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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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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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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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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글자
17쪽

4화

DUMMY

4화




“형님 없으니까 회사가 안 돌아갑니다 정말입니다.”


무려 평상 위에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앉은 유혁이의 말이다.


“뭘 또 그렇게 오버를 하고 그래. 나 하나 안 나간다고 회사가 멈출 리가 있나.”


“형님! 저 좀 살려주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연봉은 얼마든지 올려 드리겠습니다. 사실, 그간 형님의 연봉이 너무 적었죠.”


“괜찮아. 나 돈 욕심 크게 없어.”


황보 컴퍼니에서 마지막으로 받던 연봉은 1억 5000만원이었다. D급 헌터가 받기엔 꽤 높고, 전략실의 헤드가 받기엔 턱없이 작은 돈이었다.


“3억 5천정도로 생각하고있습니다 형님. 제 선에서 당장 처리할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일단 이 정도로 참아 주시면 제가 금세 또 인센티브라든가 하는 형태로······.”


“혁아.”


“···죄송합니다.”


황보유혁 입장에선 제법 합리적인 카드를 꺼내 온 것이었다. 애초에 제갈이준의 연봉에 대해서 유혁은 이번에 처음 제대로 알았다.

제갈이준이 실제로 하는 일을 잘 모르더라도 그의 영향력만 보아도 한참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던전 공략 전략팀의 상태를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사실상 착취하고 있었어.’


아마도 황보유숙이 올려주었던 시절의 그 임금 그대로 지금까지 동결되었을 것이다. 오히려 감봉되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런 취급을 오래도록 받았음에도 제갈이준은 황보 컴퍼니를 위해 일해 주었다. 심지어 오라는 곳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익히 제갈이준의 활약상은 헌터계에선 알 사람은 아는 일이었고, 그래서 오라는 회사도 아마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진작에 알아보고 그랬어야 하는 건데······.”


황보유혁이 고개를 숙였다.


“지금이라도 알아봐 줘서 고맙긴 한데. 네가 미안 할 일은 아니야. 네가 뭘 안다고.”


“······형님.”


“그리고 이전에도 말했지만 나 헌터 취향이 아니야. 돌아갈 일은 없을 거 같네.”


헌터 회사에 들어갔던 건 순전히 지금은 고인이 된 황보유숙 때문이었고.

회사에 남아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그와 함께 일으킨 황보 컴퍼니의 끝까지 함께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뿐이었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졌으니 돌아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연봉 인상은 좀 땡기긴 하지만.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 말해 봐.”


“그···그게요······.”


대충 예상한 대로였다.

신규 던전에 돌입했는데 도무지 전략팀에서 제대로 된 공략을 내놓지 못한다는 이야기.

황보유혁의 말을 이리저리 조합해 몇몇 생각나는 공략법을 일러주었다.


“녹음 기능 켜 봐. 3층에서 황금 소가 나왔다고 했지? 이건 그리스 신화랑 이집트 신화 쪽을 찾아봐야 해.”


황보유혁은 잽싸게 자신의 핸드폰을 조작해 녹음 기능을 띄운 뒤 두 손으로 공손하게 내 쪽으로 내밀었다.


던전 공략이라는 것이 거의 이런 식이었다.

대부분 신화나 오컬트, 신비에 관련된 던전이 많았고, 그것에 관한 단서는 그야말로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던전 공략의 전략 수립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최대한 넓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만 했다.

그 어떠한 힌트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탈무드 A-13 섹터 쪽도 뒤져보고.”


탈무드를 단권 짜리 교양서적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탈무드는 그 내용을 A4용지로 전부 인쇄하면 그 무게가 100KG에 육박하는 대장경이었다. 그중 일부 이야기를 추려둔 버전의 교양서적만 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한 번에 읽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분량이었고 그래서 섹터별로 나뉘는 분류법이 쓰이고 있었다.

탈무드 역시 신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빼놓을 수 없는 사료였다.

그리고 사료의 응용법에 대해서도 몇 가지 언질을 주었다.


“···일단은 그 정도야. 이 범위에 있는 내용이 아니면 어차피 내가 지금 당장 올라간다 해도 뾰족한 수는 없어. 그리고······.”


난 A4 용지를 정자 위 상에 깔고, 만년필로, 아니 회사 사람들은 만년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판관필이라는 명칭이 따로 있는 특수한 펜으로 편지인 듯 논문인 듯 설명서인 듯 한 걸 몇 장 적어주었다.


“황보 전략팀에 체계가 없다는 건 착각이야. 엄연히 제대로 된 체계가 있지. 다만 그 사람들이 나 없이 하는 법을 모를 뿐이야. 마치 모듈식 제품처럼 각자 전문화된 분야만 하게 만들어 놨거든. 그게 효율이 높으니까. 딱히 나 없으면 일을 못 하는 바보들을 만들려던 심보는 아니었어. 내가 회사에 없어질 경우를 나조차 상상을 못 했던 거지.”


정갈하게 접은 종이를 편지처럼 황보유혁에게 건넸다.


“전략팀 한테 전해줘. 이걸 참고하면 뭘 해야 하는지 알 거야. 그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나한테 너무 의지하고 있을 뿐이야.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생각했다면 그들만으로 충분했을 일이고.”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제야 황보유혁의 긴장된 어깨가 조금 풀어지는 게 보였다. 내 말이 사실이란 것을 황보유혁도 알고 있는 것이다.


힘이 풀리고 축 어깨가 처져있던 황보유혁이 묻는다.


“형님.”


“왜.”


“정말 돌아오실 생각이 아주 없는겁니까? 제가 연봉이라면 얼마든지··· 아니, 형님이 원하는 건 다른 거겠죠. 형님의 의결권도 제가··· 아니, 생각해 보면 그게 문제가 아니죠. 당장 형님을 황보 컴퍼니 이사로 앉히는 걸 추진 하겠습니다. 보유 주식도 좀 있으시잖아요? 그래요 그렇게 해서···”


황보유숙 때 챙겨 받은 스톡옵션이 조금 있긴 했다.


“혁아.”


“예?”


“나 요즘 행복하다?”


“예···?”


그러지 않기도 힘들었다.

지금도 5:5 가르마에 단발한 땅의 정령, 단발이가 나랑 놀자는 듯 내 엄지발가락을 계속 당기고 있었다.


“혹시 뭐 여기서 보이는 건 없어?”


난 황보유혁의 머리칼을 계속 한 올씩 당겨대고 있는 물의 정령을 보며 물었다.


“씁, 글쎄요······.”


황보유혁은 물의 정령이 당긴 머리칼 쪽을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쓸어 정리하며 농장을 둘러보았다.


“음. 마나 농도가 아주 약간 높은 거 같기도 하고··· 형님이 뭔가 하신 건가요?”


특별한 건 잘 모르겠다는 듯 눈을 굴린다.


“음. 뭘 하긴 했지.”


말해 줘도 단 하나도 못 믿을 거 같지만 말야.


“이 차··· 커피는 뭔가요? 이렇게 고급스러운 맛은 또 처음인데요. 향도 독특하고···.”


유혁이는 의례 내가 내온 음료가 고급 차나 커피쯤 된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궁금해 유혁아?”


“예. 알려주십쇼. 저도 구해서 먹어 보게요.”


받아 적기라도 할 듯이 눈을 빛낸다.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야 유혁아.”


“············아.”


그게 원래 시골에서 먹으면 맛있단다.

나는 가져가라며 커피 스틱을 한 움큼 쥐여주었고,

자리를 파하려던 참이었다.


“형님. 생각해 봐도 이해가 안 갑니다. 왜 헌터 일을 그만하고 싶으시단 겁니까? 우리가 싫으면 다른 회사를 가도 되시는데요. 왜 이런 깡촌에서 농사를 지으신다는 겁니까?”


글쎄.

지금 말해 줘도 이해를 할 수 있을까···


“마음 편하게 밥 먹고 싶어서.”


“밥···이요?”


눈을 끔뻑이는 유혁이.

그래, 이해 못 할 줄 알았다.

나는 한마디 던지며 일어나 밭을 살폈다.


“서울에선 숨 쉬는 것도 불편하더라고.”


“······.”


제갈이준은 그 말을 던지고 농장을 살피느라 황보유혁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충격 받은 얼굴로 잠시 동공이 떨리던 찰나의 황보유혁의 표정을.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던 황보유혁이 물었다.


“아참 내 정신 좀 봐. 형님. 공략 비용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략비 드려야죠.”


원래 외주로라도 던전 공략을 의뢰하면 막대한 돈을 지급하곤 한다. 제갈이준의 공략을 아직 실천해 본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제갈이준의 공략이니 아마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맨입으로 돌아가는 건 황보유혁의 철칙에 맞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 무슨.”


나는 곰곰이 밭을 훑어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건 됐고 너 부추나 좀 사 가라.”


“···부추요?”


100평의 밭에는 아직도 수확도 안 한 부추가 잔뜩 남아있었다.


“응. 한 단에 20만 원.”


“···20만 원이요?”


“와서 뜯는 것도 좀 돕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은 표정의 황보유혁.

조금 뒤, 황보유혁의 멋들어진 스포츠카의 뒷자리와 옆자리엔 산더미처럼 부추가 쌓여 있었다.


미녀 대신 부추를 잔뜩 실은 오픈카에 앉은 황보유혁의 표정이 묘하다.


“자···잘 먹겠습니다 형님.”


“그래. 그거 전 부쳐 먹으면 맛있어. 더 필요하면 말하고.”


“예, 예······.”


처음보다 조금 파릿해진 인상의 황보유혁이 차를 몰고 총총히 떠나갔다.


허허.

나도 참.

이런 우수한 고객을 그냥 보낼 뻔했었잖아.


“한 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 오징어···.”


손에 촥촥 감기는 현찰 뭉치의 맛이 각별하다.

이게 농사의, 수확의 기쁨인가?

정직한 노동으로 돈을 버니 이리도 뿌듯하구나.


최근의 부추 시세는 한 단에 2,500원이었다.



* * *



“끙······. 흑······. 끙······.”


부추전을 먹고 잠든 그날, 제갈이준은 보는 사람이 있다면 안타까워할 정도로 앓으면서 자고 있었다.


자는 것인지, 고통에 정신을 잃은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이었다.


본디 고등급 던전의 파장에 마나 로드가 손상된 뒤로 이준은 현대의학으로 설명 불가능한 병을 앓고 있었고, 그 고통의 대부분은 몸에 마나가 흐를 때 일어났다.


마나를 쓸 수 없는 헌터가 마찬가지니 헌터라 부르기 힘들었고, 부르기 힘들었고, 그래서 종전에 S급이었던 이준이 D급 헌터로 재책정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오늘 밤은 유난히 심하게 앓고 있었다. 고통이 끝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정신조차 차리지 못하고, 온몸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땀만 삐질삐질 흘리는 이준의 눈 앞에, 정신을 잃은 이준은 보지 못하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 스킬 ‘얌얌 오행’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

[ ‘맑은 피 부추’ 의 효과가 극대화되어 정화가 시작됩니다! ]

[ 상처 입은 마나 로드가 수복되기 시작합니다······. ]


더욱더 심하게 앓기 시작하는 이준.


옹알 옹알

옹알 옹알?


그 모습에 눈썹을 팔八자로 기울인 정령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안타깝게 이준을 바라본다.


덜덜 떠는 이준의 몸을 땅의 정령들이 따듯한 봄날의 땅처럼 쓰담쓰담 쓰다듬어 주고, 물의 정령들이 뜨거운 이마를 시원한 손으로 자꾸만 쓸어주었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이내 자기들끼리 무어라 떠들며 모여든 정령들이 이준의 주변으로 손에 손을 잡고 거대한 원을 만든다.


이준을 사이에 두고 손을 흔들며 무릎을 까닥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정령들.


아아 - 아아 -


그런 정령들의 노래소리에 따라, 허공에서 마치 이준의 몸 위로만 소나기가 내리듯 무지갯빛의 색채들이 잔잔히 내려와 이준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밤이 점점 깊어졌다.




* * *




“뭐지? 몸이 한결······. 아니 두 결······. 아니 엄청 가벼운데?”


나는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체조를 하며 의아함에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어제 밤엔 컨디션이 갑자기 안 좋아 졌던 거 같은데······.”


정말이다.


혹여 유행병이라도 걸린 게 아닌가 싶어 걱정했었다. 헌터로 살던 시절 어지간한 병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마나 로드를 다쳐 제대로 마나가 몸을 돌지 못하게 된 뒤로는 면역력도 한참이나 떨어진 느낌이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지금은 온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최고조의 컨디션!


옹알 옹알

옹알 옹알


“그래, 너희도 잘 잤니?”


정령들과 인사하며, 그런 기분 좋은 아침 햇살을 맞이하고 있을 때 저쪽에서 이장님이 들어왔다.


“이게 곶감이 달아! 한 번 먹어봐.”


“오~ 고맙습니다 아저씨!”


냠냠.

겉면에 하얀색 가루가 일어난 곶감을 뜯는다.

쫄깃쫄깃. 식감도 재밌다.


“이게 아무 데서나 못 먹는 거야. 얼마 안 남은 건데 너 갖다주려고 챙겨 왔지.”


이장 아저씨는 그 어린 시절 나에게 초콜릿을 가져다주었던 것처럼 곶감을 가져다주었다.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사실 이건 너무 적긴 하지. 여기는 1,000평밖에 안 되니까. 아, 너희 할아버지 논도 있는 거 알지?”


“네.”


“그게 아마 한 3천 평인가 그렇게 될 텐데··· 그것도 사실 뭐 이렇게 쌀 팔아서 먹고산다고 하는 그런 그런 수준은 아니지. 쌀농사는 평수로 밀어붙이는 거라 많이 짓는 사람들은 한 뭐 3만 평 5만 평 이렇게 씩은 지어.”


“5만 평이요??”


“그것도 막 엄청나게 많은 건 아니야. 쌀 팔아서 돈 좀 번다는 양반들은 10만 평, 15만 평. 뭐 이렇게들 짓고. 인제 30만 평 이렇게 되면 그건 뭐 일종의 기업이지 기업.”


“와··· 대단하네요.”


토지의 땅 평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서울에선 내 한 몸 뉘일 땅 한 평이 어찌나 비싼가.

그런데 이곳에선 땅을 언급하는 단위가 백 평도 천 평도 아니고 만 평이다.

만 평이라······.


한 번에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부추는 뭐 어떻게 된 거야. 어디 팔 데라도 찾은 거야?”


“네. 서울에서 사업하는 동생이 들렀길래 슬쩍 넘겼죠.”


“아이고 하하하. 양이 꽤 많았을 텐데 그것도.”


“부추가 엄청 맛있어요. 그 친구 맛 들이면 혼자 다 먹을지도 몰라요.”


“가격은 어떻게 제대로 쳐 받기나 했냐?”


“아유. 아는 사이에 바가지 씌우고 그럴 순 없으니까요. 저렴하게 줬죠.”


아저씨가 슬 일어나더니 밭을 살핀다.


“그래 아기자기하게 재밌게 심어놨네 소꿉놀이 마냥.”


“영광이가 도와줬어요.”


“이때는 이제 상추 심으면 좋은데.”


“상추요?”


“상추가 좋아. 키우기도 많이 안 어렵고 이게 농약을 안 쳐도 키우는 방법이 있거든. 유기농 하기 제일 쉬운 게 상추야.”


“오호···그래요?”


사실 추영광의 눈치를 보느라 꺼내지 못했던 씨앗이 있기도 했다.


[ 잘자 쿨 상추 씨앗 ]

여신의 축복을 받은 최고 등급의 상추 씨앗.

>음양오행< 심신 안정, 불면증, 장 건강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시간 될 때 심어 놔야겠다.


“이야 근데 이거 부추가 진짜 실하긴 하다야.”


“향 좋죠?”


“죽여주네.”


이장 아저씨가 부추 잎을 하나 뜯어 향을 맡아본다.

하긴, 곶감도 가져다주셨는데.


“전 하나 부쳐 드릴까요? 제가 대접할게요.”


“엉? 어? 에이 안 그래두 되는데······.”


해 달라는 소리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해 올게요.”


하긴 저 부추 향을 거부 할 수는 없지!

그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난 잽싸게 부추전 조리에 들어갔다.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반죽을 만들고,

기름 위에 반죽을 펴 준다.


치이이이이익—!


고소한 내음이 금방 주방을 채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


“얌얌오행!”


몇 명의 하급 정령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주방으로 들어왔다가 그 광경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손으로 부추전을 가리키는 녀석들.

너희도 먹고 싶냐?


“진짜 해 줘 봐?”


얘네가 음식을 먹을 수 있나?


고민할 것 없이 남은 반죽으로 아주 작은 사이즈의 미니 부추전을 만들어서 줘 봤다.


킁카 킁카

킁카 킁카


냄새를 맡던 녀석들이 하뜨뜨. 하며 부추 전에 손을 댔다 뗐다 한다.


“뜨겁지?”


젓가락으로 그 작은 전을 다시 네 조각으로 나눠 주자 그제야 괜찮은지 맛을 본다.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부추전을 들고 먹는 녀석들.

저래서야 맛이 나나 싶기도 하지만···


오호오호 오호호!

오호오! 호오오!


엄청 좋아하는 거 같다.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나를 향해 박수를 치기까지 한다.


그리고 일어난 일은,

설마 생각지도 않았던 거였다.


“이, 이거··· 아니 이거 설마··· 진짜로?”


화등잔만 하게 커진 눈을 끔뻑여 봐도 눈앞의 메시지는 분명히 뜻을 전하고 있었다.


[ 땅의 하급 정령이 당신과 계약 하기를 원합니다! ]

[ 물의 하급 정령이 당신과 계약 하기를 원합니다! ]

[ 물의 하급 정령이 당신과 계약 하기를 원합니다! ]

[ 땅의 하급 정령이 당신과 계약 하기를 원합니다! ]

[ 땅의 하급 정령이 당신과 계약 하기를 원합니다! ]


옹알 옹알

옹알 옹알


어서 계약을 받으라는 듯 재촉하는 정령들과 메시지 창의 향연이 주방 가득히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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