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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翠郞)의 서재

재벌이 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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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醉郞)
작품등록일 :
2024.08.08 07:21
최근연재일 :
2024.09.15 22:27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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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64
추천수 :
3,444
글자수 :
225,811

작성
24.08.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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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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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글자
12쪽

7화 건드리지 않으면 물지 않는다(1)

DUMMY

7화 건드리지 않으면 물지 않는다(1)


예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아낸 정보로 백 할머니가 건국국채에 투자할 때쯤 요즘 가치로 300억 원대 자산가였다.

모두 건국국채에 투자하지 않았겠지만, 그중 일부라도 110%의 이익을 얻었다.


‘다시 한번 알아볼까?’


이전에 얻었던 접속자 정보 스킬을 켰다.


‘어?’


백 할머니의 정보가 무려 700억 원대의 자산가가 되어 있었다.


‘원래보다 훨씬 더 많은 자산을 가졌는데?’


게다가 그녀가 본격적으로 전설이 되는 시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


‘내가 개입해서인가?’


여기까지 의식의 흐름이 미치자,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으나 아직은 말을 아꼈다.


“그런데 갑자기 저에게 줄 후원금이 왜 30만 환이 된 겁니까?”


분명히 그녀에게 건국국채에 투자해달라고 한 후원금은 1만 환이었다.

그런데 30만 환이 투자됐고 110%의 이득을 얻음으로써 나는 총 63만 환, 즉 56억 원을 후원받게 됐다.


「백연희: 도선생님 덕분에 엄청난 투자 이익을 거뒀어요. 이 정도 후원은 해야죠.」


어차피 후원은 그녀 맘이었다.

어쨌든 생각지도 못했던 56억 원이 생겼다.

그렇다면 이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조금 전 내 개입으로 백연희의 자산이 원래보다 더 늘어난 걸 보고 떠오른 생각이었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괜찮을까요?”

「백연희: 뭔가요? 목소리가 진지한 걸 보니 어려운 부탁인가요?」

“저에게 보낼 돈으로 재단을 하나 세워주십시오.”

「백연희: 재······ 단이요?」

“예, 암치료를 지원하고 연구하는 재단을 만들어 주십시오.”

「백연희: 조금 갑작스럽고, 뜻밖이네요.」


의아함이 가득한 채팅이 올라왔다.

후원금으로 엄청난 이득을 거뒀는데, 엉뚱하게 암치료 연구재단을 설립해달라고 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입원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조사를 했다.

현대에 와서 암치료는 많은 진전을 이뤘고, 초기에 발견되면 완치되는 사례가 늘었다.

그러나 췌장암처럼 완치율이 낮고, 재발률이 높은 암도 있었다.


‘어머니가 수술받아도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몰라.’


60년대부터 암치료를 지원하고 연구하는 전문 기관을 세우면?


‘그 나비효과로 어머니의 암이 완치되거나 재발이 없는 치료법이 나올지 몰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암치료 연구를 위해 56억 원을 사용하는 건 아깝지 않았다.


「백연희: 알겠어요. 그래도 전액을 재단 설립에 쓰는 건 제가 마음이 안 좋아요.」


그녀는 내가 한푼도 가져가지 못하는 걸 걱정했다.


「백연희: 이렇게 하죠. 도선생님께서 반을 지원하고 제가 반을 지원할게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

「백연희: 대신 재단명에 제 이름도 넣을게요. 우리 둘의 성을 합쳐서 백도 재단이라고 하면 괜찮겠네요.」

“백도 재단이라니······ 이름 좋네요.”


전설적인 존재인 백 할머니의 성과 내 성이 나란히 붙으니 좀 쑥스러웠다.


「백연희: 도선생님과 제 성이 나란히 붙다니······ 너무 기뻐요.」


반면 백연희는 어째서인지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내 후원금 페이지에 31.5만 환, 대략 38억 원 정도가 들어왔다.

나를 배려하는 백연희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1960년이라고 했나요?”

「백연희: 예? 1962년이잖아요. 저도 늙은 것처럼 도선생님도 나이를 드셨나 보네. 목소리는 똑같은데 말이에요. 호호호」


그렇다면 그 일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녀라면 현명하게 대처하리라 생각했다.


‘아닌가?’


김복남이라는 강도를 만나서 죽을 뻔했고, 백정엽의 판단을 믿다가 건국국채에 투자를 하지 않을뻔했다.


‘언제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내가 없었다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은 그대로겠지만, 백 할머니라는 존재의 삶은 바뀌었을지 몰랐다.


“한 가지 조언해도 될까요?”

「백연희: 물론이죠. 도선생님의 조언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현금을 모두 현물이나 달러로 바꾸는 걸 추천해 드려요.”

「백연희: 예? 그건 또 어째서죠?」


백연희는 천성이 투자자였다.

그래서 현금이 묶이는 게 싫어하는 게 보였다.


‘건국국채도 그래서 투자하지 않으려 했었지.’


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무조건 현금을 가지고 있는 건 좋지 못했다.


“새로운 군사정권이 들어섰잖아요? 그들이 가장 먼저 손댈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시죠.”

「백연희: ······ 」


채팅창이 한동안 침묵했다.

나는 그녀가 생각을 정리하도록 기다렸다.


「백연희: 그렇군요. 새로운 군사정권에서 필요한 명분과 실리, 지나치게 높은 인플레이션······」


그녀는 정답을 찾은 듯했다.


“그렇다면 뭐가 필요할지 잘 아시겠죠.”


평범한 사람이라면 지금 그 정보를 알아도 늦었다.

하지만 백연희라면 지금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오히려 커다란 이득을 얻으리라 확신했다.


띠링-


짧은 효과음과 함께 백연희와 접속이 끊겼다.


‘언제 또 접속될지 알 수 없겠어.’


이번 접속이 5년 만이었다면 다음은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백연희가 계속 시청자로 남아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


도경훈이 인터넷 방송을 접고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후 승아의 일상은 회색빛이었다.

매일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등바등 번 돈으로 어머니의 병원비를 내는 오빠의 청춘이 불쌍했다.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힘으로 오빠와 자신을 키우다가 쓰러진 후,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로 괴로워하는 어머니가 안타까웠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도 돈을 벌고 싶었지만······’


오빠와 어머니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자기가 부담되면 퇴원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기까지 했다.

결국 얼마 전부터 오빠가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승아는 어렸을 때부터 오빠가 방송하는 걸 봤지만, 솔직히 인터넷 방송을 잘 몰랐다.

그러나 오빠가 얼마나 고통을 받고 인터넷 방송을 그만뒀는지는 기억했다.

그래서 오빠의 결정을 지지하면서도 걱정했다.


‘하지만 방송을 다시 시작하면서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거 같아.’


어머니 병원비 걱정이 없어졌고, 그전까지의 가난이 꿈이었다는 듯 풍족해졌다.


‘역시 오빠는 대단해.’


방송을 접고 3년 만에 다시 시작한 방송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3년이라는 시간은 대중의 머릿속에서 잊히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방송을 다시 시작하자마자 집안 형편이 나아질 정도였다.

인터넷 방송을 잘 모르는 승아였으나, 감탄과 자랑스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


‘오늘은 내가 저녁 준비를 해야지.’


최근 어머니를 간병한 후 집에 돌아오면 오빠가 저녁 식사를 차려놓고 기다렸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왔으니, 자신이 저녁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나 저녁 식사는 이미 차려져 있었고, 함께 식사할 때 오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었다.


“이사 간다고?”

“그래.”

“설마 집주인 아주머니가 방을 빼라고 했어?”


승아는 사람 좋은 집주인 아주머니를 떠올렸다.

월세를 올리지 않을 테니 있고 싶을 때까지 있으라고 했는데······


‘설마 마음이 변한 건가?’


덜컥 걱정됐다.


“아니야, 어머니 수술이 끝나면 집으로 모셔야 하는데, 계속 반지하에서 살 수 없잖아?”


그녀는 오빠의 말에 수긍하면서 걱정이 됐다.


“일단 내일 집 구경이나 가볼까?”

“그, 그래.”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승아는 오빠를 따라서 이사할 집을 구경하러 갔다.


“앞으로 여기서 살 거라고?”


물론 경훈이 한참 인방으로 잘 나갈 때도 좋은 집에서 살았다.

하지만 당시는 어렸고 그 모든 게 당연히 주어진 줄 알았다.

어느 정도 머리가 컸을 때 집안 형편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반지하방에서 살아야 했다.

그렇기에 넓고 깔끔한 아파트는 감동까지 가져다주었다.


“일단은 여기서 시작하지만, 곧 더 넓고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거야.”

“응, 믿어. 오빠!”


승아는 확 트인 창가로 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오빠의 어깨가 무척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


“화폐개혁이 확실하다고 합니다.”


백연희는 그녀의 성품이 전해지는 검소하고 우아한 방에서 차를 마시며 박 비서의 말을 들었다.

중년 나이에 들어선 그녀였으나, 이십 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타고난 미모까지 더해서 주변에서 시집가라고 난리였다.

게다가 많은 재산까지 가졌으니 눈독을 들이는 남자도 많았다.

정작 백연희는 남자에게 눈길 한번 안 주고 있었다.


‘도선생님이 말씀하신 게 화폐개혁이 분명해.’


언제나 그렇지만 도선생의 말이 틀린 적 없었다.

그녀가 이렇게 부를 쌓을 수 있던 건 도선생 덕분이라는 걸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녀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놓인 낡은 라디오를 바라봤다.

전쟁 중일 때나 볼 수 있었던 투박한 미제 라디오.

부산에서 암울한 피난 생활을 할 때 이 라디오로 도선생과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때 강도에게 죽었을지도 몰라.’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등이 축축하게 젖었다.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분이야.’


그녀는 이제 당연하게도 도선생이 미국에서 방송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한때 망상했던 대로 환상소설 속에서나 있던 존재일지도 몰랐다.

아니, 그가 누구이고 어디서 방송하는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회장님 말씀대로 현금 대부분을 달러와 현물자산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상념에서 깨어난 백연희는 특유의 차가운 눈빛으로 박 비서를 바라봤다.


“절대로 호들갑 떨면 안 돼.”

“최선을 다해서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녀는 도선생의 방송에서 조언을 들은 후 백정엽을 만나서 속마음을 떠봤다.

그리고 새로 들어선 군사정권에 줄을 대고 있는 사람들이 현금을 현물자산으로 바꾸고 있다는 걸 알았다.


‘자신들만은 피해를 보지 않겠다는 속셈이야.’


만약 화폐개혁을 늦게 알아차렸다면?

그녀의 자산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으리라.

그렇기에 도선생의 부탁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암치료 연구재단은 순조롭게 설립 중이겠지?”

“예, 말씀하신 대로 국내외의 실력 있는 의학자들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이나 도쿄지케이카이 의과대학 출신도 있습니다.”

“최고의 대우로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줘. 그리고 국내 의대에 암치료 연구를 지원하고, 해외 의학계와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걸 잊지 마.”

“물론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지?”

“공익을 위한 일이라면 다른 것도 많은데 굳이 암치료 연구재단을 운영하는 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박 비서.”


백연희의 얼굴과 말투가 차가워졌다.

그 모습을 본 박 비서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오랫동안 그녀를 모셨기에, 진짜 화났을 때 나오는 모습이라는 걸 알았기에 바로 고개를 숙였다.

싸늘한 표정으로 박 비서의 정수리를 바라보는 백연희 역시, 아직 먹고 사는 게 지상목표인 시대에서 암치료 연구재단의 설립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숨은 깊은 뜻이 있을 거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녀는 도선생의 의중을 파악하고 판단과 행동을 하면 됐다.


“아, 그리고 보니······”


고개를 숙였던 박 비서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화상(화교 상인)들이 움직임이 시작했습니다.”


그의 말에 백연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현재 이 나라의 지하 경제를 꽉 쥐고 있는 것은 화교 상인들이었다.

그들이 움직인다는 소리는 곧 심상찮은 일이 벌어진다는 소리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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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건드리지 않으면 물지 않는다(2) +4 24.08.13 4,645 98 14쪽
» 7화 건드리지 않으면 물지 않는다(1) +2 24.08.12 4,681 101 12쪽
6 6화 백할머니 전설의 시작(3) +9 24.08.11 4,746 107 11쪽
5 5화 백할머니 전설의 시작(2) +6 24.08.10 4,772 103 12쪽
4 4화 백할머니 전설의 시작(1) +5 24.08.09 5,043 104 12쪽
3 3화 수상한 인터넷 방송(3) +4 24.08.08 5,210 109 12쪽
2 2화 수상한 인터넷 방송(2) +3 24.08.08 5,617 107 11쪽
1 1화 수상한 인터넷 방송(1) +7 24.08.08 7,220 1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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