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음악천재가 밴드부에 나타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나무가마솥
작품등록일 :
2023.08.08 22:16
최근연재일 :
2024.03.29 22: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484
추천수 :
58
글자수 :
162,351

작성
23.08.21 22:20
조회
160
추천
2
글자
11쪽

헌강의 장기자랑(2)

DUMMY

“네 말은 이게 기타 두 개로 가능하다는 거지?”


강덕이 비밀을 알아 왔다는 엔드류에게 물었다.


“예 대부분이요. 박자 들어가 있는 부분이랑 너무 복잡한 몇몇 트랙의 몇몇 부분을 제외하면 기타 하나라도 가능해요.”


“그래?”

“그럼요. 형 제가 기타를 또 좀 치잖아요.”


강덕이 헌강의 자작곡들을 듣고 느낀 처음 감상은 라인이 단순한데, 그냥 그걸 다 무시할 정도로 노래가 좋다는 거였다.


그런데 만약 이걸 기타 하나로 소리 내는 악기를 한정 짓게 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봐라봐지는 시각이 바뀌며 다시 보게 된 노래는 이만큼이나 기술적으로 복잡한 노래도 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쨌거나 결국 노래가 좋아. 기타로 소리를 바꿔 놓으니 더 좋고.’



이 같은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시각에 신난 것은 오히려 엔드류였다. 엔드류도 헌강과 마찬가지로 첫 악기를 기타로 해 음악에 입문했다.


강덕이 묻지 않은 것을 엔드류가 신나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거의 주기타 하나로 놓고. 옆에 한 명이 살짝살짝 보조하는 느낌으로 리듬 넣어 줄 수 있겠네요.”


엔드류가 레코드 화면에 손을 갖다 대며 말했다.


“이쪽 이 리듬 박자는 드럼 하나 있어야 하고요.”



거기서 괜히 뭐든 트집을 잡고 싶었던 강덕이 말했다.


“이 정도 박자 때문에 드럼 붙이는 건 오바 아니야? 요즘 아마추어 세션 값도 비싸다며.”


엔드류가 웃었다.


“형 왜 이렇게 과몰입이에요. 이론상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이 곡 어차피 기타로 어지간하지 않으면 실제로 치기 힘들어요.”

“...”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기타가 메인이지만, 아예 기타 단독으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이거죠.”

“...”


“그리고 이 친구도 자기가 직접 연주하려고 썼겠어요?”

“...”



“초절기교.”


엔드류가 괜히 목소리를 잔뜩 깔고 멋스럽게 말했다.


“뭐?”


“그 왜 200년 전에 헝가리 작곡가가 테크닉과 기교의 절정을 이루는 12개의 대연습곡을 썼다잖아요.”

“그런 게 있어?

“네 피아노곡이요.”

“너 그런 것도 아냐?”


강덕이 엔드류한테 피아노 쪽에도 조예가 있었냐는 듯이 물었다.


“한 몇 년 전에 한국 최연소 피아니스트가 전곡 연주하면서 한창 화제였는데. 모르세요?”



***


“초절기교 그걸 보는 거 같아요”


엔드류는 경이롭게 느꼈다.


“네가 그런 말을 하니 웃긴다.”


엔드류는 기타를 좀 치는 수준이 아니었다. 손이 아직 다 크지 않은 어릴 때부터 쳐와, 지금까지도 기타는 엔드류의 주된 악기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저대로 치려면 기타를 저보다도 훨씬 잘 쳐야겠지만요.”

“넌 이거 칠 수 있냐?”

“여기 이 툭툭 박자 들어가 있는 것만 빠지면 돼요. 가능은 하죠. 몇 개 라인이랑요.”


강덕이 중얼거렸다.


“초절기교라...”

“진짜 이제 저도 궁금해요 형 누구예요? 쟤”


“나도 모른다니까. 고2래 고2.”


강덕이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짜증을 엔드류에게 풀었다. 그리곤 물었다.


“야 드류야 한 가지만 묻자.”

“네. 뭐요?”


“그 초절기교 작곡한 사람, 그 사람은 칠 수 있냐?”

“네?”

“아니 작곡한 사람이 작곡한 곡 연주도 잘할 수 있냐고. 보통”

“어...”


엔드류가 좀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뭐 그렇지 않겠어요? 예전에 피아노곡 작곡하던 사람이 다 피아니스트 아니었겠어요?”

“...”

“그때 당시에는 지금처럼 DAW 기계 앞에서 소리 들어가며 작업하지는 못했을 거 아니에요?”

“...”


“왜요?”


강덕이 조금 무서운 듯 물었다.


“혹시라도 이거 작곡한 고2 학생이 기타로 연주까지 해내면 어떻게 되는 거냐?”


엔드류가 성의 없이 대답했다.


“뭐긴 뭐 어떡해요. 천재지. 그냥 걘 천재요.”


강덕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너 천재론 이런 거 질색하잖아.”

“그렇죠. 근데 그건 제가 여태 진짜 천재를 못 만나봐서 그런 거일 수도 있겠죠. 모든 게 정말이라면.”


강덕이 오른손으로 자신의 떡진 뒷머리를 더 헝클어트렸다.


“난 모르겠다. 이게 진짜면...”


강덕이 너무 어이가 없어 어떠한 생각도 못 하고 있자 엔드류가 한마디 툭 던졌다.


“뭘 고민해요? 형 말따나 사활을 걸어서라도 저희 울타리에 넣어야지.”



***


강덕은 엔드류와 한 이야기들에 느낀 충격을 아직 다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 개인정보가 그렇게 중요하냐? 전화번호가 무슨 주민번호도 아니고 말이야. 어? 전화번호가 지문 홍채 뭐 이런 거냐고?”

“왜요 형?”


“아니 안 된다잖아.”


녹음 일정을 한창 정리하고 있던 엔드류가 강덕쪽으로 말없이 다가왔다.


“엔드류야? 너 법 잘 아냐? 너 법 공부했었다며?”

“법이 아니라 의술이요.”


엔드류는 강덕이 사람 말 대충 듣고 이것저것 바꿔 말하는 데에는 이미 이골이 났는지, 아무 느낌 없이 대답해 줬다.


그런 엔드류를 붙잡고 강덕이 물었다.


“그래 의대. 법은 모르냐?”

“의대랑 법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둘 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 가는 데 아니냐?”

“아 그러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요. 학문적으로 두 개가 전혀 상관이 없는데”


“그래? 난 중졸이라 모르겠다.”


드코스트는 학력 없이 그저 소리 하나로 성공했다.


소싯적에 강덕은 엔드류 나이 때 좋지 못한 클럽 같은 데서 일하며 돈을 벌고 음악을 하기도 했다.


강덕은 집안환경부터 이후로 만나게 된 사람 모두 좋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정말 드코스트는 그 음악이 좋았기에 의식적이라도 그곳에서 벗어났다.


차라리 하루하루 몸 쓰는 일을 해가며 노래를 만들었고 결국 강덕은 드코스트는 이름난 프로듀서가 됐다.


그런 불량하고 불운했던 드코스트 앞에 너무나 모범적이고 배경 좋은 엔드류가 답했다.


“그리고 저 예과까지만 해서 잘 몰라요. 말만 한때 의대생이죠.”

“왜 의사나 하지 그만뒀어?”

“뭐 그렇게 됐어요. 살다 보니.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어쩌겠어요?”


“...”


드코스트는 엔드류가 무얼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뭐 주변 사람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본과 들어가고 힘들어서 그러냐 하던데. 제가 그래도”


“드류야.”

“예?”


“안 궁금해.”

“예?”

“안 궁금해. 말 안 해도 돼. 말하지마.”


“아오 진짜 형 그럼 왜 물어봤어요.”

“...”

“대답도 안 하네 진짜.”


엔드류가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


소아의 일상은 늘 비슷했다.


학교 수업을 대충 듣고,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나와 편의점에서 이른 저녁을 대충 때운다.


보통이 삼각김밥에 음료수고 배가 고플 거 같은 날은 컵라면 작은 컵이 포함된다.


그렇게 해 기획사 연습이 있는 날은 소속사로, 그렇지 않으면 축제 기간 남고 밴드실로 향한다.



그리고 지금은 소속사가 한창 재정비 중인지라, 거의 빠짐없이 옆 학교 밴드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놈 있을까?’


오늘까지 있다고 한다면 벌써 연속으로 3번째가 되는 거였다. 그리고 소아 자신이 전날 물었을 때는 오늘도 어김없이 먼저 오겠다고 헌강은 말했었다.


‘정말 겁도 없지.’


어쩌다 한번 그런 일을 해도 걱정이 될 텐데, 헌강은 오히려 무슨 모험을 떠나는 일처럼 떠벌였다. 마치 자신의 소중한 것을 빼앗은 악당에게서 빠져나와 다시 힘을 키우고 있는 영웅처럼.


어쩔 때 분명 헌강은 그런 중학생도 안되는 아이 같았다.


‘헌강이.’


그럼에도 소아는 헌강이 전날처럼 있었으면 했다. 오늘은 자신한테 그러한 마음이 드는 이유까지 찾아줄 수도 있었다.


‘오늘 곡 들려준다고 했는데.’


3일 만에 후다닥 작성한 곡이 얼마나 완성도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소아는 걱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많은 기대가 됐다.


‘항상 생각해 온 것 이상을 보여주니까.’




드르륵.


소아가 기대에 차서 밴드 부실 문을 열었다. 문에 달린 롤러가 가볍게 미끄러지며 부실 문이 왈칵 열렸다.


“소아 하이.”


헌강이 문이 열린 곳을 쳐다보고 말했다. 그리고 물었다.


“가지고 왔어?”

“응”


헌강이 소아 손에 들린 것부터 살폈다.


“오 땡큐”


헌강이 소아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받아 들고 서는 부실 소파 쪽에 자리를 잡았다.


“너는?”

“나는 먹고 왔지.”

“왜? 와서 같이 먹지.”


헌강의 조금은 걱정스럽고 조금은 연유를 모르겠다는 물음이었다.


“쓰레기도 생기고. 그러다 걸리면.”


소아의 변명 같은 말에 헌강이 말했다.


“어차피 쓰레기도 다 우리 부실 애들이 돌아가면서 버리고, 쌤들은 어차피 여기 근처에 오지도 않아. 다들 관심도 없으셔.”


이미 한번 거절했던 소아가 자신의 말이 틀려지는 게 싫었는지 곧바로 다른 이유를 찾아서 들이밀었다.


“여기 음식물 쓰레기 버릴 때 없는 걸로 아는데.”

“음식물 쓰레기가 왜 나와. 민우 줘. 민우한테 버리면 되지.”

“어?”


“남으면 걔 뱃속에 버린다는 마인드.”


헌강과 철현 그리고 민우라는 아이 셋이서, 소아가 보기에는 무척 심한 말이나 서로 위험한 장난도 많이 치고 놀았다.


몇 번 보면서 여러 차례 느꼈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아의 감성에서는 절대 이해되지 않는 관계들이었다.


‘그게 말이야?’



소아가 편의점 도시락을 뒤적거리는 헌강에게 다른 이야기를 했다.


“곡은 다 된 거야?”

“음 먹고 들려줄게.”


하얀 얼굴의 헌강은 힘없거나 조금 병약해 보였지만 항상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음악할 때나 음악에 관한 것일 때는 오히려 활기차 보일 정도로 힘 있어 보였다.


“참 모르겠단 말이야.”

“뭘?”




***


그래도 어쩐지 헌강과 이제는 꽤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한 소아였다.


헌강과 소아는 앞으로 쭉 연습 시간을 같이 해야 했고, 여기 연습실을 몰래 이용해야 하는 까닭에 부실에는 불도 제대로 켜 놓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항상 먼저 만나게 되는 밴드 부실은 커튼을 뚫고 퍼진 빛만이 산재해 떨어져 있는, 딱 따뜻한 옛날의 색이었다.


헌강의 통기타부터 드럼의 스틱 그리고 앉을 의자가 부족해 마음대로 갖다 놓은 안 쓰는 오래된 책상들까지.


모두 보다 진하고 따뜻해진 그런 갈색의 색이었다.


그래서 어디선가 늘 그렇듯 기타 소리가 들려와 몸이 풀어지고 또 노곤해져, 괜한 늦은 오후의 낮잠이 쏟아질 거 같은 그런 색과 공간에 둘은 둘러싸여 있었다.



그 교실 속 헌강과 소아의 둘만의 연습시간.

이 둘은 정말로 꽤 많이 친해져 있었다.



“자 보자.”


기타를 잡고 헌강이 새로 만든 곡을 선보일 준비를 했다.


“잘 들어봐봐.”

“응.”


응 이라고 대답하는 소아에 눈을 두었던 헌강이 시선이 조금 멈췄다.


응하고 소리 내는 소아의 파동에서 무언갈 느꼈다.


‘저건 뭐지?’



헌강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



“왜?”

“아니야.”


“잘 들어봐.”

“어.”


“이번 곡의 테마는 바다야.”

“바다?”


“응 따뜻한 바다.”



기타를 잡은 헌강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소아가 느끼는 주변의 환경도 기타의 소리에 점차 잠기기 시작했다.


소아가 눈을 감고 나오는 기타 소리에 어깨를 양 좌우로 흔들며 몸을 실었다.



이제 막 음악 소리로 소아는 빠져들 참이었다.



<헌강의 장기자랑(2)>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음악천재가 밴드부에 나타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지각변동(3) 24.03.29 26 0 9쪽
31 지각변동(2) 24.03.28 37 0 12쪽
30 지각변동(1) 24.01.16 56 0 11쪽
29 폭파사고(4) 24.01.11 58 0 10쪽
28 폭파사고(3) 24.01.10 51 0 10쪽
27 폭파사고(2) 24.01.04 62 0 12쪽
26 폭파사고(1) 24.01.03 59 0 11쪽
25 시연 연주(3) 23.12.28 55 0 9쪽
24 시연 연주(2) 23.12.27 52 0 11쪽
23 시연 연주(1) 23.12.22 55 0 12쪽
22 이상 행동 23.12.21 63 2 12쪽
21 입성 23.09.05 104 2 11쪽
20 도망(3) +1 23.09.01 104 1 11쪽
19 도망(2) +1 23.08.31 104 1 11쪽
18 도망(1) 23.08.30 96 1 10쪽
17 새로운 곡(3) 23.08.29 110 1 10쪽
16 새로운 곡(2) 23.08.28 117 1 13쪽
15 새로운 곡(1) 23.08.25 129 1 10쪽
14 메신저 톡(2) 23.08.24 131 1 10쪽
13 메신저 톡(1) 23.08.23 155 1 11쪽
12 헌강의 장기자랑(3) 23.08.22 164 1 11쪽
» 헌강의 장기자랑(2) 23.08.21 161 2 11쪽
10 헌강의 장기자랑(1) 23.08.18 173 3 13쪽
9 엄습하는 걱정(2) 23.08.17 183 2 13쪽
8 엄습하는 걱정(1) 23.08.16 200 2 13쪽
7 New, js엔터 신사옥 23.08.15 213 4 13쪽
6 하늘에서 난 차이(3) 23.08.14 217 4 13쪽
5 하늘에서 난 차이(2) 23.08.11 233 5 13쪽
4 하늘에서 난 차이(1) 23.08.10 244 5 10쪽
3 전학 첫날 만난 사람(2) 23.08.09 282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