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615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6.04 10:00
조회
66
추천
1
글자
7쪽

삼국지의 정석_23. 조조, 황제를 모시다(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下)

DUMMY

덕분에 순조롭게 낙양에 입성한 조조는 황제를 찾아 뵙고 인사를 올렸다.


“폐하, 신은 가문 대대로 나라의 큰 은혜를 입어, 언제든 나라에 보답하려고 마음 먹은 지 오래이옵니다. 앞서 동탁이 폐하를 겁박하였을때도, 신이 역적을 토벌하고자 의병을 일으켰으나 힘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신은 절치부심(切齒腐心 : 몹시 분하여 이를 갈고 마음 아파함)하며 연주와 예주에서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신이 황제폐하를 모실 수 있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이각, 곽사와 같은 무뢰한들이 황실의 권위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분골쇄신(粉骨碎身 :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서질 정도로 정성껏 노력함) 하겠나이다.”


그러자 황제 유협이 웃으며 말했다.

“짐도 경의 가문이 대대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것을 잘 알고 있소. 이제 짐은 조 장군에게 의지할 것이니, 황실과 나라를 위해 힘써주길 바라오.”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후 황제는 조조를 녹상서사(錄尙書事: 국정을 총괄하는 직위) 겸 사례교위(司隷校尉)에 임명하고 절월(節鉞 : 깃발과 도끼 등 지휘자를 상징하는 물건)을 내려주었고, 조조는 행정, 사법, 군사 분야에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황제를 알현하고 돌아온 조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수하를 시켜 동소를 모셔오게 한 것이었다. 사실 동소야말로 조조가 낙양에 들어올 수 있게 해준 일등공신이었기 때문에, 조조는 누구보다 동소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잠시 후, 막사로 들어오는 동소의 얼굴을 본 조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황제를 비롯한 낙양의 관리들이 모두 굶주림으로 얼굴이 핼쑥했는데, 동소는 혼자 얼굴에 생기가 넘쳤던 것이었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조조가 동소에게 물었다.


“귀공은 몸에 활력이 넘쳐 보이는데, 어떻게 관리를 하신 것인지 궁금하오.”


“저는 그저 30년간 채식을 하였을 뿐, 특별히 관리한 것은 없습니다.”


“채식이 그렇게 좋은 것인지 내 미처 몰랐구려!”


조조는 웃으며 동소에게 자리를 권한 다음, 화제를 바꾸었다.

“일단 내가 낙양에 들어오긴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장군께서 의로운 군대를 일으켜 어리석은 자들을 물리치고 조정에 들어와 황실을 보좌하시니, 춘추시대의 오패(五覇 : 다섯 명의 뛰어난 제후)와 같은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하지만 낙양에 있는 장수들의 생각이 서로 다르니, 앞으로 일이 어찌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따라서 공의 거점과 가까운 허창(許昌)으로 수도를 옮기는 것이 상책입니다.

물론 황제의 어가가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낙양에 막 돌아왔는데, 다시 수도를 옮기자고 하면 반발이 클 것입니다. 그러나 비상한 사람만이 비상한 공을 세울 수 있는 법입니다. 명공께서는 부디 이를 헤아려 결단을 내리십시오.”

이 말에 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공이 말한 바가 나의 뜻과 같소. 다만 양봉의 군사가 정예하다 들었는데, 그가 방해를 하진 않겠소?”


“양봉은 싸움에 능하나 그 세력이 약하고, 조정 안팎에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 다루기 쉽습니다. 우선 양봉이 장군을 진동장군에 봉해준 것에 대한 답례로 후한 예물을 보내 십시오.

그런 다음에 ‘낙양에 식량이 부족하니, 제가 식량을 비축해 놓은 허현과 가까운 노양(魯陽)에 잠시 황제를 모시고 싶습니다.’ 라고 말씀하십시오. 양봉은 용맹하나 생각이 짧으니,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연후에 자연스럽게 허현으로 수도를 옮기시면 됩니다.”


이에 조조는 동소의 두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앞으로 이 조조가 도모할 일이 있거든, 부디 공께서 가르침을 내려 주시오.”


그러자 동소는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읍을 하고 물러갔다. 다음날, 조조는 양현에 있는 양봉에게 많은 재물을 보내면서 공손한 어조로 어가를 노양으로 옮기길 청했고, 양봉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조정의 실권자인 양봉의 동의를 얻은 조조는 곧바로 황제를 알현해 천도를 건의하였다. 황제는 또 다시 수도를 옮기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식량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을 알았기에 순순히 조조의 청을 받아들였다.



며칠 뒤, 준비를 마친 조조가 황제를 모시고 노양으로 군대를 움직이는데, 행군 도중에 전령이 달려와 급한 소식을 전했다.


“조공, 한섬이 반란을 일으켜 노양으로 가는 길목인 양현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한섬이 기어이 반란을 일으켰단 말이냐?!”


보고를 받은 조조는 곧장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신이 한섬을 무찌르는 것은 쉬운 일이나, 전투 중에 혹시나 폐하께서 다치실까 염려되옵니다. 진군경로를 바꾸어 일단 허현으로 가서 적을 피하고자 하는데 어떠하신지요?”


“경의 뜻대로 하시오.”


황제가 허락을 하자, 조조는 우렁찬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전군 신속히 허현으로 진군한다! 폐하께서 전투에 휘말리시지 않도록 전속력으로 움직여라!!”


한편 황제의 어가가 허현으로 향했다는 소식은 양봉에게도 전해졌고, 그제서야 양봉은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고 분통을 터뜨렸다.


“조조 이놈! 한섬에게 반역죄를 뒤집어 씌우고 황제를 빼돌리다니! 내 용서할 수 없다!!”


양봉은 한섬과 함께 황급히 군사를 모아 양(梁)현 북쪽으로 향했지만, 조조의 군대는 이미 그곳을 지나간 후였다.


“우리 조조를 추격해 죽여버리고, 황제를 되찾아오세!”


분노한 한섬의 말에 양봉이 힘 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는 조조보다 군세가 약하네. 험한 길목을 틀어막고 적을 공격했다면 승산이 있었겠지만, 조조가 이곳을 빠져나갔으니 방법이 없네···”


“그럼 어찌하면 좋겠는가?”


“이제 황제를 모시는 것은 포기해야겠지···”


양봉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은 조조를 공격하는 것을 포기했지만, 허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제 두 사람은 조정으로 돌아갈 길이 없어졌고, 죽기로 싸워 황제를 지킨 공도 허사가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옛 버릇이 다시 나온 건지, 양봉과 한섬은 정릉(定陵)으로 내려가서 노략질을 하며 분풀이를 했다.

17. 허현 천도 경로.pn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2 악지유
    작성일
    21.06.05 04:49
    No. 1

    이리떼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들인 격.
    황제, 유협의 삶도 참 고달픕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06.05 12:16
    No. 2

    삼국지에서 가장 불행한 인물 중 한 명이죠. 유선이었다면 조조가 권력을 빼앗아도 하하호호 그저 편하게 살다 갔을덴데...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의 정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삼국지의 정석_44. 원수에게 구걸하는 원담(부처님 손바닥) +2 21.08.27 39 2 7쪽
27 삼국지의 정석_43. 적을 눈앞에 두고 다투는 원 씨 형제(유비 의문의 1승) +4 21.08.25 51 2 9쪽
26 삼국지의 정석_42. 원소,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다(형제의 난)(下) +2 21.08.23 41 1 8쪽
25 삼국지의 정석_42. 원소,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다(형제의 난)(上) +2 21.08.20 77 1 10쪽
24 삼국지의 정석_27. 장수, 조조를 잡다(역린) +2 21.06.18 84 2 12쪽
23 삼국지의 정석_26. 가짜 황제 원술(신궁 여포)(下) +2 21.06.16 53 2 13쪽
22 삼국지의 정석_26. 가짜 황제 원술(신궁 여포)(上) +2 21.06.14 56 1 10쪽
21 삼국지의 정석_25.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는 유비(기생충)(下) +2 21.06.11 71 1 9쪽
20 삼국지의 정석_25.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는 유비(기생충)(上) +2 21.06.09 69 1 8쪽
19 삼국지의 정석_24. 조조, 둔전제를 도입하다(도시농부) +2 21.06.07 76 1 9쪽
» 삼국지의 정석_23. 조조, 황제를 모시다(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下) +2 21.06.04 67 1 7쪽
17 삼국지의 정석_23. 조조, 황제를 모시다(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上) +2 21.06.02 69 1 10쪽
16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下) +2 21.05.31 54 1 11쪽
15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中) +2 21.05.28 66 1 9쪽
14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上) +4 21.05.26 81 1 9쪽
13 삼국지의 정석_21. 소패왕 손책(추격자) +4 21.05.24 79 1 6쪽
12 삼국지의 정석_7. 동탁 추격전(황제 탄핵)(下) +2 21.04.05 171 1 14쪽
11 삼국지의 정석_7. 동탁 추격전(황제 탄핵)(上) +2 21.04.05 209 2 12쪽
10 삼국지의 정석_6. 반동탁 연합(공공의 적)(下) 21.04.05 230 3 12쪽
9 삼국지의 정석_6. 반동탁 연합(공공의 적)(上) 21.04.05 258 3 14쪽
8 삼국지의 정석_5. 동탁의 등장(어부지리) +2 21.04.02 285 3 10쪽
7 삼국지의 정석_4. 십상시의 최후(마녀 사냥)(下) 21.03.31 357 4 11쪽
6 삼국지의 정석_4. 십상시의 최후(마녀 사냥)(上) +2 21.03.29 371 5 11쪽
5 삼국지의 정석_3. 논공행상(공무원 갑질) 21.03.26 499 4 15쪽
4 삼국지의 정석_2. 난세에 출현하는 영웅(황건 개미운동)(下) +2 21.03.26 765 5 14쪽
3 삼국지의 정석_2. 난세에 출현하는 영웅(황건 개미운동)(上) 21.03.26 1,531 10 15쪽
2 삼국지의 정석_1. 난세의 시작(비선실세 국정농단) 21.03.26 2,530 12 7쪽
1 [공지] 삼국지의 정석_소설 집필배경 +9 21.03.26 2,659 18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