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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뱅크
작품등록일 :
2024.03.05 13:08
최근연재일 :
2024.05.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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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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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4,819

작성
24.04.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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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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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41화 너희들이 먼저 시작한 거다

DUMMY

41화


(너희들이 먼저 시작한 거다)








조식명은 장소소와 혁우련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소저가 공자의 것이었습니까?”

“내가 애지중지 하는 것이지.”

“지금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남들이 들으면 이상하게 오해한다는 거 모르고 그러시는 거예요?”


장소소는 당황한 얼굴로 혁우련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자그마하게 말했다.

혁우련은 그녀의 말에 장소소를 돌아봤다.


“너 여기 오기 전에 술이라도 한 것이냐? 왜 이렇게 얼굴이 벌게졌어?”

“알았으니까 그만해요. 왜 사람 많은 곳에서 내 것이니 뭐니 같은 말을 해서 사람 곤란하게 해요. 그리고 제가 왜 공자님 거예요?”


혁우련이 이해하지 못하겠는 얼굴로 장소소를 바라봤다.

어떤 부분에서 이 아이가 이렇게 화를 내는지 혁우련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알지 못하겠는 모습을 혁우련이 보이자 장소소가 다시 주변을 살피고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내 것이라는 말하지 마세요. 저는 물건이 아니에요.”

“사람이건 물건이건 관심 없다. 나는 남이 내 것을 건드리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너는 내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장소소는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조식명은 웃으며 혁우련에게 말했다.


“이런. 제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공자님의 사람이었군요.”

“넌 좀 아가리 닥쳐라. 지금 너를 어떻게 벌할까 고민하는 중이니까.”


장소소가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이해하지 못한 혁우련은 미간이 찌푸려졌다.

마침 그때 조식명이 말을 걸자 화를 참지 않고 소리를 지르고 만 것이었다.

혁우련의 말에 조식명도 장소소와 같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도련님. 저들은 겨우 다섯입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아이들을 뺀다면 셋에 노인이 둘입니다. 말씀만 하시면 이 자리에서 피떡을 만들겠습니다.”

“조금 전 그 모습을 봤는데 괜찮겠나?”

“방심해서 그런 것입니다. 제대로 붙으면 스물에 가까운 우리를 저 셋이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조식명은 자신을 무시하는 혁우련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그의 위치와 그를 대하는 가주인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여 참고 또 참았었다.

그런데 참는 것에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곳이 누구의 집이며 서 있는 땅이 누구의 것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 그럼 저자를······.”


조식명은 지시를 끝까지 내리지 못했다.

혁우련의 말에 한회가 조식명을 향해 몸을 날렸기 때문이다.


“우선 저 자식 끌고 와봐. 저렇게 세워놓으니까 자꾸 거슬리네. 끌고 온 다음에 생각하자.”


한회가 혁우련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성진은 양호 때 한번 경험이 있었기에 그를 놓치지 않으려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 움직임을 눈이 따라가지 못했다.

한회가 조식명 앞에 몸을 드러내고 그의 목을 잡은 뒤 다시 혁우련 앞에 나타날 때까지 성진은 그의 움직임을 놓치고 말았다.


“사람 움직임이 맞는 건가?”

“왜 그래?”

“사저는 저 노인의 움직임 못 봤어요?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오늘 처음 알았어요.”

“노인? 저기 공자님 옆의 두 노인?”


장소소는 혁우련의 말로 인해 다른 생각을 하느라 성진처럼 양호와 한회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


“평범한 노인들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요. 괴물이에요.”

“그럼 혹시 여기 있는 사람들 공자님이 다 죽일 수도 있고, 죽여도 우리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설마 사숙조께서 그런 일을 하시겠어요? 여기 있는 사람을 다 죽인다니요?”

“네가 보는 공자님과 내가 보는 공자님은 언제쯤 같은 사람이 될까?”


장소소가 걱정 어린 눈으로 혁우련을 바라볼 때 혁우련은 앞에 놓인 조식명을 향해 쪼그려 앉으며 웃었다.


“평소의 나라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거든? 우선 죽이고 본단 말이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조금 전에 보이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조식명이었다.

그 많은 수하 속에서 자신을 빼 오는 노인의 무공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조식명은 최대한 적의를 드러내지 않는 눈으로 공손하게 이야기를 하려 노력했다.

혁우련은 그런 조식명의 모습에 그의 뺨을 토닥이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민이 돼. 너를 죽이고 여기 있는 저놈들도 다 죽이는 것까지는 문제가 안 되는데······ 너를 죽이면 네 아비가 슬퍼할 거란 말이지.”

“그렇소. 나를 죽이면······”

“도련님을 구해라.”


조식명의 지시를 기다리며 눈치를 보던 조식명의 부하들은 조식명이 잡히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이대로 자기들의 주군이 당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수도 없었다.

조금 전 조식명에게 말했던 대로 상대는 다섯에 불과했다.

그런데 다섯에게 주군을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그대로 눈 뜨고 주군이 농락당하는 것을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이 혁우련으로 하여금 판단을 쉽게 하게 만들어줬다.


“너희들이 먼저 시작한 거다.”


혁우련은 자신을 향해 덤벼 오는 이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듣는 것만으로 소름 돋는 소리가 혁우련의 검 끝에서 들려왔다.

혁우련의 검이 스친 곳에 서 있던 이의 머리가 굴러떨어졌다.

피는 사람을 흥분하게 만든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려는 듯 조식명의 수하들은 광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동료의 피를 보자마자 조식명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잊은 듯 보였다.


“우와와.”


괴성을 지르며 일제히 혁우련을 향해 덤벼들었다.


“봤지? 네 수하들이 먼저 시작했다. 나는 나를 지키려 어쩔 수 없이 검을 휘두르는 거야.”


털썩.


혁우련이 조식명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말을 하면서도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가 움직이지 않아도 되나?”

“도련님이 말할 때만 움직이면 돼. 그런데 저 아이는 어떻게 하지?”

“조금 더 지켜봐. 저 아이가 예언이 지목한 사람인지 아닌지 아직 알 수가 없으니까.”

“도련님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 이랬는데······


이제는 혁우련의 손속에 적응이 된 듯한 장소소였다.

그녀는 조금 전 혁우련의 말에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성진은 검을 펼칠 때마다 다른 경지를 보이는 혁우련의 검 끝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펼치는 혁우련의 검 속에 성진이 깨닫지 못한 수많은 묘리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 그만하시오.”


혁우련이 다가오는 날파리를 향해 손을 휘젓듯이 검을 한번 휘저을 때마다 조식명의 수하들이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나고 있었다.

이제 조식명의 수하들은 하나하나 순서를 기다려서 혁우련을 향해 달려드는 것만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의 수하들이 모조리 도륙당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식명이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혁우련은 그 말을 듣지도 않고 계속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조식명의 수하들조차 조식명의 그만하라는 이야기에 몸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상황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지경에 다다랐다.


서걱.


결국, 수하의 절반이 바닥에 목이 잘려 쓰러지고 나서야 조식명의 수하들은 혁우련에게 덤벼드는 것을 멈추고 말았다.


“뭐야? 끝났어? 더 들어와. 나는 아직 끝이 난 게 아니야. 왜 그래?”


혁우련이 손을 까딱거리며 도발을 했지만 조식명의 수하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혁우련은 아쉬워하는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이것들 보니 갑자기 생각이 달라진 거야?”


혁우련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검 끝으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봐. 너도 열 받지 않아? 네 수하가 이렇게 시체가 되어 쓰러져 있는데? 자. 지시를 내려라. 나를 죽이라고 말이다. 모두 한꺼번에 덤비라고 해.”


혁우련은 말을 하고 자세를 잡았다.

자기를 향해 들어온다면 그대로 모두 썰어 주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흐흐흐. 역시 도련님이야. 변하지 않았어. 변한 것은 외모일 뿐이었어.”

“그러니까. 이렇게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마치 어제처럼 느껴져.”

“우리도 아쉬운데 몇 명 잡아서 놀아볼까?”


조식명은 폼을 잡고 있는 혁우련과 한쪽에서 즐거운 듯 이야기 하는 노인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남의 집, 남의 전각에서 그들은 놀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기와 자기의 수하들은 그런 그들에게는 공깃돌과 다름없었던 것이었다.


“공자. 그만하시오. 너희들도 그만해라.”

“왜 그래? 이제 몸이 좀 풀리려고 하는데······ 그냥 내가 들어갈까?

“내가 잘못했소. 이제 그만 하시오. 이 이상 치욕을 주지 마시오.”

“아직도 고개가 뻣뻣하다? 말의 내용과 말하는 태도가 맞아야 네 부탁을 들어주는 맛이라도 있지. 그따위 얼굴을 하고 그따위로 말하면 누가 네 말을 들어주겠냐?”


짝.


혁우련은 손바닥으로 조식명의 뺨을 후려쳤다.

내공이 실리지 않은 손이었지만 정통으로 얻어맞은 따귀에 조식명의 뺨이 삽시간에 부어올랐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공자의 여자를 건드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역시 고기는 다져야 부드러워진다니까. 앞으로 네 집 안에 있다고 모두 네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둬라.”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혁우련은 조식명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그의 부어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제 알았으면 앞으로는 그러지 마. 사람 잔뜩 기대하게 만들고 이렇게 끝나면 내가 얼마나 실망하겠어. 이럴 거면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지.”

“네. 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조식명은 머리를 숙여 사죄하고 있었다.

이곳이 자신의 집이며 앞에 있는 다섯을 제외하고 모두 자신의 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감히 혁우련 앞에 다른 모습을 보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기 수하들을 웃으며 처리하는 혁우련의 모습과 이 상황을 즐기는 모습에 질려버린 것이었다.


“잘해.”


혁우련은 조식명의 뺨을 두어대 치고 일어났다.


“가자. 셋째는 끝났으니 둘째 잡으러 가자.”


혁우련은 마치 동네 뒷산에 풀을 뜯어 먹으라고 잠시 나무에 묶어 놓은 소를 찾으러 가듯이 휘적휘적 전각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양호와 한회가 따랐고 제일 뒤에서 장소소와 성진이 전각을 나섰다.


“이것들 왜 이래?”


혁우련은 앞서 걸으며 고개를 돌려 한회를 향해 말을 걸었다.


“도련님. 무엇을 말입니까?


한회가 혁우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며 혁우련이 말한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찾으려 했다.

그러나 혁우련이 말하는 것은 주변의 풍경이 이상하든 것이 아니었다.


“이 정도 도발했으면 발끈해야 하잖아. 그런데 왜 저러지? 배다른 자식이라서 그런 건가?”


곁에 있던 양호는 그제야 알겠다는 얼굴로 끄덕인 후 한회를 대신하여 대답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닐 겁니다. 셋째가 만곡상가에서 제일 똑똑합니다. 그래서 저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도련님께 맞서다가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계산이 나왔겠지요.”

“그래서 그런가? 그럼 둘째는 조금 다를까?

“똑같이 대한다면 둘째 쪽에서 도련님이 원하는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 그랬으면 좋겠군.”


장소소는 혁우련의 말이 무슨 뜻이냐고 성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나 성진도 혁우련의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둘은 그저 혁우련의 뒤를 쫓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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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내가 혁우련이다 24.05.03 281 5 14쪽
61 61화 의성(醫聖)을 찾아라 24.05.02 283 6 14쪽
60 60화 의미를 부여하는 놈들에게나 의미가 있다 +1 24.05.01 309 8 14쪽
59 59화 몸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을 기억해 내라 24.04.30 303 7 14쪽
58 58화 너는 나랑 놀자 +2 24.04.29 313 9 12쪽
57 57화 이제 협상을 시작해볼까? 24.04.28 329 8 13쪽
56 56화 정파를 이끌어 달라 24.04.27 324 8 13쪽
55 55화 계획했던 일을 해봐라 24.04.26 325 8 12쪽
54 54화 선물을 준비했다 24.04.25 348 8 12쪽
53 53화 임소념의 등장 24.04.24 361 8 12쪽
52 52화 상대에 대한 원한과 증오는 남이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4.04.23 35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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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태상노군이 누굴 좋아하는지 아느냐? +1 24.04.20 43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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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화 너희들이 먼저 시작한 거다 24.04.12 50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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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만곡상가 그늘아래 머무르고 있다 +2 24.04.10 52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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