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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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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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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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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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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72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72화





가짜 천마는 웨스트랜드에 있었다.

광개토로부터 정보를 받은 슬기가 불만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새끼 참 부지런도 하다. 언제 또 거기까지 갔대냐?”“이번 이벤트가 원래 그런겁니다. 천마가 일주일 단위로 랜덤으로 다른 제자의 진영으로 간다고 그러지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인게, 북쪽(노스랜드)으로 갔으면 어쩔 뻔 했습니까?”

“그래, 그건 그렇네. 그럼 다른 곳으로 또 사라지기 전에 얼른 족치러 가자.”


사우스랜드를 동에서 서로 날아서 횡단한 일행은 사우스랜드와 웨스트랜드 사이에 있는 대양, 남서양 역시도 날아서 건넜다.

물론 단번에 날아갈 순 없었다.

천마의 기력이 떨어질 때면 어쩔 수 없이 땅으로 내려와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한 것이 십여 차례였다.

예전에 비행했던 것에 비해 자주 휴식을 취하는 모습에 슬기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열이 받고 있는 사람은 천마 본인이었다.

휴식을 취할 때면 천마는 내색하진 않았지만 가짜 천마의 모든 것을 빼앗아야겠다는 전의로 불타올랐다.


비행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길었던 그들의 여정은 마침내 가짜 천마가 있다고 전해진 염마의 성채에 다다랐다.

염마의 성채는 염마가 점령했었던 성 웡의 성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었다.

검은빛이 나는 돌로 급조로 지은 듯 투박하게 생긴 성채였지만, 그 투박함이 오히려 성채를 웅장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일단 성채 근처에 내려선 다음, 슬기가 일행을 돌아보며 의견을 물었다.

“자, 그럼 어떤 식으로 전략을 짜는 게 좋을까?”

“흠, 아무래도 사부님께서 예전만 못하신 거 같은데, 염마는 다른 사람이 맡아줘야 할 거 같지 말입니다.”

광개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슬기가 시선을 돌리다가 깜짝 놀랐다.

“어? 아저씨는?”

그제야 광개토도 머리를 맞대고 있는 사람 중에 천마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저 멀리서 천둥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와라, 가짜 놈아!!”

어느새 성벽 위로 훌쩍 올라간 천마가 천마후를 내뱉고 있었다.

천마후는 성채를 쩌렁하게 울리고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직후, 성채 안에서 광소가 터져 나왔다.

“으하하하! 뒈졌던 놈이 또 뒈지려고 나타났구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천마가 선 맞은편의 성탑이 통째로 부서지며 그 사이로 한 인영이 솟구쳤다.

천마와 동일한 복장에 동일한 외모를 한 바로, 가짜 천마, 이른바 욕못 천마였다.

그와 천마의 외양에서 차이점이라곤 검과 망토, 그리고 헤어스타일 뿐이었다. 가짜 천마는 예전의 천마처럼 여전히 앞머리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욕을 못했던 가짜 였는데, 이번에는 욕설로 말문을 열었다.

“멍청한 것! 병신 꼽등이 같이 죽었던 가짜 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또 찾아왔단 말이냐?”

“크하하하, 맡겨뒀던 내 물건 찾으러 왔다. 가짜 놈아!”

받아치는 이 순간, 천마는 오롯이 천마였다. 물론 머릿 한 구석은 도훈의 기억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지만, 전투를 목전에 두고서 광기에 사로잡힌 천마의 의식은 90프로 이상 천마 본연의 사고였다.

한편, 슬기 등은 가짜 천마의 욕설에 눈이 휘둥그레진 상태였다.

“어, 이쪽이 사부님이시면, 저쪽은 분명히 가짜..NPC일텐데, 저놈도 욕을 하지 말입니다. 머리모양도 그렇고, 저쪽이 혹시 진짜 사부님 아닙니까?”

광개토의 의문에 세계가 답을 내놓았다.

“이미 말했듯이 천마로 인해 우리가 각성하게 되었고, 우리가 각성한다는 건 곧 세상이 각성한다는 걸 의미해. 이제 세상은 더 이상 예전의 멍청하던 세상이 아니야.”

“네? 그 말은.. 이제 NPC들도 욕을 한다는 말?”

“욕뿐이겠어? 이제 NPC들은 자신이 누군지 자각하기 시작했어. 자각의 대소는 있겠지만, 분명히 모두들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

“우와, 이거 왠지 섬뜩하지 말입니다?”

제 손으로 제 어깨를 감싸 안고 마구 비벼대는 광개토의 모습에 슬기도 침을 꿀꺽 삼켰다.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던데... 설마 갑자기 모두 죽어버리는 건, 이 세계가 통째로 죽어버리는건 아니겠지?”

혼잣말 같은 슬기의 중얼거림을 못 들었는지 세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문득 세계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염마가 나타났어. 내가 도와줘야 할 때야.”

그 말에 슬기가 반색하고 나섰다.

“그냥 니가 다 잡아버리면 안 돼?”

“아니, 천마는 천마가 잡아야만 해. 그래야 천마가 지닌 태초의 씨앗이 작동하여 천마의 진체를 전달받게 되는 거야. 내가 도와줄 순 없는 일이지.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염마를 붙잡아두는 것뿐..어? 그런데 태초의 씨앗을 왜 아직도 네가?”광개토의 등에 달린 만겁돌파의 망토를 본 세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세계가 황망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 그럼 태초의 씨앗도 없이 그냥 간 거야?”

“왜? 그냥 가면 안되는 거야?”

세계의 황당한 표정을 따라 슬기의 표정도 황당하게 변했다.


*


염마의 성채에 이르렀던 시온 연합군은 이곳에 천마가 주둔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멀지 않은 곳에 진을 친 채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리고 시온 연합군의 수장, 더 원 마스터의 천막.

그곳에선 한창 불만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제 하루만 기다리면 되네. 내일이면 규칙대로 천마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거야.”

“알고 있지. 허나 그렇다고 해서 오늘 하루가 의미 없이 지나간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아.”

미스란디르가 달래고, 그럼에도 크로우가 다시 짜증내는 이 일은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지난 5일 동안 반복되어 온 일이었다.

“하필 이번에 천마가 와가지고선, 에잉!”

“이제 시마도 없으니 천마군들은 더 이상 부활하지도 못할 터. 조금만 기다리게. 천마만 떠나고 나면 시마 때처럼 염마도 우리가 죽일 수 있을 걸세.”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야 말고. 그래서 말인데, 군사. 당연히 우리가 염마를 잡을 수 있겠지?”

“이를 말인가. 염마에 대해서 빠삭한 적사풍 길드가 있고, 우리 또한 예전 전투에서 염마를 겪어보았지 않았던가. 놈은 그대로고, 우리는 그때보다 훨씬 성장했으니 이제 다시 만난다면 우리의 필승일세.”

“그렇지? 그 말을 들으니 답답했던 기분이 좀 가시네. 으하하...”

크로우가 웃는 찰나, 어디선가 천둥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느롸롸, 그아노아

“이게 무슨 소리지?”

화들짝 놀란 크로우의 모습에 미스란디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나와라 가짜놈아, 처럼 들렸는데?”

이에 화답하듯 새로운 천동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미스란디르가 다시 말했다.

“이건 그냥 천둥소리가 아니야, 분명히 메시지가 담겨있어!”

“말소리가 천둥처럼 들린다고?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을 하던 크로우의 머릿속에 과거 천마의 천마후가 떠올랐다.

그때 분명 사람의 몸에서 천둥소리가 울려나왔었다.

“설마?”

“그 자인가?”

똑같은 생각을 한 미스란디르도 크로우를 쳐다보았다.


*


1킬로미터란 거리는 천마급의 존재에게는 지척이나 다름없었다.

순식간에 날아든 가짜의 주먹질에 천마는 급히 양팔을 들어 방어했지만, 그 거력에 밀려 뒤로 튕겨져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쿠쿠쿵-

위에서 아래로 내려쳐진 주먹질에 바닥을 몇 개나 부수며 처박힌 천마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곧이어 수십 개의 돌덩이들이 날아왔다.

저마다 사람 몸뚱이만한 그 암석덩이들은 가짜의 가벼운 손짓에 질풍처럼 날아들었다.

이에 천마는 양손을 펼치며 저항했다.

“파천무 8단공!”

중력마저 저항해내는 8단공의 능력이라면 능히 가짜의 기공에 저항할 수 있을 터!

하지만 8단공은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쿠콰콰쾅

마치 TNT 수십 개가 터져버린 것같은 굉음과 함께 천마의 맨몸 위로 수십 개의 암석덩이들이 내려 꽂혔다.


“저게, 천마야? 진짜 천마는 저런 거였어?”

땅을 울려대는 은은한 진동에 슬기가 경악하자, 실리엔이 그 말을 정정했다.

“저건 가짜죠. 진짜는 우리 큰주인님이 진짜죠.”

“진짠데, 왜 가짜한테 쥐어터지냐고!”

“그야 가짜가 더 세니까 그렇겠지요.”

“멍청아! 그러니까 왜 진짜가 가짜보다 약하냐고!”

“그럴 수도 있죠. 어차피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건 강함이 아니니까요.”

일순 말문이 막힌 슬기가 역정을 냈다.

“에잇, 인공지능 주제에 어디서 사람을 가르치려 들어!?”

“저는 각성하고 있어요. 이건 모두 큰 주인님 덕분이에요.”

“뭐, 인마?”

그렇게 말을 내뱉으면서도 슬기는 살짝 섬뜩함을 느꼈다.

새삼 세계가 말했던 ‘세상은 각성 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은 마치 ‘가짜가 진짜가 되어가는 중’처럼 슬기에게 받아들여졌다.


광개토는 천마를 향해 달려가며 슬쩍 성채 오른쪽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막 불꽃이 일으키려는 염마와 그런 염마를 땅바닥으로 내다 꽂는 세계의 모습이 보였다.

어린 아이의 형상을 한 주제에 염마를 어린 아이 다루듯이 요리하는 세계의 모습에 광개토는 다소 안도하며, 한편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만겁돌파의 망토를 사부님에게 전해야 해.’

세계의 말에 따르면 이것이 있어야만 천마가 가짜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으론 그렇게 막무가내로 쳐들어간 천마가 답답했다.

‘왜 그렇게 혼자서 갑자기 쳐들어 가셨냐고요! 왜 일을 어렵게 만드시냐고요!’

평소 같았으면 천마의 그런 안하무인과도 같은 행동이 아무 문제되지 않았을 테지만 이번은 화를 안 낼래야 안 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광개토는 불만을 감히 입 밖으로 꺼내는 대 실수를 저지르진 않았다.

지금 저리 처 맞고 있는 천마였지만, 초인적인 청력은 여전할 까닭에 대놓고 입밖으로 욕을 내뱉기에는 후환이 두려웠다.

이윽고 천마와 가짜가 싸우고 있는 살 떨리는 전장에 도착했다.

이미 절반쯤 부서진 성탑과 성벽 너머로 우르르 거리며 진동이 계속 전해져 오고 있었다.

광개토는 달려오던 기세 그대로 훌쩍 뛰어 올랐다.

그리고 성벽을 두어 차례 밟으며 순식간에 성벽 위로 올라섰다.

20여 미터 높이에 이르는 성벽을 가뿐하게 올라간 광개토는 빠르게 천마와 가짜를 찾았다.

저 멀리 주변을 초토화시키면서 둘의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니, 그건 싸움이 아니었다.

그저 천마가 가짜에게 일방적으로 처 맞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식을 잃진 않았는지, 천마는 간간히 몸을 돌려 공격을 피하기도 하고, 이따금 반항과도 같은 공격을 날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천마는 너무나도 많은 공격을 허용했다.

예전의 두 번의 격돌과는 양상 자체가 달랐다.

당시에 천마는 가짜와 꽤나 호각으로 싸웠다. 당시 둘의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천마의 망토였다.

둘 다 기를 소진하는 것은 비슷했지만, 가짜는 천마의 망토를 통해 끊임없이 천마기를 채워나갔었고, 천마는 그러지 못해서 패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투는 그때와 완전 달랐다.

가짜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의 공격은 강맹했고 빨랐으며 날카로우면서 집요했다.

천마는 너무나도 강해져버린 가짜의 무력 앞에 크게 속이 상하고 말았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자아아앙!!’

만나기만 하면 아주 개패듯이 패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건만, 정작 개처럼 맞고 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몸속의 천마기는 아직 많이 남아있었지만, 체력이 너무 떨어져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천마기는 주로 공격에 운용되는데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적의 공격은 항상 그의 움직임보다 반의 반 호흡 가량 빨랐고, 그러다보니 완벽하게 방어하는 것이 불가능해 그로 인한 데미지가 차곡차곡 몸에 쌓이고 있었다.

‘아냐, 이놈이 강해진 것이 아냐.’

천마는 불현듯 깨달았다.

‘내가 약해진 것이다. 그 놈의 말대로 내가 약해진 거야.’

‘그놈이 말하길 이 놈과 싸우다 보면 점점 완전해질 거라고 했는데..’

가만 보니 완전해지기는커녕, 완전히 질 모양새였다.

‘싸우면 싸울수록 잃었던 능력을 되찾을 거라고 했는데..’

이대로 가다간, 이건 뭐, 모든 것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 같았다.

‘왜, 완전해지지 않는 거지? 어떡해야 이 가짜놈의 모가지를 꺽어버릴 수 있을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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