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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Yo 님의 서재입니다.

검왕의 제자는 기억속으로 회귀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씨요
작품등록일 :
2019.04.02 19:44
최근연재일 :
2019.04.24 23:28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367
추천수 :
74
글자수 :
91,604

작성
19.04.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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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6. 후회는 눈물로 얼룩진다 (4)

DUMMY

마지막 한 명이 해방되고 나자, 모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친다.


“끄으아아아!!”


그리고 동시에 이곳을 이루고 있던 검은 장막이 천장의 가운데부터 벗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돌기둥도, 외벽도.


먼지로 흩어지고 만들어진 균열 사이사이에서 빛이 흘러들어오자 풍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


후회로 이루어진 공간은 끝났다.


균열이 벌어지고 틈이 생길수록 그 밖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어둑어둑한 숲의 정경이 먼저 보였고, 그 다음은 빽빽한 나무들이 보였다.


“칸!”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는 아린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광경이 급작스럽게 바뀌자 상황을 살피기 위해 상대를 강하게 밀쳐내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담겨있었지만, 밀쳐진 상대가 바로 달려 들었기에 더 이상 나와 대화할 여유는 없어 보인다. 아린이 힘을 실어 밀쳤으면 단순한 밀침이라도 상당한 충격일 텐데, 상대는 제 몸을 돌보지 않고 그녀를 공격했다.


“크읏! 그만해요, 파라!”


그녀는 파라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래, 사념체를 다룰 힘이 안에서 다 깎여 나갔으니 숲지기로 잡고 있었던 파라를 쓰는 것 말고는 아린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겠지. 근데 저 녀석 연구원답지 않은 걸.

아린이 상대하기 껄끄러운 이유인 것도 있어 본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방이 오고갈 수 있다는 건 알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파라의 움직임은 일반인의 것이 아니었다.


슬쩍 모넨을 보았다. 아직 쇼크 상태에서 빠져나오진 못한 상태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지금이 틈이다.


있는 힘껏 자연지기를 흠뻑 머금었다.


그리고 한순간에 거리를 도약해 파라를 상대하고 있는 아린의 앞에 섰다.


“뭐, 뭐하는 거야! 저리 비켜!”

“가만히 있어봐.”


방방 뛰는 아린을 한 번 달래 뒤,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파라에게 달려들었다.


서로 겹쳐지는 속도는 매우 빠른 것이어서, 나는 파라의 주먹을 미처 막아낼 수 없었다. 가슴에 정통으로 꽂혀 들어가는 주먹은 자연지기를 품고 있는 상태임에도 순간적으로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의 충격을 줬지만, 다행히 그 이상의 데미지는 없었다.


애초에 내 목적은 파라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붙잡는 것이었으니까.


“···!”


당황한 기색의 파라. 그의 손목은 내 양손에 의해 붙잡혀 있었다.


“큿! 큿!”


몸을 흔들며 어떻게든 뿌리치려 해보지만, 소용없다. 지금 자연지기를 쓰는 중인데, 평범한 힘으로 될 것 같냐.


“그에게서 떨어져라.”


숲지기는 나를 홀렸다가 내 기억을 돌려준 뒤에는 자동으로 내게서 떨어졌다.


파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눈을 감고 느낀다. 파라를 묶고 있는 숲지기를. 숲지기가 품었을 나의 후회어린 기억을.


[진짜 성하연구국에 안 들어갈 거야?]


숲지기를 떨쳐내는 중에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후회를 자극하는 숲지기가 밖으로 끌려 나오며 그의 내면에 있던 후회까지 끌어왔다.


[···들어가고 싶지 않아.]

[네가 성하연구국에 들어가는 건 기회야, 지금이 아니면 평생 땅이나 파먹고 살아야 된다고.]

[그래도 들어가고 싶지 않아. 그런 기분 나쁜 곳.]

[먹고는 살아야 할 거 아니야. 고집 좀 부리지 말고!]


먹고 사는 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가기 싫었던 성하연구국.


그런 성하연구국에 들어가는 것을 후회하는 걸까.


[안 들어가.]

[뭐? 미쳤어?]

[성하연구국에는 안 들어갈 거야.]

[야, 야! 파라토쿠스!]


회상은 그것으로 끝났다.


“으음···. 당신은···.”


파라가 미약하게 신음하며 나를 본다. 그날 야밤에 문을 열어줬던 이후로는 처음 보는 거겠지.


“누워있어요.”

“너, 너··· 뭐야? 어떻게 한 거야?”


발광을 멈추고 이성을 찾은 파라를 보고 놀란 아린은 내 쪽을 한 번, 파라를 한 번 본다.


이걸 할 수 있게 된 과정이 결코 유쾌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희미한 웃음으로 답했다.


“그보다 아린. 나 말고 더 신경 써야 할 놈이 있거든.”


내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지랄발광이 상당히 잦아든 모넨이 있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럴 수는 없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면하던 녀석은 나와 아린이 접근하는 모습을 보고는 화닥닥 손을 내젓는다. 그 모습이 퍽 추하다.


“아린.”

“왜.”

“너 저 녀석한테 맺힌 거 많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린.


“마음껏 그어.”


말과 동시에 아린이 손을 쫙 펴자 어딘가에 있던 스승님의 검이 휘리릭 날아와 아린에 손에 붙듯이 잡힌다.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5M나 되는 거리를 날아오르는 것처럼 뛰어오른 아린이 그대로 모넨을 양단하려고 했다.


“이, 이이··· 개자식이···!”

“크히히히.”


손을 휘젓던 이유가 있었다. 아직 힘이 조금은 남아 있었는지, 놈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곳에서 누군가를 끌어와 아린에게 베이기 전에 내밀었는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스승님이었다.


“저 새끼는 마지막까지 뭐같이 구네.”


아린은 몇 번이나 빈틈을 찾아 찌르려고 했지만 스승님의 몸은 모넨의 손짓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검의 침입을 막는다.


“이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새끼!!”

“히히, 히히히! 못 치겠지? 못 치겠지?”


아린이 공격하지 못하자 완전히 기세가 오른 모넨은 비열하게 웃었다. 그래도 아린은 비도까지 동원해가며 공격을 하려 했지만 스승님을 통한 방어가 워낙 치밀해서 쉽게 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놈은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스승님에게서 빠져나온 기운이 놈에게 흡수되는 것이 내 눈에는 보인다. 스승님에게서 후회를 빼내어 힘을 쓰려는 것인가.


“히히! 멍청한 년!”


계속해서 공격을 실패하는 아린에게 허점이 보였다. 놈은 공격을 할 수 없다는 방심에서 생긴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모넨은 스승님에게서 흡수한 힘으로 아린을 공격했다.


나는 또 땅을 박찼다.


그녀의 뒤로 쏜살같이 접근해서 사선으로 검을 휘두르는 어깨를 잡아 뒤로 당겼다.


아린은 균형을 잃으며 뒤로 넘어지고, 모넨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방어가 늦었다.


“크억!”

“아하하, 으하하!!”


비록 공격은 당했다고는 하더라도 자연지기를 끌어올린 상태였는데, 적중당한 복부에서 상상 이상의 고통이 몰려왔다.


“정제하지 않은 힘은 다루기 힘들지만 위력만큼은 절대적이지!”


그런 건 나도 알 것 같으니까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아도 돼 이 새끼야.


“야, 야! 괜찮아!?”

“···괜찮으니까,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좀 옮겨줘.”

“그렇지만···!”


아린은 뭔가 말하려다가 내 표정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나도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아린을 순순히 물러나게 할 정도의 표정이라면 결코 평범하지는 않겠지.


[왜 그랬을까.]


상처를 통해서 스며드는 스승님의 후회는 그만큼 충격적인 것이었으니까.


[칸. 놈을 제자로 삼은 것이 내 삶의 유일한 실수로다.]


놈에게서 직접적으로 당한 공격은 처음이었다. 충격과는 별개로 스승님의 목소리가 내 정신을 흔들어놓는다.


“칸 씨, 검왕이 당신을 많이 싫어하나봐? 대충 보니까 후회의 이유가 하나뿐인데, 이게 엄청 크네. 히히! 덕분에 힘 좀 많이 채웠어!”

“시끄러···.”


저를 제자로 삼은 게 후회라고요? 왜요? 뭣 때문에?


스프 짜게 해서? 매일같이 말대답해서? 이런 같잖은 이유 말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겠죠. 분명 그건 제가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뜻이 있겠지만, 전 스승님의 그 생각을 곧이곧대로 들을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은.


후회를 딛고 살아가니까.


“그러니까 스승님의 후회도, 제가 다! 깨끗하게! 날려버리겠습니다!!”


기감을 최대한 펼쳤다. 내가 간섭하고 빨아들일 수 있는 자연지기란 자연지기를 모두. 전부.

흡수하기 위해.


“어, 어어?”


모넨이 당황한다. 내게로 바람이 몰려든다. 이 바람은 자연적으로 일어난 바람이 아닌, 내게 흡수되는 막대한 자연지기의 여파로 불어오는 바람. 놈 역시 그것을 알아챘는지 다시 한 번 공격을 감행한다.


퍽―


“이, 이게 막혀?”


파고드는 스승님의 후회까지 몰아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끌어 모았다. 얼마나 모았는지, 모넨의 공격은 내 몸에 닿는 것조차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모았던 적은 없었다. 내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도 몰랐다. 어쩌면 한계를 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해야만 했다.


이 정도가 아니라면 검왕의 후회를 밀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씨, 씨발! 어디서 이런 괴물같은 새끼가 나와서!!”


전의를 상실한 모넨은 스승님의 몸을 내팽겨치고 처음에 느꼈던 그 더러운 기운을 풍기며 원래 있던 몸에서 빠져나간다.


기운이 날아가는 느낌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선명해서.


기운을 쫓아 하늘을 향해 주먹을 겨눴다.


“괴물이 아니다.”


아검식我劍式


압쇄壓碎


“검왕의 제자다.”


숲 가운데서 치솟은 섬광은.


모넨을 찢어발기고.


저 위의 구름까지 갈라놓았다.


작가의말

드디어 모넨을 조졌다.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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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왕의 제자는 기억속으로 회귀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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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7. 딛고 나아간다 (3) 19.04.24 65 0 10쪽
19 07. 딛고 나아간다 (2) +1 19.04.23 57 0 11쪽
18 07. 딛고 나아간다 (1) +2 19.04.22 64 1 12쪽
» 06. 후회는 눈물로 얼룩진다 (4) 19.04.19 60 1 9쪽
16 06. 후회는 눈물로 얼룩진다 (3) 19.04.18 76 1 9쪽
15 06. 후회는 눈물로 얼룩진다 (2) 19.04.16 65 1 10쪽
14 06. 후회는 눈물로 얼룩진다 (1) 19.04.15 71 2 8쪽
13 05. 파먹는 자 (3) 19.04.13 71 3 8쪽
12 05. 파먹는 자 (2) 19.04.12 83 3 8쪽
11 05. 파먹는 자 (1) 19.04.11 76 2 9쪽
10 04. 괜한 간섭 (3) 19.04.11 82 3 8쪽
9 04. 괜한 간섭 (2) +1 19.04.09 82 4 9쪽
8 04. 괜한 간섭 (1) 19.04.08 111 4 12쪽
7 03. 숲 너머 (2) 19.04.07 113 6 9쪽
6 03. 숲 너머 (1) 19.04.06 129 5 12쪽
5 02. 처음을 배우다 (2) +2 19.04.05 167 6 16쪽
4 02. 처음을 배우다 (1) 19.04.04 161 5 13쪽
3 01. 처음으로 본 사람 (2) 19.04.04 182 8 8쪽
2 01. 처음으로 본 사람 (1) 19.04.03 271 10 13쪽
1 plo. 신탁 +2 19.04.02 380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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