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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제작자는 뭐든지 만듭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글블럭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6 18:46
최근연재일 :
2021.08.20 22:2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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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2
추천수 :
247
글자수 :
152,855

작성
21.08.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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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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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웨이브(2)

DUMMY

유난히 하늘이 흐린 날이었다.

하필 이런 날에?


아니면, 이런 날이기에 날씨가 우중충한 것일까.


그건 곧 있으면 알게 되겠지.


현재 나는 엔디미온의 탑 안에 있었다.


던전에 들어간 것이 아닌, 말 그대로 탑의 1층에.


본격적으로 웨이브가 시작되기 전에 준비해야 했다.


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던 1층의 탑의 잔해를 깡그리 치우고 마석으로 제작한 등을 곳곳에 달아 한결 깔끔하게 만들어 두었다.


던전으로 향하는 통로 역시 그럴듯하게 다듬어 놓고 비어있는 공간에 큼직한 탁자를 세웠다.


탁자의 위엔 엔디미온의 전체적인 조형을 그린 지도가 펼쳐져 있다.


윌슨이 가지고 있는 엔디미온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이안. 준비는 대충 끝났어.]


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스마트폰에서 비롯된 윌슨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현재 내 귀에 걸려있는 금속 귀걸이. 거기에서 리나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알았어, 리나. 리브는 어때? 뭐라도 낌새가 느껴지는 게 있는 것 같아?”


[음. 아직까지 특별히 느껴지는 건 없는 것 같아.]


“좋아. 계속 수고해줘.”


[응.]


던전 10계층의 트롤 제너럴을 잡았을 때 몇 가지 보상이 있었다.


윌슨의 마력 탐지 범위가 늘어나고 리나를 검은 숲의 마력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할 수 있었지.


20계층을 뚫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단 레벨 20을 찍어서 획득한 것과 별개로 다양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는 ‘스마트폰의 전파 범위 확장’이었다.

3


처음에는 단순히 탐지 범위가 확장되고 더 세부적으로 될 것이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이 이 귀걸이, ‘통신장치’다.


20레벨이 되면서 확장된 『제작』의 폭.

‘동력장치’를 만들었을 때를 참고해서 비슷한 방식으로 통신이 가능한 귀걸이를 만들었다.


저쪽 지구의 핸드폰과 비슷한 원리였다.


당연히 세부적으로 보자면 기지국이니 뭐니 복잡한 부분이 많지만, 이 세계에선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검은 숲 전역에 퍼져 있는 스마트폰의 전파를 바탕으로 윌슨이 귀걸이를 통한 통신을 제어해 주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처음에 이 장치를 만들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도 제법 볼 만했다.


작은 금속에서 소리가 들린다는 둥, 어떤 원리로 작용하냐는 둥.


그들이 알고 있는 원거리 통신 수단이라고는 서한 보내는 것이나 일부 마법사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수정구가 전부이기에 신기하지 않을 수 없겠지.


심지어는 내가 직접 개발한 마법이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처음엔 부정할까 생각해 봤지만 엄연히 말해서 틀린 말은 아니므로 대충 수긍했다.


오히려 나에 대한 그들의 신뢰를 더 얻을 수 있었으니 이득이라면 이득이겠지.


그 외에도 그들에게 《기계공학》의 『제작』 아이템을 보여주니 웨이브에 의해 죽을지 모른다는 그들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종식시켜 주었다.


물론 아무리 나라고 해도 혼자서 D급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웨이브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이곳에 있는 그들 모두 각자가 맡은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야만 간신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때요? 각자 준비는 되어 있어요?”


[그럼 물론이지!]

[걱정하지 마라.]

[이렇게 된 거 폐를 끼칠 수야 있나?]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그럼 이제 우리도 슬슬 준비하자.”


나는 내 옆에 서 있는 로봇. 블레이즈에게 말했다.


비록 무생물이긴 하지만 던전에서 녀석의 도움을 받았기에 별 일 없으면 이렇게 꺼내두고 있었다.


기이잉.


내 말에 온몸에 화염 내성 각인이 새겨진 로봇과 함께 탑의 밖으로 나왔다.


탑이 중심에 있는 광장의 풍경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기저기 정신 사납게 흩뿌려져 있던 폐허의 잔해들은 깔끔이 치우고 임시로 만들었던 거처인 오두막들도 좀 더 튼튼하게 보강했다.


무엇보다 엔디미온의 곳곳에 미리 ‘설치’해 둔 장치가 있었다.


그것들만 잘 작동한다면―


[이안]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귀걸이의 형태를 한 통신기에서 리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오고 있는 것 같아.]


그가 말하기 무섭게 갑자기 공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숲의 나뭇잎들이 일제히 떨었다. 마치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이안 님. 하늘에서 고출력의 에너지가 감지되었습니다!]


업그레이드를 한 뒤로 음성에 고조가 생긴 윌슨의 말에 따라 황급히 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쩌적.

쩌적.

쩌저적.


하늘에,

금이 가고 있었다.


“저, 저기 봐!”

“하늘이 갈라지고 있어······!”

“야! 정신 똑바로 차려! 저게 분명―”


웨이브.


그것을 본 모든 사람들은 똑같은 걸 생각했을 때, 나는 귀걸이 대고 소리쳤다.


“모두! 정신 차리고 각자 자리에 가서 준비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파창!


유리가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고막을 때리면서 공간의 일부가 깨져버렸다.


무저갱과 같은 깊은 어둠.

그 너머에서 붉게 빛나는 수많은 점들이 보였다.


“그어어어어어.”

“크르르르.”

“가각. 가가각.”


귀를 더럽히는 듯한 온갖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웨이브의 시작이었다.



*



“흐음~”


던전의 내부.


셀렌은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던전에 갇힌 후 처음으로 사람을 이 방에 초대했었다.


흑발에 금빛 눈을 가진 청년, 이안.


셀렌은 그 날의 일을 다시금 회상하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후훗. 조금은 아쉽네. 좀 더 대화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 뒤로도 이안은 웨이브를 대비할 자원을 구하기 위해 일부 외부인을 데리고 던전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12계층에 왔을 때 다시 한 번 셀렌을 만나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어디에서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당연하지. 애초에 이 방은 12계층에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이곳은 던전의 계층과 계층 사이, 특정할 수 없는 비밀의 공간을 꾸민 것이다.


먼 옛날, 특히 공간 마법에 능한 셀렌에게 이런 일은 무리도 아니었다.


셀렌이 외부인에게 자신을 자주 노출하면 던전의 체계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20계층에서 이안을 떠나보낸 뒤 다시 모습을 감춘 것이다.


“그나저나 대단하다니까.”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면서 셀렌은 14일 전의 일을 회상했다.


이안과 그 스마트폰의 감지에 걸리지 않았지만 셀렌은 마력과 기척을 숨긴 채 이안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12계층에서 20계층까지,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묘한 마법을 이용해 매 층을 통과해 갔다.


18계층까지는 솔직히 셀렌도 그려려니 했다.


분명 난관인 것은 맞지만 그곳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마수는 이안이 간신히 깰 수 있게끔 셀렌이 대치해 놓은 마수들이었으니까.


일반적인 마수보다 조금 강한 문지기일지라도 E급을 넘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19계층을 전혀 관여하지 않았는데.”


19계층의 멸망의 세계.

멸망의 원인은, 백귀야행.


지상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웨이브’를 막지 못한 세계였다.


세계를 빽빽이 매우다 시피 한 몬스터들을, 이안은 기어코 뚫어 버렸다.


놀라운 것은, 이안은 모르고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마수들의 등급이 D에 가깝다는 것이다.


‘용사’라 분류되는 비정상적인 초인이 아닌, 일반적인 전투원 혼자로선 상대할 수 없는 놈들을 이안은 뚫어버렸다는 것이다.


고작 8일 전만 해도 E급 마수 한 두 마리에 쩔쩔 맸던 걸 떠올리면 믿기지 않는 발전이었다.


“흐흐흐흐······.”


그렇기에 셀렌은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 성장에 한계란 존재할 것인지, 다음에 만났을 땐 그가 얼마나 성장을 이루었을지.


그리고 과연 이안 그 청년이 품은 ‘의문’을 얼마나 해소하고 올 것인지.


“아아. 너무 기대돼서 참을 수 없구나. 내가 이 던전에 묶여 있지만 않았더라면······.”


그를 붙잡아 두고두고 성장의 원천을 파헤칠 수 있을 텐데.

다른 세계에서 온 그와 다른 세계의 통로인 이 던전의 연관성에 대해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터인데.


셀렌은 마법사.

마법사란 본디 이성과 탐구를 추구하는 존재. 그 외의 것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람의 감정, 기분, 공감. 이딴 것은 부차적인 순위로 두는 것이 마법사의 본질이다.


그리고 셀렌은 그 누구보다 마법사의 본질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해부할 정도로의 미치광이라 불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만약 그가 이안의 성장에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12계층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안은 그에게 붙잡혀 실험체로 전락해 버렸을 것이다.


순전히 그의 변덕에 의해 던전 밖으로 살아 나갈 수 있었음을 이안은 몰랐다.


“빨리, 빨리 성장해서 .꼭 다시 나와 만나주렴. 이계의 아가야.”


그 때는 내가 널 철저히 파헤쳐주마.


단순히 비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의 말을 끝으로 셀렌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



펑! 펑!


“케엑!”

“까아아아!”


광장의 밖, 폐허의 곳곳에서 폭발과 함께 엄청난 연기, 그리고 몬스터들의 비명이 울렸다.


“크하하하! 놈들이 다가오지도 못하는구만!”

“이봐! 떠들 시간에 한발이라도 더 쏴!”


흥분으로 한껏 고조된 목소리.


탑의 중앙부.

일부 검투사들이 저마다 포탑을 맡아 홍수처럼 떠밀려 오는 몬스터들을 요격했다.


내가 제작했던 자동자율포탑을 개량한 것들이었다.


레벨이 오르고 윌슨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한 덕에 포탑의 성능도 향상된 것이었다.


당장 포탄에 직격당한 몬스터들은 D급이든 뭐든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그 중 특히 리브의 활약이 돋보였다.


펑! 쩌저적!


[일부 몬스터들을 얼려 길목을 차단했어요. 놈들의 진격이 한층 늦어질 거에요.]


그의 침착한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특유의 감지 능력으로 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그가 하급 얼음의 영혼석으로 업그레이드한 블리자드를 이용해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몬스터들을 얼리고 있는 것이었다.


탑의 제일 꼭대기에서 전체적인 전황을 확인하고 있던 나는 고개를 조금 숙여 광장의 근처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확인했다.


[좋아! 잘했어! 리브!]


힘차게 말하는 리나.


그녀는 최전방에서 칼을 비롯한 일부 검투사들과 함께 광장에 접근하는 놈들을 썰어버리고 있었다.


적어도 그녀의 은신을 감지할 수 있는 몬스터는 없는지 써는 족족 목이 날아가고 있었다.


다른 쪽도 상황이 매우 좋았다.


칼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의지에 익숙해진 검투사들은 강철 신체를 방패 삼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한 마리, 한 마리씩 괴물을 사냥했다.


화아아악!


[와. 너 진짜 대단하구나.]


화염으로 내질러 몬스터를 태우는 블레이즈의 모습에 감탄하는 리나.


아무튼 웨이브에 대한 대처는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더.


“앞으로 얼마나 남은 것 같아 윌슨?”


[현재 확인된 남은 몬스터는 약 스무 마리입니다.]


“······그래?”


뭐지? 원래 웨이브가 이렇게 쉽게 해결되는 거였나?


그렇다고 몬스터들이 D급이 아닌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포탄 한 방 한 방이 놈들에게 굉장한 피해를 주고 있었다.


······성장한 건가?


확실히 거진 혼자서 던전 12계층에서 19계층까지 개고생을 하고 레벨을 엄청 올리긴 했었다.

게다가 던전에서 보급받은 소재로 로봇들을 강화한 덕도 확실히 있었다.


모르고 있었던 성장치가 쌓이고 쌓여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터지게 된 것인가.


‘나쁘지 않은 정보다. 이대로 더 다듬을 수 있다면 리나의 은신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막을 횡단할 수 있겠어.’


더불어 능력이 강해진다면, 이곳을 하나의 영지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예언가를 만나러 간다는 당장의 목표에 더해, 그보다 먼 미래의 일의 청사진이 그려질락 말락 한 그 때였다.


[이안 님. 특이 에너지 반응이 확인됐습니다!]


“응?”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직 메워지지 않은 허공의 구멍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귀를 막지 않고는 못 버틸 정도의 소리, 그리고 그 속에서 등장한 것에 나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 이렇게 쉽게 끝날 리 없지.”


양쪽 머리에 뿔, 등에는 박쥐 같은 날개, 소의 다리를 한 거대한 몬스터.


“뭐, 뭐야 저게······?”

“이 무슨, 손이 떨리잖아?!”


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압도시키는 마수.

난 놈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당연하지.

그 놈은 CRAFT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보스몹으로 악명이 자자한 놈이었으니까.


“크우어어어어어!”


발록.


추정 B급의 몬스터가 세상에 강림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글블럭입니다.



제 작품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집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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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던전의 진실 21.08.18 74 5 13쪽
23 멸망의 땅(6) +1 21.08.17 81 5 13쪽
22 멸망의 땅(5) 21.08.16 83 6 14쪽
21 멸망의 땅(4) +1 21.08.14 88 9 11쪽
20 멸망의 땅(3) 21.08.13 92 6 13쪽
19 멸망의 땅(2) 21.08.12 101 7 13쪽
18 멸망의 땅(1) 21.08.11 105 9 14쪽
17 전언(2) 21.08.10 117 9 13쪽
16 전언(1) 21.08.09 123 7 14쪽
15 챔피언(2) 21.08.07 132 8 14쪽
14 챔피언(1) 21.08.06 140 9 14쪽
13 침입자들(3) 21.08.05 151 7 13쪽
12 침입자들(2) +1 21.08.04 173 11 15쪽
11 침입자들(1) 21.08.03 171 11 14쪽
10 보스 몬스터(2) +1 21.08.02 175 10 14쪽
9 보스 몬스터(1) +1 21.08.01 182 12 13쪽
8 조우(2) +1 21.07.31 196 10 13쪽
7 조우(1) 21.07.30 213 10 13쪽
6 설계도 +1 21.07.29 234 15 14쪽
5 던전(2) +2 21.07.28 237 11 14쪽
4 던전(1) 21.07.27 275 14 14쪽
3 게임 속으로 떨어졌다(2) 21.07.26 307 17 13쪽
2 게임 속으로 떨어졌다(1) +1 21.07.26 330 13 12쪽
1 프롤로그 21.07.26 423 1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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