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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천재가 밴드부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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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마솥
작품등록일 :
2023.08.08 22:16
최근연재일 :
2024.03.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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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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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강의 장기자랑(3)

DUMMY

소아가 헌강의 노래를 타고 발 디딘 곳은 갈색 땅.

소아가 만들거나 헌강이 만들어 준 세상.


소아는 생각했다.


‘따뜻하다.’


눈을 감으며 지웠던 소아의 주변이 노래가 만드는 모습으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명확한 거라면 그것을 만드는 색깔.


‘갈색’


소아는 자신이 따뜻한 곳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뜨겁지도 서늘하지도 않았다.




‘갈색 커튼 때문일까?’


소아의 어깨가 편안히 좌우로 움직였다.


소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눈 감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게 햇빛 앞 갈색 커튼이라, 상상 속 세상이 모두 갈색이 물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선 또 생각했다. 마음이 편했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흐르는데도 굳이 생각을 잡으려 들지도 않았다.


그저 단 초콜릿 디저트처럼 소아의 생각이 따뜻함에 노곤 노곤히 녹고 있었다.


‘왤까? 갈색은 왜 따뜻할까?’


기타 소리가 따뜻했다.


‘흙과 나무색이 그런 갈색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평화로운 시간대의 해가 만드는 게 그 색이기 때문일까?’



소아는 자신의 가린 눈꺼풀 위로 밴드 부실이 좌르르 보였다. 역시 원래의 눈이 건네는 밴드 부실 보다 꽤나 더 갈색이었다.


그러나 더 짙지는 않았다. 또 더 연하지도 않았다.

갈색 물감. 갈색 세상.


잘 칠한 수채화.

소아가 떠올리고 있는 밴드 부실의 모습이었다.


근데 그건 또 그림은 아니라서.


헌강의 기타나 그 뒤 대호의 드럼, 철현이 자주 앉는 소파나 그 앞 다 치우지 않은 도시락도 다 실제보다 가까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에서 바라본 소파가 있었으며 같이 소파 뒤도 보였고. 가끔 앉아서 본 소파의 옆쪽 팔걸이도 보였다.


혼재됐지만 조금도 머리 아프지는 않았다. 너무 머릿속이 깨끗해 소아는 노곤하고 또 따뜻하고 결국 잠이 올 거 같았다.


‘이런 편안함 얼마만이였더라’



처음 드럼의 나무 스틱으로 시작해 널브러져 있는 악보가 올라 소아 주변을 날았다. 악보는 부드럽게 날았으며 드럼의 나무 스틱은 몸이 뻣뻣해, 보니 편안한 웃음이 나왔다.


펜부터 시작해 부실의 작은 것들이 작은 물고기처럼 소아 주변을 돌며 헤엄쳤다.


그럼 소아 자신은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고 서서히 잠들고 있었다. 따뜻한 음악 속 모든 게 가능했다.


이는 모두 소아의 상상이었으니까. 그래서 더 따뜻했고 모두는 갈색의 색이었다.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



“근데 이걸론 안 할 거야.”


노래가 끝나고도 소아는 눈감은 자신의 환상 속에 흠뻑 취해 있었다.


그런데 환상 밖 현실에서 들이는 헌강의 말은 조금 싫게 들렸다.


정확하게는 자신을 현실로 불러들인 그 소리가 싫었고 다음으론 이해한 그 헌강의 말이 납득되지 않았다.


소아가 오랜만에 다시 땡그란 눈으로 헌강을 봤다.


“왜? 뭐가? 이걸로 안 한다니?”


헌강이 들었던 자신의 기타를 세워놓았다. 소아가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말했다.


“난 좋아 이 노래. 진짜 엄청 마음에 들었어. 이걸로 하자?”


기타를 완전히 벽면에 걸쳐 세워 놓고야 헌강이 말을 이었다.


“아니 나도 꽂혀서 끝까지 잡고는 있었는데, 생각해 봐 우리 축제 때 부를 노래 할 건데. 이건 너무 서정적이고 템포가 느려.”


소아가 생각해도 백번 생각하면 백번 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너무 아까웠다.


“왜 하자.”


소아는 말을 하면서도 어디까지나 헌강의 말이 맞다는 걸 알았지만 이건 감성적인 부분이었다. 이 노래를 하지 않으면 이 노래한테 미안할 거 같았다.


굳이 비유하자면 하루 종일 놀이공원에서 편안하게 놀았는데, 자유이용권은커녕 빅5, 빅3도 안 끊고 어쩌다 보니 몰래 나오게 된 그런 미안함이었다.


그리고 헌강은 자신의 감정도 아니고 남의 그런 복잡미묘한 감정까지 닿을 수는 없었다.


“노노.”


굳이 문제를 찾자면 이렇게 아까운 곡을 만든 헌강에 있었다. 소아가 말했다.


“우리 축제 시간 2주도 안남은 거 알지?”


주말을 제외하면 축제까지는 딱 8일이 남아있었다. 헌강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알아.”

“그럼 어떻게?”

“다시 써야지.”

“가능해?”


“해야지 어쩌겠어?


“속 편하다 진짜.”


그런 말을 내뱉으며 소아는 좀 다른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있다는 게 부러워’


시샘인가.




***


저녁 시간을 넘겨 모든 부원이 모인 자리에서 철현이 기세 좋게 말했다.


“벌써 다다음주 화요일이면 축제야. 후회 없이 준비하자.”


축제 전주 금요일에 강당으로 장비를 다 옮겨 놓는다고 하면 연습 가능한 평일은 8일은커녕 6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던 축제인지라 겁먹는 학생은 없었다.


“네”

“오케이”


1학년의 대답과 2학년의 파이팅하는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그럼 맞춰서 해보자. 다 자리로.”



축제 곡을 위한 준비였다. 기타를 든 헌강이 손을 움직였다.


단단단


헌강의 어쿠스틱 기타에서 먼저 반주가 깔려 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화음 반주 위에 철현의 일렉기타 멜로디가 더해져 갔다.


다음 차례는 소아였다. 소아가 엠프에 끼워놓은 마이크에서 잠시 고개를 돌려놓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오는 반주에 올라탔다. 처음 내는 소아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헌강과 철현은 같은 템포로 나아갔는데 그 템포 또한 신나거나 빠르다 할 수 없었다.


추운 겨울이 다가와 힘겨울지도 몰라


소아의 한 소절이 지나자 이제까지는 자취를 감췄던 드럼 소리가 천천히 소아의 목소리를 따라붙기 시작했다.


봄바람이 불어오면 이제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무슨 꽃이 피듯이 혹은 막 다리를 움직여 보던 말이 달리기를 결정했듯이 점점 템포가 빨라졌다.


그 템포에 맞게 서서히 드럼 소리가 강렬해지고, 기타가 내는 멜로디의 소리도 더 거세졌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솟아나는 무언가처럼 서로는 서로에게 공명해 분위기를 높게 올려가려 하고 있었다.



그걸 앞에서 보고 있는 대호는 너무나 부러웠다.


가끔 교대로 하는 연습이 아닌 메인의 드럼 자리에서, 그 자리에 꼭 끼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속에 용솟음치고 있었다.




***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노래의 클라이막스가 다 지나고 모두를 여행시켰던 노래가 마무리되었다. 비어있는 창공으로 솟기로 한 로켓을 올라탄 느낌이었다.


‘와’

‘역시는 역시네’

‘엄청나다’


매일 최소한 두세 번은 보는 합주였지만 항상 감탄이 안 될 수가 없었다.


헌강이 조금씩 손댄 편곡에 따라 차분히 시작해 후반에 폭발하는 그 에너지가 노래가 끝나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들어오는 아무런 박자 없이 헌강의 어쿠스틱과 철현의 일렉이 점차 들어 올리는 템포는 가히 대단했다.


둘이 기타를 잘 치는 거 외에 둘이 호흡이 잘 맞는 것은 또 다른 완전 별개의 이점이었다.



연습을 성공적으로 마친 철현이 음악을 1학년 걔 중 제일 잘하는 대호에게 물었다.


“어떤 거 같아?”

“형 뭐, 여지없이 진짜 개 쩔어요.”


철현이 굳이 다 아는 뻔한 칭찬을 듣고자 대호한테 따로 물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내가 멜로디 하는 게 나아? 헌강이 반주 라인하고?”


대호에게 하는 철현의 질문에 헌강이 끼어들었다.


“이 노래는 어쿠스틱이 깔아주는 게 맞는 거 같아. 철현아.”

“너 말이면 내가 듣겠는데. 알았다. 나도 이제 축제도 얼마 안 남았고 미련 버린다.”


철현은 무조건 헌강을 조금 더 돋보일 수 있는 쪽으로 맡기고 싶었다. 그것의 자신들의 밴드에도 훨씬 더 좋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헌강이 그걸 거절했다. 준비하는 노래의 특성도 그렇고 자신이 소아와 함께 따로 독 파트까지 때어 받은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헌강과 철현의 둘 사이에서 시작된 대화가 그대로 끝나 마무리됐다. 그리고 철현에게 받은 질문의 대답을 준비하던 대호만 입이 심심하게 되었다.


“형 제 대답은 안 들어요?”

“어어 괜찮아. 얘들아 우리 한 번만 더해보자.”


대호는 또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1학년 헌강이가 밴드의 모든 결정을 다 해 버리네.’


그런 생각이 들자 대호는 철현한테는 이미 한번 까였던 말을 헌강에게 다시 한번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씨 내가 더 잘 치는데. 나도 나가고 싶은데...’


대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1학년과 2학년 섞여서 하는 연습이 오기를 기다렸다.



***


“이제 1학년 2학년 섞어서 할게. 헌강아 이번에.”

“응”


헌강에게는 이 타임은 휴식 시간이었다. 축제에 할 곡은 어쿠스틱이 포함된 버전으로 다시 편곡했지만, 1학년이 섞인 연습은 기존에 늘 해오던 버전으로 쭉 해오고 있었다.


헌강이 무대에서 빠지자 소아가 옆에 있는 철현에게 가더니 뭐라 귓가에 대고 말했다.


“나도 쉴래.”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알겠다고 답한 철현이 일렉 기타를 든 채로 스탠딩 마이크를 자신 앞으로 가지고 왔다.

안 그래도 특히 보컬에 특색이 있는 소아에 비할 바는 못 되었지만 고등학생치고 철현도 노래를 꽤나 했다.


헌강이 다시 전학 오기 전에는 종종 이렇게 연습을 해온 터였다.


“얘들아 남자 키다. 시작한다.”


드러머까지 대호로 바뀐 상태에서 같은 곡 나는 나비의 연주가 시작되고 있었다.



소아는 곧바로 헌강에게로 가 물었다.


“소리 어때?”

“좋아.”


“내 목소리 안 같지는 않아?”

“조금 그런데. 괜찮아.”


소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만약에 바뀌면 소리? 어떨 거 같아?”

“난 좋지.”


“아니 네가 말한. 그 부자연스럽다는 쪽으로.”

“별로.”

“...”


소아는 헌강의 대답에 기분 나쁘지 않았다. 헌강을 이제는 어느 정도 알았고 자신도 바꿔내는 게 이상했었다.


소아는 단지 목소리를 바꾸는 것에 부담스러움만 더해지고 있는 현재가 편치 않았다.


헌강이 물었다.


“왜?”


“나 내일 못 나오는 게 소속사 때문인데, 또 거기서 음색 이야기 나올 거 같아.”

“나는 네 원래 목소리가 좋은데.”


둘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방금 자신들이 했던 합주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 나눴는데, 물론 내용은 거의 그 합주 안 소아 제 자신의 음색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되었다.



1학년들을 몇 명 끼어 몇 번의 연습을 더 해 마친 철현이 헌강과 소아 쪽으로 와서 말했다.


“너네 둘이 이야기 길게 하는 거 처음 본다”


헌강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맨날 일찍 오면 기타 치면서 얘랑 이야기밖에 안 해.”


“하긴 그렇겠다.”



그때 셋이서 장난이 심하다는 민우가 말했다.


“야야 소아 열받았다. 얼굴 빨개짐.”



<헌강의 장기자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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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엄습하는 걱정(1) 23.08.16 20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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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하늘에서 난 차이(3) 23.08.14 217 4 13쪽
5 하늘에서 난 차이(2) 23.08.11 233 5 13쪽
4 하늘에서 난 차이(1) 23.08.10 244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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