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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회귀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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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마솥
작품등록일 :
2023.08.08 22:22
최근연재일 :
2024.03.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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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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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일도(3)

DUMMY

“사장님 말했죠? 미국 조종사 영화 걸려 있을 거라고.”


영화관 앞에서, 보기 좋게 맞춘 기범이 한껏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종환이 항상 앞선 일을 맞춘 것만 옆에서 지켜보았지 자신이 이렇게 보기 좋게 맞춘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네 영화 재밌겠네. 화가분이 아주 잘 그려놨어.”


종환이 미그기 앞에 그려진 조종사 그림을 보고 말했다.


당시에 영화 포스터는 미술가가 나무판자에 직접 그려 놓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그건 미술가의 그림을 보는 미술관과 같았다.


종환이 한마디 더 했다.


“차암. 예전에는 영화 관람이 아니라 극장 구경을 많이 했는데.”


표 살 돈이 없어 극장 겉모양새나 포스터만 보고 오는 일도 완전 없는 일은 아닌 때가 있었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꽤 있자 기범이 우려 섞인 투로 말했다.


“이거 자리 있을까요.”

“뭐 없지야 않겠지.”


“만약에 표 없으면 내일로 다시 오시나요?”


뭔 걱정부터 많은 기범의 질문이었다. 그리고 찬찬히 영화 포스터를 보고 있는 종환에게 말을 더 붙였다.


“내일 저거 하네요? 천년유혼? 홍콩영화 같은데.”


성격상 벌써 기범은 차선책부터 찾기 바빴다.


“오늘 보고 들어가야지. 여기까지 와서.”


종환이 주변에 티켓박스 멀찍이 떨어져 뭔 가격으로 실갱이 하는 사람들을 보고 문제없다는 듯 말했다.


“안 되면 암표라도 사야지.”


참 주변 암표를 파는 사람이 많았다. 다만 문제는 표를 사가지고 들어가도 자리는 없을 수 있었다.


시대가 영화표를 사들고 간다 해서 꼭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 학생 때는 어쩌다 돈 생겨서 한번 들어가면 참 여러 번 봤는데.”


하지만 반대로 표를 끊고 영화관에 들어가서 몇 번이나 다시 관람을 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같은 영화를 여러 번, 굳이 그게 아니라도 하이라이트 부분만 다시 들어가서 몇 번을 볼 수 있었다.


건물 입구에서 표를 받고 건물 안에서는 자유롭게 드나드는 시대였다.


뭐라도 빨리 보고 싶었던 종환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포스터만 찬찬히 보고 있던 기범에게 성화와 같은 말을 했다.


“뭐해. 일단 탑건 표 있나 봐봐. 뭐 돈이라도 쥐어 줘야해?”

“아이. 갔다 오겠습니다.”



***


종환이 계산을 마치고 온 기범을 보고 물었다.


“얼마 줬냐?”

“예?”

“표 얼마 줬냐고.”


“에이 따로 안 챙겨 주셔도 됩니다.”

“아니 표 값이 궁금해서 그래.”


말 그대로 여정이랑 한창 다닐 때랑 같은지가 궁금했다. 여정이랑 다니면서도 한차례 가격이 올랐었다.


종환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안 온 사이 바뀌었나 안 바뀌었나. 한 장에 3천원 넘어가디?”

“아뇨. 3천원 조금 안 됩니다.”


대수롭지 않게 답해놓고 바로 기범이 종환을 보챘다.


“사장님 방금 시작한 표입니다. 얼른 들어가시죠.”

“어.”


들어가기 직전 종환이 보던 천연유혼의 그림 포스터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눈길을 주며 말했다.


“여자 주인공 그려 놓은 게 우리 여정이만큼 예쁘네.”

“생전 여정이 앞에서는 그런 말은 꺼내지도 않으시면서.”


기범이 말은 그러면서도, 종환이 한 말에 뭐라도 맞춰볼까 물었다.


“아니면 탑건 말고 홍콩영화 걸린데 있나 마저 두 군데 들려볼까요?”

“표 이미 샀잖아.”


“뭐 가서 바꿔 달라고 해야죠. 저희 말고도 표 살려는 사람 많습니다. 생각 있으시면 다른데 가 봐요.”


종로에는 단성사. 서울극장, 피카다리 극장이 있었다. 종로3가가 무슨 영화 제작의 뭐는 못되어도 적어도 영화 상영의 산실 정도는 될법했다.


그리고 뭐라도 어서 한편 보고 싶은 종환이 말했다.


“뭘 그래. 들어가자고.”



***


영화를 다 보고 돌아오는 차 운전대를 잡은 기범이 뭔 감회인지 말했다.


“영화로 보니 미군 전력이 세긴 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랑은 아직 차이 많이 나지.”


남자 둘이서 영화를 보고 난 후, 차에 탈 때가 되어서야 조금 나누는 영화 이야기였다.


“비행기가 배에서 뜨고 내리니... 뭐 비행기가, 기름 넣는 거. 주유가 중요하다고 하잖습니까?”


평소 그런 거에도 관심이 있는 기범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배에서 뜨고 내리면 비행기 작전시간이 무한대랍니다.”


종환이 그런 기범을 보고 물었다.


“너 군대 다녀온 지 얼마나 됐지?”

“한참 됐습니다.”

“그러냐?”


기범이 기가 차서 웃었다.


그리곤 남자 둘이서 영화관에서 나왔던 그 직후처럼 둘은 잠시 또 다시 별 말이 없었다.


그러다 종환이 말했다.


“군사력도 좋은데. 그것도 응당 당연한 건데...”


종환이 혼자 또 골똘에 잠겼다.


“네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거 보니 문화도 중요한 것 같다.”

“예?”


“네가 방금 탑건 안 보고 왔으면, 항공모함이 무섭다는 소리를 안 했을 거 아니냐?”


“아닙니다. 안 그래도... 뭐 모르는 이야기도 아니고...”

“정말이냐?”

“예.”


“아니 조금이라도.”

“...”


다시 영화 속 그 바다 위에 펼쳐진 군함과 그 위 비행기가 머릿속에 떠오른 기범이 괜히 침묵하다가 한마디 했다.


“뭐 솔직히 영상으로 보니, 감회라고 해야 할지. 느껴지는 게 다르긴 한 것 같습니다. 영상으로 보고나오니 확실히... 이런 게 크네요.”


그말에 가만 무언갈 생각한 종환이 말했다.


“또 힘이 있다는 건 그만큼 돈이 된다는 거지.”



***


크라운 가요반주, 그 가라오케 주점에서 손정륜 만나면서 떠올라 든 미래 생각이 있었다.


맞지도 않는 양주를 얼음에 타 연신 먹었을 때 분명히 든 생각이었다.


미래엔 미국 전역에 우리나라 음악이 1등은 한다.

그리고 그때 떠올라 들었던 생각은 그뿐이 아니었다.


‘결코 음악에 그치지 않고 우리 많은 문화 분야가...’


종환이 두통이 심했던 그날을 자꾸 떠올리려 애썼다.

그리고 이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 영화도 영화도 마찬가지였어.’


종환이 기억하기에 무슨 저명한 영화계 수상이었다. 그것도 몇 관왕에 다다르는.


‘오스카 어쩌고 하는 상을 분명.’


종환이 운전대를 잡은 기범에게 말했다.


“기범아 요새 한가로운 줄 알았는데 역시 그게 아니었나 보다.”


뭐가 됐든 사장인 종환이 직원인 기범을 맘 편히 한가롭게 둘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건 통장에 찍혀가는 돈과 다른 살아가는 태도와 비슷한 거였다.


“어쩐지 뭔 불안하더니만.”


종환이 뭔가 확실히 생각났다는 듯이 기분 좋게 웃었다.


“아주 찾아볼 게 많겠어.”


기범은 또 혼자 나가는 종환에 종환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오갔는지 몰랐다. 다만 또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였다.


종환이 신나 말했다.


“당장 가서. 탑건 누가 가지고 왔는지 찾아봐라.”


그리고 그 일을 주는 타이밍이 아주 못되기 그지없었다.



***


“예? 뭐요? 지금요? 회사 쪽으로 차 돌려요?”

“어 그럼? 지금 그러자고.”


그렇게 말했다가 뭔가 아차 싶었던 종환이 말했다.


“아이 뭘 회사로 가. 시간이 몇신데. 내일 해 내일.”

“예.”


안 그래도 늦게 나온 터에 영화까지 하나 더 봤으니, 지금은 밤이라고 하는 게 맞았다.


새로 눈에 뜨인 돈 될 사업에 마음만 급해진 종환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갑자기 떨어졌던 종환 소리에 항상 궁금한 건 못 참은 기범이었다.


나름 혼자 고민해 보느라 침묵이 좀 길어진 다음에야 기범이 툭 던져 물었다.


“사장님 회사로 가자고 한 거는, 근데 뭐 때문이었습니까?”


“뭐?”

“아니 아까 급하게 사무실로 가자고 했잖습니까.”

“어? 그거. 내일 이야기해.”


그리고 종환은 한 번에 쭉 털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종환은 정해진 순서보다야 그때 그때의 그 흐름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다 와 가네요.”


그 뭔지도 모를 차안에서의 소동이 좀 있는 동안 종환의 집 언덕 앞 대로가 가까워졌다. 종환을 종환 집 쪽에 내려주고 기범이 차를 가지고 가는 거였다.


“그래 다 왔네.”

“여정이랑 시간 좀 보내세요.”


기범이 내리는 종환에게 한마디를 조용히 더했다.


종환이 기범을 그리 고마워했던 노년이었다면 결코 한마디로 끝나진 않을 소리였다.


“에이.”

“뒤에서만 여정이 여정이 하시지. 여정이가 그걸 알 리가 있나요.”

“뭐 사내놈이. 다 그렇지.”


“하여튼 여정이한테... 아닙니다. 제가 뭐. 내일 아까 무슨 말씀하셨는지 궁금하니까, 설명이나 잘해주세요.”


“응 내가 그럼. 아주 재밌을 거라고.”


종환이 기범 말에 금방 또 다시 그 사업, 그 지독한 일 이야기로 빠져버렸다.


그럼에도 아까 밤늦게 회사로 급히 차를 돌려라했던 그 말에 아주 조금, 혹여라도 부하직원인 기범이 신경이 갈 거 같아 말을 더했다.


“네가 하는 컴퓨터 사업도 크게 할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라.”


하는 일과 할 일이. 또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그렇지 결코 기범을 괴롭히려는 건 아니었다.


“예.”


기범이 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답했다. 혹 저 착실한 기범을 잃지는 않을까 종환이 더 이야기 했다.


“용산 쪽으로 갈 생각은 하던들 말어. 딱 믿고 따라오라고.”

“그러고 있잖습니까.”


“내가 잘 챙겨 줄 라니까.”

“저는 지금도 항상 그렇게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서로의 방법으로 못 챙겨줘서 아주 안달이었다.


그 늘그막까지 인생의 친구라고 꼽을 수 있는 사람이 확실하게 있는 그 둘은 서로에게 축복이었다.


“아주 배가 될 거야.”


그리고 그 축복은 종환의 말대로 아주 배로 불어나 버릴 거였다.



***


다음날 사무실 출근한 종환을 본 기범이 벌써부터 안달이었다.


“자 사장님 말씀해 주시죠. 어제 급하게 찾아보려던 게 대체 뭐였습니까?”


무슨 바로 채가지 않으면 사라질 것처럼 종환이 어제 다급히 말한 게 있었다. 그래서 기범은 다음날 아침이되자 다음으로 출근한 종환에게 그것부터 다짜고짜 물었다.


“아침인사는 없고. 거.”


그리고 종환은 그런 기범이 좋았다. 어디까지 바라보든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 켜지지 않았던 형광등을 종환이 이야기의 무대에 들어서 마저 켰다.


탁탁. 소리를 내며 켜진 형광들이 몇 번을 번쩍 거리다 아주 밝게 켜졌다.


기범은 그렇게 가는 시간도 궁금함으로 참기 힘든 시간이었다.


“어제 뭔 보고 온 영화 탑건 해서 뭐 찾아봐라 하셨는데....”


<천리일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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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천리일도(4) 24.03.28 19 0 12쪽
» 천리일도(3) 24.01.16 24 0 11쪽
29 천리일도(2) 24.01.11 25 0 13쪽
28 천리일도(1) 24.01.10 32 0 12쪽
27 취식지계 장원지계(4) 24.01.04 32 0 10쪽
26 취식지계 장원지계(3) 24.01.03 35 0 11쪽
25 취식지계 장원지계(2) 23.12.28 37 0 10쪽
24 취식지계 장원지계(1) 23.12.27 47 0 11쪽
23 양강의 이름(2) 23.12.22 48 0 12쪽
22 양강의 이름(1) 23.12.21 56 2 10쪽
21 천리행룡(2) 23.09.04 80 3 10쪽
20 천리행룡(1) 23.09.01 96 2 12쪽
19 노래하는 알바트로스(3) 23.08.31 97 2 10쪽
18 노래하는 알바트로스(2) 23.08.30 102 2 12쪽
17 노래하는 알바트로스(1) 23.08.29 116 2 12쪽
16 만반진수 23.08.28 130 2 11쪽
15 남아전자 신사업(2) 23.08.25 143 2 10쪽
14 남아전자 신사업(1) 23.08.24 159 2 12쪽
13 취금찬옥(2) 23.08.23 149 2 12쪽
12 취금찬옥(1) +1 23.08.22 156 4 11쪽
11 안목소견(3) +1 23.08.21 156 4 11쪽
10 안목소견(2) +1 23.08.18 160 4 10쪽
9 안목소견(1) +1 23.08.17 198 4 12쪽
8 밀운불우(2) +2 23.08.16 22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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