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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602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6.02 10:00
조회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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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삼국지의 정석_23. 조조, 황제를 모시다(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上)

DUMMY

황제가 장안을 빠져 나와 낙양으로 돌아온 것은 관동 지역의 제후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우선 원소의 진영에서 황제를 모시는 일에 대한 논의를 했는데, 이것은 득실을 따지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황제를 모시면 충신으로 이름을 높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황제의 명령에 발목이 잡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소는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내심 황제 자리에 욕심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황제를 모시는 것이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였다. 저수 등의 강력한 건의에도 불구하고, 원소는 끝내 황제를 모시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원술 역시 황제 자리에 욕심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원술은 예전부터 새로운 나라의 황제가 될 것을 꿈꾸면서, 예언서의 한 구절인 ‘한(漢)을 대신할 것은 당도고(當塗高)이다’가 자신을 뜻한다고 생각해 왔다. 왜냐하면 ‘도(塗)’가 자신의 이름인 ‘술(術)’이나 자인 ‘공로(公路)’의 ‘로(路)’처럼 ‘길’이란 뜻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은 원술이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아전인수격 해석이었다.


195년 흥평2년 겨울, 황제가 이각의 추격 군에게 쫓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술은 수하들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천하는 혼란스럽고 유씨는 약하기 그지없소. 따라서 누군가가 나서서 천하를 평안하게 만들어야 하오. 우리 원 씨 가문은 사세삼공으로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내가 천심과 민심에 따라 제위(帝位 : 황제의 자리)에 오르려 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데, 주부 염상(閻象)이 나서서 말했다.


“과거 주(周)나라 문왕은 많은 덕을 쌓아 천하의 삼분에 이를 차지했지만 오히려 은(殷)을 섬겼습니다. 명공의 가문이 번창하였지만 아직 주나라의 영광에는 미치지 못하고, 한실이 쇠하였으나 은의 주(紂)왕때만큼 몰락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 보시는 것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 그런가? 흐음···.”


염상의 완곡한 반대에, 원술은 장승(張承) 등 다른 인물들에게 자문을 구하였다. 하지만 다들 원술이 황위에 오르는 것을 만류했고, 원술은 어쩔 수 없이 황제가 되는 것을 다음으로 미루었다.


반면 조조는 원소나 원술과는 생각이 달랐다. 비록 다 쓰러져가는 한 황실이지만, 조조는 황제를 등에 업는 것이 자신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조조의 수하 중에서도 황제를 모시는 것에 반대하는 인물들이 많았지만, 조조는 순욱과 정욱의 찬성에 힘입어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196년 건안 1월, 조조는 수하장수 조홍에게 병사 3천을 주어 서쪽으로 가서 황제를 맞이하게 하였다. 하지만 뜻밖의 방해자가 나타났으니, 그는 바로 원술이었다. 원술은 조조가 황제를 맞이하면, 황실의 힘이 커져서 훗날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원술은 수하장수 장노(萇奴)를 파견해, 동승과 힘을 합쳐 조조 군의 진군을 막도록 하였다.

장노는 연주에서 낙양으로 향하는 길목에 병사를 배치해 철통같이 방어를 했고, 병력이 부족했던 조홍은 차마 이를 공격하지 못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며칠 뒤, 빈손으로 돌아온 조홍을 본 조조는 분노를 감출 수가 없었다.


“지난번 따끔한 맛을 보여줬는데도 원술 녀석이 정신을 못 차렸구나! 내 당장 군대를 보내 원술을 응징할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순욱이 들어와서 급한 소식을 전했다.

“조공, 원술을 공격하는 건 잠시 미루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여남과 영천에서 황건적의 잔당인 황소(黃邵), 하만(何曼), 하의(何儀), 유벽(劉辟) 등이 군대를 일으켰는데, 북쪽으로 올라올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대가 황건적이라는 말에, 조조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황건적이 감히 나에게 맞서겠다는 것인가?!”


“아무래도 원술의 사주를 받은 것 같습니다. 원술이 병사와 무기를 지원해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알겠네, 우선 그 놈들부터 정리 해야겠군!”


조조는 곧바로 군대를 움직여 황소 토벌에 나섰다. 이에 양군은 기세 좋게 맞붙었는데, 승부가 결정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비록 원술의 지원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급조된 황건적의 군대가 조조 군의 상대가 될리가 없었다. 한번의 전투로 황소는 목이 달아났고, 하만과 하의는 조조에게 항복했으며, 유벽만 간신히 목숨을 구해 도망 칠 수 있었다. 이처럼 원술의 계책은 실패로 끝났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조에게 예주 지역에 대한 영향력만 강화해 준 꼴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조조는 황소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용맹한 장수도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허저(許猪), 자는 중강(仲康)으로 초현(醮縣)사람이었는데, 키는 8척(약 185cm)에 허리 둘레가 무려 열 뼘이나 될 정도로 덩치가 거대했다.


원래 허저는 친척들과 함께 수천 명을 모아 성벽을 쌓고, 황소의 황건적과 맞서고 있었다. 허저는 적과 싸우다가 화살이 떨어지면 돌팔매질을 했는데, 그 돌팔매질에 맞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 박살이 나 버렸다.

하루는 성안의 식량이 떨어지자, 허저는 황건적과 잠시 휴전을 하고 소와 식량을 맞바꾸기로 하였다. 그런데 서로 물건을 교환하는 자리에서 소가 성안으로 도망치려 하자, 허저는 한 손으로 소 꼬리를 잡은 채 반대쪽으로 백 걸음이나 걸어가는 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이 모습을 본 황건적들은 겁에 질려 달아나 버렸다).


이러던 와중에 조조가 여남과 영천 일대를 평정하자, 허저가 무리를 이끌고 귀순을 청한 것이었다. 그러자 조조는 매우 흡족해 하면서 허저를 도위(都慰)에 임명해 주었다.



이렇게 걸림돌을 제거한 조조가 다시 황제를 맞이하려 하는데, 또 다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봉과 한섬은 도적 출신이지만 나름 용맹한 자들입니다. 여기에 장양의 지원까지 받고 있으니, 단번에 그들을 제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공께서 아직 산동을 평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과 적이 된다면, 자칫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순욱이 반박하고 나섰다.

"과거 진(晉) 문공(文公)이 주(周) 양왕(楊王)을 맞이하자 제후들이 문공을 그림자처럼 따랐고, 한 고조께서 항우에게 맞서며 의제(義帝 ; 항우에게 초 회왕으로 옹립되었다가 시해 당한 군주)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흰 소복을 입자, 천하의 민심이 고조께 돌아갔습니다.

지금 황제께서 낙양으로 돌아오셨지만, 그곳은 허허벌판이라 천하의 백성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누군가가 나서서 황제를 보필해야 하는데, 그 역할에는 조공이 제격이십니다.

조공께서는 동탁에게 맞서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켜, 황실을 향한 충성을 보이셨습니다. 조공께서 폐하를 받들어 백성들을 위로한다면, 이는 천하 영웅들이 조공께 모이게 하는 원대한 책략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찌 감히 한섬이나 양봉 따위가 조공께 방해물이 되겠습니까! 이 때를 놓친다면, 다른 사람이 먼저 황제를 모셔 낭패를 보게 될 것입니다."


“문약의 말이 맞네,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될 것이네!”


순욱의 말에 힘을 얻은 조조는 황제에게 표문을 올려 자신의 뜻을 알리는 한편, 군대를 움직여 낙양으로 향했다. 그러자 한섬, 이락 등 난폭한 무리에게 시달리던 황제와 조정 대신들은 조조의 청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이때 조정에 동소(董昭), 자가 공인(公仁)이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는 예전부터 조조가 천하를 평정할 영웅이라고 생각해 왔다. 앞서 장양이 조조가 황제에게 보낸 사자를 가로막은 적이 있는데, 동소는 장양을 설득해 조조의 사자가 황제를 알현하게 해주기도 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조조가 황제를 맞이하겠다는 표문을 올리자, 동소는 조조를 도울 방법을 생각하였다.


‘조공이 황제를 받드는 것을 양봉과 한섬이 허락하지 않겠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봉은 정예병을 거느리고 있지만 그 수가 적고 물자도 부족하니, 조공이 연합을 제의하면 좋아할 것이다. 이렇게 양봉이 조공을 후원하게 만든다면, 한섬도 별 수 없이 따를 것이다.’


다음날 양봉은 조조가 보낸 서신 한 통을 받았는데, 그 내용이 다음과 같았다.


‘저는 양 장군님의 높은 명성을 듣고 오랫동안 사모해 왔습니다. 장군께서는 황제폐하를 구했을 뿐 아니라 옛 수도에 다시 모셨으니, 세상을 뒤흔들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다만 천하가 혼란스러운 이때, 황제 폐하를 받들어 모시는 일은 홀로 해내기 어렵습니다. 천하의 현명한 사람들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하며, 장군께서 안에서 조정을 든든히 지키시면 제가 밖에서 장군을 돕겠습니다. 장군께서는 날카로운 병사들을 거느리고 계시고, 저는 식량을 가지고 있으니 서로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장군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고 싶으니, 장군께서 부디 제 뜻을 헤아려주셨으면 합니다.’


조조의 서신을 읽은 양봉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조조가 나를 알아주는구나! 조조의 본거지인 허창에는 병력과 식량이 풍부하니, 황실은 마땅히 조조에게 의지해야 할 것이다!”


이후 양봉은 조정 대신들을 설득해 조조를 진동장군(鎭東將軍) 겸 비정후(費亭侯)에 봉해 주었는데, 이는 동소의 계략에 양봉이 속아 넘어간 것이었다(앞서 양봉이 받은 서신은 동소가 거짓으로 작성한 것이었다). 한편 한섬은 동승과 불화가 있는 상황에서 조조까지 온다고 하자, 겁을 집어먹고 양현으로 달아나 버렸다.

23. 허저_R.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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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2 악지유
    작성일
    21.06.03 04:52
    No. 1

    술수와 책략이 난무하던 세상.
    속고 속이고...

    전투의 절반은 머리로 했을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06.03 06:43
    No. 2

    머리로 전투를 했기 때문에 약소국이 강대국을 이기는 낭만(?)이 있었던것 같네요. 요즘 같으면 장수세력으로 조조 이기는거 꿈도 못꾸죠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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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의 정석_23. 조조, 황제를 모시다(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上) +2 21.06.02 6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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