감이 많이 누그러졌다.

솔직히 모든 불안감이 날아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용기가 생겼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게시판에 레이지 군을 도와 휴가에 함께 갈 사람들의 명단이 붙어있을 겁니다. 확인하고 직접 만나보세요."

"알겠습니다."


조용히 문을 닫고 문에 기대서서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걱정 80%에 기쁜 마음 20%가 내 머리를 뒤죽박죽으로 헤집었다.

그래도 마냥 이러고 있을수만은 없어 게시판을 확인했다.


"맙소사. 거짓말이지? 제발 개꿀잼 몰카라고 해줘."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떠보아도 거기엔 드류형의 이름과 티나 누나의 이름이 버젓이 적혀이었다.

날고 기는 사람이 넘쳐나는 가운데서 하필이면 이 두사람이라니.

이러면 묻어갈 수도 없잖아!

하녀중 최강의 트러블 메이커(여러가지 의미로)+ 착하지만 많이 모자란 형+최연소 수습집사라는 다시없을 최강의 예능조합으로 다큐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도저히 제정신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다시 집사장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야할지 고민했다.

그때 태연한 얼굴로 드류형이 휘파람을 불면서 로비로 들어왔다.


"여어, 레이지 드디어 소식 들었구나?"


내가 고개를 홱 돌리자 드류형이 움찔하며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왜그래? 무섭게."

"만약에, 아~주 만약에 형이 없어진다면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 않을까?"

"무, 무슨 소리야?"

"이런식으로 내 첫 수행집사 일을 망치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미안해 형."

"사과하지마! 사과하지마!"


그때 등 뒤가 푹신해지며 동시에 따뜻해졌다.


"형한테 무슨짓이니."


등 뒤에서 날 껴안은 티나 누나가 양팔로 내 어깨를 휘감았다.

순간 등 뒤로 느껴지는 풍만한 감촉에 몸도 마음도 절로 무장해제 되어버렸다.


"요새 좀 어른스러워 졌다고 생각했는데 누나 실망이야."


그 말에 내가 자조적인 미소를 띠며 조용히 반박했다.


"누나도 제 상황이 돼보세요."


마음같아서는 이대로 좀 더 있고 싶었지만 누나의 마음이 원체 커서 그런지 본의아니게 팔이 뒤로 과도하게 꺾여서 어깨 관절이 슬슬 뻐근해지려고 하고 있었다.

드디어 누나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뻐근해진 어깨를 살살 돌리며 두사람을 봤다.


"이미 공고는 보셨죠?"

"어."

"응."

"흠흠, 새삼스럽지만 이번 아가씨들의 휴가에 동행할 수행집사인 레이지라고 합니다."


내 소개에 둘은 열화와 같은 박수소리로 응답했다.

으음 이건 확실히 나쁘지 않군.

이런맛에 다들 감투를 못써 안달인가보다.


"휴가까지 남은 일정은 일주일. 바쁘겠지만 다들 제 지시에 잘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드류형."

"응?"

"이번엔 대충 하시면 안됩니다."

"야, 내가 뭘 대충했다고 그래?"


예상대로 툴툴거리는 드류형을 가볍게 무시하고 주머니에서 흰 장갑을 꺼내서 낀 다음 로비의 계단 난간을 쓱 문질렀다.

순식간에 흰 장갑이 먼지로 더러워졌다.


"오늘 기숙사 로비청소 드류형 담당이었죠?"

"아, 아니. 그건 그러니까......"

"변명하지 마세요!"


내 호통에 드류형은 불만가득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소리죽여 웃는 티나 누나를 돌아보며 일갈했다.


"누나도 웃을 일이 아닐텐데요."

"히익!"

"이번주만 들어 깨뜨린 접시가 3장에 빨래하다 망가뜨린 옷이 5벌. 그외에 넘어지고 구르면서 소소하게 망가뜨리거나 주변에 끼친 폐까지 합치면 수도없을 정도입니다."


내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보자 티나 누나의 목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레이지 이렇게 무서운 아이였어?"

"이래서 자리가 사람을 바꾼다더니 딱 그짝이네."

"거기! 뭘 둘이서 속닥거리는 겁니까!"

"히익!"

"아닙니다."


바로 차렷자세를 취하는 두사람을 보며 복귀 하자마자 또다시 개고생이 시작될것만 같은 예감을 느꼈다.


**********************


어제 하루는 그냥 어영부영 지나버렸고 오늘부터 본격적인 휴가 준비를 시작했다.

우선 아가씨들이 휴가를 가게 될 곳은 휴양도시로 가장 유명한 마데리카였다.

테실리아 대륙에서 가장 최남단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사시사철 따뜻한데다 주변에 절경이 많아 전대륙의 귀족들과 왕족들이 즐겨찾는 도시였다.

그정도로 유명한 곳이다보니 검소한 탈리스만 가도 이곳에 유일하고 별장을 가지고있었다.

탈리스만 영지에서 마데리카까지는 마차로 열흘은 달려야되는 거리다 보니 수행집사는 아가씨들이 챙겨가실 옷가지는 물론 중간에 어느 마을에 들러 어느 여관에 묵을지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했다.

게다가 그밖에 자잘한 것까지 챙길려면 끝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신경이 있는대로 날카로워졌다.

할 일이 태산이었기 때문에 우리 셋은 모든 업무에서 열외되었다.

항간에선 그런 우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내가 두사람을 굴리는 걸 보고선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가 버렸다.


"티나 누나."

"으, 응?"

"아리아 아가씨랑 마리아 아가씨 옷가지 좀 챙겨주세요. 비품창고에 말해뒀으니까 트렁크는 내줄거에요."

"드류형은 타고 갈 마차랑 마부 수배좀 부탁할게요."

"어, 응 알았어."


대답은 했지만 우왕좌왕 멍하니 있는 그들을 향해서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뭣들하고 있어요? 빨리 움직이세요!"


내 말에 두사람이 꽁지에 불붙은 사람마냥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나도 별장에 있는 고용인들이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이쪽의 진척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해야 했기에 보고서를 작성해서 우편으로 부치는 일에 열을 올렸다.

드디어 힘들게 써내려간 보고서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서 그걸 우편으로 보낸 뒤에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두사람이 맡겨놓은 일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보통은 하나를 시키면 열을 해내는 사람들이 이 바닥 사람들인데 두사람은 안좋은 쪽으로 이 바닥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가 중간에 일일히 확인을 해줘야했다.

아니나다를까 티나 누나가 드레스룸에 트렁크를 열어놓고 옷을 마구잡이로 담고 계셨다.

문지방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가찼다.

난 옷을 챙기라고 말했지 우겨 넣으라고 한적은 없었다.

아가씨들의 비싼옷이 무참하게 구겨지는 모습을 더는 눈뜨고 볼 수 없어 나는 티나 누나의 팔을 잡았다.


"꺄악!"


내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소스라치게 놀라는 티나 누나가 옷을 마구잡이로 내게 던졌다.


"누, 누나 저에요."

"꺄아아악!"

"그만! 그만 던져요!"

"어, 레이지?"

"네. 접니다."


삐뚤어진 안경을 고쳐쓰며 머리에 걸린 거들을 집어들었다.


"아하하 레이지 왔니?"

"지금 이 상황 좀 설명해 주실래요?"

"레이지가 옷가지 챙기래서 챙기고 있었는데......"


실시간으로 변하는 내 험악한 목소리에 티나 누나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결국은 기가 잔뜩 죽어 애꿏은 옷가지만 만지작거렸다.


"하아. 같이해요. 어차피 그러려고 온거니까."

"응!"


그제야 다시 얼굴에 생기가 돌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모습을 보며 피식 미소가 나왔다.


"이거 빨리 끝내고 드류형 쪽도 봐줘야 할것 같으니까 서둘러요."


일단은 트렁크에 마구잡이로 든 옷을 다 빼낸 다음에 아리아 아가씨 마리아 아가씨 각각 트렁크를 2개씩 배정하고 하나에는 외출복을 나머지 하나에는 나머지 외출복과 속옷을 담기 시작했다.

드레스나 원피스는 부피가 있는데다 잘못 접으면 옷에 주름이 지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옆에서 내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티나 누나가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대단하다 레이지. 역시 이 누나가 자랑스러워하는 동생이야."

"이거 보통 하녀들이 하는 일이잖아요. 저도 그냥 어깨넘어 본걸 따라하는 것 뿐인데."


대수롭지 않은 내 말에 누나가 불만스러운 듯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내 볼을 양 옆으로 쭉 찢었다.


"레~이~지. 이 누나 기를 그렇게 죽여야 속이 시원하겠니?"

"하히마 사시린데.(하지만 사실인데)"

"너도 곧있으면 신사가 될텐데, 자고로 신사란 레이디의 흠 한두 가지는 모른척 넘어가줘야 한단다."

"한두 개가 아니라서요."

"......"


자멸하는 누나를 내버려두고 작업에 박차를 가하다보니 어느새 외출복은 대략 다 챙겼다.

문제는 속옷인데......

아무리 그래도 차마 아가씨들의 속옷이 들어있는 서랍은 못 열겠다.

결국은 뒤돌아서서 티나 누나에게 부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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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4.영지전. 19.04.23 117 6 10쪽
24 4.영지전. 19.04.17 186 8 13쪽
23 4.영지전. 19.04.15 140 6 14쪽
22 4.영지전 19.04.13 153 6 15쪽
21 4.영지전 19.04.11 166 8 14쪽
20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4.08 199 6 18쪽
19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4.04 173 7 14쪽
18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4.02 192 9 12쪽
17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3.29 242 11 11쪽
16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19.03.26 235 10 12쪽
15 3.새우는 고래싸움에 등터지기 싫다. +2 19.03.24 254 10 10쪽
14 2. 이긴 건 아니지만 지지 않는 법. 19.03.21 261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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