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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아공간

조숙한 아이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工)
작품등록일 :
2012.11.18 23:15
최근연재일 :
2013.04.25 17:4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728,608
추천수 :
2,067
글자수 :
36,330

작성
12.11.06 18:35
조회
20,501
추천
44
글자
7쪽

조숙한 아이 - 4

DUMMY

여탕에 발을 딛는 순간 꽃내음이 물씬 풍기는 것 같다. 비록 중간 중간에 아줌마와 할머니 같은 불순분자(?)가 섞여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탕 안의 물은 참 깨끗할 것 같다.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옷을 벗기 위해 옷장 쪽으로 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고등학생, 중학생, 직장인 누님(?)들이 옷을 벗는 장면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아아! 내가 아무리 여자 앞에서 이빨을 까고, 많은 돈을 퍼 나르며 선물 공세를 해도 벗겨지지 않는 껍데기들이 이리도 쉽게 벗겨지다니!! 정말 여긴 낙원이다!

게다가 여탕은 평등한 곳이다. 옷을 입고 있을 때는 94년도라는 시간 때문에 여자들이 너무 촌스럽게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허물을 벗고 나니, 만인이 평등해지는 것이었다. 근데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철학적으로 변한거지?

엄마가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자식의 도리로 엄마에게 시선을 피했다.

“동우야, 옷 벗어야지.”

아……. 나도 벗어야 하나? 9살이라 뭐 보여줄 것도 없지만 참으로 쑥스러운 느낌이다. 하지만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난 과감히 옷을 훌렁 벗어버렸다. 그리고 탕 안으로 돌진했다.

탕 안에서 몸을 불리면서 난 주변을 둘러보는 데에 급급했다. 역시 야동을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것이 더 흐뭇 하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남자들은 커가면서 여탕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워한다. 하지만 난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다. 매가 먹잇감을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 사람들을 쳐다보고 기억 속에 저장시킨다. 이건 정말 훌륭한 추억이 될 것이다.

온탕 안에 있으니, 온 몸이 나른해진다. 난 잠시 얼굴만 빼든 체 천정을 바라보고 나른함을 즐겼다. 조선선비가 자연에 들어가 안빈낙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 시원하다.”

내가 이 말을 하자 주변에 있던 아줌마들이 쑥덕거린다.

“저 애가 시원하다는 뜻을 알고 있는 거야?”

게다가 전신 욕을 즐기고 있는 내 표정이 인생의 참맛을 알고 있는 중년의 미소처럼 너무나 실감났는지 다들 갸우뚱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때가 불려 지자 엄마가 내 때를 밀어주었다. 그리고 난 냉탕에 가서 수영을 즐겼다.

‘역시 내 몸이 작으니까 냉탕이 수영장 같네.’

그렇게 즐겁도록 수영을 치고 몸이 차가워지자 다시 온탕으로 향하고 있었다.

냉탕에 있다가 온탕에 발을 담그니 다리에서 찌릿찌릿 따가운 느낌이 났다. 이때 그냥 온탕 안으로 확 들어가 버리면 온 몸이 따가울 것이다. 다리에서부터 점차 적응력을 키운 다음에 서서히 몸을 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응~ 귀여워 꼬마야.”

그때 내 옆으로 어느 한 누님이 다가왔다. 성인인 것 같은데, 얼굴이 08년도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은 미모를 갖췄다고 자부할 정도이다.

이상하게 내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너 몇 살이야?”

나는 누님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쫓겨나지 않으려면 꼬마처럼 행동해야 한다. 꼬마처럼 행동해야 한다.

난 마음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여섯짤!”

으웩~ 내가 이런 말투로 말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만으로 대답해도 상관없는데 굳이 손가락을 여섯 개를 펴서 내 나이를 각인시켜주었다. 물론 내 나이는 9살 이지만 쫓겨날 것 같아서 일부러 거짓말 한 것이다.

“여섯 살이야? 귀엽네.”

그리고 그 누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런데 잠깐!! 뭐지? 왜 아래에서 이상한 느낌이 나고 있지?

보여주면 안 된다. 이런 젠장, 난 지금 9살 밖에 안 되었는데 왜 이러냐고!!

난 서둘러 온탕 안으로 뛰어들었다. 아직 몸에 적응이 덜 되었는지 온 몸이 따갑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나의 돌발적인 행동에 누님도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하지만 어린애들의 생각을 누가 알겠냐고 생각했는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누나랑 말하기 싫어?”

난 대답대신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그냥 이 상태에서 감상(?)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목욕을 끝내고 시장을 갔다. 아직도 목욕탕의 기억이 아른 한 추억처럼 기억되었다. 오늘이 마지막은 아니겠지?

그나저나 난 내 보물(?)에 대한 생각을 다시 끔 하게 되었다. 9살짜리에게 보물이란 소변을 배출하기 위한 목적 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이놈이 작동을 하다니! 9살도 남자란 뜻인가?

다음에 여탕을 가게 된다면 무념무상의 기분으로 여탕과 나는 물아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내 보물이 작동을 안 하겠지?

저녁이 되어서도 난 여탕생각 때문에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황홀했던 그 순간……. 낙원……. 아~ 다시 가보고 싶다.

내가 이런 생각 때문에 밥맛이 없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자, 아빠가 이상한 눈초리로 날 쳐다보았다.

“오늘 동우가 왜이래?”

“그러게요. 오늘 목욕탕 갔다 오고서 부터 이러네요.”

“그러게 이제 어색해할 나이가 되었다고 말했잖아. 다음부터는 내가 동우랑 목욕탕에 가야겠어.”

난 아빠의 그 말에 정신이 버쩍 차렸다.

“아니에요~ 저 멀쩡해요.”

그리고 억지로 밥을 넘기기 시작했다. 아직 아니다. 내가 스스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 할 때까지는 여탕에 올인 한다!

내 돌발스런 행동에 아빠가 헛웃음을 지었다.

“녀석. 그렇게 엄마가 좋으니?”

마치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를 다른 방식으로 묻는 것 같아 대답을 회피했다. 대신에 엄마가 웃기 시작했다.

“동우야. 너 내일 개학인건 알고 있지? 방학숙제는 다 끝냈어?”

엄마가 나한테 질문을 했다. 그 동안 방학이었나? 그럼 내일 학교에 가게 되겠네…….

“다했어요, 엄마~”

내가 초등학교 때 숙제를 성실히 하는 어린이였나? 방학숙제는 뭐지? 일기는 한 달 치 미뤄 놓은 건 아니겠지? 갑자기 걱정이 밀려들었다. 그나마 담임선생님이 착한 분이면 어느 정도 괜찮을 것 같은데……. 설마 초등학교 2학년생을 미친 듯이 패겠어?

그나저나 내일이 기대되기는 하다. 어떤 친구들이 있었지? 나는 그 시절에 어떻게 놀았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나기 시작하면서 점점 설레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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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조숙한 아이 - 6 +6 12.11.06 19,057 46 7쪽
5 조숙한 아이 - 5 +12 12.11.06 20,111 48 8쪽
» 조숙한 아이 - 4 +10 12.11.06 20,502 4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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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조숙한 아이 - 2 +25 12.11.06 24,216 5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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