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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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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98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0.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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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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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3쪽

(2) 전투의 시작

DUMMY

“아이... 오빠... 여기서 이러면 어떻게 해...”


끈적한 신음이 섞인 콧소리가 들린다.


‘뭐야? 이거 어디지?’


분명히 교통사고의 현장에 있었다. 실제로 부딪혔다.


“사람이 없는 것두 아니구... 부끄럽단 말이야...”


계속해서 들리는 코맹맹이 소리.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 괜찮아. 오빠만 믿어. 달리는 차안에서 해보고 싶었단 말이야.”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헉헉대는 남자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빠아앙!!!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빛이 두 눈을 자극했다.


“헉!!”


본능적으로 내 손이 움직였고, 온몸이 들썩거린다. 차안이었다.

그리고 난 핸들을 잡고 있었다.


“어머!”

“씨발! 이 씨발 새끼야! 대리비도 넉넉하게 줬는데 운전을 그따위로 밖에 못하냐!”


응? 뭐지 이건? 운전? 대리비?

난 상황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다.

그리고 뒷좌석에는 뜨겁게 달아오른 남녀...


‘뭐야 이거?’


테러는 아닌 것 같았다.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로 보였다.

그런데 대통령이 타고 다니는, 그것도 세계 유명 브랜드의 차량인데 그런 어이없는 사고가 나다니.


“뭐야 이 새끼야? 정신 안 차려? 앞에 똑바로 보고 운전 똑바로 하라고!”


뒷좌석에 앉은 남자는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보였다.

뜨거운 시간을 방해한 것이 화가 났는지 화를 조금도 참지 못했다.

급기야 내가 있는 운전석까지 몸이 넘어와서 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퍽!퍽!퍽!


“이러지 마세요!”

“마세요는 이 새꺄! 맞을 짓을 했으면 맞는 게 당연하지!”


그런데 이건 뭐지?

사고를 당한 후 즉사해서 환생을 한 건가? 아니면 과거로?

과거라고 하기에는 난 알바로 대리운전 같은 것을 해본 경험은 없다.


“이 씨발 개새끼! 우리 애기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오빠! 나 괜찮아! 그만해, 그만하라고!”

“이거 놔봐! 이런 새끼는 처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계속되는 구타에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사고로 이어졌다.


“어? 어?”


눈앞에 아기를 막 자신의 차에 태우고 있는 젊은 여자 한명이 보였다.

자그마한 경차였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차는 딱 봐도 고급 브랜드의 대형 세단이었고.

둘이 부딪힌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엄마!!!”

“핸들 돌려! 핸들 돌리라고 새꺄!”


나도 그러고 싶다. 돌릴 틈을 줘야 돌릴 거 아니냐고!

난 그나마 자유로운 손 하나를 이용해 클락션을 힘주어 눌렀다.

빠아앙!

차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경차에 아이를 막 태우고 자신도 차에 타려던 젊은 여자의 놀란 눈빛.

그게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



“으헉!!!”


난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대통령님!”

“대통령님 괜찮으십니까?”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주치의가 보였다.


“하아... 하아...”


뭐지 방금 그건? 그냥 꿈인가?

꿈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했는데?


“급발진 사고였습니다. 다행히 마주오던 트럭이 방향을 틀어서 대형 사고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 급발진요?”

“네. 지금 차량 제조사 측에 항의를 넣은 상태이고 원인 규명에 대해서도 요구를 해 놓은 상태입니다.”


비서실장은 이제 겨우 한숨을 돌렸다는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완전히 긴장을 풀지는 않은 것 같았다.


“며칠...”

“하루입니다.”

“네?”

“딱 하루 푹 주무셨다구요. 급발진이 있기는 했지만, 접촉은 차량 접촉은 없었고 도로를 이탈해서 약하게 전복한 정도였습니다. 차가 워낙 튼튼해서 부상은 없다시피 했구요.”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다행이다.

취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할 일이 산더미다.


“일단은 조금 더 안정을...”


주치의가 그렇게 말을 하려 했으나.


“아닙니다. 심하게 아픈 건 없는 거 같은데요.”

“네, 의사 소견도 그렇습니다.”

“그럼 일어나죠. 할 일이 밀렸을 거 같은데 이러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



“원래 일정이 뭐였죠?”

“관광버스 전복사고로 사망한 유가족들 위로 차 방문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아. 그분들 아직 기다리고 계시지 않나요?”

“괜찮습니다. 대통령께서도 비슷한 일 당해서 지금 병원에 계시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네?”

“비밀 유지해야 한다고 각별히 부탁드렸습니다. 몸소 겪으셨으니 사고관련해서 철저하게 진상규명하겠다고 약속도 드렸구요.”


효도관광을 떠나는 노인들을 싣고 달리던 버스였다.

버스회사는 운전부주의로 인한 단순사고였다고 한발 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죽은 버스기사의 아들이 아버지는 이십년 무사고인 버스운전 베테랑이라며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버스 기사는 블랙박스 공개도 거부한 상태였다.


“공교롭네요.”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더라도 비슷한 일을 겪었으니 피해자의 입장을 십분 이해했을 것 같다.


“휴...”

“그런데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좀... 멍해보이시는데요?”

“아.”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사실 대화를 하면서도 난 깨어나기 전 사고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정말 실제 같았는데...’


대리운전을 하고 있었고, 사실상 뒷좌석에 있던 차주인의 방해로 사고가 났다.

그리고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


“일단은 좀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마침 내일 건설업계 대표들 초대한 만찬도 있고 하니... 지금 바로 주무시는 게 낫겠네요.”


비서실장의 반강요에 난 못 이기는 척 잠에 들었다.



###



취임초반.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누구는 한국으로 왔고, 어떤 나라는 내가 다녀왔다.

호의적은 모습이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능구렁이들을 보며 앞으로 오년이 정말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인가.’


진보적인 정치가라면 누구나 해볼법한 고민들이 내 공약들이었다.

난제 중 난제인 평생임대주택 사업. 공약만 걸었을 뿐인데 업계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혔다.

집 가진 사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평생 임대주택사업은 부동산과 갭투자를 위한 무분별한 재산증식 시도를 막는 게 포인트였으니까.


“들어가시죠.”

“그럴까요?”


영빈관에 도착한 난 비서실장의 안내에 조찬 장소로 들어섰다.


‘어휴... 이 압박감 봐.’


내가 뭐 독재군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왔는데 누구 하나 일어서는 사람이 없다.


-쫄지 마세요. 뒤에 제가 있지 않습니까.

“걱정마세요. 제가 언제 쫀 거 티내는 거 봤습니까?”


나도 사람이다.

아무런 기반 없이 무소속으로 대통령후보에 출마를 했을 때 지지율은 1퍼센트 남짓이었다.

그때도 사람인지라 속으로는 주눅이 꽤 들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네?”

“방금 그러셨잖아요. 쫄지 말라고. 뒤에 비서실장님 계신다고요.”

“제가요?”


비서실장의 놀란 목소리. 내가 더 놀라서 돌아보며 되물었다.


“아무 말 안하셨습니까?”

“... 네.”

“그래요?”


이상하다. 분명히 들었는데.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니 가보죠. 전쟁터로.”


비서실장의 걱정 섞인 시선이 느껴진다.

사고도 겪었고 하니 아무래도 내 몸 상태가 걱정되는 모양이다.

방금 전 내 말도 그렇고. 내가 잘못 들었겠지.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 눈앞의 사람들이 더 문제다.


“안녕하세요. 잠들은 푹 주무셨습니까?”


난 내 자리에 앉으며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걸로 자리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회장들은 잠을 원래 잘 못잡니다.”

“그럼요. 푹 자고 나왔죠. 다 잘 먹고 잘 자자고 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침 인사를 들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사소한 대화를 하며 한명, 한명에게 시선을 줬다.

최대한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싸우자고 나온 자리는 맞지만 이쪽에서 먼저 대놓고 공격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


‘어?’


그러다가 한곳에서 시선이 멈췄다. 마흔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있었다. 동시에 떠오르는 기억.


‘씨발! 이 씨발 새끼야! 대리비도 넉넉하게 줬는데 운전을 그따위로 밖에 못하냐!’

‘뭐야 이 새끼야? 정신 안 차려? 앞에 똑바로 보고 운전 똑바로 하라고!’

‘마세요는 이 새꺄! 맞을 짓을 했으면 맞는 게 당연하지!’

‘이 씨발 개새끼! 우리 애기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이거 놔봐! 이런 새끼는 처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버스사고 유가족 위문을 가던 길에 사고를 당한 후 깨어났다.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은 꿈이라고 생각했다.

엄청나게 생생했지만 직접 겪은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저 남자를 본 순간 다시 생생하게 그때가 떠올랐다.


‘와... 이거 뭐지? 꿈이 아니었다고?’


꿈이 아니었다고 말하기에는 그럼 뭐냐고 말할 수도 없다.

진짜 맞은 것처럼 뒤통수가 얼얼했었지만 진짜로 맞은 건 아니니까.

왜냐고? 난 그때 사고를 당하고 누워있었으니까.


‘말했다가는 미친 놈 소리를 들을 게 뻔하고.’


밥을 먹으면서 입으로는 대화를 머리로는 뜬금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근데 왜 자꾸 쳐다보는 거지?’


왜인지 저 남자도 자꾸 내 쪽을 신경 쓰고 있다고 느꼈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대기하던 비서실장과 눈이 마주쳤다.

비서실장은 바로 달려와 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기 저 사람은 처음 보는 얼굴인데요?”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비서실장의 눈이 내 시선을 따라갔고, 답은 바로 나왔다.


“태양 건설 부사장입니다.”

“태양 건설요?”

“네. 재벌 수준은 아니지만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구요. 지금 회장이 경영권 승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회장인 아버지 대신 왔나본데요. 그래서 아마 처음 보시는 걸 겁니다.”

“아.”


태양 건설 회장이 나이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요즘 세상에 칠십 넘었다고 골골대진 않을 거고, 재벌이니만큼 건강에도 각별히 신경을 쓸 것이다.

그래도 나이가 나이니만큼 후계자 관리를 본격적으로 하는 모양이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닙니다. 아, 그런데요.”


비서실장이 또 뭐가 문제냐는 듯 본다.


“말씀하십시오.”

“정말 말실수 같은 거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죠?”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실수 할 까봐 걱정돼서요.”

“아.”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비서실장의 얼굴.

난 사고의 후유증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나조차 신기한 이상한 능력이 비서실장의 눈에는 사고 후유증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가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편하게 하십시오. 오늘 대통령 되신 후 건설 쪽에 한정된 자리긴 하지만 기업가들 처음 만나는 자리십니다. 기선 제압을 할 필요도 조금은 있겠죠?”


비서실장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물러났다.


“휴...”


사고 당하고 나서 아무 일 없다는 듯 깨어났지만 아직은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건 사실이다.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큰일을 겪었다는 것이.


“휴...”


때로는 이렇게 숨을 아무 문제없이 쉬는 것만으로 감사할 지경이니.

호흡을 한번 가다듬었다.

그러니 조금은 편해지는 것도 같았다. 그때였다.


“대통령님.”

“네?”


부르는 소리에 돌아봤다.

긴장이 풀리니 주변도 더 눈에 잘 들어왔다.

대륙 건설 회장 신대륙.


“아파트 공급가를 낮추려면 저희도 원가를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원가요?”

“원자재 가격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낮출 수 있는 거라고는 결국 인건비죠. 그것도 아니면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셔야 합니다.”


건축업계 사람들이 나의 큰 적이다. 대선전에도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공격을 주요 언론사로부터 받았다.

그 주요 언론사의 소유주는 대게 건설 회사들이었다.

지금 이 대륙건설도 마찬가지였다.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현실적인 인건비도 내 공약이었는데... 이걸 물고 늘어지다니. 치사하네...‘


신대륙 회장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반면에 아직 혈기가 왕성한 내 얼굴은 저쪽이 보기에는 아직 통제 안 되는 상태일수도 있다.


‘이사람들하고 이런 대화를 하는 날이 있을 줄 알고 대책을 세워놨지.’


가만히 자신을 쳐다보고만 있는 나를 신대륙 회장을 포함해서 그의 옆에 있는 다른 회사의 총수들까지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전투의 시작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과 선작, 그리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면 글쓰는데 정말 많은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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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6 ka****
    작성일
    23.10.26 22:05
    No. 1

    평생 임대 주택.
    괜찮은 정책이죠.
    그런데 대리 운전과 교통사고는 미스테리 같군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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