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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회귀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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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마솥
작품등록일 :
2023.08.08 22:22
최근연재일 :
2024.03.29 22:2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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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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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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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노래하는 알바트로스(3)

DUMMY

“황사장님도 사업 크게 이번에 뭐 할 거라면서요? 그 뭐라고 했지? 내 들었었는데.”


“...가루 해볼려고요.”

“가루요?”


술 취한 손사장이 종환의 앞말을 제대로 듣지 못해 되물었다. 종환이 대수럽지 않게 답했다.


“예. 어떻게 사람들에게 줄지도 생각 다 해놨습니다.”

“난 모르겠는데. 어찌됐든 그 돈 구하러 다니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맞습니다.”

“황사장, 내가 투자를 좀 해줄까요?”


손사장은 종환이 왜 자신을 만나려 했는지 알았다. 처음에는 종환이 그런 쪽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막았지만 지금 꽤나 술이 오른 손사장은 아니었다.


그리고 손사장의 그 말에 종환이 자세를 고쳐 앉더니 눈을 빛내며 물었다.


“얼마요?”

“나도 쉽게 돈 어디 투자 안하는데, 이번에 또 경관 하나가 또 귀찮게 구네.”


“경관?”


“자기도 안사람 명의로 가게 하나 내달래. 이천 투자한다고.”

“...”


또 나오는 서울 경찰이야기였다. 손사장이 말을 이었다.


“일단 있는 걸로 해서 가라오케 가게 하나 새로 열고, 그 경관한테 이천 통으로 들어오면 그 돈으로 우리 황종환 사장한테 투자를 좀 해볼까 하는 생각도 좀 들고. 어? 어때? 황사장?”


“아이 뭐 됐습니다.”

“어허, 이 사람 보게. 내 아무나 돈 안 맡겨 내 황사장 성격이 호탕하고 좋은 게 보여서 하는 소리야.”


종환이 손사장 잔에 술을 따랐다.


“나중에 손님이랑 오면 방이나 제일 큰 걸로 내주십시오.”

“아 술만 비싼 거시키면 내가 다 붙여주지.”


종환이 답했다.


“그냥 방 큰 거면 돼요”



‘그깟 이천 누구 코에 붙인다고.’


종환이 들었던 것처럼 손사장이라는 사람은 그리 큰 사이즈의 사람은 안 되어 보였다.


종환이 하려는 사업은 어디 단란주점이나 점포 꾸밀 정도의 돈이 필요한 일의 사이즈가 아니었다.


“손사장님 그 비디오케시스템이나 생각 있으면 나중에 저희 거 들이시죠. 가루 만들어 판 다음에는 그거나 손대야겠습니다.”


손사장이 종환의 말에, 자신이 언제 황사장한테 비디오케 이야기를 했나 싶어 머리를 긁적였다.


“엘디? 황사장님 그것도 해요?”


손사장이 이내 정신을 차리려는 듯이 고개를 한번 휘저었다. 그리고 한 이삼초를 멈췄다가 말했다.


“아 우리 황사장님 술 잘 드시네. 아주 골초에 술고래야.”


“저야 얼음을 많이 담가 먹어서 그렇죠.”

“...”


잠깐 침묵한 손사장이 말했다.


“우리 방금 무슨 이야기 했지? 엘디? 그 이야기 했던가?”

“엘디요? 아뇨.”


종환은 손사장이 말하는 엘디가 뭔지 몰랐다. 손사장이 다시 말했다.


“아니, 아까 했잖아. 황사장이”


손사장 잔에 종환이 얼음을 몇 개 집어 넣어줬다. 손사장이 다시 물었다.


“우리 엘디 이야기 안했어?”

“엘디요? 모르는 이야깁니다.”


“아니 황사장이 아까 이야기 꺼냈잖아.”


종환이 역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황사장이 비디오케 말 안했어?”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종환이 답했다.


“아 비디오케요? 아 예 제가 말했습니다.”

“황사장도 이쪽에 빠삭한가봐? 일본에 누구 있어? 오사카에 우리 형님이 있는데 이거야.”


술이 많이 된 손사장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마찬가지로 크게 쥔 주먹이 함께였다.


종환이 대꾸하지 않자 손사장이 다그쳤다.


“어? 황사장. 일본에 누가 있어?”

“손사장님 일본에 아무도 없습니다. 있긴 누가 있어요.”


“아니 근데 어떻게 비디오케를 알았어? 지금 잘되는 일본 가라오케에는 아주 필수야. 부산으로 밀수를 해서라도 가져와야 된다고.”


손사장이 종환이 그런 걸 알고 있는 게 신기한지 으하하 웃었다.


“분명 그건 많았던 거 같으니까...”


종환도 손사장과 함께 먹지도 않던 술 종류로 꽤나 마셨다. 그리고 술이 이렇게 된탕 취해 몽롱해지면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는 미래 생각이 거듭 났다.


이제까지는 여름 밤잠에 깨면 한여름밤의 꿈처럼 희끗희끗 생각났는데, 지금 이 어두운 가라오케 조명 아래에서 종환은 희끗희끗한 미래 생각이 났다.


‘옛 생각인가?’


90년대 초 노래방이 참 많이 생겼다. 건전 문화인지 퇴폐 문화인지 모르겠다만, 적어도 종환도 서른 후반 즈음 직장 회식을 시켜 준 후 꽤나 같이 같던 거 같았다.


“돈 꽤나 되겠네요.”

“어?”


“아닙니다. 얼음 좀. 자 여기, 술이나 마십시다.”



***


손사장의 술 취한 이야기는 꽤 계속됐다.


“뭐 왜색이니, 일본 문화의 찌꺼기라는데 잔재니 뭐니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안합니다. 우리 삼촌이 다 오사카에서...”


특히나 그 어릴 때나 자주 봤다던 삼촌 이야기가 많았다. 듣자하니 실재로 그 삼촌이라는 사람이나 이 손정륜 사장이나 돈은 꽤나 모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삼촌분이 수완이 좋으신가보네.”


계속 손사장의 말을 듣고 있자니 종환은 내심 부러운 마음도 들어 말했다. 그리고 종환 말에 흥이 자꾸 오르는 손사장이 자꾸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 누구 핏줄인데. 머리 조금 일찍 벗겨지는 거 말고는 나무랄 데가 없다고. 이게.”


손사장이 기분 좋게 으하하 웃음소리를 냈다. 거기서 괜히 종환이 한마디 거들었다.


“일본에서 일찍 자리 잡고 운이 좋으셨네.”

“어허.”


낮게 떨어지는 손사장의 이제까지의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막 흥겹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황사장 나도 어릴 땐 일본에 있었어. 도망쳐 나온 거라고.”


“예?”

“우리 아버지 따라 고향에 온 거야.”


손사장의 눈에는 자부심과 뭐라 표현하기 힘든 슬픔이 같이 보였다.


“내가 일본 문화는 좋아하지만. 조선인한테는 매한가지 쪽바리였다고, 걔네가. 우리 증조할머니는 골목골목을 돌며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 동물 밥을 줬어.”


“아 예.”

“난 못 봤는데 그걸 난 아직도 기억나. 그게 뭔진 몰라.”


종환은 손사장의 말에 뭔가 오묘했다. 손사장이 어떤 걸 말하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아마 추측하건데 자신이 오늘 이곳에서 본 미래의 그런 희미한 인상 같은 거라고. 종환은 왠지 어렴풋이 느껴 알 수 있었다.


단지, 과거와 미래. 그리고 또 다시 과거로 엉켜 있는 그런 희미한 기억의 인상이었다.


종환이 자신의 얼굴을 마른 손으로 쓸어내렸다. 그리고 다른 한 손에 든 주황색 술이 담긴 잔에 시선을 두고 말했다.


“이 술, 취하네요.”


손사장이 테이블의 과일을 찍어 종환에게 건냈다.


“자, 즐겁게 마시면 뭐든 숙취가 없는 술이야.”


그리고 괜히 가짜로 웃어 보인 손사장이 말했다.


“내가 노래 한곡 할게.”


일어난 손사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그 노래 설비에서는 종환은 들어본 적 없는 일본 가곡의 반주가 나오고 있었다.


“아싸 좋다. 우리 황사장은 뭐 부를 거야?”


잠깜 침묵해 생각한 종환이 답했다.


“조용필 마도요 아십니까?”

“아 왜 몰라. 내가”


“마이크 두 개 있으면 같이 한번 부릅시다.”

“아 좋지. 옆에 저 친구 노래 잘해.”


신이 난건지 신이 나려는 건지 모를 손사장이었다.


“아싸라비야. 산뜻하게.”


그날의 밤은 신나게 지고 있었다.



특히나, 손사장은 조용필에 대해서 말했는데 그 해 있었던 조용필의 재팬 투어에 대해서 아주 신나 말했다.


말하기를, 1987년 일본 도쿄에 있다는 큰 돔에 두루마기를 입고 나온 가수였다. 조용필은.




***


‘숙치가 없기는...’


다음날 회사로 간 종환은 조금 고생스러웠다. 사무실 문을 여는 종환을 언제나 사무실의 기범이 맞았다.


“사장님 오늘은 늦게 나오셨네요.”


종환이 사무실에 들어간 것은 거의 점심때가 다 돼서였다.


“어.”


기범 말에 짧게 답한 종환이 자신의 자리로 가 의자 등받이에 완전히 몸을 젖혔다.


그리고는 공중을 향해 중얼거렸다.


“어후 기범아 자신한테 맞는 술을 먹어야지 원. 역시 난 소주가 맞다”


종환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어제 운전해 가는데 진짜 사고 크게 날 뻔했다.”

“많이 드셨구나.”


“어우 죽겠다. 숙취도 숙취인데 어제 운전하다가 진짜 죽을 뻔했어.”


기범이 어쨌든 사지 멀쩡한 종환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저 보고는 절대 술 먹고 운전대 잡지 말라면서 어제 돌아오실 때 사고 날 뻔한 거예요?”


“그럼 뭐, 운전해 줄 사람도 없고. 어쩔 수가 없잖아. 어제 나도 술김에...”


잠깐 생각한 종환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말했다.


“기범아 술 먹고 운전하는 건 살인이야. 어제는 내가 실수했는데. 앞으로 그런 사람은 거들도 보지도 마라.”

“저야 뭐, 사장님이 시키는 거 아니면 할 일도 없습니다.”


종환은 실수를 많이 하고 살았다. 그리고 미래를 갖다온 그 희미해진 기억만으로 그 실수들이 모두 단번에 고쳐지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적으로 만큼은 종환은 아주 아주 잘하고 있는 거였다.




기범이 종환에게 물었다.


“어제 만나시기로 한 분은 잘 만나고 오신 거예요?”

“기범아”

“예?”

“내 주위에는 좋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너 말고는.”


기범이 보기에 종환은 아직 술기운이 꽤나 남아있는 거 같았다.


종환이 말했다.


“나 좀 도와줘라.”

“제가 뭐 안한 적 있습니까? 사장님 저 오늘도 일찍 와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뭐든 말만해라. 대신 내가 다 이루게 해줄테니.”


기범이 보기에 종환은 역시 아직 술이 덜 깬 거 같았다. 술자리에서나 해볼 직한 낯간지러운 말을 종환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사장님 어제 잠은 좀 주무셨어요? 눈이 쾡하신데.”

“잠 하나도 못 잤다. 기범아,”


“예?”

“세계 음악에 우리나라가 일등 한다고 하면 어떻냐?”

“예? 갑자기요?”

“그거 맞는 말 같냐?”


“세계 음악이요?”

“그래. 미국 일등에. 세계 전역 일등. 말 그대로 음악 대장.”


“갑자기요?”


종환은 그러한 생각이 자꾸 들어 밤잠을 설친거였지만 기범이 듣기에는 완전히 술 먹다 방 봉창 두드리는 소리였다.


“됐다. 못들은 소리로 해라.”


“아니 사장님, 그냥 있다가. 밥 먹으로 나가면서 그 사업 이야기나 해주시죠. 오늘 해주신다고.”


기범은 자신들이 한다는 그 사업이 오늘 아침부터 너무나도 궁금했다.


오늘 듣기로 되어 있는 이야기였다.



“아싸비아 어떠냐?”

“아싸라비아요? 뭔 아싸리비아요?”




<노래하는 알바트로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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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새 술은 새 부대에(1) 24.03.29 15 0 10쪽
31 천리일도(4) 24.03.28 19 0 12쪽
30 천리일도(3) 24.01.16 23 0 11쪽
29 천리일도(2) 24.01.11 25 0 13쪽
28 천리일도(1) 24.01.10 32 0 12쪽
27 취식지계 장원지계(4) 24.01.04 32 0 10쪽
26 취식지계 장원지계(3) 24.01.03 35 0 11쪽
25 취식지계 장원지계(2) 23.12.28 37 0 10쪽
24 취식지계 장원지계(1) 23.12.27 47 0 11쪽
23 양강의 이름(2) 23.12.22 48 0 12쪽
22 양강의 이름(1) 23.12.21 56 2 10쪽
21 천리행룡(2) 23.09.04 80 3 10쪽
20 천리행룡(1) 23.09.01 96 2 12쪽
» 노래하는 알바트로스(3) 23.08.31 97 2 10쪽
18 노래하는 알바트로스(2) 23.08.30 102 2 12쪽
17 노래하는 알바트로스(1) 23.08.29 116 2 12쪽
16 만반진수 23.08.28 130 2 11쪽
15 남아전자 신사업(2) 23.08.25 143 2 10쪽
14 남아전자 신사업(1) 23.08.24 159 2 12쪽
13 취금찬옥(2) 23.08.23 149 2 12쪽
12 취금찬옥(1) +1 23.08.22 15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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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안목소견(2) +1 23.08.18 160 4 10쪽
9 안목소견(1) +1 23.08.17 198 4 12쪽
8 밀운불우(2) +2 23.08.16 225 5 12쪽
7 밀운불우(1) +2 23.08.15 273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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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화가거(2) +1 23.08.10 49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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