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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천재가 밴드부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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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마솥
작품등록일 :
2023.08.08 22:16
최근연재일 :
2024.03.29 22: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480
추천수 :
58
글자수 :
162,351

작성
23.08.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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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메신저 톡(1)

DUMMY

헌강이 빈 밴드 부실에서 기타를 쳤다.


‘오늘은 소아도 안 온다고 했고...’


헌강이 괜히 일어나 부실 주변을 돌아다녔다.


“음... 애들 몰려올 때까지 많이 심심하겠는데?”



헌강이 드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른 악기나 건드려 볼까?’



***


금요일, 소아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기획사를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금방 왔네?”


자리에 있었던 캐스팅 매니저가 소아를 맞았다.


“학교 끝나고 택시 타고 바로 왔어요.”

“그래 다른 친구들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네.”


js엔터 2층 좁은 복도를 들어가 소아가 또 다른 회자 관계자와 인사했다. 그리고 소아는 자기보다 먼저 온 연습생 쪽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응 안녕”


소아보다 딱 2살이 많은 19살의 배연아로, js엔터의 갓 성인이 된 오래된 연습생이었다. 역시 연예인 연습생인 만큼 외모가 준수했다.


배연아가 자신 스마트 워치의 시간을 살짝 보더니 말했다.


“일찍 온 거지?”

“네 끝나고 바로 왔어요.”


“기대되나 봐”

“네 아무래도.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간다고 해서요.”

“좋겠네.”


“네?


묘한 날카로움에 소아가 되물었다.


“내가 너 중3 때 처음 봤나? 거의 2년 만에 데뷔 조니까. 좋을 거 같잖아.”

“아 네 다 언니가 도와줘서 그렇죠.”


배연아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소아가 묻지도 않은 일을 자처했다.


“음료수 갖고 올까요?”

“됐어. 이제 한 40분 앉아 있으면 애들 다 오겠네.”


앞으로 더 오게 될 친구들은 모두 3명. 데뷔 조는 총 5명으로 꾸려졌지만 현재 계획 중인 걸그룹 멤버는 4인 구성이었다.


굳이 1명 더 많게 인원을 꾸려, 서로 경쟁하고 압박하게 하는 엔터 회사의 늘 있는 그런 흔하디흔한 인원 세팅이었다.


당연 그 속에 아직 어린아이들은 설정된 심한 압박감을 실로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


데뷔 조로 세팅된 준비생들이 하나둘 js엔터에 모두 모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듯 체격이 좋은 남자 하나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연습생 아이들의 연습 스케줄을 관리하는 관계자가 아이들 앞에 들어 온 남자를 소개했다.


“자 인사하자. 여기는 한태식 실장님.”


앞에 선 한태식이 말했다.


“아 얘네들 나 저번 주에 다 봤어. 월말 평가 때.”


한태식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태도였다.


“아 그때 있으셨어요?”

“그럼. 그때 거의 사인한 날 바로 들어가서 애들 다 보고, 벌써 어떻게 돌릴지까지 머릿속으로 반절 정도는 구상도 다 끝났어.”


회사 관계자가 대단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벌써요?”

“그럼. 얘들아 내가 그때 말한 거는 잘 고민해 봤지?”


한태식이 이미 자신이 다 관리하고 있다는 듯이 앞에 쭈르륵 선 아이들에게 말했다.


“네”


다섯 명의 연습생이 한목소리처럼 답했다. 조금은 쭈뼛대다가 뒤늦게 나온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한태식은 그 대답부터 바꾸려 들었다.


“자자, 얘들아. 우리 기합이 필요할 때는 어? 대답부터 바꾸자.”


태식이 본인 얼굴과 나이에 맞지 않는 높은음과 유치원생이 할 만한 동요 리듬을 넣어 말했다.


“네!네! 실장님. 따라 해봐.”


당연하듯 다섯 명의 연습생은 모두가 고장 난 듯 쉽게 따라 하지 못했다.


“따라 해보라니까? 데뷔 안할 거야? 어? 다시. 네!네! 실장님.”


아이들은 주변 눈치를 살피다 그 이상한 대답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네네 실장님.”

“그래, 너네 데뷔하고 방송 나가서도 점잔 뺄 거 아니잖아? 너네 방송국 가봤어?”


애초에 대답을 들으려 했던 말이 아닌지라 한태식이 계속 말을 이었다.


“나는 그 방송국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갔어. 너네들은 어려서 누군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탑 가수랑 같이 일했다고.”


한태식의 고압적 태도에 앞 아직 어린아이들은 주눅 들 수밖에 없었다.




“연습실에서나 보통 생활할 때도 무조건 텐션 올려서 밝게. 만약에 방송 진행자가 시키면 없는 개인기도 만들고. 없어도 분량 따가는 게 연예인이라고 알겠어?”


한태식이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언짢은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봤다.


“내가 말했잖아. 텐션 업”

“...”


그중 눈치가 빠른 한 아이가 한태식의 무얼 요구하는지 알고 답했다.


“네... 네 실장님”


“그래. 요즘은 예능을 잘해야 뜬다. 지금 너네 죽어라 연습하는 노래는 중요한 게 아니야. 끼. 알어들어? 끼가 있어야 돼. 끼”


50살을 넘긴 한태식의 장광설이 계속됐다.


“노래는 어차피 녹음실 기계 만지는 아저씨들이 다 만져 준단 말이야. 노래 부를 때도 예쁘게 웃는 거 신경 쓰고. 알았지?”


마지못해하는 아이들의 대답이 이어졌다.


“네네 실장님”


“매니저님 지금 형국이 있나? 지금. 그 보컬부터 먼저 보자고.”


한태식에 말에 매니저가 왼쪽에 들고 있던 클립보드에 넣어 놓은 서류를 들척였다.


“어 실장님? 지금 춤 먼저긴 하거든요?”


“알아. 그러니까. 지금 형국이 있냐고? 묻잖아.”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타임 바꾸시려고요?”

“매니저님. 나만 믿어봐요. 좀 시키면 해봐 내가 이제 오야잖아.”


태식이 자신의 연식을 드러내는 말과 함께 더 으스댔다.


“내가 또 저번 주에 오자마자 얘네들한테 숙제 내준 게 좀 있어서 그래. 만났으면 숙제 검사부터 해야지.”




***


“어 태식이형.”


앞서 태식이 찾던 형국이 트레이닝 룸에 들어오며 앞 한태식을 친근하게 불렀다.


먼젓번에 있던 연습실에서 보컬 트레이닝 룸으로 자리를 옮긴 지 꽤 되었던 한태식이 형국에게 바로 한소리를 했다.


“형국아 어디 갔다 왔어. 여기 딱 자리 지키고 있어야지.”

“아 앞전 타임이 길어져서 밥 좀 먹고 왔죠.”

“뭐가 앞전 타임이야. 딱 봐도 저녁 일찍 먹으러 나갔던 거구만.”


속내를 들킨 형국이 말을 돌렸다.


“형 어떤 일로요? 애들 연습 바로 시켜요?”

“그러려고 데리고 왔지.”


“얘네 지금 춤 연습 타임인데.”

“야 나 실장이야. 이번 걸그룹 총책임자라고”

“알았어요.”


대답하는 형국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태식이 덧붙였다.


“너 여기 누구 입김으로 들어왔어?”

“형이죠.”

“그래. 알면 확실히 해라 형한테.”

“예.”


형국은 한태식 보다 몇 개월 js엔터 입사가 빨랐다.


걸그룹을 성공시키고 싶었던 js엔터가 결정적으로 한태식을 원했고, 당장 정산 문제로 바로 회사를 옮길 수 없었던 한태식이 같은 회사에 있던 동생 금형국을 먼저 js엔터에 보냈다.



아이들 앞에서 아무 필터링 없이 이야기를 나눈 태식이 한껏 거드름을 잡았다.


“자자. 해봐. 너네 연습하는 것 좀 보자. 애들 음색은 계속 알려주고 있지?”


“예 지금 케이팝 잘나가는 걸그룹 하나 잡아서 계속 끊임없이 노래 들려주고 있어요.”

“어떤지 한번 들어 보자.”


이제껏 회사에서는 전혀 마주칠 수 없던 유형의 사람에 한껏 굳은 아이들을 찬찬히 살펴보던 한태식이 말했다.


“그래 너부터, 김소아.”


한태식이 유일하게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아이였다.


***



“노래 저번에 뭐 했었지?

“태연의 사계요.”


한태식이 말했다.


“일단 말했다시피 우리 발라드는 안 해. 노래는 기계로 다 만질 거고. 실질적으로 앨범에 진짜 니 목소리는 안 들어간다고 보면 돼. 어?”


“네...네...실장님...”


이런 대답이 정말 맞는지 싶어 소아의 대답 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나왔다.



“음색만 딱 볼 거라고. 기계로 피치랑 다 잡는데 음색도 아예 못 바꾸는 건 아니야. 그래도 어? 뼈대란 게 있을 거잖아. 어. 너 생선 먹을 때도 뼈 있잖아. 알아듣지?”


“네...네”

“자.”

“...”



“뭐해?”

“지금 불러요? 반주...”


소아의 말에 형국이 옆에 있던 태블릿을 집어들자 한태식이 그걸 보고 말렸다.


“됐어 형국아. 찾지 마.”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돌려 소아에게 말했다.


“소아야 가수는 목소리가 곧 반주야. 어? 해봐”


한태식은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말에 아무 말이나 더 덧붙여 가며 소아에게 말하고 있었다.



사계절이 와 그리고 또 떠나


그 아래에서도 소아는 곧잘 불렀다.


내 겨울을 주고 또 여름도 주었던


옆 같은 연습생 친구들이 충분히 조바심이 나게 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잘한다.’



그러나 태식은 고개를 저었다.


“소아야. 이러면 데뷔 못 해. 저번 주랑 다른 게 하나도 없잖아.”


태식을 제외하고 형국까지 포함해 여기 있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태식만은 소아가 변함없이 완전히 똑같다고 생각했다.


“...”


“성대를 좀 조이라고. 애기들 목소리처럼. 내가 방법을 안 알려 준 게 아니잖아 그때도 다 말해 줬던 거잖아.”

“아, 그게 제 원래 목소리가.”


한태식은 소아에게 발언권 같은 건 주지 않았다.


“아니 소아야. 원래 목소리 이런 게 어딨어? 그럼 가성을 써.”


태식은 발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전문성이 부족한 형국이 듣기에도 그건 좀 이상한 소리였다.


“그걸 못 해주면 우리가 돈 들여서 왜 연습생 뽑아 트레이닝시켜. 그걸 못하면 우리가 그럴 필요가 없는 거잖아. 회사가?”



한태식이 계속 압박했다.


“어?”

“...”

“어? 그래 안 그래?”


“네네 실장님.”



다른 아이들의 노래도 진행되었고 한태식은 다 마찬가지로 불만불평이었다.



“형국아 몇 개월 먼저 보내놨으면 애들 확실히 도와줬어야 할 거 아니야? 이거 완전이 그냥 애들 놀러 다닌 거 같아?”

“...”


형국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 그 스케줄 짜는 직원한테 말해서 전화해서 댄스 트레이너 불러서 애들 춤 본다고 해.”

“지금요?”


“그래 바로 해.”


그리고 한태식이 덧붙였다.


“얘네 이번 분기에 출시하려면 이거 일정 한번 싹 다 봐야 돼.”




***


소아는 그날 밤늦게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택시는 갑갑했다.


‘할 수 있어.’


소아는 데뷔를 해야 했다. 그래도 우울한 기분을 피할 수가 없었다. 기쁘지 않았다.


우울할 뿐만 아니라 뭔가 불안하고, 앞으로 발 내딛을 땅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무섭고 두렵고 그런 기분이었다.


‘정말, 어제까지만 해도 기분 진짜 좋았는데.’


하필 내일은 주말이었다. 이렇게 다음 주말을 보내게 되면 정말 다음 주 내내 기분이 좋지 못할 거 같았다.


저번 주 시작도 그렇게 돼 버렸으니까.


소아는 다시 생각했다.


‘어제는 어제는 진짜 진짜 좋았는데.’


소아는 어제의 기분이 주말까지 가기를 어쩌면 정말 바랐을 지도 몰랐다.



어제 소아가 느꼈던 것, 그저 갈색 세상.

따뜻한 색.


밖이 어둡고 차로 답답한 이 이질적인 가죽시트 위와는 다른 곳.



갈색 책상. 갈색 드럼 스틱.

그리고 갈색. 기타.


음악을 흘리는 갈색 기타의 주인.



택시 뒷좌석에 꼿꼿이 불편하게 앉아있던 소아가 눈을 감고 그 생각을 하며 등을 뒤에 기댔다.


해가 비치는 곳은 따뜻했다. 커튼이 막은 햇빛은 따갑지 않았다. 노래는 아름다웠으며 그늘 속 물에 몸 담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움직여 물 위에 떠 있는 거 같았다.


‘노래 듣고 싶다.’


지친 소아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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