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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요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의 아웃소싱 파견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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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요
작품등록일 :
2020.10.05 16:55
최근연재일 :
2020.10.1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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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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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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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 파견 - 4

DUMMY

저수지를 둘러싼 높은 산봉우리의 단풍들이 눈에띄게

붉어진것에서 가을을 느낄수가 있었다.


구름한점 없이 맑은 하늘에 샛노란 해가 걸려있었다.


쏟아지는 햇볕이, 상쾌한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저수지

위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이 저수지가 위치한 곳은 강원도 오서군에 자리한

오서산의 고지대였다.


산의 이름을 따서 낚시터의 이름도 오서낚시터였다.


신우는 아침부터 샤워를하고 저수지 앞에 나와 상쾌한

가을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잔잔한 저수지 한가운데 홀로 떠있는 소형선박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낚싯배로 영업을 했던 것인지, 아니면 사장

의 개인적인 취미용 요트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사장의 소유라는것은 알고있었다.


방문객들이 하도 건드려서 저수지 한복판에 정박해 놨

다나?


사장이 점검을 위해 수상좌대를 띄워 배에 접근하는것

을 한두번 봤을뿐이다.


풍경을 실컷 감상하고 나서 이제 가게로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신우가 한눈을 팔고있는 사이에 장씨부부가

이용하고있는 수상좌대가 육지에 다가와 정박했다.


“장씨아저씨, 좌대에서 주무시는건 편안하세요?”


신우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 신우군 좋은아침이네. 여기 공기가 너무 좋아서

술도 안취하는거 같아. 하하.”


“사모님은 안내리시는거에요?”


신우가 물었다.


장씨가 내리고 장씨의 부인인 홍씨만 남은 수상좌대는

그대로 다시 저수지를 향해서 떠내려갔기 때문이었다.


“아.. 으응. 안사람은 여기 풍경이 너무 좋다그래서, 좀

있다가 내릴거야.”


육지에 내린 장씨는 신우가 순찰을 돌듯이 저수지

주변을 한참이나 걸었다.


아무리 낚시를 좋아하고 이곳 풍경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하루종일 수상좌대에서만 생활하는건 좀이 쑤시

는 일이었을 것이다.


한참동안 산책을하던 장씨는 샤워를하고 낚시가게로

와서 식료품을 구입했다.


장씨가 고른 식료품을 계산하던 신우는 부부 둘이서

사먹기에는 양이 꽤 많다고 생각했다.


‘식료품은 내일 또 사러올거 아닌가?’


그때쯤 홍씨가 탄 수상좌대는 다시 육지에 정박했다.


식료품이 가득 담긴 봉투를 들고 장씨가 다시 수상좌

대에 오르고, 군인들이 근무교대를 하듯이 이번에는

홍씨가 육지에 내렸다.


홍씨도 장씨와 똑같은 행동을 했다.


산책을하고, 샤워하고, 낚시가게에 들려 필요한 물건을

구매했다.


수상좌대에 갇혀있다가 풀려난 사람들을 관찰하는 행

동실험을 보는것 같았다.


이곳의 풍경이 장관인것은 사실이지만 하루종일 수상

좌대에서만 생활하는것도 힘든 일일것이다.


홍씨의 생기를 잃은 지친듯한 퀭한 눈빛이, 이를 증명

해 주는것 같았다.


‘수상좌대에만 있는게 답답하면 낮에라도 부부가 함께

육지에 내려서 쉬다 나가지, 꼭 번갈아가면서 내릴 필

요가 뭐람?’


신우는 홍씨의 안색을 살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홍씨도 육지에서 볼일을 어느정도 봤을때 다시 수상좌

대가 육지로 와서 홍씨를 태우고는 바로 떠나갔다.


저수지에서 연달아 일어났었던 사고와 낚시꾼들 사이

에서 떠도는 괴이한 소문때문에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

긴 요즘같은 때에는,


낚시터관리인으로서 숙식을 제공받고 있는 신우도

바쁠일이 없이 하루종일 한가했다.


이용객이 없어서 고장이 생길리가 없는 공용시설을 점

검한 신우는 케이블채널이 없는, 채널이 몇개밖에 안

되는 TV를 틀어 뉴스를 조금보다가 끄고 라디오를 들

으며 시간을 때웠다.


늘 그렇듯이 늦은 오후가 되자 태양은 산봉우리 뒤에

고개 한뼘 내민채 하늘을 붉은노을로 물들였다.


이순간 하늘을 바라보는 이가 있다면 세상과 단절된

저수지를 통해 완전히 다른세계로 떠나오는 상상을 할

만 할것이다.


높은 산봉우리 뒤에 숨어서 얼굴한뼘 내밀고 있던 일

몰도 사라지자 저수지와 주변을 둘러싼 숲속에서 어둠

이 스물스물 기어나왔다.


마침내 밤이되어 어둠이 지배하자, 저수지는 아침에

보여주었던 가을의 상쾌함과는 전혀 다른 음습한 암흑

으로 얼굴빛을 뒤바꿨다.


시간이 흘러 신우는 손바닥만한 손전등을 집어들었다.


다시 순찰을 나가야할 시간이었다.


낚시가게를 나와 저수지 앞에 선 신우는 오늘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밤이되자 낮보다 바람이 거세졌다.


거친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며 내는 소리가

마치 숲속에 깃들어있는 악령의 울음소리같이 느껴졌

다.


신우가 손전등으로 정면을 비추고 한걸음한걸음 내디

딜때마다 낙엽이 바삭바삭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칠흙같은 어둠속에 떨어지게 되면 시력이 약해지는 대

신에 다른 감각이 짐승같이 예민해지는것 같았다.


신우는 저만치에서 낙엽이 바람에 떠밀려 굴러가는 소

리, 저수지의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소리, 뒷통수를 쓸

어넘기는 바람 등.


이런 모든것들에 신경이 곤두섰다.


감각이 예민해져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선채로 저수지

와 숲속 사잇길을 걷던 신우의 앞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듯이 불빛이 뻗어져왔다.


캠핑용 랜턴불빛이었다.


소율의 캠프에 다다른 것이었다.


소율은 이미 신우가 낙엽을 밟으며 걸어오는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몸을돌려 서있었다.


“신우씨, 순찰도시는 중이세요?”


소율이 먼저 말을 걸었다.


“예, 하하. 소율씨는 이런데서 혼자 밤을 지새는게 무

섭지는 않으세요?”


“예에.. 아무렇지도 않아요.”


“대단하시네요, 여자분 혼자 깊은 산골에서 일주일

동안이나 캠핑하면서 낚시라니.

이런곳에서 혼자 자는것도 무서워하지 않으시고..

하하.”


그것은 신우의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은 것이었다.


“그럼, 오늘도 많이 잡으세요.

저는 가볼게요.”


신우는 어제처럼 소율이 오래 대화를 나누는걸 원치

않을거라고 생각해 그쯤하고 자리를 뜨려했다.


“저.. 신우씨.”


그런데 의외로 또 소율이 자리를 뜨려하는 신우에게

말을 걸어왔다.


“신우씨는 줄곧 여기에서 일하고 계신건가요?”


“아뇨, 여기서 일하게된지 얼마되지 않았어요.

한 4주 조금 넘은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신우씨가 오기전에 관리인으로

일하던 사람을 본적은 있으신가요?”


“아뇨, 이전 관리인이 사라지고 한동안 관리인없이 운

영했었다고해요.

그 후에 제가 온거니까 이전 관리인은 보지 못했죠.”


“사라졌다구요?”


“예에, 외국에서온 젊은 여자였다고 하던데 월급을 받

고나서 말도없이 사라졌다고..

저도 말로만 들은얘기라 자세한 사정은 알지못해요.”


신우는 이유는 모르지만 이런 얘기를 듣고 그녀가 시

무룩한 반응을 보인다고 느꼈다.


“신우씨는 어디서 지내고 계세요?”


잠시 밝지못한 얼굴로 시무룩해 있던 소율이 말했다.


“낚시가게에 오셨을때 그 건물위에 컨테이너박스가 하

나 얹혀져 있는거 보셨죠?

거기가 제가 지내는 방이에요.

끝내주는 곳이죠. 하하.”


신우가 괜히 너스레를 떨면서 말했다.


“그럼 신우씨 이전에 있던 낚시터관리인도 그곳에서

지냈을까요?”


“예, 그랬었다고 들었어요.”


신우가 대답했다.


“저..”


소율이 무언가 할말이 있는듯 했지만 말을 꺼내기 조

심스러워 하면서 머뭇거렸다.


“제가 한번 신우씨가 지내는 방에 가봐도 될까요?”


너무나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라 신우는 대답이 더듬어

져 나왔다.


“아.. 네, 뭐 아..안될건 없지만.

방이 너무 누추해서 손님을 맞을만한 곳이 못돼는데요.

할얘기라도 있으시다면 다른 곳에서···”


“부탁이에요, 꼭 가보고싶어요.”


이말을 하는 소율의 눈빛은, 그전에 보였던 대화에

소극적이고 머뭇거리는 소녀의 눈빛이 아니라,


진지하고 결사적으로 원하는바를 해내고 말리라는

어떤 결사의 각오같은것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듯

했다.


그 눈을 본 신우는 더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소율이

내일쯤 방문하겠다는것을 수락했다.


소율의 캠프를 떠나서 계속 순찰을 돌면서 신우는 생

각했다.


소율이 왜 자신의 방에 찾아오려고 하는것인지.


소율같은 미인이 자신의 방에 오겠다는 것은 거절할

이유가 없는것이긴 하나,


소율의 태도를 보면 신우에게 남자의 매력을 느껴서

그러는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다.


신우는 이부분을 이렇게 현실적으로 느낄수 있는것이

아주 안타깝게 느껴졌다.


소율이 오기전에 방을 깨끗하게 청소해야겠다고 다짐

하면서 걷다보니 저만치 앞에,


만춘의 캠프에서 흘러나오는 랜턴불빛이 보였다.


만춘은 여전히 낚싯대를 드리운 좌대에 앉아 저수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까이가보니 사람의 말소리 같은것이 흘러나왔다.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이다.


흘러나오고 있는 목소리는 뉴스였다.


라디오소리 때문에 신우가 가까이 다가갈때까지 눈치

채지 못하는듯 보였다.


“어, 신우군 왔나?”


만춘이 뒤늦게 돌아보았다.


“만춘아저씨 오늘은 재미좀 보시나보네요.”


만춘의 옆에까지 다가간 신우는 어망에 가득들어찬

물고기들을 흘끗 내려다 보았다.


“다 잔챙이들이지 뭐.”


만춘의 말에는 별것 아닌척하면서도 어망가득한 물고

기를 두고 으스대는 거들먹거림이 있었다.


“잔챙이들이긴 하지만 입질은 많아서 재미가 좋아.

사람이 빠져죽은 낚시터에는 물고기가 잘잡힌다던가.”


만춘은 무심하게 말하는척 했지만 몰래 신우의 얼굴을

흘끗 훔쳐보았다.


신우가 흠칫 놀란 얼굴을 하고있자 만족스러운듯 입꼬

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신우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신우는 만춘도 그 소문을 알고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만춘의 옆에 서있던 신우는 좌대에 앉은 만춘의 얼굴

을 내려다보았다.


“뭘 그렇게 놀란얼굴로 보는거야.

나도 낚시짬밥좀 먹은 사람이라구, 낚시꾼들 사이에

파다한 소문이 내귀에 안들어왔을거 같은가?”


“얼마전에 있었던 사고 이후로 매일같이 이용객들로

붐비던 이곳이 얼마나 한적해졌는지 보세요.

아저씨는 그걸 다 알면서도 여기서 태연하게 혼자 주

무시고 계신거세요?”


“이봐 신우군, 나도 사고는 물론 안타깝게 생각한다네.

하지만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건가?

사고로 죽은 사람들이 귀신이 되서 여기 남아있다고?

그래서 여기오는 낚시꾼들 눈에 자꾸 이상한것이 보이

고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그거는 말이야.

낚시꾼들중에 몇몇 겁많고 소심한 놈들이, 사고소식에

상상력을 더해만든 얘기가 낚시꾼이라는 특정 집단

속에 퍼져나가서 자리잡은것 뿐이야.

원래 인간이란 모여서 군중이되면 혼자있을때보다 멍

청해지는 법이거든.”


신우와 만춘이 대화에 열중해 있을때, 뉴스가 흘러나

오는데 한창이던 라디오에서 익숙한 지역명이 나와서

귀를 잡아당겼다.


[강원도 오서군의 오서산 바로 아래 위치한 오서교도

소에서 3일전에 수감자 한명이 탈옥한 사건이 있었던

것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교도소장이 관리소홀로 징계를 받는것을 꺼려해서,

경찰에 보고하는것을 막은채 비번인 교도관들까지 총

동원해서 수색을 벌였지만 탈옥수의 행방이 오리무중

이자 뒤늦게 경찰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 탈옥수의 정체는, 6명의 여성을 성폭행한후

연쇄살인한것이 꼬리가 잡혀 4년전 검거된 장대수인것

으로 밝혀져 인근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있다고

합니다.

장대수는 2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중이었습니다.

경찰은 오서교도소의 인근에 위치한 오서산으로 장대

수가 숨어들었을거라고 예상하고 경찰력을 동원해

수색작전을 벌이고는 있지만.

이 오서산이 해발 2000미터가 넘는 크고 높은 산이라

수색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서교도소라면.. 이 산 바로 밑에있는 교도소잖아?

오서산이라면 바로 여기고.”


“예에.. 그런것 같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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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낚시터 파견 - 7 +1 20.10.09 21 1 11쪽
7 낚시터 파견 - 6 +1 20.10.08 20 1 12쪽
6 낚시터 파견 - 5 +1 20.10.07 24 1 11쪽
» 낚시터 파견 - 4 +1 20.10.06 29 1 12쪽
4 낚시터 파견 - 3 +2 20.10.05 29 2 11쪽
3 낚시터 파견 - 2 +2 20.10.05 37 3 11쪽
2 낚시터 파견 - 1 +2 20.10.05 4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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