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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翠郞)의 서재

여포, 우주전함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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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醉郞)
작품등록일 :
2024.06.20 19:05
최근연재일 :
2024.06.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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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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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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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3)

DUMMY

9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3)


“당신 같은 강자가 제가 개조한 무기를 사용해 주시다니······ 너무 기쁘군요.”


마를렌은 어쩌면 자신이 우라누스 가이아 제국의 역사에 길이 남을 병기를 개조하는 영광을 가진 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반면 아리엘은 여포의 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개조한 방천화극을 들고 흡족해하는 여포를 미소 지으며 바라볼 뿐이었다.


‘맨몸으로 배틀로더를 이긴 사람이니까.’


그가 돕는 동안은 누구도 자신들 앞을 막아서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더 내 곁에 있게 해야 해.’


그러기 위해서라면 그까짓 돈 얼마든지 써도 상관없었다.


“무척 마음에 들어.”


여포까지 연신 마음에 든다고 했기에 마를렌에게 흔쾌히 대금을 지급했다.


“감사합니다. 혹시 수리하거나 새롭게 만드실 무기가 있으면 연락해 주십시오.”


마를렌은 꼭 다시 거래해달라는 말과 함께 티타니아를 떠났다.

얼마 후 바이올렛 중령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동안 작전계획안은 숙지했겠지?”

“물론이야. 하지만 왜 우리가 기함 아르놀다 뒤에 배치된 거야?”

“기함 옆이면 안전하고 좋잖아.”

“하지만 선봉에 서서 공적을 세울 기회가 없잖아.”

“네가 공적에 집착하는지 몰랐는걸? 혹시 다른 생각이 있는 건 아니고?”

“이왕 전투에 참여하는 거면 공적을 세우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바이올렛 중령의 질문에 무난한 대답을 한 아리엘은 속으로 조금 놀랐다.

그녀가 선두에 서고 싶어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누구보다 빨리 비밀기지에 돌입해서 증거를 찾아야 해.’


전투에 휘말려서 증거가 사라져 버릴 수 있으니, 그 전에 손에 넣어야 했다.


그런데 바이올렛이 보낸 전투계획서에서 그녀의 전투함 티타니아는 기함의 뒤에 배치됐다.


“가문의 뛰어난 참모들과 며칠 밤낮을 지새우며 만든 배치안이야. 괜히 트집 잡지 말아줘.”

“후······ 좋아, 하지만 우리는 기회가 되면 독자적으로 움직일 테니 그렇게 알아둬.”

“괜히 엉뚱하게 움직였다가 아군의 공격을 받지 않게 조심해. 난 분명히 경고했다.”


결국 바이올렛 중령은 배치대로 움직이라는 소리였다.

둘째 오빠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증거를 찾으러 이번 전투에 참여한 아리엘은 당연히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바이올렛 중령은 아리엘이 생각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듯 시선을 여포에게 향했다.


“여포 씨도 제대로 숙지했다고 믿겠어요.”

그녀의 말에 여포는 씩 웃었다.


“어차피 나는 적이 나타나면 죽일 뿐이야. 티타니아의 운용은 아리엘이 알아서 하겠지.”

“마음 편하네요. 누구는 걱정이 돼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바이올렛은 혀를 찼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있는 이상 패배할 일은 없을 테니까.”

“후후후, 정말 믿음직한 말이네요. 당신 말대로 됐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말에 아리엘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다.


‘여포 씨를 곁에 두려고······’


티타니아를 기함 뒤에 배치한 건가?


‘설마······’


그녀가 아는 바이올렛은 사적 감정을 우선으로 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바이올렛 눈가의 다크서클은 홀로그램 영상 넘어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그녀가 이번 토벌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잠깐 들었던 의심을 고이 거두기로 했다.


“그리고 제논 형제도 이번 토벌에 참여하기로 했어.”

“제논 형제?”


오랜만에 나온 이름이었다.

에르곤과 거친 대화가 오간 이후로 제논에게 몇 번 연락이 왔고, 심지어 티타니아로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아리엘과 여포는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결국 포기했는지 최근에는 연락이 끊겼다.


‘그래서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설마 이번 토벌에 참여하다니.


“조나단을 돈 받고 석방해 주는 대신 토벌전에 참가하라고 했어. 제논 형제는 알타아르 행성에서 제법 이름이 있는 자들이야. 그 세 형제가 알타아르 행성의 암흑가를 평정한 이야기는 유명하다고.”

“흐음······ 그렇게 안 보였는데?”


여포는 뜻밖의 말에 눈을 빛냈다.

조나단과 에르곤이 꽤 강한 건 인정하지만, 제논은 정말 뜻밖이었다.


“원래 모습을 숨기고 있던 건가?”

“그렇다면 소름 끼치는 이야기네요.”


아리엘이 중얼거렸다.

바이올렛 중령은 그들과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기에 말을 이었다.


“그들은 용병을 고용해서 토벌에 참여하기로 했어. 사실 조나단이 한 짓이 후작님의 귀에 들어갔어. 내가 이미 조치해서 추가로 처벌은 없었지만, 무척 분노하셨어.”


자기 딸이 죽을 뻔했으니 정상적인 아버지라면 분노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이번 전투에서 활약해서 후작님의 마음을 돌려놓지 않으면, 우리 가문에 카펫을 납품하는 건 없는 일이 될 거야.”


제논도 자기 밥줄이 걸려있는 셈인가?

전장에서 마주칠지는 모르겠으나, 어쭙잖은 실력을 믿고 너무 날뛰지 않기를 바랐다.


“그럼, 출정 때 보자고.”


바이올렛 중령의 홀로그램이 사라졌다.

사흘 후 드디어 결전의 때가 왔다.


“티타니아 출격!”


콰아아아-


새롭게 구매한 안드로이드 승무원들이 열심히 움직였다.

티타니아는 다시 우주로 여포를 태우고 날아올랐다.


**


“후작군은 반드시 이곳을 지나갈 거다. 그때를 놓치면 안 된다.”


네메시스 판도라 교의 상급 사제인 이크루는 자신에게 다짐하듯 부관에게 말했다.


초계함과 호위함, 그리고 구축함급까지 50여 척의 전투함이 소행성대를 가로지르는 유성군에 숨어 있었다.


“유성군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조종이 쉽지 않습니다. 승무원들의 불만이 높습니다.”


전투함들은 유성들에 앵커를 걸어서 매달려 있었다.

유성군의 속도가 워낙 빨라서 여기저기 곡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모두 네메시스 판도라 교의 앞날과 죽어간 교도들의 복수를 위해서다. 참으라고 해.”

“하지만 벌써 탈진을 호소하는 승무원이 많습니다.”

“씨발, 이건 반드시 이겨야 해. 그러니 꼭 참으라고 해!!”

“하지만 후작군이 꼭 유성군의 궤도 근처로 올 거라는 보장은 없잖습니까?”


부관의 말에 이크루는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한쪽은 사방에 항성풍과 감마선이 난무하고, 한쪽은 대규모 행성 간 충돌이 벌어지는 지역이야. 여기 말고 엘타리온 소행성대로 안전하게 갈 항로가 어디 있다는 거야!”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제길······”


승무원들뿐 아니라 부관까지 그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교도들의 질이 문제야.’


초대 교주인 카이저가 사망한 후 두 번째 교주로 오른 레이븐은 질을 따지지 않고 사람을 모았다.


그는 제국에 반대하면 그게 해적이건 스캐빈저이건 따지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뿐 아니라 마약과 약탈, 노예 거래 등 더러운 일에도 손을 댔다.


이크루는 그것이 카이저 교주 때까지만 해도 제국군과 비등비등하게 싸우던 전력이 떨어지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뭐가 최고의 지략가냐······’


카이저 교주의 동생이자 자칭 최고의 지략가라는 레이븐을 향한 그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그저 남들보다 잔머리가 잘 돌아갈 뿐인 놈이.’


그러나 이런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어서 속만 끓을 뿐이었다.

오늘 작전만 해도 그렇다.


그저 계획대로 유성군에 전투함을 숨기고 있다가, 후작군이 지나갈 때 기습하면 초전에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레이븐이 교주가 된 후 받아들인 어중이떠중이 출신 교도로 이루어진 승무원들은 그의 작전을 펼칠 역량이 없었다.


“어쩔 수 없군. 필수 인원을 제외한 모두에게 네비드럼을 제공한다.”


부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건 정말 위급할 때만······”

“나도 안다. 하지만 이번 전투에서 지면, 우리는 이 영역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걸 명심해라.”


아무리 이곳이 외진 곳이라고 해도 성계 두 곳이 포함된 영역이었다.

그렇기에 후작에게 밀리면서도 비밀기지를 만들어서 버티는 중이었다.


‘제국에는 아직 네미시스 판도라 교를 따르는 자들이 많다. 그들을 받아들이고 키워나갈 곳이 필요해.’


그래야 한동안 밀리더라도 다시 교세의 회복을 노릴 수 있었다.

이를 악문 그는 스크린에 떠오른 함 내의 모습을 바라봤다.


이크루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각 함에서는 네비드럼, 즉 네메시스 판도라 교에서 만든 마약을 승무원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겁먹거나 힘이 없던 자들의 눈이 풀렸다. 하지만 얼마 후 코딩된 전투 안드로이드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투 후 살아남는 자들이 얼마 없겠지.’


하지만 저들의 죽음이 의미 없지는 않으리라.


‘카이저 교주를 위해서······’


죽은 교주의 이름을 되뇌며 승리를 다짐했다.


“후작군의 모습이 보입니다.”


마약 공급이 모두 끝났을 때 오퍼레이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 여기까지는 예상대로다. 이대로 적의 기함과 유성군의 옆을 지나갈 때를 기다린다.”


적이 아무리 대군이라도 기함을 박살 내고 지휘관을 죽이면 된다.

그는 기함에 돌입할 백병전 부대에게 마약을 듬뿍 공급하도록 지시했다.


**


순조롭던 항해는 네메시스 판도라 교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끝났다.


「유성군에서 적함 출현!」


AI 에밀리아가 경고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광신도들의 전투함들이 후작군 함대의 위쪽으로 펼쳐졌다.

그들이 후작군의 중앙을 공격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반격, 반격해!!”


함장석에서 벌떡 일어난 아리엘이 급박하게 외쳤다.

티타니아는 역장 배리어로 둘러싸인 채 광신도들의 전투함을 공격했다.


푸슈슛- 푸슛-

콰과광-


에너지 무기와 레일건, 시커 미사일 등이 우주를 가로질렀다.

광신도들의 전투함 대열에 섬광과 가스가 피어올랐다.


“초계함급으로 업그레이드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야.”


고속함급이었다면 이런 반격을 할 생각조차 못 할 터였다.

적어도 티타니아보다 작거나 함급이 떨어지는 광신도 전투함은 섬광과 함께 일그러졌다가 조각났다.


그러나 대부분은 강력한 장갑과 기동력, 뛰어난 데미지 콘트롤로 격침당하지 않고 후작군의 중앙으로 돌진했다.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리라고.”


스크린 너머로 보이는 기함 아르놀다의 움직임이 둔했다.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인해서 허둥대는 게 눈에 보였다.


“바이올렛을 지켜야 해.”


파바바밧-


역장 배리어가 광신도들의 전투함이 쏟아내는 집중 공격을 막아내기 바빴다.

공격은 기함에게만 쏟아지는 게 아니었다.


그 주변의 전투함에도 쏟아졌기에 기함의 위험을 알고도 도우러 가기 힘들었다.


콰앙-

쿠쿠쿵!


역장 배리어가 막건 말건 광신도들의 전투함은 기함 아르놀다에 들이박았다.

그들의 공격은 거대한 멧돼지를 향해 쏟아지는 투창 같았다.


“놈들은 애초에 기함이 목표였어.”


아리엘은 AI 에밀리아에게 지시해서 티타니아를 급속 전진시켰다.


쿠쿠쿵-


티타니아가 기함 곁으로 갈수록 광신도들의 공격은 거세졌다.


역장 배리어가 한계에 도달한 것처럼 울부짖었다.


“너희들 사는데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알아? 제대로 움직여!!”


아리엘은 안드로이드들을 윽박질렀다.


“만약 기함을 지키지 못하면 모조리 폐기해서 고물로 팔아버리겠어.”


여포에게서 옮은 듯 반협박에 가까운 명령에 안드로이드들이 필사적으로 티타니아를 움직였다.


쿠우웅-


그때 수많은 공격에 기함 아르놀다의 역장 배리어가 깨졌다.


“씨발······”


아리엘은 이번 전투가 끝나면 티타니아를 더 빠르게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다짐하며 안드로이드 승무원들을 독려했다.


콰앙-


네메시스 판도라 교 전투함 중에서 가장 크고 튼튼한 구축함급 전투함의 어설트 램(충각)이 기함 아르놀다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끼기기긱-


아르놀다는 옆구리에 창이 박힌 멧돼지처럼 울부짖었다.


카가가강-


티타니아는 광신도들의 공격을 역장 배리어로 받아내면서 기함의 옆에 달라붙었다.


두 전투함이 스치면서 티타니아가 크게 흔들릴 때였다.

하이페리온 탈론(강습 통로)에 홀로 선 여포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드디어 내가 나설 차례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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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 우주전함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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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3) 24.06.27 42 1 12쪽
8 8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2) 24.06.26 46 2 11쪽
7 7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1) 24.06.25 66 1 12쪽
6 6화 바이올렛 그레이먼 후작 영애(3) 24.06.24 82 2 12쪽
5 5화 바이올렛 그레이먼 백작 영애(2) +1 24.06.23 104 4 12쪽
4 4화 바이올렛 그레이먼 후작 영애(1) 24.06.22 135 4 14쪽
3 3화 여포, 우주로(3) 24.06.20 152 5 12쪽
2 2화 여포, 우주로(2) 24.06.20 187 6 12쪽
1 1화 여포, 우주로(1) 24.06.20 23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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