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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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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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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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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2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82화





슈퍼 노바는 성 니어의 온몸을 새까맣게 태우고, 모든 전의를 앗아가 버렸다.

그럼에도 불사지체인 성 니어는 죽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죽지 않아 더 괴로운 성 니어였다.


온몸이 시커멓게 잿더미가 되다시피 한 성 니어의 가냘픈 몸뚱아리 위로 천마의 주먹질이 쏟아졌다.


쿵, 쿵, 쿵


보통 사람 같았으면 차마 온몸이 다 타버린 여자를 때릴 수 없을 테지만, 천마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고, 맞고 있는 성 니어 또한 일반적인 여자가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꼼지락 거리지 못하는 성 니어와, 그런 그녀를 마구잡이로 내려치고 있는 천마.

하지만 천마는 그저 분풀이나 재미로 이렇게 잔인한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쿵 쿵 쿵


그의 주먹이 내려 꽂일 때마다 죽음의 기운이 그의 몸속으로 넘실넘실 넘어왔다.

가짜 천마에게 그랬듯이, 그리고 성 웡에게 그랬듯이, 천마는 지금 성 니어의 능력마저 가져오고 있는 중이었다.


성 웡을 죽이면서 알게 된 것은, 신의 능력을 완전히 빼앗아 신의 권한을 위임받을 자격을 갖추고서야 기존의 신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성 니어를 죽여 버리기 위해서는 먼저 이렇게 맨살과 맨살이 닿는 숭고한 의식을 통해 먼저 능력을 빼앗아야 했다.


“할망구,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

“....그그그..”

“숨넘어가는 소리 하지 말고, 딱 5분만 더 살라고.”


어차피 모든 능력을 전달하기 전에는 죽을 수도 없는 성 니어였다.

성 웡도 태양신으로서의 모든 능력을 탈취당하고서야 비로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었다.

어쨌든 천마는 주먹질을 하면서도 연신 입을 놀려댔다.

오랜 만에 말을 할 수 있게 되어 꽤나 기쁜 탓이었다.


하지만 일방적인 구타를 받다보니, 모든 전의를 잃었었던 성 니어도 슬슬 뿔따구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명색이 신인데, 이렇게 개처럼 맞고 있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다시금 전의를 불태운 성 니어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해 나갔다.


“이...이놈..”

“크크크, 좋아, 좋다고. 아직 정정하구만!”


주먹세례 아래에서도 성 니어는 주변으로 감각을 확장했다.

죽음의 신 성 니어의 감각이 근방에 있을지도 모를 사기(死氣)를 찾아 나섰다.

이왕이면 막 죽은 자의 사기일수록 좋았다.

죽기 직전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순간의 사기야 말로 성 니어의 원동력인 까닭이었다.

사기를 찾아서 그 사기를 담은 영혼을 몸 안으로 끌어들인다면, 그 사기의 힘으로 얼마든지 다시 회복이 가능했다.

그게 죽음을 관장하는 성 니어의 권능이었다.


그리고 사기를 찾는 성 니어의 감각에 공교롭게도 아직 생전의 때를 기억하는 팔딱팔딱 살아있는 사기들이 발견되었다.

여덟 개의 성탑에 골고루 나뉘어져 있는 200개의 사기, 천마군들의 사기였다.

갓 클로에 의해 몰살을 당한 천마군들의 영혼이 거기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아아..”

“음? 이 할망구가 처 맞는 기쁨을 깨달았나?”


성 니어의 환희에 찬 목소리에 천마가 어리둥절하는 찰나, 불쑥 치솟아오른 성 니어의 오른 손이 천마의 목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그야말로 뜻밖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것.


그리고 젊은 여인의 모습이었던 성 니어가 급속하게 늙어가기 시작했다.

바람의 신에서 죽음의 신으로 변해가는 과정이었다.

삽시간에 쭈글쭈글하게 변한 성 니어가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니어의 손길.”


그녀의 손에서 죽음이 생겨났다.

어떠한 존재든지 닿는 것만으로도 죽음에 이르게 하며, 불사의 존재라 할지라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야마는 죽음의 신 고유 스킬이 발동한 것이었다.


그 순간, 어느새 천마의 손에 들린 천마검이 한 바퀴 회전했다.

그리고 그 회전 반경 안에 천마의 목을 움켜쥔 성 니어의 손목이 들어왔다.


썩둑


“꺄악!!”

“크학!!”


손목을 잘려 내지르는 성 니어의 비명과, 찰나의 순간이었다고는 하나 니어의 손길에 심각한 탈력감을 맛본 천마의 신음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그러면서도 재빠르게 뒤로 몸을 피하는 천마.


대여섯 걸음 정도의 거리를 두고, 천마와 성 니어가 서로를 바라봤다.

언뜻 보기에는 한 손이 절단된 성 니어가 더 큰 타격을 입은 듯했지만, 실상 성 니어는 200개의 팔딱거리는 사기를 흡수하여 거의 원래대로 회복된 상태였고, 반면에 천마는 두 번째로 ‘니어의 손길’을 허용한 탓에 체력의 손실을 크게 입고만 상태였다.

더욱이 천마기는 아직 원상 복구가 되지 않았고, 태양기 또한 직전에 썼던 슈퍼 노바로 인해 몸 안 깊숙이 숨어 들어간 바람에 정상적인 전투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야말로 둘의 입장이 완전히 역전되어버린 것!


“클클클, 그 검이 무섭기는 무섭구나.”

“할망구도 무섭도록 끈질기구나.”


성 니어는 천마의 발끈한 대꾸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오직 그녀의 관심은 천마의 손에 들린 천마검,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그녀의 손목을 날려버린 파괴의 무구에 집중되었다.

성 니어가 죽음의 신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물건은 나 죽음의 신 니어에게 더 어울리지는 것이 아니겠느냐?”

“아서라, 할망구는 이걸 휘두를 깜냥이 못돼.”

“흘흘흘, 정말로 그런가 어디 한번 볼까?”


성 니어의 웃음소리와 함께 사라졌던 흑무가 다시 나타났다.

급격하게 주변으로 세를 불려 나가는 죽음의 안개.

마치 처음 전투를 시작할 때 봤던 성 니어의 기세 같았다.


그 모습에 천마는 크게 의구심을 가졌다.

분명히 엄청난 타격을 입혔고, 방금까지만 해도 임종 직전의 노인처럼 골골거리던 할망구였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원래 모습으로, 아니, 원래보다 더 팔팔한 모습으로 돌변한 것일까?

죽음의 신이라더니 죽을 때가 되어 도리어 더 강해진 것인가?

아니면 그도 모르는 새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인가?


순식간에 죽음의 안개에 갇혀버린 천마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이봐, 할망구. 대체 회춘의 비결이 뭐야?”

“흘흘흘, 알아서 뭐 하누?”


그 말은 천마의 바로 등 뒤에서 들려왔다.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천마검을 휘두르는 천마.

하지만 뒤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좌측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래도 죽기 전 소원이라면 못 알려줄건 없는데.”

“거기냐?”


천마의 검이 죽음의 안개를 양단하며 지나갔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거듭된 허탕에 천마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천마가 다시 꺼내든 카드는 파천무 9단공, 마신지경.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이었다.


천마의 머릿속에 짤막한 과학 상식이 하나 떠올랐다.

안개란 본디 공기 중의 수증기들이 뭉쳐서 나타난 자연 현상.

대기를 건조하게 말려버린다면 당연히 없어지고야 말 현상이었다.


곧 천마의 손짓에 따라 갑자기 거대한 불덩이 하나가 허공에 나타났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덩이는 주변의 모든 습기를 삽시간에 증발시켜버렸다.

이어서 천마의 손짓에 따라 흑무 한가운데로 날아들어 간 불꽃.

천마의 상식에 의하면 불꽃이 대기를 말려버리는 순간, 안개는 사라져야 했다.


하지만 웬걸?

불꽃이 흑무 한가운데로 뛰어들더니, 곧 감감 무소식,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불덩어리가 흑무를 없애기는커녕, 흑무가 불덩어리를 집어 삼켜버린 것이다.


천마는 생각을 바꾸었다.

이번에는 거대한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흑무 위로 쏟아졌다.

아예 물로 안개를 쓸어버리겠다는 계산이었다.


콸콸콸


하지만 역시나 흑무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완벽하게 이전과 동일한 흑무의 모습.

불과 물에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흑무는 그저 자연현상으로 생겨난 안개가 아니라, 죽음의 신의 권능이 집결된 특수한 안개였다.

자연 현상을 초월한 안개인 것이었다.


천마가 그렇게 우왕좌왕 하는 동안 죽음의 안개는 더욱 가까이 다가와 천마의 지척에 이르렀다.

이제는 성 니어가 손길을 뻗어온다면 제대로 대처도 못할 지경이었다.

천마의 귓가에 성 니어가 속삭였다.


“네가 데려온 멍청한 것들이 죽어주는 덕분에 힘을 얻었지 뭐야.”

“뭐?”

“네가 갖다 바친 200명 분의 신선한 죽음 덕분에 이렇게 되었다고.”


천마의 마음을 헤집으며 후회라는 감정을 심어오는 이 속삭임은, 성 니어의 스킬 ‘죽음의 속삭임’이었다.

마지막 명을 달리 하기 직전, 지난날의 후회스러웠던 기억을 다시 상기시키는 죽음의 속삭임은 망자의 후회를 더욱 배가시켜, 보다 고품질의 사기를 생성해내는 스킬이었다.

지금 성 니어는 천마를 말 그대로 발가벗겨 먹으려는 것이었다.


천마의 마음이 강제로 주입된 후회로 혼란스러워졌다.


‘200명? 내가 데리고 온 천마군? 아, 내가 데리고 왔구나. 내가 그들을 죽음의 사지로 몰아온 것이었어. 미안하다, 나의 수족들아.’


애당초 천마군을 벌레보듯 했으며, 도구 이상으로 생각지 않았던 천마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죽음의 속삭임의 영향으로 인해 천마군들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가 크게 증가하고 말았다.


‘오직 본좌만을 바라보고, 본좌를 위해 모든 것들을 희생한 그들인데, 그저 본좌의 명령을 들었을 뿐인데 이렇게 모두 목숨을 잃어버렸구나.’


그의 후회에 반발이라도 하듯 천마군들의 외침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왔다.


-모든 사마의 지존이시자 주인이시며, 하늘이신 천마님을 뵈옵니다!!

-천마교 만세, 천마 만만세!!


‘그래, 모든 사마의 지존인 내가, 이미 죽어버린 너희들의 주인인 내가 너희를 지켜주지 못했구나. 수족이자 종복인 너희들을 이 주인이 제대로 챙겨주질 못했구나!’


그때 천마의 후회 한켠으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잠깐만.

천마군은 나의 종복들인데?

얘네들은 죽으나 사나 본좌에게만 충성을 다하는, 나와 영혼으로 연결된 주종 관계인데?

아무리 죽었다 할지라도, 나의 종복인 천마군이 나를 적대하는 할망구의 편을 든다고?

얘네들은 죽어도 내껀데?

전부 다 내껀데?

내꺼라고!


천마가 버럭 소리쳤다.


“이놈들아! 내가 모든 사마의 지존이자 주인이고 하늘이다. 내가 천마다!!”


천마의 선언은 영혼을 울리고, 성 니어에게 붙잡혀 있던 천마군들의 심령을 뒤흔들었다.

맹목적인 이끌림에 따라 성 니어를 안식처로 여겼던 천마군들의 영혼들이 갑작스런 주인의 외침에 고개를 쳐든 것이었다.

다시 천마가 부르짖었다.


“천마군의 주인인 나 천마가 명한다! 천마군들아, 나에게 오라!!”


나에게 오라!

나에게 오라!!


영혼의 주인인 천마의 외침이 죽은 천마군들의 영혼을 강력하게 흔들었다.

성 니어가 제공한 안식처에서 편히 잠들려 했던 천마군의 영혼들이 몸을 일으켰다.


아아, 주인님!

아아, 천마님!


영혼으로 맺어진 주종 관계를 따라 천마군의 영혼들이 일제히 성 니어의 몸을 빠져나와 천마에게로 향했다.

뒤늦게 사태를 깨달은 성 니어가 깜짝 놀라 막으려 했지만, 천마군과 천마의 관계는 죽음을 넘어선 맹약 관계였다.

고작 죽음이라는 단 한 가지 조건으로 영혼들을 속박하고 있던 그녀로서는 이 흐름을 도저히 막을 도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모든 천마군의 영혼들이 떠나버리고, 성 니어는 겨우 되찾았던 모든 힘이 삽시간에 무너지는 걸 느꼈다.

죽음의 안개가 순식간에 흩트려 사라지고, 힘을 잃은 성 니어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승리가 코앞이었는데,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것이었다.

실로 원통하고 애석한 순간이었다.

그녀는 엎어지려는 몸을 억지로 가누며 천마에게 물었다.


“..그그그..뭐냐, 대체..뭔 짓을...한거냐?”

“나에게 뭔 짓을 했냐고 묻기보다는,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한 네년 스스로를 원망하거라.”


말을 마친 천마는 다시 묵묵히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쿵쿵쿵


그리고 마침내 성 니어의 권능이 모두 넘어왔다고 느낀 순간, 천마의 검이 성 니어의 목을 베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성 니어 전(戰)의 종결이었다.


성 니어는 죽기 직전에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끝나는가?..뭐 상관은 없다만..”


그녀의 목소리는 죽는 순간까지 처음과 마찬가지로 허무함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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