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백약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의 정석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강U백약
그림/삽화
강백약
작품등록일 :
2021.03.26 16:00
최근연재일 :
2022.07.15 10: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605
추천수 :
254
글자수 :
261,898

작성
21.05.31 08:56
조회
53
추천
1
글자
11쪽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下)

DUMMY

이렇게 위기를 벗어난 황제 일행은 홍농군 화음현(華陰縣)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중랑장(中郞將) 단외(段煨)라는 뜻밖의 조력자를 만날 수 있었다. 과거 동탁이 손견에게 패했을 때, 동탁은 손견의 추가 공격을 우려해 단외에게 병사를 주어 화음에 주둔하게 하였다. 얼마 후 동탁이 죽어버리자, 단외는 화음을 본거지 삼아 잘 다스려 상당한 식량과 재물을 비축할 수 있었다.

이처럼 단외는 백성들을 잘 다스렸을 뿐 아니라, 황제에 대한 충성심도 가지고 있었다. 황제 일행이 화음에 나타나자, 단외는 의복과 마차, 말 등을 제공하며 황제를 자신의 군영으로 모시고자 하였다. 하지만 단외와 사이가 나빴던 양정이 황제에게 이상한 말을 하였다.


“폐하, 단외를 믿으시면 안됩니다. 단외는 폐하를 납치해 장안으로 보내려는 꿍꿍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외의 군영으로 가시면 절대 안됩니다!”


“짐이 보기에 단외에게 악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소만···”


“동탁이 서량에 있을 때부터 단외는 이각,곽사와 친분이 두터웠습니다. 단외는 이각, 곽사와 한 패입니다!!”


“알겠소. 일단 경의 말에 따르겠소···”


결국 황제는 단외의 군영으로 거처를 옮기는 일을 중단하였는데, 양정의 중상모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며칠뒤 양정은 단외의 군영을 기습한 다음, 황제에게는 단외가 먼저 공격을 했다고 거짓으로 알렸다. 이처럼 양정의 모함이 계속되었지만, 단외는 황제 일행에게 많은 음식과 재물을 바치며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았다.



한편 황제를 납치하는 데 실패한 곽사는 또 다른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적은 병력으로는 황제를 되찾지 못할 것이고, 많은 병력을 움직이자니 이각에게 뒤통수를 맞을 것이 걱정되는구나. 그래, 이각과 다시 손을 잡자. 이각과 함께 움직이면 충분히 황제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곽사는 이각을 찾아가 함께 할 것을 설득했고, 결국 두 사람은 다시 동맹을 맺었다. 하지만 둘이 힘을 합쳤어도 여전히 무서운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장제였다.


“우리가 황제의 뒤를 쫓으면 장제가 가만히 있겠는가?!”


“가만히 있지 않겠지. 그러니 장제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네.”


“장제의 군세가 막강하니, 무엇이 아쉬워 우리와 손을 잡겠는가?!”


“흐흐, 장제에게도 약점이 있네. 내 서신 한 통으로 장제를 설득하겠네!”


곽사를 안심시키면서, 이각이 서신 한 통을 장제에게 보내니 그 내용이 다음과 같았다.

‘황제가 낙양에 도착하면, 관동의 제후들에게 우리를 토벌하라 명을 내릴 것이오. 그대는 비록 장안을 떠났었지만, 우리와 함께 왕윤을 죽이고 황제를 위협한 죄는 피하지 못할 것이오. 그러니 우리와 함께 황제를 다시 장안으로 모십시다.’


“으음···”


이각의 서신을 읽은 장제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장제는 나름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있는 인물이었지만, 이각의 말을 부정할 순 없었다. 게다가 장제는 황제를 모시고 있는 양봉, 동승 등과 사이가 나빴다. 양봉, 동승이 권력을 손에 쥐면, 황제에게 장제를 모함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결국 장제는 이각, 곽사와 행동을 함께 하기로 하고, 이들에게 지원군을 보내기로 하였다.


이렇게 장제를 포섭한 이각과 곽사는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이각 일당은 ‘양정에게 핍박 받는 단외를 구원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황제 일행을 추격하기 시작했고, 이에 양정은 겁을 먹고 형주로 달아나 버렸다.

이후 황제 일행은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홍농 동간(東澗)에서 이각의 군대에 따라 잡히고 말았다. 양봉과 동승이 급히 진을 펼쳐 수비 태세를 갖추었지만, 다들 오랜 행군으로 지친데다가 병력마저 부족한 상황이었다.

결국 양봉과 동승은 대패하였고, 수많은 대신들이 난리통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또한 궁중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물품과 책 등을 잃어버렸지만, 양봉과 동승이 죽기로써 싸운 끝에 황제의 어가만은 지켜낼 수 있었다.



겨우 황제를 지켜낸 양봉과 동승은 부지런히 달아났지만, 남아있는 병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양봉은 거짓으로 이각에게 항복할 것처럼 하여 시간을 끌면서, 하동으로 사람을 보내 이락(李樂), 한섬(韓暹), 호재(胡才), 거비(去卑) 등에게 지원을 요청하였다. 이락, 한섬, 호재는 백파적(白波賊 : 백파곡에서 활동하던 황건적의 잔당)의 수령들로 과거 양봉의 동료였고, 거비는 남흉노(南匈奴)의 우현왕(右賢王)이었다.

양봉은 황제의 이름을 빌려 이들에게 벼슬을 준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귀가 솔깃해진 이락 등은 수천 명의 병력을 이끌고 달려왔다. 그러자 양봉과 동승은 이락 일당과 군대를 합친 다음, 추격해오는 이각의 군대와 전투를 벌였다.


초전은 양봉, 이락 연합군의 대승이었다. 양봉과 동승은 소수의 병력으로 이각의 군대를 유인한 다음, 이락, 한섬 등에게 이각 군의 후방을 기습하게 하였다. 작전은 보기 좋게 맞아 떨어졌고, 이각은 대패하여 사상자 수천 명을 내고 달아나 버렸다.

한 숨 돌린 양봉 일행은 서둘러 낙양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며칠 뒤, 해가 저물어 양봉 일행이 야영을 준비하는데, 느닷없이 이각의 군대가 기습을 해온 것이었다. 제대로 허를 찔린 양봉의 군대는 크게 패했고, 달아나 남아있는 병력을 헤아려보니 겨우 수백 명에 불과했다.


궁지에 몰린 장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는데, 이락이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 백파적은 원래 황실에 불만이 많은데, 황제를 위해 싸우다 많은 병사가 죽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


“맞네,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켜 이각에게 붙을 지도 모르네.”


양봉이 걱정스레 맞장구를 치자, 동승이 대책을 제시하였다.

“각자 믿을만한 측근들만 데리고 오늘밤 황하를 건너세. 어차피 지금 병력으로 이각을 상대할 수 없으니, 소수의 인원으로 신속히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네.”


“자네 말이 맞네, 낙양에 가면 어떻게든 살 길이 열리겠지...”


결국 양봉 일행은 황제를 모시고 밤중에 몰래 강을 건너기로 결정하였다. 다행히 이락이 강을 건널 배를 구하는 데 성공했지만, 절벽처럼 깎아지른 지형 때문에 배가 있는 물가에서의 높이가 무려 10장에 달했다.

이에 장수들은 비단을 엮어서 밧줄을 만든 다음, 황제와 황후의 허리에 밧줄을 묶어 아래로 내려 보냈다. 워낙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대신들과 환관, 궁인들은 가파른 기슭을 기어서 내려가거나 강으로 바로 뛰어내려야 했다.

이렇게 물에 뛰어든 사람들이 서로 먼저 배에 오르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니, 황제가 탄 배가 기우뚱 하면서 가라앉을 위험에 처했다. 그러자 동승이 창을 휘둘러 배에 매달린 이들의 손을 찍었는데, 손가락이 잘린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잠시 후 양봉 등이 배를 몰아 반대편 기슭에 도착하니, 함께 강을 건넌 사람의 수는 겨우 수십 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식량마저 떨어져서, 민가에서 조가 섞인 밥을 얻어 겨우 황제와 황후에게만 올리는 실정이었다.

이처럼 거지 꼴을 한 황제 일행이 힘겹게 걸음을 옮겨 하동군 안읍현(安邑縣)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하내태수 장양이 식량을 가져와 황제에게 바쳤다. 또한 하동태수 왕읍이 솜과 비단을 보내준 덕분에, 황제 일행은 추위와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굶어 죽을 위기는 넘겼지만, 다들 너무 지치고 쇠약해진 상태라 낙양으로 움직일 힘이 없었다. 그러자 황제는 안읍을 임시 수도으로 정하는 한편, 그 동안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벼슬을 내렸다. 이에 이락은 정북장군(征北將軍), 한섬은 정동장군(征東將軍), 장양은 안국장군 (安國將軍), 왕읍은 진북장군(鎮北將軍)에 임명되었다.

하지만 안읍은 허허벌판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황제가 머무를 가옥이나 건물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황제는 버려진 민가에 들어갔는데, 문이나 담장이 없어서 집 둘레에 가시나무를 박아 울타리를 만드는 지경이었다. 이처럼 초라한 민가 안에서 황제와 대신들이 나라 일을 의논하니, 백파적 출신 병사들이 울타리 앞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며 비웃어댔다.


게다가 이락, 한섬 일당은 도적떼 시절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황제보다 좋은 음식을 먹으며, 조정 대신들을 능멸(凌蔑 : 업신여겨 깔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정 대신들이 황제를 알현하지 못하게 막으며 욕을 퍼붓고, 심지어 때려 죽이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행패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이락 등은 자신의 수하들에게 벼슬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는데, 그 대상에는 건달이나 무당도 있었다. 힘이 없는 황제가 어쩔 수 없이 요구한 벼슬을 내려주는데, 도장을 팔 수가 없어 송곳으로 나무 판에 글자를 그려 주는지라 영 체통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곳에나 충신은 있는 법, 이러한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장양이 황제를 찾아 뵙고 말했다.


“폐하, 이곳 안읍은 한나라의 수도가 되기엔 부족한 곳입니다. 소신이 낙양의 궁궐을 보수해 놓을 테니, 낙양으로 행차 하시는 게 어떠십니까?”


“고맙소, 내 경의 말에 따르리라!”


황제는 몹시 기뻐하며 장양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비록 양봉과 이락이 낙양으로 수도를 옮기는 것을 반대하고, 한섬과 동승이 권력을 다투다가 싸움을 벌이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얼마 후 황제 일행은 다시 낙양으로 움직이게 되었다(이때 이락과 호재는 하동에 남았다).


196년 흥평3년 7월, 황제 일행은 마침내 낙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궁궐의 보수가 완료되자,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연호를 건안 원년으로 고쳤다. 황제는 끝까지 자신을 모신 장수들에게 큰 벼슬을 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장양(張楊)은 대사마(大司馬), 한섬(韓暹)은 대장군(大將軍), 양봉(楊奉)은 거기장군(車騎將軍), 동승은 위장군(衞將軍)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이후 장양은 황제에게 감사를 표하고 본거지인 야왕으로 돌아갔고, 양봉은 병사들을 거느리고 양현으로 나가 주둔하였다. 그리고 한섬과 동승은 낙양에 남아 황궁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22. 유협_R.pn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2 악지유
    작성일
    21.06.01 04:54
    No. 1

    어린 황제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못난 조상을 둔 탓에 고생이 막심합니다.
    그래서 있을때 잘해야 하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강U백약
    작성일
    21.06.01 17:47
    No. 2

    머저리같은 영제 때문에 유협이 가시밭길을 걷습니다. 저런 상황에선 조조가 황제여도 극복하지 못했을겁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의 정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삼국지의 정석_44. 원수에게 구걸하는 원담(부처님 손바닥) +2 21.08.27 39 2 7쪽
27 삼국지의 정석_43. 적을 눈앞에 두고 다투는 원 씨 형제(유비 의문의 1승) +4 21.08.25 51 2 9쪽
26 삼국지의 정석_42. 원소,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다(형제의 난)(下) +2 21.08.23 41 1 8쪽
25 삼국지의 정석_42. 원소,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다(형제의 난)(上) +2 21.08.20 77 1 10쪽
24 삼국지의 정석_27. 장수, 조조를 잡다(역린) +2 21.06.18 83 2 12쪽
23 삼국지의 정석_26. 가짜 황제 원술(신궁 여포)(下) +2 21.06.16 53 2 13쪽
22 삼국지의 정석_26. 가짜 황제 원술(신궁 여포)(上) +2 21.06.14 56 1 10쪽
21 삼국지의 정석_25.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는 유비(기생충)(下) +2 21.06.11 70 1 9쪽
20 삼국지의 정석_25. 여포에게 서주를 빼앗기는 유비(기생충)(上) +2 21.06.09 69 1 8쪽
19 삼국지의 정석_24. 조조, 둔전제를 도입하다(도시농부) +2 21.06.07 76 1 9쪽
18 삼국지의 정석_23. 조조, 황제를 모시다(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下) +2 21.06.04 66 1 7쪽
17 삼국지의 정석_23. 조조, 황제를 모시다(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上) +2 21.06.02 69 1 10쪽
»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下) +2 21.05.31 54 1 11쪽
15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中) +2 21.05.28 66 1 9쪽
14 삼국지의 정석_22. 목숨을 걸고 장안을 탈출하는 황제(산전수전)(上) +4 21.05.26 81 1 9쪽
13 삼국지의 정석_21. 소패왕 손책(추격자) +4 21.05.24 79 1 6쪽
12 삼국지의 정석_7. 동탁 추격전(황제 탄핵)(下) +2 21.04.05 171 1 14쪽
11 삼국지의 정석_7. 동탁 추격전(황제 탄핵)(上) +2 21.04.05 209 2 12쪽
10 삼국지의 정석_6. 반동탁 연합(공공의 적)(下) 21.04.05 230 3 12쪽
9 삼국지의 정석_6. 반동탁 연합(공공의 적)(上) 21.04.05 258 3 14쪽
8 삼국지의 정석_5. 동탁의 등장(어부지리) +2 21.04.02 285 3 10쪽
7 삼국지의 정석_4. 십상시의 최후(마녀 사냥)(下) 21.03.31 357 4 11쪽
6 삼국지의 정석_4. 십상시의 최후(마녀 사냥)(上) +2 21.03.29 371 5 11쪽
5 삼국지의 정석_3. 논공행상(공무원 갑질) 21.03.26 498 4 15쪽
4 삼국지의 정석_2. 난세에 출현하는 영웅(황건 개미운동)(下) +2 21.03.26 764 5 14쪽
3 삼국지의 정석_2. 난세에 출현하는 영웅(황건 개미운동)(上) 21.03.26 1,531 10 15쪽
2 삼국지의 정석_1. 난세의 시작(비선실세 국정농단) 21.03.26 2,530 12 7쪽
1 [공지] 삼국지의 정석_소설 집필배경 +9 21.03.26 2,658 18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