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취랑(翠郞)의 서재

여포, 우주전함을 얻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SF

취랑(醉郞)
작품등록일 :
2024.06.20 19:05
최근연재일 :
2024.06.27 22:1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047
추천수 :
30
글자수 :
49,163

작성
24.06.22 22:15
조회
135
추천
4
글자
14쪽

4화 바이올렛 그레이먼 후작 영애(1)

DUMMY

4화 바이올렛 그레이먼 후작 영애(1)


여포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아리엘 역시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을 바라봤다.


“인질······?”


함 내 여러 곳을 비추는 스크린 중 하나에 살아있는 사람이 보였다.

얼핏 보기에도 굉장히 좁은 공간에 혼자서 갇혀있는 젊은이였다.

스크린 너머로 보기에 꽤 초췌해 보였고, 차림새는 행성과 행성 사이를 다니며 사업을 하는 비즈니스맨으로 보였다.


「아무도 없습니까!!」


작은 문의 창살로 내다보며 열심히 사람을 불렀다.

아무래도 소란스러워진 후 갑자기 조용해졌기에 불안감이 엄습한 듯했다.


“포로나 인질인 것 같은데······ 정보가 있을 리 없잖아요?”


아리엘이 고개를 저었다.


“뭐라도 건질지 모르니 한 번 물어보는 게 좋을 듯한데?”


어떻게 보면 막무가내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전쟁터에서 생사를 넘나들던 본능은 감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그래요. 혹시 모르죠.”


여포가 워낙 강권했기에 그녀는 스크린에 나타났던 하부 감금실로 향했다.


‘어차피 광신도들도 모두 죽었으니, 풀어주기는 해야겠지.’


얼마 후 아리엘은 여포의 말을 듣기 잘했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다른 건 아는 게 없지만, 이 고속함의 함장은 외부에 누설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면 개인 방에 따로 숨겨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포로로 잡혀있던 젊은이는 뜻밖의 정보를 알려줬다.

그의 말에 따라서 함장실을 샅샅이 뒤진 끝에 작은 메모리 스톤을 발견했다.


“이 안에 저를 죽이라는 지시가 들어있어요.”


개인용 단말기에 메모리 스톤을 꽂은 아리엘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여포를 돌아봤다.


“내 감은 적중률이 높다고 했잖아?”

“그건 그렇네요.”


우연이 분명했지만, 그의 말이 맞았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찾던 정보가 있었습니까?”


광신도들에게 잡혀있던 젊은이가 물었다.


“이름이 뭐였죠?”


아리엘은 엉뚱하게 이름을 물었다.


“제논 오르페우스입니다. 행성 알타아르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르페우스? 설마 황족인가요?”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그러자 제논은 빙그레 웃었다.


“하하하, 현 황제 폐하의 가계와 너무 멀리 떨어진 방계 중의 방계입니다. 그마저도 세월이 오래돼서 황족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저 같은 성씨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그, 그렇군요.”


우라노스 가이아 제국의 황제는 전 은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대대로 자손이 많았고, 그들 중에는 세월이 흘러서 황족이었다는 빛바랜 과거만 가진 사람도 많았다.

제논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어쨌든 제논,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서 고마워요.”

“원하시는 정보를 얻었군요?”


“반 정도는요.”


아리엘은 아쉬워하며 메모리 스톤을 개인용 단말기에서 분리했다.


“나머지 반은 뭐지?”


아쉬워하는 그녀에게 여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크리스토퍼 오빠가 피셔 부선장을 시켜서 저를 죽이려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요. 이들이 저를 죽이려는 임무를 받았다는 정보만 있을 뿐이죠.”

“그건 아쉽군.”

“하지만······ 다행히 증거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게 됐어요.”

“도움이 돼서 다행입니다······그······”


아리엘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리엘 드레이크에요.”

“드레이크? 설마 드레이크 가문 사람입니까?”

“맞아요.”

“그럴 수가······ 아리엘 드레이크······ 아리엘······ 설마 현 가주이신 에드먼드 드레이크의 막내딸인······”


제논은 아리엘이 그의 성을 들었을 때보다 더욱 놀랐다.


“그렇게 대단한 가문인가?”


여포가 불쑥 끼어들자, 제논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두 분은 동료가 아니었습니까?”

“동료는 맞는데 알게 된 건 얼마 안 됐다.”

“그래도 드레이크 가문을 모르신다니.”

“쓸데없는 소리 말고 묻는 말에 대답해라.”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그에게 짜증을 냈다.

제논은 광신도들을 시쳇더미로 만든 게 여포라는 걸 들었기에 재빨리 입을 열었다.


“우라누스 가이아 제국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10대 재벌 가문 중 한 곳입니다. 주로 행성 개척과 광물 채취, 자원 개발 등의 사업 분야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문입니다.”

“흐음······ 그렇군. 그렇다면 이건 후계자 싸움이었군.”


야망에 넘치는 둘째가 가문의 모든 걸 차지하기 위해서 나머지 형제를 죽인다.

이건 여포도 많이 봤던 모습이었다.


“저는 가문을 물려받을 생각한 적 없어요. 그런데······”


아리엘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둘째 오빠에 대한 배신감이 흘러넘치는 모습이었다.


“원래 욕심이 많은 사람은 아주 조그만 손해도 안 보려 합니다. 크리스토퍼 경이 아리엘 양을 죽이려 했던 건 조그만 사업체라도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은 거겠죠.”


드레이크 가문은 재벌가이면서 동시에 제국의 귀족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느새 제논은 경칭을 붙여줬다.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리다가 제 명대로 살지 못하는 자들을 많이 봤지.”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겠죠. 일단 이곳을 벗어나죠.”

“증거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자신을 죽이려는 자들의 증거가 있는 곳을 알았다. 그렇다면 물러날 필요가 있을까?

여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티타니아만으로 힘들어요. 더 충실한 전력을 갖추고 와야 해요.”


그녀는 제논을 바라봤다.


“제논 씨도 안전한 곳에 내려줘야죠.”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단호한 아리엘의 말에 제논은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드레이크 가의 영애다운 딱 부러지는 태도라는 생각과 함께.


“이곳은 숨이 막히네요. 어서 떠나죠.”


사방에 시체와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솔직히 아리엘은 아까부터 견디기 힘들었다.


“그 전에 약속을 잊지 않았겠지?”


여포의 물음에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에요. 당신보다 제가 더 IRS-33을 좋은 곳에서 안식을 취했으면 하니까요.”


그러면서 서슴없이 몸을 까서 기계 부분을 보여줬나?

따위의 생각이 들었으나 묻지 않기로 했다.


“그것부터 하자.”


여포는 스크린 멀리서 보이는 푸른 점을 바라봤다.


“그래요.”


**


초선(IRS-33)은 여포가 미리 생각해 두었던 태산의 양지바른 곳에 묻혔다.


‘우주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니까.’


나름대로 우주에서 온 그녀를 위한 배려였다.

화려하지 않지만, 깔끔한 묘지였다.

한참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변방인 병주에서 태어나서 거친 전장을 누볐던 그에게 유일한 안식이 되어준 초선이었다.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맘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겠소.’


아리엘의 말에 따르면 인간보다는 오래 걸리겠지만, 그녀의 육체도 결국 썩어서 사라질 거라고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초선의 흔적도, 기억도 희미해지겠지.


여포는 손가락에 낀 반지를 쓰다듬었다.

그녀와 사랑을 확인한 날 직접 끼워준 반지였다.

알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졌지만, 그 어떤 귀금속으로 만든 것보다 기뻤던 기억이 있었다.


이 반지가 있는 한 기억이 희미해져도 영원히 잊지는 못하리라.


차가운 반지의 감촉을 느끼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옆에 아리엘이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초선과 당신 사이가 평범하지 않던데, 자세한 사정을 들을 수 있을까?”


짧은 기간이지만 초선의 이야기를 할 때 평범한 주종관계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맞아요. IRS-33과 아무런 감정적 교류가 없었다면 그냥 파손된 부위를 교체한 후 재가동했겠죠.”

“그, 그런 게 가능하다고?”

“안드로이드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녀는 더 이상 어렸을 때부터 나와 함께한 친구였던 IRS-33이 아니겠죠.”


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IRS-33······ 은 원래 저와 함께 자라며 챙겨주고 정서적 안정을 주는 메이드 안드로이드였어요. 아리스라는 예쁜 이름도 있었죠.”


단어의 뜻 하나하나는 모르더라도 문맥으로 의미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제가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모험가가 됐을 때도 항상 옆에서 챙겨줬어요. 그러던 중 이곳에 고대 우주 문명의 유산이 잠들어 있다는 정보를 단독으로 얻었어요.”


정보 유출을 우려해서 아무나 내려보낼 수 없었던 아리엘은 자신의 메이드 안드로이드를 미개발 행성 탐색용으로 사양 변경 후 내려보냈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 이 영역이 네메시스 판도라 교의 침공을 받아서 급히 떠나야 했어요.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라 미처 그녀를 회수하지 못했어요.”


일단 구조하러 올 때까지 미개발 문명에 녹아들어서 살아가도록 명령한 후 급히 대피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는 데 2년이나 걸릴 줄 몰랐어요.”


그것도 완벽한 기회가 아니라 자신을 살해하기 위해서 준비된 무대였다.


「어서 돌아와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감상에 잠겨있을 때 티타니아에 남아있던 제논의 통신이 들어왔다.


「레이더에 소속 불명의 전투함이 잡혔습니다. 정황상 네메시스 판도라 교의 전투함일 확률이 높습니다.」

“알겠어요.”


통신을 마친 후 아리엘은 여포를 돌아봤다.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

“이곳에 남을 건지 묻는 건가?”

“맞아요.”


잠시 눈을 감았다.

평소의 그라면 남는 걸 선택할지 몰랐다.


‘하지만 우주라······’


원래 그는 권력과 명예에 대한 갈망, 그리고 야망이 있었다.

변방 중의 변방인 병주 출신이라 더욱 그런지 몰랐다.

그래서인지 우주가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아웅다웅하느니······’


드넓은 우주에서 야망을 펼치는 게 좋지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난 우주로 가겠다.”

“정말 괜찮겠어요? 우주는 넓지만 그만큼 위험이 많아요.”

“물론이다. 당분간 신세 지겠다.”

“마침 저도 동료가 모두 떠났네요. 잘 부탁해요.”


피셔 부선장을 비롯한 그동안 믿었던 동료들이 아리엘을 사지에 던지고 떠났다.

지금 상황에서 여포가 그녀와 함께한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평생 나와 함께 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크리스토퍼 오빠의 음모를 파헤치고 반격할 때까지만이라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주로 올라가서 야망을 펼치고 싶지만, 기반도 지식도 없다.’


여포 역시 아리엘이 필요했다.

게다가 그는 철저하게 병주의 방식에 익숙했다.

받는 대로 돌려준다.

그녀가 자신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만큼 되돌려줄 자신이 있었다.


마음을 정한 여포가 손을 내밀었다.

아리엘 역시 그의 손을 맞잡고 힘차게 흔들었다.


「서두르는 게 좋겠습니다.」


제논의 목소리가 더 급해졌다.

아리엘은 근처 숲속에 숨겨두었던 셔틀을 불러들였다.


**


“적이 얼마나 있다고?”


전투 도끼를 챙기며 묻자, 제논이 레이더를 가리켰다.


“퇴각하고 있습니다.”

“퇴각?”

“예,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이탈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지?”


의아한 표정으로 아리엘을 돌아봤다.

그녀 역시 정확한 이유를 모르지만, 짐작은 했다.


“최근 그레이먼 후작이 이 영역의 광신도를 몰아내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하네요. 그 움직임이 포착됐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굳이 쫓아갈 필요는 없겠군.”

“예, 어차피 그들의 비밀 기지 위치는 여기 담겨있으니까요.”


아리엘은 메모리 스톤을 흔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일단 알타아르 행성으로 가죠. 그곳에서 저를 습격했던 광신도들의 고속함을 처분하고, 티타니아도 수리해야 해요. 그 이후에 둘째 오빠에게 반격할 수 있는 증거를 찾으러 가요.”

“그럼 나는 그동안 잠이나 자야겠군.”

“아주 푹 주무시면서 제국의 기본 상식을 익히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절 따라오면 알 거예요.”


아리엘은 여포를 수면 학습실로 안내했다.


“여기서 자라고?”


관처럼 보이는 시설물을 보며 물었다.


“수면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장치에요. 이곳에서 제국과 우주의 상식을 익힐 수 있어요.”


우주에서 야망을 펼치려면 필요한 일이었다.

외형이 관이랑 비슷해서 그다지 내키지 않았으나, 거부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수면 학습 장치에 눕자 천천히 뚜껑이 닫혔고, 여포는 자신도 모르게 잠들었다.


······························

························

··················

············

······


아주 많은 꿈을 꿨다.

그 꿈속에서 여포는 많은 것을 머릿속에 쑤셔 넣었다.


은하의 역사과 그동안 명멸해 갔던 국가들, 가장 희귀한 광물이라고 알려진 에이션트 메탈과 화폐, 그리고 의식주.

스페이스 콜로니와 그들을 괴롭히는 해적과 갱, 마피아. 그리고 네메시스 판도라 교의 광신도들.

의학과 신체 강화, 임플란트 등의 기술.

황족과 귀족 등 사회계급.

함선과 게이트웨이 등의 우주 항행 기술.


그밖에 우주와 제국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가 뇌리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


치이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다.


“으윽······”


여포는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온 탓에 살짝 두통을 느꼈다.

심호흡 한 번 하고 몸을 몇 번 움직이자,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어차피 깨어날 날짜와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수면 학습 장치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에 맞춰서 기다리겠다던 아리엘이 안 보였다.


“설마 또 무슨 일이 벌어진 건 아니겠지?”


짧은 기간의 경험이지만 아리엘은 사건과 사고를 몰고 다녔다.

기억을 더듬으며 브릿지로 향했다.


“지금 우리가 네메시스 판도라 교의 광신도라는 건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포, 우주전함을 얻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7월 2일까지 휴재입니다.(3일부터 재연재) 24.06.29 10 0 -
9 9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3) 24.06.27 42 1 12쪽
8 8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2) 24.06.26 46 2 11쪽
7 7화 엘타리온 소행성대 토벌전(1) 24.06.25 66 1 12쪽
6 6화 바이올렛 그레이먼 후작 영애(3) 24.06.24 82 2 12쪽
5 5화 바이올렛 그레이먼 백작 영애(2) +1 24.06.23 104 4 12쪽
» 4화 바이올렛 그레이먼 후작 영애(1) 24.06.22 136 4 14쪽
3 3화 여포, 우주로(3) 24.06.20 152 5 12쪽
2 2화 여포, 우주로(2) 24.06.20 187 6 12쪽
1 1화 여포, 우주로(1) 24.06.20 233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