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월어느날 님의 서재입니다.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오월어느날
작품등록일 :
2023.10.21 18:28
최근연재일 :
2024.02.01 23:3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39,156
추천수 :
857
글자수 :
652,510

작성
23.10.21 18:37
조회
1,176
추천
14
글자
12쪽

(1) 낭만 대통령

DUMMY

보름 후.

청와대 영빈관.

일본수상 요시다 히로부미.

그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가 한국이고 대통령의 거처인 청와대라는 걸 잊은 표정이었다.


“대통령님. 그건 지금 이 자리에서 꺼내기에는 적당한 주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웃으며 화기애애하게 얘기하다가 뜬금없이 튀어나온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이렇게 웃으며 얘기할 때가 많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인 것 같은데요.”

“그건 저 혼자 생각하고 대답할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국민들 감정도 생각해야 되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요시다 총리는 어떨지 모르지만 난 여유로웠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직 마흔 중반의 젊은 나이라 혈기 왕성해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가 벌써 백년이 다돼갑니다. 일본의 천천히라는 개념은 한 백년은 돼야 하는 겁니까?”


요시다 수상은 난감한 듯 이제 아예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이 새끼가 진짜.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러지?’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어차피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이 바뀌는 것도 지긋지긋하잖아?’


한국의 대통령은 감당해야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야권의 눈치, 재계의 눈치,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 눈치.

결코 이렇게 막 나가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야권이나 재계,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은 내가 막 나가는 걸로 보일 것이다.


“혹시 몇 안 남은 할머니들 다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리실 건 아니겠죠?”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꼭 그래 보이니까 이러는 거 아닙니까. 사과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렵다고.”

“음...”

“공식 발표하세요. 일왕의 사과, 그리고 피해자들과 그의 후손들에 대한 보상. 약속하겠다고.”

“그건...”

“그리고 이제 독도 문제로 장난 좀 그만 칩시다.”


위안부 문제만큼이나 한일 양국사이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인 독도를 언급했다.

다들 나를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지금 내가 역대 한국 대통령중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건 너무 잘 안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구십 프로를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이다.


‘미친놈이야. 아무리 봐도 미쳤어.’


일박이일 일정으로 이제 밥이나 먹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하는 요시다 총리의 머릿속은 많이 복잡했다.


###


청와대 춘추관.

파파팟! 파파팟!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질문을 하기 위한 기자들을 보며 난 여유로운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고 있었다.


“앞으로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잘해야죠.”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나눠먹을 거 있으면 서로 사이좋게 나눠먹고 도움 줄 거 있으면 주고받을 거 있으면 받을 겁니다.”


너무 생뚱맞은 대답에 기자들은 한순간 조용해졌다.

난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평화로운 공존은 누구나 원하는 거 아닙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평화가 가능합니까? 요시다 총리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이 되시는 건가요?”

“뭐 입 싹 닦지 않을까요?”

“...”

“하지만 더 이상의 양보는 없습니다. 잘못한 놈이 사과안하면 때려서라도 가르쳐야지요. 맞아야 아는 놈은 맞아야 됩니다. 일본이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요.”

“무력시위도 불사하시겠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회견장은 점점 격해졌다.

물론 그건 기자들끼리 만이었다.


“때리는데 맞고 있을까요? 후환이 두려워서? 나중에 경제보복을 가해올까 봐? 그래서 맞고 있어야 합니까? 괜히 시비를 걸면 그러지 말라고 강하게 말해줘야죠! 한 대맞으면 두 대는 못 때려도 맞은 만큼 때려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아...”


너무도 강경한 대통령의 내 말에 기자들은 이걸 다 받아 적어도 되는 건가 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난 한 번 더 힘줘 말했다.


“아닙니까? 그냥 맞고 있을까요?”

“안됩니다!”


기자 한명이 자기도 모르게 감정적인 대답을 하는 걸 보고 내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요. 겁 없는 사람이 저 말고 기자 분들 중에도 계셨네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기왕이면 선빵이 좋겠죠? 먼저 맞고 기분 더러울 필요는 없는 거 아닙니까?”


###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비서실장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는 차안이었다.


“과하지 않으면 바뀔 수가 없습니다. 비서실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한 번에 터트려버리시면 제가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엄살도 참. 일본 총리와의 대화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전임 정부에서 싸질러놓은 똥이었는데 굳이 그걸 끄집어낼 줄이야.”

“저도 요시다 총리가 그런 망언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싸우자는 게 분명했다.

아니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사십대 중반에 대통령이 된 내 혈기를 시험해보려고 했던 건지.

어쨌든 사람 잘못 봤다.


“거기서 자칫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지지율이 반토막 날수도 있습니다. 아시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일본 정부의 공식발표가 아예 없으면... 정말 전쟁을 할 수도 없고...”

“너무 겁내지 마세요. 우리한테는 비장의 무기가 있지 않습니까.”


내가 말한 비장의 무기.

그건 나와 비서실장만 아는 것이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대통령님.”


우리 둘만 아는 것.

그건 바로 비서실장의 재력에 관한 것이었다.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의 재력.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뿌려서 투표권 가진 사람들을 매수했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선거전에서 돈질에 밀리지 않은 정도?


“글세... 내가 보기엔 최소한 아직은 안 되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요시다 총리 스캔들 파일 아까 봤어요. 그거 미국 애들도 아직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

“외교라는 게 어차피 서로 아쉬워하는 게 하나씩 주고 받는 건데요. 그 정도면 요시다 총리를 압박하는 좋은 카드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내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요시다 총리의 비밀.

그게 밝혀지면 일본이 발칵 뒤집어질 것이다.


“그것 때문에 돈 좀 썼겠던데요?”

“돈이야 뭐...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니까요.”

“없어본 적이 없잖아요?”

“저는 돈 버는 게 가장 쉬웠으니까요.”


돈버는 게 가장 쉽다는 이 남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사람이다.


“여전히 신기하네요. 후보시절부터 느낀 거였지만 비서실장님의 재력은 정말 어디까지입니까?”

“영업비밀인데요.”

“비밀이고 자시고 세상을 바꿔놓을 만큼만 돈이 많으셨으면 좋겠네요.”


진심이다.

세상사 모든 거의 모든 다툼은 욕심 때문에 생기는 것이니까.

내가 더 많이 가지고자 하는 욕심. 그런 욕심 때문에 인간의 문명은 더 발달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편리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치다. 욕심 때문에 스스로를 잡아먹고 있는 형국이니까.


“그럴 만큼 많아도 쓰겠다는 말씀은 드린 적 없는데요.”

“에이. 왜 이러십니까 갑자기. 어차피 좋은 세상 만들자고 절 대통령으로 만드신 거잖아요.”


그렇게 말을 하니 또 부정은 하지 않는다.


“하암... 아 피곤하네.”


고등학생들은 대학만 가면 끝인 줄 안다.

하지만 대학을 가면 더 많은 공부가 기다리고 있다.

대학생들은 졸업을 하고 경제적으로 자립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졸업은 쉬워도 취직을 하는 것부터가 만만치가 않다.

해보기전에는 모두가 지금보다는 낫겠지, 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일정이 좀 과한 것 같기는 한데... 어쩔 수 없어.’


대통령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이정도로 피로에 시달릴 줄은 몰랐다.

아직 본격적인 일은 시작도 안했는데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다.


“잠깐이라도 눈을 좀 붙이...”


내 하품을 본 비서실장이 휴식을 권했다. 하지만...


“아, 그리고!”

“네?”

“그 평생임대아파트 사업 말입니다.”

“네.”

“정말 국내 건설사들 중에서는 하겠다는 곳이 없답니까?”

“뭐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해외 공사 수주 건에 대한 혜택을 주겠다는데도요?”

“아직은 확정된 건 아니니까요.”

“멍청한 사람들.”


조금의 이익도 내지 않은 원가의 아파트.

원자재와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이익도 챙기지 말고 공공주택을 지을 것을 제안했다.


“누가 해보지 않았으면 겁이 나겠지요.”


강요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짜로 지어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공사비 자체는 정부에서 지출을 하기로 했으니까.

그런데도 싫다니.


“내가 할 겁니다. 해낼 겁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최태웅. 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90퍼센트에 달하는 지지율을 얻었다.

마흔 넷이라는 젊은 나이에서 나오는 과감한 추진력과 민생을 꼼꼼히 살피는 혜안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사랑을 받아서일까?

야권을 포함한 음해세력은 그가 역대 가장 인기 있는 현역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코투리를 잡으며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려 안달이 나 있었다.


“경호가 진짜 두 배로 늘었던데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님.”

“설마 죽이기야 하려고. 너무 불필요한곳에 과하게 경비를 쓰는 거 아닙니까. 이것도 야당에서 트집 잡으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만큼 최근 대통령님의 신변에 대한 우려의 큽니다.”


난 여전히 비서실장의 걱정이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상식이 통하고 깨어있는 사람이 많으니 자신이 대통령이 된 것이고 나라가 망하지 않고 어떻게든 굴러간다. 아직은 그래도 말이 통하는 세상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대통령에 대한 테러는 억측일 것이다.


“대통령님 낭만적이신 건 알겠는데요.”

“그 낭만적인 면 때문에 제가 대통령이 된 것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경호는 원래 수준으로 줄입시다.”

“그건 안 됩니다.”


다시 단칼에 자르는 비서실장.

그렇게 위험한가? 내가 현실 감각이 없는 건가?


“야당과 미국 간 모종의 거래가 오가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습니다.”

“모종의?”


또 뭐가 있을까?

이미 테러 비슷한 건 후보 시절에도 여러 번 받았다.

계란을 얻어맞는 건 부지기수, 가장 믿을만하다고 생각했던 경호 요원 중에도 테러리스트가 있었다.


‘대놓고 차로 밀어버리거나 하지 않는 이상에야 뭐가 또 있을까?’


그게 내 생각이었다.


‘그 옛날 미국의 케네디처럼 암살을 당할 일도 없을 테고.’


내가 너무 낭만적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신변의 위협에 대한 걱정까지 하다가는 아마 할 일을 제대로 못할 것이다.


“우리 사람들 좀 믿고 삽시다. 어차피 우리가 다 안고 가야할 같은 한국사람 아닙...”


난 그렇게 말을 비서실장을 다시 다독이려 했다.

하지만 말을 끝낼 수가 없었다.


“아! 브레이크가!”

“뭔데요? 문제 있습니까?”

“브레이크가 안 듣습니다! 오히려 속도가 붙고 있어요!”


앞을 보니 급격한 코너가 나온다는 표지판이 오십 미터쯤 앞에 보였다.


‘여기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가속도가 붙는다고?’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다.

유투브로 블랙박스 같은 것도 많이 봤다.


‘야... 이게 이런 느낌이구나.’


물론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속도 그대로라면 차가 뒤집힐 수도 있다.

빠아앙!

갑자기 저만치서 덤프트럭이 보였고, 그 트럭은 우리가 탄 차로 무섭게 달려왔다.

서로가 서로에게 달려드는 형국이었지만, 멈추기에는 둘 다 늦었다.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지는 순간 대통령이 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그간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과 선작, 그리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면 글쓰는데 정말 많은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통령이 제일 쉬웠어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 프롤로그 +1 23.10.21 1,292 16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