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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翠郞)의 서재

여포, 우주전함을 얻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SF

취랑(醉郞)
작품등록일 :
2024.06.20 19:05
최근연재일 :
2024.06.27 22:15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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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수 :
49,163

작성
24.06.2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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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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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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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2)

DUMMY

8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2)


그녀의 손에 들린 영롱한 보랏빛 카드.

마를렌의 움직임이 멈췄다.


“커, 커흠. 일단 금액부터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카드의 데이터를 전송받은 마를렌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 이렇게 많이······”

“일반적인 오더 메이드 무기 제작비의 10배에요. 이 정도면 의뢰를 받을 생각이 드나요?”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입니다. 하지만 실패할 수도 있어서······”


여포는 그의 간을 보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실패하면 받은 돈을 뱉어야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가 으르렁거렸으나 아리엘은 시원하게 말했다.


“실패해도 상관없으니 마음껏 개조하세요. 다만 일부러 실패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입니다. 우리 블랙 앤 화이트 사를 믿고 맡겨주십시오.”

“좋아요, 그리고 기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한 여섯 달······”


마를렌은 또다시 눈알을 굴렸다.


“길어요.”


거액으로 주도권을 쥐게 된 아리엘은 양보가 없었다.


“그럼 세 달 정도······”

“마를렌 씨, 난 이미 충분한 돈을 줬고 요구사항도 전달했어요. 내가 원하는 기간은 한 달이에요. 자신 없다면 그냥 돌아가세요.”


그녀는 여포를 바라봤다.


“간을 너무 보네요. 다른 무기를 찾아보죠.”


아리엘은 자신이 제시한 금액이라면 배틀로더를 오더 메이드로 제작할 수 있을 정도라는 걸 알았다.


“어설픈 솜씨를 가진 자들이 방천화극을 망가트리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지 모르겠군.”


여포는 그녀가 많은 돈을 지급하는 것에 미안한 감정은 없었다. 자신은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아리엘은 배포에는 솔직히 혀를 내둘렀다.

한때 그가 모셨던 동탁도 이 정도 배포는 없었다.


‘정원이나 왕윤은 논외로 치고.’


두 사람은 전형적인 관료로 깐깐하고 꼰대스러웠다.

배포가 아리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좋습니다. 우리 회사의 모든 기술을 발휘해서 최고의 무기로 개조해 드리겠습니다.”


고심하던 마를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달 뒤에 좋은 소식을 기다리죠.”


마를렌이 방천화극을 힘겹게 들고 떠나는 걸 보다가 여포가 물었다.


“왜 한 달이지?”

“바이올렛에게 연락이 왔어요. 제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달 뒤에 네메시스 판도라 교의 비밀기지를 공격할 거예요.”

“잘 됐군.”


여포는 바이올렛 중령의 행동력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아무리 좋은 정보를 얻어도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치는 자들을 많이 봤다.


“여포 씨는 제국의 전투 방식과 전략 전술, 그리고 전쟁사 등을 익히는 게 어떨까요?”

“굳이?”

“예?”


아리엘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오자,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당황하게 했다는 걸 모르는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나 정도 실력이면 굳이 전투 방식이나 전략 전술을 배울 필요가 없어.”


전쟁터는 수없이 경험했다.

이제 와서 그런 걸 다시 배울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면 전함끼리 전투에서 왜 사격전이 아니라 백병전이 중심이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나요?”

“그야 데미지 콘트롤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무리 위력적인 사격으로도 함선을 완전히 파괴할 수 없게 됐으니까. 백병전으로 승무원들을 없애서 함선을 파괴하는 게 사격전을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유용해졌으니까 그런 게 아닌가?”

“마, 맞아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수면 학습 때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하니 이유가 나오더군.”

“수면 학습으로는 겉핥기식 지식밖에 없을 텐데.”


아리엘은 놀랐다.


‘타고난 군인이란 건 이 사람을 두고 말하는 거구나.’


다른 면에서는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군사적인 문제가 되니까 상당히 날카로웠다.


“물론 한 달 동안 잠이나 자면서 보낼 생각은 없어.”


그녀는 그의 속을 알 수 없었다.

여포는 그러거나 말거나 티타니아의 자료실에 처박혀서 보냈다.


‘고대 문명이라고 했지?’


아리엘이 초선을 내려보낸 이유가 고대 문명의 유물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게다가 마를렌이 말한 고대 문명의 맹약도 궁금했다.


‘고대 문명이 미개발 행성을 보호하려고 만든 맹약이라는 건가?’


고대 문명의 수호자가 맹약을 어긴 자를 멸망시킨다는 내용의 자료를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이런 맹약이 지켜진다고?’


고대 문명이 멸망하고 수천 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고대 문명의 수호자가 나타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제국의 황제는 무능하거나 폭군이라도 맹약만은 지켜왔다.

심지어 그동안 수많은 반란 세력이나 지방정부가 있었음에도 대부분 맹약을 지켰다.


‘분명히 뭔가 있을 거 같은데?’


설마 그 오랜 세월 동안 고대 문명의 수호자가 두려워서 맹약을 지켰을 리 없었다.

거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없군······’


그러나 관련 자료는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알게 됐다.


‘네메시스 판도라 교가 내가 있던 행성을 건드리지 않은 이유.’


그건 네메시스 판도라 교가 고대 문명을 계승한다는 교리를 가진 덕분이었다.

애당초 고대 문명을 계승한다고 해놓고 맹약을 어기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으니까.


“아무리 찾아도 맹약이 지켜지는 이유를 찾을 수 없군.”


좀 더 권한이 생기면 그때쯤 더 높은 등급의 자료를 조사해 볼 수 있을지 몰랐다.

그때까지 호기심을 억누르기로 했다.

여포가 이렇게 자료실에 처박혀 있을 때 아리엘은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티타니아를 습격한 네메시스 판도라 교의 고속함을 그레이먼 후작가에 팔기로 했다.


“함선 안에서 토마토 축제가 열린 것 같더라. 구매한다고 해도 원래 모습을 되찾게 하려면 한참 걸리겠어. 설마 모두 여포 씨의 솜씨야?”

“굳이 대답할 필요를 못 느끼겠는데?”

“흠, 여포 씨의 솜씨구나.”


바이올렛이 여포에게 관심을 가지자, 아리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래서 살 거야, 말 거야?”

“고속함은 많을수록 좋으니 살게.”


바이올렛에게 두 척을 고속함을 팔았을 뿐 아니라 학살자 푸첸을 죽인 현상금도 받아냈다.


“생각보다 현상금이 많은걸?”

“광신도 중에서도 유명한 살인 머신이었으니까.”


물론 현상금은 아리엘이 가지지 않았다.

미리 만들어 둔 여포의 디지털 계좌에 모조리 입금했다.


‘현상금이 걸린 자를 죽인 건 내가 아니라 여포 씨니까.’


고속함 두 척을 판 거금이 들어오자, 그녀는 바로 티타니아 수리와 승무원 문제를 해결하려 나섰다.

인간 승무원 대신에 안드로이드를 구매해서 대체했다.


‘인간은 이제 믿을 수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아직 자신의 생존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믿고 싶지만, 둘째 오빠의 능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조심하고 조심할 수밖에 없어.’


돈을 펑펑 써댔으나, 모두 자신이 모험가 생활하면서 얻은 돈을 투자해서 불린 것이었다.

아리엘의 부탁을 받은 바이올렛은 그녀에 대해서 외부에 언급하지 않았다.


‘제논이야 아무리 떠들어도 누가 들어주지 않을 테니까.’


네메시스 판도라 교는 자신들의 실수를 굳이 떠벌리고 다닐 리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실수하면 둘째 오빠의 귀에 들어갈 거야.’


그렇기에 비밀 유지가 안 되는 인간을 고용하기 껄끄러웠다.

결국 안드로이드로 승무원을 채울 수밖에 없었다.

모두 인간형이었기에 겉모습만으로는 인간과 구분할 수 없었다.


“후······ 돈 나갈 곳이 수두룩하네.”


티타니아의 수리와 업그레이드에서는 두 손을 들 정도로 돈이 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투자하던 주식 일부를 처분하면서까지 티타니아의 수리와 업그레이드에 신경을 썼다.

덕분에 고속함급이었던 티타니아는 초계함급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모듈화 공법 만세!”


초계함급으로 커진 티타니아를 보며, 모듈화 공법을 찬양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이번 전투에서 이겨야 해.’


둘째 오빠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증거를 확보해야만 했다.


‘그게 반격의 첫걸음이 될 테니까.’


또한, 승리해서 바이올렛이 영지를 가지게 되면, 그곳에 독점적으로 상품 공급을 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질 수 없는 전투였기에 최선을 다했다.


**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동안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마를렌이 개조한 방천화극을 들고 티타니아로 찾아왔다.


“어째 함선이 커진 것 같습니다?”

“약간 업그레이드를 했어요.”

“허······ 약간이 아닌 것 같은데······”

“마를렌 씨는 지금 제 함선을 구경하러 온 건가요?”


차가운 아리엘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여기 무기의 개조가 끝났습니다.”


마를렌이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든 방천화극을 내밀었다.

여포는 망설임 없이 방천화극을 들더니 몇 번 휘둘렀다.


휘잉-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공기가 찢어졌다.


“별로 바뀐 게 없는 것 같은데?”


그러나 여포는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흐흐흐, 요청하신 대로 최대한 원형을 보존했으니까요. 하지만······”


마를렌의 눈이 번들거리며 빛났다.


“창대 부분은 무려 마나리움을 사용했습니다.”

“마나리움?”


아리엘은 살짝 놀랐다.

마나리움은 적 전함의 외벽을 뚫는 충각인 어설트 램의 표면에 사용할 정도로 강한 금속이었다.


‘다루기 어려워서 전함에나 사용하는 금속으로 창대를 만들다니.’


저 창대로 맞으면 웬만한 건 부러질 게 분명했다.

마를렌은 아리엘이 놀라는 모습에 신이 났는지 입에 침을 튀기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뿐 아니라 창날은 에이션트 메탈을 사용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에이션트 메탈은 마나리옴보다 더 강도가 높은 희귀 금속입니다.”


에이션트 메탈은 희귀하고 강한 금속이었다. 그만큼 귀해서 황실이나 고위 귀족들이나 사용하는 걸로 알려졌다.

그리고 에이전트 메탈이 귀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알다시피 에이전트 메탈은 자체적으로 현존하는 플라즈마 병기보다 훨씬 위력적인 플라즈마를 발생시킵니다. 그렇기에 이 무기는 단분자 커터 기술보다 훨씬 우월한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엄청난 무기로 개조됐다.

아마 여포가 이 방천화극을 들고 전장에 나서면, 그 앞을 막아설 자가 없을 듯했다.

전투 강화복은 물론이고 최신형 배틀로더도 강력한 플라즈마 에너지에 파괴될 테니까.


“어디 한 번 테스트해 볼까?”


마를렌의 설명에 마음이 움직인 여포는 바로 실험해 보기로 했다.

아리엘은 이번에 전투용 안드로이드 중, 중장갑으로 무장한 안드로이드 두 대를 사용해서 공격하게 했다.


“위력적이라는 창날의 견식 해볼까?”


먼저 한 대는 플라즈마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고 사용했다.

창날로 베기보다는 때린다는 느낌의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안드로이드 한 대가 허무하게 박살 났다.


“좋군.”


쿵쿵쿵-


둔중한 기세로 덤벼드는 또 하나의 안드로이드는 플라즈마 에너지를 사용해 봤다.


파츠츳-


창날에 시퍼런 플라즈마가 맺혔다.


“네 위력을 한 번 보여줘라!”


퍼억!


콰아앙!!


굳이 큰 힘을 쓸 필요도 없었다.

플라즈마 에너지에 닿은 곳은 녹아내리면서 무처럼 썰려 나갔다.


“마를렌, 당신을 의심한 걸 사과하지.”


여포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새로워진 방천화극을 바라봤다.

반면 그의 뛰어난 무위를 본 마를렌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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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 우주전함을 얻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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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3) 24.06.27 41 1 12쪽
» 8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2) 24.06.26 46 2 11쪽
7 7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1) 24.06.25 66 1 12쪽
6 6화 바이올렛 그레이먼 후작 영애(3) 24.06.24 82 2 12쪽
5 5화 바이올렛 그레이먼 백작 영애(2) +1 24.06.23 104 4 12쪽
4 4화 바이올렛 그레이먼 후작 영애(1) 24.06.22 135 4 14쪽
3 3화 여포, 우주로(3) 24.06.20 152 5 12쪽
2 2화 여포, 우주로(2) 24.06.20 187 6 12쪽
1 1화 여포, 우주로(1) 24.06.20 233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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