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칄공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피디는 스타를 만들고 싶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칄공
작품등록일 :
2024.01.17 20:49
최근연재일 :
2024.02.21 08:2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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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1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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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0,991

작성
24.01.31 08:20
조회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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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
22쪽

당연히 그래야지, 싯팔.

DUMMY

“대표님, 정말 이 방법이 맞을까요?”


P&U 엔터테인먼트.

그곳 대표실에선 답답함이 가득한 물음이 던져졌다.

물음을 던진 사람은 P&U 매니저실장, 물음을 받은 사람은 P&U 김영석 대표였다.


“이번 애들 복귀 앨범에 저희가 얼마나 큰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잘 아시잖아요. 그런데, 인터넷 방송에 애들을 맡기는 건···. 차라리 언론사에 보도 자료 하나 더 부탁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소속 걸그룹 피에스타의 데뷔 앨범이 실패한 뒤, 회사의 미래까지 베팅하다시피 투자하여 준비한 복귀 앨범이다. 그런 승부수를 고작 1인 인터넷 방송에 던지겠다고?

P&U 실장은 애간장이 탈 수밖에 없었다.

진흙을 밟은 것과 같은 퍽퍽함이 그의 속을 꽉 채운다.

하지만 김영석 대표는 확고했다.


“이 실장, 나도 네 마음 모르는 건 아니야. 그런데 ‘역주행’ 기사 못 봤어? 요즘은 공중파고 인터넷 방송이고 구분하는 경계선 따윈 없어. 시류를 만드는 방송이 인정받는 세상이야. ‘하진뮤직’은 그 시류를 만들어 보였고.”

“대표님···, 하지만 그렇다기엔 선례가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진뮤직’이란 것도 찾아보니 그때가 첫 방송이었고요.”

“다르게 생각하면 첫 방송 때부터 그런 사고를 쳤단 거 아니겠냐?”


삐끗하면 복귀고 뭐고 P&U 엔터테인먼트란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위기였다.

그 말인즉슨 회사의 목숨이 김영석 대표의 판단 하나에 걸려있단 뜻이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영석 대표는 자신의 판단을 굳게 믿었다.


“이 실장아, 너 내 촉 알지? 그 좋은 촉이 이 사람에게서 진하게 느껴진다. 그러니깐 이번 한 번만 나 좀 믿어줄 수 없겠냐?”


이에 P&U 실장은 더이상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 네 알겠습니다.”


다만, 단 한 가지는 빼고.


“대신, 애들 신곡만큼은 이 ‘하진뮤직’에서 부르게 할 수 없습니다. 겨우 이런 방송에서 첫 공연을 보일 순 없잖아요.”

“뭐? 그러면 대놓고 방송 인지도만 빨아 먹겠단 소리 아니냐? 신곡 홍보하러 왔는데 방송에서 그 신곡도 안 불러주면···.”

“그럼, 일단 미팅 때까진 신곡 부르는 식으로 가다가 방송 전에 급하게 내부 사정이 바뀌어서 신곡 라이브 공연은 힘들 것 같다고 하죠. 이미 방송이 확정된 이상, 그쪽에서도 무르진 못할 테니.”

“하···, 그래도 될까? 그리고 신곡 라이브 없이 홍보가 될지···”


김영석 대표는 양심에 찔리는 것인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P&U 실장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한다.


“‘피에스타’란 걸그룹의 정체성만 미디어에 노출되면 됩니다. 제가 기획한 애들 아닙니까? 분명 신곡 라이브 없이도 충분할 겁니다.”


그리고······


“솔직히, 고작 인터넷 방송하는 사람이 뭘 알겠습니까? 이쪽 바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멤버는 한국인 3명에 일본인 1명, 태국인 1명. 컨셉은···, 세계 축제와 같은 활기참?”


겁나 구리네.

나는 음악 파일과 함께 첨부된 피에스타 멤버들의 프로필을 확인하다 인상이 구겨졌다.

‘악성樂聖’이 활성화되며 피에스타의 신곡이 잠재력을 품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멤버 프로필을 들여다보니 마음 한구석에서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걸그룹 컨셉이 세계 축제라니. 5인조 다국적 그룹이라 그런 건가?

차라리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걸그룹으로 밀고 나갔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프로필로 확인한 피에스타의 멤버들은 그렇다 할 특색이 없었기에.

데뷔한 지 1년. 첫 앨범은 보라듯이 폭망.


“노래가 좋으면 뭐하냐···.”


부르는 가수가 중요하지.

분명 미션은 피에스타의 신곡이 포텐을 터뜨리기 위해선 홍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전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하진뮤직>에 출연할 피에스타에겐 노래뿐만이 아닌 멤버 개개인의 역량만으로도 이목을 끌만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뜻.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애초에 걸그룹의 흥행은 노래만이 아닌 캐릭터성과 개개인의 퍼포먼스, 이목을 이끄는 특색, 스타성으로 만들어지는데, 얘들은······

비주얼이나 개성에서 특별하다고 느껴질 만한 포인트가 없다. 무미건조한 무채색으로만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이즈가 안 나오네···”


노래는 분명 좋다. ‘악성樂聖’ 또한 곡의 잠재력을 확인했으니. 하지만, <하진뮤직>에 출연시켜 차트인에 성공할 정도로 홍보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은 없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한데, 매력 없는 게스트를 초청했다 애먼 시청자만 떨어져 나가면 어떡하라고. 내가 어떻게 시청자를 모았는데.

지금의 팔로잉도 평생 꿈도 못 꿀 수치다.

역시, 포기해야겠지?

나는 어쩔 수 없이 마우스 커서를 미션창의 포기 버튼에 올렸다.

‘치리릿’의 후원 미션 시스템은 스트리머의 의지대로 승낙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었기에 스트리머는 끝까지 미션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미션에 걸린 후원금이 날아가긴 하지만, 그것 외엔 별다른 리스크가 없다는 뜻.

그렇기에 이 눈앞의 미션도 여느 후원 미션과 똑같이 포기하면 끝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포기 버튼을 누른 그 순간.

주의 문구가 적힌 알림창이 떠오른다.


[주의!]

[미션을 포기하면 지금까지 받았던 미션 보상들과 능력이 모두 소멸됩니다.]

[‘최고의 스트림’ 업적도 자동으로 실패 처리가 되어 채널 또한 영구적으로 삭제됩니다.]

[미션을 포기하겠습니까?]


“뭐-?!!”

“꺅···! 왜?! 왜 갑자기 소리를 질러?”

“아, 아니 별일 아니야.”


너무 당황스러워 소리를 내지른 바람에 건넛방에 있던 송유화가 반응한다.

일단은 별일 아니라고 하긴 했지만, 별일이 아니라 큰일이다.

미션 따위 포기하면 끝 아니었어?

지금까지 받았던 보상들이 싹 다 사라진다고? 내 방송 계정은 왜 삭제되는 건데?!

팔로잉 2.1만인 나의 채널이 삭제···

에이 거짓말······

━일리가 없다.

능력치에 캐시를 사용하고, 그런 능력치가 현실의 나와 동기화되고, 실제 사람 머리 위로 소설 같은 문구들이 막 떠오르는 걸 직접 보고 경험했는데.

정황상 눈앞에 떠오른 주의 문구도 모두 사실일 수밖에 없겠지.

나는 침착함을 되찾고 현 상황을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다.

받았던 보상을 모조리 빼앗기게 된다는 건 ‘감정 읽기’나 ‘미래시’, 그리고 ‘악성樂聖’과 같은 능력도 사라진다는 얘기다. 캐시를 투자한 능력치들도 마찬가지고.

<하진뮤직>의 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현시점. 이것들이 사라지면 앞으로의 내 방송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확실히, 지금껏 받았던 보상들과 능력들은 큰 도움이 되고 있었으니깐.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차트인’ 미션을 성공하고 새로운 보상을 받는 것. 미션을 계속해서 완수해가는 것.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판단을 끝낸 난 다시 피에스타 멤버들의 프로필을 열어본다.

연이, 송희, 우정. 얘까진 한국인이고. 레지 얜 일본인, 우니 얘가 태국인.

대체적으로 키는 160 초중반에 비슷비슷하고 나이도 막내 한 명 빼고 다 동갑내기다.

그리고 그게 끝이다.


“아으으으···”


도대체 와꾸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미션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래시’를 사용하면 건더기라도 잡을 수 있을 텐데······

잠깐만. 미래시?

왜 꼭 실물을 마주해야지만 ‘미래시’를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눈앞에 당장 멤버들의 사진이 있는 프로필이 있는데 말이다.

나는 실제의 사람이 아닌 화면 속, 또는 인물사진 속의 사람에게도 ‘미래시’가 활성화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혹시-, 제발-, 혹시-, 제발-을 속으로 연신 반복하며 멤버들의 사진에 눈을 모으고 집중했다.


['미래시未來視 Lv.1'를 사용하여 상대방의 잠재력을 확인합니다.]


된다!

모니터 화면 위로 문구가 떠오른다.

꼭 실제 사람이 아니어도 됐잖아?

다음 문구도 떠오른다.


[상대방과의 거리가 멀어 '미래시未來視 Lv.1'의 성능이 저하됩니다.]

[‘연이’의 종합등급 : B+ ~ A+ ]

[현 상태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예능감’과 ‘???’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리가 멀어 성능이 저하된다고?

이전과 달리 문구엔 블라인드 처리된 부분도 있다. 종합등급도 불명확하고.

아마 ‘미래시’의 성능엔 상대방과의 거리가 반영되는 듯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어디냐. 피에스타 멤버 자신들도 모르는 특색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송희’의 종합등급 : A ~ A+ ]

[현 상태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영도력’과 '???'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정’의 종합등급 : B ~ A ]

[현 상태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춤 실력’과 ‘???’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지’의 종합등급 : B+ ~ A ]

[현 상태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뒤로 멤버 하나하나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종합등급은 상관없이 오로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집중해서.

그러다, 한 멤버로부터 떠오른 문구에서 시선을 멈춘다.


[‘우니’의 종합등급 : A+ ~ S ]

[현 상태보다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이거는···

좀 반전인데?






‘치리릿’ 채널 커뮤니티에 공지글을 하나 남겼다.


[오늘 ‘하진뮤직’의 게스트는 걸그룹 ‘피에스타’입니다. 오후 5시에 뵙겠습니다.]


P&U가 나에게 보낸 곡, 그러니깐 피에스타

의 복귀 앨범과 뮤비 영상은 오후 6시에 공개될 예정이라 했다.

제목은 'SPARKLE'.

싱글 앨범.

모두 다 며칠 전 진행했던 P&U 관계자와의 미팅을 통해 알게 된 정보였다. 거기다가 전반적인 신곡 컨셉에 대해서도 전해 들었으며, 피에스타 멤버들이 방송에서 ‘SPARKLE’을 부르는 것까지 협의를 마쳤다. 아무래도 그들은 신곡 홍보가 목적일 테니깐.

그리고 이 말을 바꿔서 말하자면, 곡이 공개되는 오후 6시 이전까지 멤버들의 매력을 발산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공지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쉽지 않아 보였지만.


- 피에스타? 웬 듣보 그룹?

- 얘네들 보니깐 작년에 앨범 폭망하고 이번에 새 앨범 티저 나왔던데 그거 홍보하러 나오는 듯

- 이젠 연예인까지 섭외하는 보스 ㄷㄷ

- 연예인 맞음? 진짜 처음 들어보는데

- 이쁘기만 하면 됨


다들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연예인이 섭외됐다는 것에 신기하기도 하겠지만, 그 연예인이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중소 걸그룹이란 것에 꺼림칙한 것이겠지.

별 기대감이 없어 시청자가 얼마나 들어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션을 포기할 수도 없고.

먼저 조명부터 세팅해본다.

예산 부족으로 고가의 캠 카메라는 구매하지 못했지만, 조명만 어떻게 잘 설정하면 카메라 화질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능숙함 Lv.5


능숙함에 캐시를 투자한 덕분일까. 이 정도의 간단한 장비 세팅은 혼자서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정체 모를 누군가가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그 메시지대로 장비를 세팅하면 된다.


“화이트밸런스는 최대로 하고, 빛의 양은 충분하니 노출은 가장 적은 값이 디테일하고···”


혼잣말하듯이, 머릿속 메시지를 읊으며 세팅하던 때 즈음.

언제 다가온 지도 모를 송유화가 뒤에서 말을 건다.


“오늘따라 어째 더 열심히 준비하는 것 같네?”


내가 앉고 있는 의자에 송유화가 매달리며 등받이가 뒤로 눌리는 듯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런 그녀에게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당연하지. 첫 연예인 게스트인데.”

“그래? 그러면 사 오라고 한 이것들도 다 그 걸그룹을 위한 거야?”


눈앞에서 검은색 비닐봉지 툭 떨어진다.

봉지 속엔 바나나, 요거트, 곤약젤리, 그밖에 저칼로리 간식들이 들어있다.


“잘 사 왔네. 걔네 안 그래도 앨범 준비한다고 잘 먹지도 못했을 텐데, 긴장돼서 제대로 챙겨 먹고 오겠어? 그래서 혹시나 싶어 준비한 거야. 배고프면 노래 부를 에너지도 없거든.”

“나 참···, 아주 매니저 해도 되겠네.”


송유화가 툴툴거리듯이 말했다.

그러다 모니터에 띄워진 공지글을 유심히 보던 송유화가 내게 묻는다.


“그건 그렇고, 자신 있어? 사람들 반응이 좀 영 아닌데.”


자신? 솔직히 말해선 ‘없다’에 가깝다.

하지만 성공해야만 했다. '차트인' 미션을.


“최선을 다해봐야지. 나는 얘네들 신곡이 차트인에 성공하는 게 목표니깐.”

“뭐? 차트인···?”


날 쳐다보던 송유화의 표정이 점차 황당함으로 번져간다.


“차트인이라고 하면 음원차트 TOP100? 너, TOP100 차트인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이 바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진짜···. 하루에 수십 개의 음원이 나오는 세상인데.”

“음···, 그래?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당연한 소리를···! 특히나 얘네들처럼 아직 팬층이 없는 걸그룹한텐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내가 그렇게 못 할 말을 했나? 날 세상 물정도 모르는 바보를 대하듯이 구박한다.

그런데 그럴 만도 하다. 어디 차트인이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하지만 사람에겐 오감을 넘은 육감이란 게 있다.

이건 통한다는 직감.

시간을 확인하니 슬슬 피에스타가 올 시간이 다가왔다.

송유화는 여전히 의자에 기댄 채, 나는 몸을 앞으로 당기며 음원 사이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말했다.


“지켜보기나 해, 몇 시간 후에 이 차트가 어떻게 바뀔지.”


뒤를 돌아보니 송유화는 아직도 미심쩍은 눈빛이다.






♪♬-


인터폰이 울렸다.


"제 시간보다 일찍 오셨네요?"


나는 현관문 주위를 서성이다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문을 열었고, 그 바람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상대가 놀란 듯 보였다.


“읍···! 어우 깜짝이야, 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셨나 봐요?”

“마침 문 앞에 있었던 참이라···, 들어오세요.”


미팅 때 얘기를 나누었던 P&U 실장이다.

그리고 그의 옆엔 또 처음 보는 남성이 서 있다. 선글라스 쓴 채로. 표정에 변화도 없는 게 터미네이터 같기도 했다.

살짝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자 P&U 실장이 대신 소개한다.


“아, 애들 매니저입니다. 아무래도 멤버가 5명이다 보니 저 혼자 통제하기엔 버거워서. 얘들아, 인사해야지?”


P&U 실장 뒤로 그제야 피에스타 멤버들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밝게도 인사한다. 프로필로 봐서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확실히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이쁘긴 하다. 제각각 개성도 있는 듯했다. 이래서 연예인은 실물인데.

메이크업이랑 헤어 상태 보니 샵도 들린 상태였다.

부드러운 샴푸 냄새와 화장품 냄새를 풍기며 피에스타 멤버들이 하나둘씩 신발을 벗고 들어온다. 몸을 감싸고 있는 두툼한 패딩도 벗어서 곱게 정리한다. 얘들은 날도 추운데 크롭티를 입었네.


“옷은 다 저쪽에 두시면 됩니다. 방송 스튜디오는 이쪽이에요.”


흡음재가 사면을 둘러싼 부스를 소개하니 멤버들은 꺅꺅- 거리며 신기해한다.


“와아- 엄청 넓다!”

“저희 여기서 방송하는 거예요?”

“냄새도 좋아!”

“이것 봐! 우리 간식도 준비해주셨어!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송유화 한 명도 벅찼는데, 젊은 여자애들 5명이 부스를 가득 채워 재잘재잘 떠드니 머리가 살짝 울린다.

이렇게 보니깐 그냥 또래 여자애들 친구끼리 모아놓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우니란 이름의 태국인 멤버가 유창한 한국어로 내게 물었다.


“여기 화장실 좀 써도 될까요?”

“네, 화장실은 저기 들어오셨던 현관문 옆에 있어요.”


화장실 중요하지. 얘가 오늘 방송의 핵심이다. 이 친구의 컨디션이 어떠한 멤버보다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니가 화장실 문이 아닌 다른 방문에 다가간다.


“어어! 거기 말고 왼쪽, 왼쪽 문이에요.”

“아, 죄송합니다!”


그 방엔 송유화가 편한 옷차림으로 침대에 누워있다.

피에스타가 있을 동안만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어 달란 부탁에 너무 기척이 없었나 보다.

선글라스를 낀 피에스타 매니저가 묘한 인기척을 느꼈는지 잠시 송유화의 방문을 쳐다봤지만, 그 이후로는 그 아무도 송유화의 방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보다 저 사람은 매니저 맞아? 깡패 같은데···

미심쩍다는 듯이 선글라스를 빤하니 쳐다보고 있는 와중 P&U 실장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저, 하진 씨. 잠시 말씀 좀 나누실 수 있을까요?”

“네, 무슨 일이시죠?”

“아···, 그게 실은 저희 애들 신곡 있잖습니까? 미팅 땐 방송에서 라이브 공연하기로 협의하긴 했는데, 오늘 애들 신곡 홍보는 제목과 컨셉 소개로 간소화하는 게 어떻습니까?”

“네? 갑자기요?”

“참···, 저희도 당일에 이렇게 말씀드려서 죄송하지만, 어젯밤까지 회의하다 갑작스레 결정된 사안이라···. 아무래도 라이브 공연까진 힘들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시청자들 궁금증도 유발하고 뭐 그런 기대 효과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하하는 지랄.

어딜 가나 이렇게 방송 직전 펑크내는 놈은 항상 있다.

이미 진행 순서도 다 짜놓은 상황인데, 갑자기 신곡을 숨기겠다니.

어느 순간 P&U 실장이 그저 나의 방송을 망치는 방해꾼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귀싸대기라도 시원하게 갈기고 싶었다.

난 내 방송 모욕하거나 방해하는 놈 절대 용서 못한다.

더군다나 시청자들 앞에서 신곡을 안 부르면 어떻게 홍보하겠다고.

이대로 두면 차트인 미션은 보란 듯이 실패할 것이다.

살기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P&U 실장을 노려보자, 그도 찔리는 모양인지 멋쩍은 웃음을 실실 보인다.


“아하하···! 하진 씨도 방송하시는 분이라 잘 아시잖아요? 너무 다 보여주기보단 흥미만 살짝 돋구는 게 더 효과적이란걸. 분명 사람들이 더욱 궁금해져서 직접 신곡을 찾아 들을 겁니다.”


개소리다.

아마 내 방송이 그만큼 못 미더워 신곡 공연을 꺼리는 거겠지. 아니면 이곳에서 라이브 첫 공연을 하기엔 아깝다거나.

저들 딴에는 굳이 신곡을 다 공개할 필요 없이, 내 방송의 인지도만 이용하면 된다는 생각일 것이다. 홍보할 생각이 있긴 한가? 참으로 중소 기획사 다운 발상이네.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서 밀리면 절대 안 된다. 만일 라이브 공연이 없다면 차트인이고 뭐고 신곡 홍보는 개나 줘버릴 테니.

야부리를 털어보자.


“실장님. 지금 제정신입니까?”

“예, 예···?”

“신곡 홍보하러 왔는데 공연을 마다하겠다고요? 오히려 신곡을 숨기며 궁금증을 유발해 사람들이 직접 찾아보도록 하겠다고요? 그게 도대체 어느 나라 홍보법입니까?”

“어, 어··· 그, 그게···”


P&U 실장은 나의 호통으로 순식간에 얼이 빠진 표정이 되었다.

뒤에 서 있던 선글라스 매니저는 흠칫거리며 우리에게 시선이 고정된다.


“시청자들에게 앨범 CD를 뿌려도 모자랄 판에 신곡을 숨기면 되겠어요? 이 기회에 어떻게든 ‘피에스타’라는 걸그룹을 각인시킬 생각을 해야지. 이번 앨범에 사활을 걸었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게 아끼다 똥 되는 겁니다.

”또, 똥···?!“

“그러니깐 저 믿고 신곡 라이브 그대로 진행하시죠. 제가 책임지고 ‘피에스타’의 매력 최대한 살려보겠습니다.”

"그래도 신곡 라이브는 좀···"

"신곡 라이브 없으면 오늘 방송은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사전에 협의한 내용과도 다르니."

"예?!"


이렇게 되나 저렇게 되나 신곡 라이브가 없다면 어차피 미션은 실패할 것이었다. 그래서 강하게 밀어 붙었다.

그러자 P&U 실장은 그때에야 비로소 점차 상황 파악이 되는 모양인지 급속도로 표정이 굳어져 갔다.


“아, 아아···. 그, 그럼···, 잠시만 저희끼리 얘기 좀 해보겠습니다.”


P&U 실장이 무척 당황한 기색으로 꽁무니를 뺐다. 그러곤 선글라스에게로 향했다.

잠시 동안 둘이서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선글라스가 결의에 찬 고개를 한 번 끄덕이자 P&U 실장이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


“예, 알겠습니다. 하진 씨 믿고 애들 신곡 공연 진행할게요. 오늘 방송은 전적으로 하진 씨에게만 맡기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싯팔.

밀려오는 안도감에 욕이 다 나온다.

방송 시작 전부터 찐빠 날 뻔했으니깐.

그렇게 한바탕 실랑이가 끝난 후, 얼마 뒤 방송 시간이 다가왔다.






“마이크는 각자 이거 쓰시면 되고, 의자는 안 불편하시죠?”

“네! 좋아요!”

“편해요!”


참 해맑은 그룹이다. 미리 교육을 받은 건지 몰라도 대답 하나하나가 다 감정이 담겨 있다.

내가 자기네들 살리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는 알라나.


“저희 연습실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이건 좀 마음 아프네.

이때 즈음,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4시 55분.

방송 시작 5분 전, 피에스타의 신곡 발매 1시간 5분 전이었다.

인지도 없는 걸그룹이지만, 엄연한 연예인과의 첫 방송. 괜히 손이 다 떨린다.

떨리는 손을 들키지 않으려 애꿎은 마우스를 꾹 움켜쥐다, 닫긴 부스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P&U 관계자 둘은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기들은 저곳에서 핸드폰으로 방송을 모니터링하겠단다.

선글라스 매니저는 언짢은 건지, 긴장한 건지 모를 표정으로 이곳 안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무섭게 왜 저래? P&U 실장도 옆에서 손톱을 물어 뜯는 중이었다.

동시에 나의 운명이 걸린 방송도 곧 시작이다.

후···. 저렇게 쳐다보니 나까지 다 불안하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7 re******..
    작성일
    24.01.31 08:31
    No. 1

    듣보잡에 이미 한번 망했는데 뭘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8 kotakina
    작성일
    24.01.31 08:52
    No. 2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2.11 00:05
    No. 3

    국민걸그룹 소릴 듣던 소녀시대도 1집 망했어요. 그래서 해체 얘기까지 나왔다가 가까스로 2집 내서 Gee로 탑 찍었죠. 얼마전 뉴스에도 나왔던 중소돌도 1집 망하고 2집의 한 곡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역주행했죠. 사기꾼 새끼와 그에 꼬인 애들이 작전 걸었다가 국민적 공분을 사서 제대로 망했지만요. 대기업 아이돌도 1집부터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1집 땐 인지도가 바닥이라 곡이 아무리 좋아도 뜨기 힘들어요. 그렇게 모은 인지도 가지고 2집에서도 곡이 좋으면 덩치를 늘려가는 거죠. bts도 이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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