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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2035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SF

공모전참가작 새글

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7.0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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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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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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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8화

DUMMY

18화



“카아아앗트! 베리 굿 판타스틱 베이베!”


“수고하셨습니다~!”


스텝들이 박수를 치며 인사를 나눴고 촬영장에 가득했던,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라도 경계했던 스트레스 가득했던 분위기가 일거에 물러났다.


“휴휴휴······.”


“아 보연 씨 너무 좋던데요? 깜짝이야 세상에~”


상대 남자 배우가 박보연을 호들갑을 떨며 칭찬을 했다.


“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녜요 아녜요. 진짜 너무 좋았다니까. 야, 이거 보여주려고 아까 그렇게 시동만 걸었던 거구나? 와~ 진짜. 보연 씨 완전 완벽주의자구나. 그쵸?”


“헤헤헤헤······. 아녜요 정말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선배님. 제가 더 잘 해볼게요.”


“아이고! 여기서 더 잘하면 어떡하려고? 우리 이번에 칸 가는 건가? 아니면 베니스? 하하하하하!”


박보연 보다 5년 이상 선배인 남자 배우는 박보연의 연기에 걱정이 많았던 건지, 좀 전의 연기를 보곤 안심한 것인지 유독 말이 많아져 박보연을 계속 칭찬했다.


“아이고~ 박 배우님. 이렇게만 합시다 정말로. 내가 보연 씨 뒤는 다 막아줄 테니까. 마음 놓고 이렇게 갑시다 알았죠?”


다음에 두 발 벗고 따라와 말을 거는 것은 감독이었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저 때문에 근심 많으셨죠.”


“아녜요 아녜요. 저기 알지, 박보연 씨가 작품 이번에 오랜만에 들어온 거잖아요. 원래 이게 리딩하고 이럴 땐 괜찮은데, 갑자기 실전 촬영 들어가면 어색해서. 이게 보연 씨가 못 하는 게 아니라 촬영을 오래 안 했다 하면 어색해서 잠깐 그럴 수가 있다고······.”


그 뒤로도 줄줄이 이어지는 감독의 연기학 개론의 결과는 어쨌든지 배우 박보연은 여전히 정상급 연기자다. 그러니 나는 믿고 있었다. 앞으로 잘 해보자. 하는 그녀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휴우우우우······. 진짜 십 년 감수했네.”


“언니 너무 멋있었어요!”


“진짜~ 언니 연기가 더 는 거 같은데요?”


코디와 매니저도 박보연을 치켜세워주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의 칭찬은 괜히 의례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정말로 조금 전의 박보연의 연기는 현장의 사람들로 하여금 전율이 일어나게 했으니까.


“그분, 그분은 안 계셔?”


“누구 말씀하시는 거예요?”


“나 그, 스무디 가져다주셨다는 팬분······?”


“아. 그분이요? 아까 그러고 뭐 할 일이 있는지 금세 가셨거든요.”


“그래? 누구 아는 사람 없나?”


“어? 언니 어디 가요?”


박보연이 마치 사랑하는 연인의 출국 소식을 듣고 공항으로 달려가는 여인처럼 다급히 오리 백숙집 밖으로 나가 마을 주민들에게 물었다.


“와 박보연 씨!!”


“팬이에요 언니! 꺄!!”


“아하.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저기! 저기 아까 저한테 선물 가져다주신 농부분 아시는 분 안 계세요??”


“언니 사진 찍어도 돼요??”


“싸인 한번만 해주세요 누나!”


“아, 다 해드릴게요! 그런데 아까 그 팬분한테 제가 제가 꼭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려야 해서.”


이상할 정도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 박보연이 연기를 해냄은 그 사람 덕분이다. 얼굴도 모르지만, 스무디와 아름다운 컵과 포스트잇을 보내준 그 의문의 사람.


하지만 주민들이라고 해서 그렇게 말한다고 누군지 선뜻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기들끼리도 혹시 아는 사람 있는지 우왕좌왕 수군거렸으나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제가 알아요!”


“네가 봤니?”


“네. 제가 알아요.”


박보연의 질문에 손을 들고 대답한 것은 이장님 아들인 동수였다.


“어떻게 알아? 어디로 가는 걸 봤니?”


“저랑 친해요 그 형!”


“정말?”


박보연의 눈이 반가움으로 물들었다.




* * *




“아하하하! 아하하하핫! 간지러워 그만! 그만! 아하핫!”


오장원 마당에 하늘하늘하게 올라가는 웃음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정수아였다.


정수아는 이제 언뜻 봐선 그저 원래 청청리에 사는 처녀처럼 보였다. 물론, 웃음만으로 주변이 환해지는 그녀의 빛나는 미모가 그저 청청리 같은 시골에 콕 박혀 있기는 매우 아까워 보였지만 말이다.


청색의 진으로 만든 멜빵 바지에 라운드 티셔츠, 원래는 제갈이준의 것인 밀짚모자에 손에는 빨간색 코팅제가 손바닥에만 발려있는 목장갑마저 끼고 있으니, 누가 봐도 농장의 처녀처럼 보였다.


“아핫. 아 너희들 왜 이렇게 장난이 심하니.”


“꽈악!”


“모자, 모자 가져가면 안되 아하하핫!”


노란색의 꼬물꼬물거리는 새끼 오리들이 정수아의 팔이며 다리며 머리 위에서 파닥거리며 간지럼을 태우고 있었고, 정수아는 새끼 오리들이 행여 다칠까 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흙바닥에 누워 낄낄거리고 있었다. 조금 방심한 사이 커다란 거위가 정수아가 쓰고 있던 밀짚모자를 자기가 빼앗아 쓰곤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로 자꾸만 저쪽으로 뻐드덕대며 빠르게 걸어갔다.


“어허. 일하랬더니 놀고 있었어?”


“아. 선배! 아니 그게 아니라 얘네가······. 선배 오셨어요?”


변명을 하던 정수아가 이쪽을 보곤 바보처럼 웃는다.


“그래.”


타박하는 말을 했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워졌다. 오리들, 정확히는 오리 새끼처럼 보이는 미니언들에 둘러싸여 웃고 있는 정수아가 모처럼 근심걱정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꼭 수년 전, 늘 밝은 행복의 아이콘이었던 정수아로 살던 그때 그녀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지엄한 물의 중급정령 운디네시여. 상처 많은 수아를 잘 돌봐주려고 일부러 그러고 있었구나?’


“꽉?”


“······.”


뭐 그냥 별생각 없는 거위 새끼인 거 같기도 하고.


“가자 수아야. 장에 가서 필요한 것들 좀 사 오자.”


“아 정말요? 그럼 선배가 사주나?”


“운전이나 해 자식아.”


“치~.”


정수아는 정수아 시골폼(?)에 맛이 들렸는지, 사람들 많은 장에 간다는 데도 멜빵 바지의 그 모습으로 나섰다.


“귀엽죠?”


내가 계속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니 운전석에 앉은 정수아가 자신의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잡고 내밀며 물었다.


그래. 안 귀여울 수가 있나. 철없어 보이기야 한다만.


“너도 나이가 이제는······.”


“아~ 선배! 진짜 와~.”


상처라는 듯 눈을 굴리며 낄낄거리던 정수아가 몬 차가 금세 장터에 도착한다. 시골의 백미 중 하나. 오일장이다.


청청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청청읍이었는데. 이곳은 매달 1일, 6일, 11일······. 하는 식으로 5일 간격으로 장이 열렸다.


보통 오일장의 시스템이 이러했다. 그나마 규모가 큰 읍에 장이 열리면, 그 장의 손님은 해당 읍 주민들뿐만이 아니다. 장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규모에 사는 면, 리의 사람들 역시 몰려들어 장터를 가득 채우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인근 지역의 주민들을 영끌! 해서 상인들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오일장 시스템이었다.


장에는 농부들을 위한 모종을 파는 상인들부터 옷가지나 모자 따위를 파는 상인들, 꽃 화분을 파는 사람들부터 각종 농기구나 농약을 파는 가게, 풀빵이나 식혜 같은 주전부리를 파는 포장마차 등이 다양하게 열렸다.


“와~ 저 이런데 처음 와 봐요 선배!”


그리고 나는 잠시 정수아의 파괴력(?)을 내가 너무 지나치게 잊고 있었다는 걸 서서히 기억해 냈다.


“그 저기 수아야, 팔짱은 좀······.”


“아 뭐 어때서요? 누가 본다고? 여기 기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상하게 수아가 요즘 따라 신나 보인다. 그건 다 좋은데 말이지. 네가 진짜 어린 학생일 때 이렇게 들러붙었던 거야 아무도 이상하게 안 봤지만, 지금은 저기······.


“와······.”

“오······.”


정수아의 파괴력!

비단 헌터의 정보에 빠삭한 사람들이 아니라 해도, 정수아의 미모만큼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었다!


“수아야. 시골은 이세계가 아니란다.”


“네? 아 뭐래요 정말!”


정수아가 내 말에 킥킥킥 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인지 그랬다. 서울 사람들은 시골은 뭔가 현실과 다른 별세계쯤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듯한 느낌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금의 정수아가 그랬다. 서울이 아니라고 해서 이렇게까지 방심할 건 아닌데.


장터에 몰린 사람들 중에는 청청리 주민들도 있었다.


“아이고! 이준 총각~ 웬일이야. 섹시랑 장 보러 온 거야?”


참외를 팔고 있던 참외 농장 아주머니가 날 보고 놀리며 싱글싱글 웃었다.


“아니 얘는 그런 게 아니라요······.”


“아니긴 무어가 아니야~ 소문 다 났어!”


아주머니가 낄낄거리고 있으니 참외 농장 아저씨도 저쪽에서 걸어오더니 한마디 보태신다.


“응? 소문이 사실이었구만. 아주 차아아암 하게 예쁜 서울 아가씨가 저쪽 그 제갈 농장으로 가가지고 말이야? 응?”


“하이고 영감 주책은! 아가씨 민망하게!”


“왜요? 저 오빠 섹시 맞는데요?”


“으잉? 그래? 봐봐 맞다니까.”


정수아가 아주 아줌마 아저씨의 장단에 춤까지 춘다. 거의 브레이크 댄스다.


“아유 예뻐라! 자 여기 참외 가져가 새댁!”


“아하하 감사합니다~!”


수아야······.

이 세계가 아니라니까?


“얼레리꼴레리~! 얼레리 꼴레리네~!”


종종 마주치는 청청리 주민들은 날 놀리기에 물이 올랐다.


“수아야 적당히 해라. 그러다 진짜로 서울까지 소문난다?”


“그럼 뭐 어때요? 나는 상관없는데?”


그러면서 빵실빵실 웃는 정수아. 얘가 장난에 심취한 거야 진심으로 이러는 거야?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정수아와 장을 다니며 농사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을 샀다. 농사란 의외로 씨 뿌리고 작물이 잘 자라기만 하면 장땡인 것이 아니었다. 식물이 빠르게 자라는데 줄기가 약하면 지지대를 대어주기도 해야 하고, 양질의 토지에선 잡초 또한 잘 자라니 그에 대한 관리도 필수였다. 기타 등등 필요한 도구는 많고도 많았다.


“크~! 진짜 시원하고 맛있다.”


노점에서 파는 얼음 식혜를 빨대로 쭉 빨아 마신 정수아가 감탄한다.


“근데 설탕 맛만 나네. 히히.”


요즘 이런 곳에서 파는 식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화 작물로 만들어낸 쌀은 식혜를 담아도 그 특유의 고소함과 단맛이 잘 베겨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음료수 역할은 해야했으니 설탕이나나 듬뿍 넣어 파는 것이다. 식혜란 이름의 설탕물이었다.


“식혜 좋아해?”


“그럼요~!”


식혜나 한번 담을까?


조만간 아마도 여신님의 쌀을 한 번 더 추수할 수 있을 터였다.


돌아가는 길에는 내가 운전을 하기로 했다.


“몸은 좀 어때.”


“선배 덕분에 진짜로 많이 나아진 거 같아요.”


“어디 봐.”


정수아의 손목에 있던 짙은 보랏빛 상흔은 이제 그것이 있었다는 아주 옅은 흔적만 남긴 채 거의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마나 운용은?”


“예전보다 거친 느낌인데, 되기는 돼요.”


“그래. 그럼 슬슬 그걸 하면 되겠구나.”


“응? 그게 뭔데요?”


있다. 아주 재밌고 유익한 시간.




* * *



“나 더러 얘 훈련을 봐 달라고요??”


“그래요. 이사님은 엘리트 교육을 받은 헌터 아닙니까.”


당미미가 입을 비죽이며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내가 얻는 게 뭐죠?”


“우선 상품으로 몸빼 바지 한 벌을 드리고요.”


난 커다란 표창 무늬가 여러 개 새겨진 재미난 형태의 몸빼 바지 하나를 펄럭 펼쳐 보였다가 접어서 당미미에게 던져주었다.


“자, 장난쳐요?? 나 패셔니 스타인거 몰라요? 인플루 언서라고요 인플루언서! 내가 이런 걸 입을 거 같아요?”


“왜요? 복고풍으로 힙하고 좋을 거 같은데. 요즘 옛날 아이템들 입는 게 유행이잖아요? 그거보다 더 옛날 아이템도 드물 텐데.”


“어······?”


마구잡이로 따지려던 당미미가 내 말에 뇌 정지가 왔는지 잠시 곰곰이 허공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둘째로 훈련 제대로 도와주면 이번 건 털기로 하죠. 몰래 집에 상추 훔치러 잠입해서 S 급 스킬 난사하려고 한 건 없던 일로 쳐 드리겠습니다.”


“아, 아니. 난사까지는 할 생각이 없었거든요?”


당미미가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조건을 덧붙였다.


“그걸로 부족해요. 상추도 싸게 사게 해 주세요.”


“좋습니다. 얼마나 싸게 해 드릴까요?”


“어······. 오. 오십만 원? 한 뭉치에 오십만 원! 더 이상은 저도 양보 못 해요!”


“······.”


오늘의 상추 시세는 한 뭉치에 1,900원이었다.


“······. 서로 맞춰가려면 저도 손해 보는 게 있어야겠죠. 그렇게 합시다.”


“좋아요!”


당미미가 활짝 웃는다.

싸게(?) 상추를 사 먹을 생각에 들뜬 듯하다.


“저, 저 여자한테 배우라고요?! 선배!”


“저 여자는 탕가 코퍼레이션 시스템에서 숨쉬는 거 까지 코칭 받으며 자란 엘리트 S급 헌터야. 너한테 더 좋은 스승은 찾기 힘들어.”


“선배도 S급이었잖아요. 선배가 가르쳐 주면 되죠!”


“난 무투계 헌터가 아니잖아. 아무래도 다른 점이 있겠지.”


“아······.”


난 따지자면 진법계 헌터였다. 진법과 마법진에 대한 전문가였으며, 싸울 때도 주로 이를 활용했다. 헌터 치고는 굉장히 특이한 종류의 헌터에 속한 게 나였다. 물론, 그런 나 역시도 정수아에게 어느 정도 코칭이야 해줄 수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무투계 헌터로 자라고 S급 판정도 받아낸 당미미가 무투계를 위한 이론 부분에선 훨씬 확실할 거다.


“뭘 봐주면 되죠?”


“마나로드의 전개. 그걸 효율적으로, 신체에 부담 없게 펼치는 방법?”


“마나 투로요? 흐응.”


당미미가 재밌다는 미소를 지었다.


“······. 뭐 그렇다 치고. 생각해 보니 당가의 무투술은 바깥 사람에겐 유출 금지인데?”


“암기술도 아니고 권각술 정도는 괜찮지 않아? 뭐 정 안 되겠으면 이사님 아내로 들이시던가.”


“선배애!”


당미미에게 시집가라는 말에 정수아가 화들짝 놀라서 빽 소리를 지른다. 왜. 금수저 언니 만나긴 쉬운 줄 아냐?


“알았어요. 어디 한번 해 볼래요? 펀치라던가 킥이라던가.”


“······.”


정수아도 마음을 다잡더니 한숨을 쉬곤 한동안 주먹과 발차기 질을 해 보인다. 나름대로 절도가 있는 동작들이었다. 그걸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던 당미미가 정수아에게 다가간다.


“진짜로 마나 전개가 이상하긴 하네. 자 봐요? 여기서 골반을 틀어서 펀치를 날릴 때 있죠? 이때 이미 마나는 이쪽 길을 통해서 미리 나와 있어야 해요. 두 개를 동시에 하는 게 아니라, 마나가 먼저. 몸이 다음에. 이런 느낌으로.”


“으으음······. 이, 이렇게요?”


“아뇨 급했어요. 여전히 동작이랑은 같아야 해요.”


의외로 진지한 눈빛으로 가르쳐주는 당미미의 태도에 정수아도 고분고분 말을 듣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헌터로 각성하자마자, 그리고 입사하자마자 눈코 뜰세 없이 던전을 돌며 실전으로 모든 것을 익힌 정수아에겐 기본기를 다시 잡는 작업이 어려울 터였다.


‘정수아는 성좌님이 없었다면 죽었겠지.’


그녀의 성좌가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정수아를 살려냈다고 하는 게 옳았다. 당시에는 쏟아지는 던전들과 몬스터에 정수아를 재정비시켜 줄 시간조차 없었다. 영광의 세대, 전설의 세대, 최강의 세대란 이름을 남겼던 시기는 그랬었으니까.


이제와서 정수아가 헌터일을 계속하게 된다면 이런 기회는 꼭 있어야 했다. 이건, 사실 과거 내가 선배로서 챙겨줬어야 하나 챙겨주지 못했던 막내를 늦게나마 챙겨주는 일 이었다.


“다시 해 봐요. 충분히 할 수 있는 기량은 있으니까. 마나를 너무 의식하지 말아요.”


정수아가 다시 결연한 표정으로 주먹을 휘둘렀을 무렵이었다.


콰슈우우우욱!!


“!!!”


놀랄만한 위력으로 정수아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고, 일어난 파동이 마치 공간을 찢어버릴 듯한 파공음을 내며 쏘아져 나갔다.


“됐네! 이걸 이렇게 빨리 이해하는 사람은 처음인데요? 모범생이네.”


“세, 세상에······.”


정수아는 자신의 주먹이 일으킨 일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계속해서 자신의 주먹을 보더니, 날 보며 웃어 보였다. 마치 유치원에서 칭찬받은 게 신나서 자랑하고 싶어 안달 난 어린아이의 표정이었다.


“계속 해 볼까요? 더 할 수 있죠?”


“네!”


흠?

의외로 생각보다 둘이 붙여두니까 그림이 괜찮은데?


둘이 영 딴판인 인간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러고 있으니 나름 굉장히 요상한 스승과 제자 같은 모양새가 나온다.


“휴.”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래도록 내 마음 한켠을 짓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그 힘을 잃고 무너져 내려 저 먼 어딘가로 떠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유숙형. 막내는 제가 챙기고 있습니다. 이럼 된 거죠?”


하늘을 보고 있자니 황보유숙과 다른 형들이 이쪽을 내려다보며 웃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엉뚱한 것도 보였다.


[ 당신의 성좌 ‘어디에도 없는 여신’이 촉촉한 눈으로 훌쩍거립니다. ]


[ ‘어디에도 없는 여신’이 황보유숙과 당신이 등장하는 감동적인 팬아트를 그리고 자신의 솜씨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


[ ‘어디에도 없는 여신’의 당신에 대한 호감도가 +25 증가했습니다! ]


[ ‘어디에도 없는 여신’이 벌떡 일어나 달디단 밤양갱을 뽑아 들며 출전을 선언합니다! ]


[ 당신이 ‘어디에도 없는 여신’의 성전의 선봉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


[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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