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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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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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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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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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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73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73화





그때 천마의 초인적인 청력에 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부님, 이거!”

고개를 돌리는 천마의 초인적인 시력에 신발을 들고서 맨발로 뛰어오는 광개토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힐끔 등을 향해 눈알을 굴리는 광개토의 시선.

딱 봐도 뭔가를 꾸미는 듯한 음모의 눈빛이었다.

‘뭐지? 눈깔을 기분 나쁘게 돌리는데?’

천마는 죽을힘을 다해 가짜를 밀어냈다.

한창 신나게 주먹질을 날리던 가짜는 갑작스런 천마의 반격에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간 다음에야 천마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광개토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때 광개토가 들고 있던 신발을 천마에게 던졌다.

그 모습은 마치 기필코 이 신발을 천마에게 전달하고야 말겠다는 필생의 의지 같았다.

그 행동에 기묘한 위기감을 느낀 가짜가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안 된다.”

그 순간 날아가던 신발은 공중에서 터져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광개토는 달려오던 속도의 두 배 속으로 뒤로 튕겨나갔다.

그렇게 신발을 전달하려던 광개토의 행동은 가짜의 방해로 완벽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가짜가 천마와 광개토를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크크크, 뭔 꿍꿍인지는 모르겠으나 안 된다. 버러지 같은 것아.”

그때 천마가 몸을 일으켰다.

“안되긴 뭐가 안 돼.”

가짜가 신발과 광개토에 신경 쓰는 동안, 어느새 허공섭물로 빼돌린 만겁돌파의 망토를 착용하며 천마가 빙긋 웃었다.

온몸 가득 퍼져나가는 청량감과 더불어 어디론가 부터 활력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제야 광개토에게 속았다는 걸 알아차린 가짜가 이빨을 드러냈다.

“크크크,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으냐, 모자란 것들아!”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짜가 천마를 향해 매섭게 날아왔다.

날카롭게 찍어내려오는 가짜의 발공격에 천마가 팔을 들어 막는 순간, 이미 가짜는 천마의 등 뒤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짜의 훼이크에 속은 천마가 빠르게 몸을 돌렸지만, 이미 가짜의 주먹이 천마의 어깨를 찍고 지나갔다.

그나마 빠른 반사속도로 몸을 틀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가슴을 허용할 뻔 했다.

“크윽!”

이어서 번개같이 휘둘러진 가짜의 로우킥이 천마의 허벅지에 정통으로 적중했다.

비틀.

그리고 이어지는 가짜의 주먹질 세례.

천마가 양팔을 들어 막으려 했지만, 기묘하게 휘어지는 가짜의 주먹들은 방어를 뚫고서 천마의 얼굴, 어깨, 옆구리를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다.

퍼퍼퍼퍽

천마는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진 않았다.

아니, 어쩌면 진작에 넘어졌어야 하는데, 가짜의 연속 공격탓에 넘어지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렇게 이어지는 초고수 간의 대결은 아이러니하게도 격투기 선수들의 입식 공방과 닮아있었다.

차이점이라면 매 일격에 실린 파워가 바위를 부수고 강을 가르며, 공격의 스피드가 사람의 동체시력으로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거.

한동안 신나게 공격을 퍼붓던 가짜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본좌 짝퉁이라고, 어떻게든 버티기는 버텨내는구나.”

가짜의 목소리에는 이미 승자는 자신이라는 확신이 묻어 나왔다.

가짜의 말에 천마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이런 빌어먹을 가짜 놈이 어디서 구역질나는 구라질이냐! 내가 오리지날이다!”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이번에는 천마가 공세에 나섰다.

천마의 오른발 앞차기가 가짜의 가슴을 향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가짜가 좌수를 휘둘러 쉽게 막아냈다.

천마가 막힌 오른발을 거두는 척하다가 목젖을 향해 다시 한 번 뻗었다.

가짜가 좌수를 거두는 동작을 그대로 방어로 연결했다.

천마가 허리를 한껏 틀며 아직 회수하지 않은 오른발을 옆차기로 만들어 적의 아랫배를 노렸다.

가짜가 우수로 날카로운 갈고리를 만들어 천마의 오른발을 막으면서 움켜잡았다.

그때 천마의 미간이 꿈틀거림과 동시에 기공이 발사되었다.

쾅-

미처 방어를 하지 못한 가짜의 머리가 흔들렸다.

그리고 또다시 쾅-

가짜의 오른손에 붙잡혀 있던 천마의 발바닥에서 기공이 발출되었다.

천마의 발바닥과 가짜의 손이 동시에 타격을 입는 자폭의 수였지만, 결과적으로 사람 몸에서 가장 두터운 발바닥에 신발 밑창, 그리고 키높이 깔창까지 더해진 천마의 근소한 이득이었다.

가짜가 오른손을 가볍게 터는 사이 천마가 한걸음 뒤로 떨어졌다.

천마의 공세가 시작되고 채 1초가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가짜가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 넘겼다.

천마와 똑같이 생긴 눈매가 드러났는데, 거기엔 놀라움이라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대단한 것을 보았을 때 느끼는 그것이기보다는, 어이없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의 놀라움에 가까웠다.

그저 처 맞기만 하면 되는 놈이 감히 반격을 해?

가짜가 입을 열었다.

“죽을 때가 되어서 회광반조라도 한 거냐?”

원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고 있었는데, 막판에 예상 밖의 저항에 부딪히니 가짜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천마는 그런 가짜의 이상한 질문에 대답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그의 생각은 온통 그의 신체 속의 변화로 향하고 있었다.

‘점점 강해진다. 놈과 손을 섞을수록 점점 힘이 생겨나고 있어!’

세계의 말은 사실이었다.

적과 붙을수록 천마의 몸에 힘이 더해졌고, 공격이 날카로워졌다. 머릿속에서 무궁한 공격의 수가 떠올랐고, 그걸 실행할 힘이 갖추어져 갔다.

이 전투는 천마가 완전한 천마로 거듭나는 과정이었다.

가짜는 자신을 완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도우미에 불과했다.

역시 주인공은 그였다!

천마가 슬그머니 본색을 드러냈다.

“크크크, 불쌍한 놈. 역시 네놈의 존재가치는 이 정도에 불과하였구나!”

천마의 본색은 ‘오만’이었고, ‘광오’였다.


이번에는 가짜가 먼저 들이닥쳤다.

땅을 박찼다 싶은 순간, 이미 코앞까지 들이닥친 가짜.

천마는 바닥을 거세게 차며 뒤로 물러났다. 그 발길질에 강한 추진력이 생겨난 것은 물론, 그로 인해 발생한 수십 개의 돌 파편들이 가짜의 전진에 훼방을 놓은 것은 부수적인 효과였다.

하지만, 가짜는 그저 눈짓만으로 모든 돌조각들을 옆으로 치워버렸다.

그야말로 신속하고 정확한 기의 운용.

모르는 사람이 봤더라면 가공할 염력이라고 착각마저 할 정도로 미친 허공섭물이었다.

간단하게 방해를 제거하며 다가오는 가짜와, 뒤로 물러서면서 계속해서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방해공작을 펼치는 천마의 숨바꼭질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전진과 후진이라는 태생적 속도의 차이를 극복하기엔 둘의 스펙 차이가 근소하였던 탓에 결국 천마는 따라 잡히고야 말았다.

“이 쥐꾸라지 같은 놈이!!”

가짜의 노호성과 함께 이미 천마 주위에 있던 돌덩이들이 일제히 천마를 향해 들이닥쳤다.

이대로라면 사방에서 날아오는 돌덩이에 압사당하고 말 지경!

하지만 그 와중에도 천마는 가짜의 말에 더 놀랐다.

“쥐꾸라지? 쥐새끼랑 미꾸라지 합성어냐?!”

인공지능이 없던 말도 만들어 낼 정도로 발전했다는 생각에 감탄을 금치 못한 천마.

천마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여러 암석 중 정면에서 날아오는 큼지막한 녀석에게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 암석이 돌연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번에는 가짜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뭣이?!”

자신이 운용하던 암석이 갑자기 자신에게 날아오자 가짜는 깜짝 놀라 주먹을 휘둘렀다.

‘본좌의 손아귀에 있는 물체를 감히 뺏어 들어?’

하지만 가짜의 놀람과 별개로 그건 당연한 결과였다.

둘의 능력차가 근소한 가운데, 한꺼번에 십여 개의 물체를 조작하는 가짜와 그 가운데 단 한 개의 물체에만 집중한 천마가 맞붙는다면 한 개의 물체에 대한 제어권은 천마가 갖는 것이 당연한 까닭이었다.

어쨌든 가짜를 향해 날아가던 그 암석은 가짜의 주먹질에 단번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리고 암석이 부서지며 발생한 부스러기 가루가 시야를 가린 찰나, 천마의 니킥이 먼지를 뚫고 가짜의 얼굴에 작렬했다.

어찌나 빨랐던지 소리보다 먼저 당도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내 얼굴에 격중하지는 않았다.

빠르게 들려진 가짜의 양팔이 니킥을 막아내었다.

아니, 막긴했지만, 그럼에도 천마의 공격에 담긴 거력마저 해소하지는 못했다.

콰르르르

뒤로 튕겨져 나간 가짜는 그대로 여러 돌벽을 부수며 30여 미터를 날아간 끝에 바닥에 멈추었다.

“..허허허.”

가짜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이건 회광반조치고는 좀 심한 것 아닌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강함으로 완벽한 승리를 예상했는데, 왠지 갈수록 호각지세가 되어가는 듯해 불쾌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때, 불쑥 천마가 나타났다. 그리고 정직하게 뻗어오는 정권! 필사의 공격력이 담겼지만 이렇게 정직하게 들어와서야, 맞아주면 바보였다.

가짜는 좌수로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천마의 공격을 해소했다.

하지만, 그 순간 눈치도 못 챈 사이 천마의 왼발이 가짜의 오른 다리 정강이뼈를 거세게 걷어찼다.

“훼이크다, 멍청아.”

뜻밖의 하체 공격에 가짜가 휘청거린 순간, 천마의 왼손바닥이 가짜의 싸대기를 날렸다.

쫙-

그리고 정신 못 차리는 가짜의 울대로 천마의 오른손 안쪽 손날이 적중했다.

컥!!

인공지능은 생각지도 못할 창의적인 변칙 공격에, 가짜는 완전히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바야흐로 둘의 입장이 역전되는 순간이었다.

고통으로 몸을 숙인 가짜를 내려다보던 천마가 이번에는 공격 대신 가짜의 등에 달린 망토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후둑, 단번에 망토를 때내자, 가짜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크으, 뭐하는 짓이냐! 이미 망토도 갖고 있는 놈이.”

그 순간, 천마의 차올린 무릎 공격이 가짜의 방어를 뚫고 안면에 적중하였다.

쿠당, 하고 넘어진 가짜를 보며 천마는 망토를 자신의 등에 둘렀다.

망토 위에 또 망토를 입은 격.

마치 바지 위에 팬티를 입은 듯한 언벨런스의 극치!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마가 오연하게 선언했다.

“한꺼번에 둘 다 착용하기로 했다.”

그 말도 안 되는 선언에 가짜의 입이 쩍 벌어졌다.

“크으, 네놈은 욕심이 끝 간 데 없는 놈이로구나. 이미 가지고 있으면서 또 가지려 하다니..”

“두 개 착용하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다더냐. 크크크.”

실제로 두 개를 착용하면 안 되는 건 법이 아닌 시스템의 설정이 정한 것이었지만, 천마는 그딴 것 안 적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천마가 공격을 재개했다.

가짜는 몸을 움직여 방어하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갈수록 공격을 허용하는 빈도가 늘어났고, 아프기도 점점 더 아파갔다.

한번 역전된 전력은 더 이상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져만 갔다.

결국 십여분 전에 패색이 짙었던 천마의 모습은 이제 가짜의 모습이 되었고, 신나게 줘 패던 가짜의 입장은 이제 천마의 입장이 되었다.

“대..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본좌에게 무슨 짓을 하였냔 말이다!!”

분노한 가짜가 소리쳤지만, 이미 전황은 그의 패배로 완벽히 결정되어져 가고 있었다.

으득,

이빨을 부서져라 깨문 가짜가 천마검을 뽑았다.

진즉에 뽑았어야 하는 건데, 처 맞느라고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 날선 발도소리에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선 천마가 돌연 손을 내밀었다.

“내놔.”

“뭐?”

“그거 내놓으라고.”

죽여버릴 심산으로 검을 빼든 가짜는 천마의 어이없는 요구에 황당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천마는 뻔뻔스러웠다.

“내 껄 내가 내놓으라는데, 뭔 말이 많느냐? 내놓으라고.”

“무슨 소리냐, 이건 본좌의 성명병기다!!”

“그걸 내놓는다면 네놈의 목숨을 보전해주마.”

“..뭐?”

그리고 가짜는 이 어이없는 요구 앞에서 갈등했다.

비록 무기를 들었다지만, 이길 자신은 없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천마는 너무나도 강해져버렸고, 이대로는 필패! 아마도 목숨을 잃고 말 것이다.

천마군을 이끌고 이 세계를 파괴해야 할 중대한 사명을 띤 자신이 이대로는 사명을 완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짜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알겠다. 그럼 이 천마검을 너에게 넘기도록 하마.”

자존심보다 목숨이, 아니 목숨보다 자신의 목숨에 걸린 사명이 중요했던 가짜는 천마검을 넘기기로 했다.

천마는 가짜의 손에서 천마검을 넘겨받았다.

검을 건네며 자연스레 자신의 패배를 시인하게 된 가짜가 어딘가 홀가분한 어조로 말했다.

“자, 천마검을 건넸으니 너도 약속을 지켜라.”

“그래.”

천마는 황홀한 눈빛으로 천마검을 훑어보더니 두어 차례 허공에 휘둘렀다.

“약속대로 나를 살려주느...컥!”

어느새 천마의 손에 들린 천마검이 막 소리를 내고 있는 가짜의 목젖을 자르고 지나갔다.

당연히 천마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 가짜는 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아니, 어떻게 약속을 어길 수가 있는 거지?’

이런 지극히 인공지능다운 생각이 가짜가 한 마지막 생각이었다.

크게 떠진 눈으로 천마를 바라보며 가짜가 쓰러졌다.

흡족한 눈길로 천마검을 바라보던 천마가 검을 검집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약속? 멍청한 소리하고 있네.”

그는 더 이상 항상 입 밖으로 낸 말을 천금처럼 지키던 천마가 아니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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