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복어킹

나 혼자 차원상점으로 중세 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프로틴뚜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42
최근연재일 :
2023.05.29 08:3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4,256
추천수 :
135
글자수 :
154,096

작성
23.05.24 16:35
조회
85
추천
2
글자
12쪽

ANG(1)

DUMMY

“으...냄새. 아무리 감옥이어도 청소 좀 하면 안 되나?”


짜증이 튀어나온다.

안 그래도 여기 있다는 사실도 아니꼬운데 냄새까지 나니 오죽하겠는가.


어쩔 수 없다.

내 선택에 대한 대가이니,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 실례지만, 그쪽의 코를 한대만 후려갈겨도 될까요?

- ?

- 수락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이 짧은 대화를 끝으로 경비대장의 코에 아 몰라 펀치를 꽂았다.

힘 조절을 잘 못 해서 코뼈가 내려앉은 경비대장은 끼햑 - 하는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나뒹굴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이 치안청 지하 감옥에 구금된 건 그렇게 된 사정이었다.

‘기로의 선택은 늘 옳다’는 내 신념에 따른 행동이었지만, 아직도 도통 왜 이런 조언을 한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일단 좀 기다려보자. 조급해할 필요 없어. 상단 업무는 세리나랑 한스가 알아서 하고 있을 테니까.’


나는 천천히 방을 둘러봤다.

창문 하나 없이 사면이 온통 축축한 벽돌로 뒤덮여있다.

혹시 빠져나갈 구멍 같은 거라도 있나 기대했는데, 이래서야 개미 한 마리도 못 기어나가겠다.


그렇게 뚫어져라 벽을 노려보고 있자니, 갑자기 벽 표면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잘못 봤나 싶어 얼굴을 앞에 얼굴을 가져다 대는 순간...


[...끼양아아아아악!!!!]

“으하아아악!”


쪼그만 초록색 꼬맹이가 벽에서 튀어나왔다.


[왜, 왜 갑자기 벽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거야!!]

“내가 할 소리다. 왜 갑자기 벽에서 튀어나오냐?”

[뭐? 이게...기껏 찾으러 와줬더니! 벽 통과하려고 본모습으로 변하기까지 했는...]

“됐고. 밖에 상황부터 말해봐.”

[너 내가 말 끊지 말라...어휴...그래, 이제 체념했다. 지금 바깥에 완전 난리도 아냐. 치안청이 네가 마인으로 의심된다고 공표해버렸다고!]

“뭐? 그게 무슨...”

[지금 상단 건물에 사람들이 쳐들어오고 난리 났어. 자기들이 낸 돈 환불해달라고. 한스랑 세리나가 어떻게 막아보고는 있는데, 쉽지 않아 보여.]


아무리 그래도 마인이라니.

허, 참.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뒷감당할 자신이 있다는 건가?


마인. 마계에서 건너온 지성이 있는 인간들.

5급 이상의 마굴 또는 미궁을 통해서만 현계로 건너올 수 있다.

현계로 건너온 마인들은 인간으로 위장해서 살아간다.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 나는 즉시 화형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마인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인간과 큰 차이가 없기에 구분이 쉽지 않다.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신관이 직접 신성력을 집어넣어 검증하는 것뿐이다.


다만, 흔히 마인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전해져오는 것이 몇 있다.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지만, 그런 음모론이 으레 그렇듯 믿는 이들도 꽤 많다.

문제는 그 특징이라는 것이...


‘수상할 정도로 용모가 뛰어나다든가, 수상할 정도로 신묘한 물건을 들고 다닌 다든가···음, 의심받을 만 하긴 하네.’


아무리 그래도 그 ‘의심’을 치안청에서 공표해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욱이 마인은 정체를 알아낼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있지 않은가.

하일라스버그는 프룬데린 같은 촌 동네가 아니다.

교회가 있고, 신관도 잔뜩 있다. 심지어 마인 찾기 전문가쯤 되는 이단 심문관도 있다.

내가 누명을 벗는 것은 말도 안 되게 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한테 이렇게 시비를 걸었다는 것은...


‘일종의 경고군. 자기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하, 이거 생각보다 더 빡센 놈들이네.

하긴 하일라스버그는 제국 상업의 중심지다.

그 탐스러운 고깃덩이를 노리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승냥이와 이리 떼가 달려들었겠는가.

그걸 이겨내고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놈들인데, 내가 너무 얕잡아 본 감이 있다.


여하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꼬운 것은 꼬운 거란 말이다.

멀쩡히 장사하는 선량한 시민을 마인으로 몰아 처 집어넣는 이 행태에 심기가 상당히 불편해진다.


‘일단 여기서 나가야 이 새끼들을 조지든가 하는데...’


나는 정면에 있는 쇠창살을 빤히 바라봤다.

군데군데 녹이 슬어있긴 하지만, 어쨌든 쇠로 되어있다.

지금 내 힘으로는 뭔 짓을 해도 못 부순다.

물론, 내 힘으로는. 


“야, 모드란. 너 이거 부술 수 있냐?”

[뭐? 미쳤어? 너 그러다간 진짜 꼼짝없이 여기서 평생 썩어야 해! 탈옥이 얼마나 중죄인지 몰라?]

“할 수 있어 없어.”

[평범한 정령이라면 매개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긴 하지.]

“넌 평범한 정령이 아니잖아?”

[훗! 잘 아는군! 나한테는 껌이지.]

“좋아. 그럼 이것 좀 부숴봐.”

[네가 그러라고 했다? 난 책임 안 져?]


- 수우우우웅.


모드란의 손끝에 녹색의 바람이 회오리치며 모였다.

점점 가운데로 모이던 바람이 완전히 구의 형태를 하고 발사되려던 그때.


- 저벅. 저벅.


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나는 재빨리 모드란을 멈춰 세웠다.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것 같던 바람 구가 해체되어 사라졌다.


- 저벅. 저벅.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나는 숨죽인 채 소리가 나는 쪽을 응시했다.

곧, 인영 하나가 문 앞에 나타났다.

아니, 정확히는 온몸을 까만 천으로 둘러 그림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검은 두건 틈으로 보이는 호박색 눈동자만이 몸 전체에서 유일하게 채도가 있는 부분이었다. 

남자는 잠시간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에리온 아시카르.”


응? 무슨 개소리지 싶어, 반문하려던 그때.


[기로(EX) - 맞는 척할 것]


“...그래.”

“제대로 숙지하도록. 여자. 적갈색 단발. 흰 피부. 17세. 시립도서관. 금일 밤 9시. 선수금은 지부에서. 발각 시 계약대로 자살할 것. 이상.”


처음에는 뭔 개소린가 싶었으나 곧 상황이 대강 파악된다. 

선수금, 계약, 자살 같은 워딩 부터 해서 이 딱딱한 어조.

무엇보다 ‘저 암살잔데요?’라고 말하는 듯한 이 새끼의 패션.

이건 확실히 암살 의뢰다.


‘에리온 아시카르란 놈이랑 날 착각한 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눈앞의 남자가 가만히 서 있다.

마치 내가 뭔가 말하기를 기다린다는 듯.

두뇌 광회전이 시작되며, 오만가지 머릿속을 휘젓는다.


‘왜 야리지? 뭔가 같은 팀을 상징하는 말이 있나?’

‘아냐, 그게 얼마나 구닥다리 방식인데. 아니 근데 여긴 중세잖아. 그럼 오히려 선진적인 건가?’

‘아 씨, 어떡하지? 그냥 가까이 오라고 하고 칼 하나 사서 죽일까?’


그때, 다시 놈이 입을 연다.


“...눈동자가 빨갛다는 것이 사실이군.”

“...”


다시 두뇌 광회전 타임.


‘이 새끼 뭐라는 거지? 갑자기 왜 남의 눈동자를 들먹이는 거야? 칭찬하는 건가? 혹시 취향이 그쪽인가?’

‘일단 반응은 해줘야 하는데...뭐라고 해야 하지?’

‘하하, 그쪽 눈동자는 노랗네요 - 라고 하는 건 좀 이상하려나?’


그 순간 오기 전 한스와 나눴던 스몰토크의 내용이 떠오른다.


- 적안이 멋지긴 한데...하필 북부인이라는 게 좀 걸리긴 하네요.

- 북부인이 왜?

- 그야 그놈들 완전 싸이코들 아닙니까. 북부인 우월주의 만성 환자 놈들.

- 그래?

- 예. ‘북부인 외의 인간 = 병신’이라는 공식이 머리에 박혀있는 놈들입니다.

- 흐음...


맞아 분명 그렇다고 했다.

적안은 북부인의 전형적인 특징.

고로 지금 내가 이놈에게 해야 할 적절한 반응은...


“감히 내게 말을 걸지 마라. 버러지 같은 남부의 쓰레기야.”

“...”


...왜 말이 없지?

아씨, 이게 아닌가?

지금이라도 사과 해야 하나?

아니 만약 잘못 생각한 거면, 이미 좇됐다. 이 상황에 사과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거다.

곧 죽어도 밀어붙여야만 한다.


“네놈은 꼭 하루종일 검정콩만 처먹고 싼 똥같이 생겼군. 그래서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 거지? 전달 끝났으면 꺼져라.”


제발...제발 이게 맞아라···!


“북부 놈들은 입에 걸레를 물었다니 사실인가 보군.”


예스!!!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던 그때, 놈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어둠에 스며들 듯이 사라지는 놈에게서는, 일말의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모드란, 방금 저놈 추적할 수 있겠어?”

[아니. 뭐라도 느껴져야 추적하든가 말든가 할 텐데, 아무것도 안 느껴져. 이런 적은 처음인데...]

“마법인가?”

[마법과는 좀 달라. 그냥 갑자기 존재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야.]


‘뭔가 기술이 있나 보군.’


등허리에 소름이 돋는다.

방금 북부인 코스프레가 먹히지 않았다면, 내가어떻게 됐을지가 그려졌던 탓이다.

암살 의뢰를 전해 들은 사람을 살려둘 리가 없으니까.

모드란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기술을 쓰는 놈이다.

작정하고 덤볐으면 나는 손도 못쓰고 죽었을 것이다.


나는 다시금 상황을 정리했다.

방금 검은 두건은 나를 암살자로 착각하고 암살을 지시했다.

아마 이 지하감옥이 접선 장소였겠지.

왜 하필 지하감옥에서 암살 의뢰를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 같아서는 무시하고 누명 벗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기로가 걸린다.

나를 지하 감옥에 집어넣은 것은 방금 저놈과 만나게 하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개입해야 한다.


내 생각이 맞다면 곧 이곳으로 진짜 북부인 암살자가 찾아올 것이다.

지금 지하 감옥 내에는 나밖에 없으니까.


야속하게도 기로는 잠잠하다.

순전히 내 판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

일단 근처에 북부인 암살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만약, 놈이 있다면 모드란을 이용해 뒤를 밟을 생각이다.

당장 필요한 건 지금 상황에 대한 정보니까. 


“모드란, 지금 잠깐 밖에 나가서 빨간 눈을 한 남자가 주위에 있나 찾아봐.”

[내가 왜?]

“팝콘 두 통.”

[내가 애완동물이냐?! 고작 그런 거에 넘어가...]

“카라멜 맛으로.”

[갔다 올게!]


그렇게 말하고는 순식간에 벽을 뚫고 빠져나가는 모드란.

세리나 말로는 나름 대단한 정령이라던데, 팝콘 하나에 저러는 걸 보면 영 안 믿긴다.


어쨌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다. 

이대로 모드란이 돌아오길 기다리다가, 남자가 근처에 있다는 게 확인되면 철창을 부수고 빠져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나를 여기 가둔 놈들한테 따로 찾아가서 ‘설득’ 좀 해주고, 바로 도서관에 찾아간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또 다시 입구 쪽에서 발 소리가 들려왔다.


- 또각. 또각.


굽 높은 구두를 신었을 때나 나는 또각 소리.

소리만으로도 여유가 느껴지는 걸음.


‘누구지?’


의문의 방문자는 어느새 바로 지척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창살 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내 눈에 들어온 그 모습에 나는 숨이 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후훗. 그쪽이 진 페리우스군요?”


윤이냐는 짙은 갈색의 생머리가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찰랑인다.

새까만 구두 위로 올라온 매끄러운 각선미가 돋보이는 다리가 곧게 뻗어있고,

짙은 보랏빛 프릴로 장식된 연분홍빛 블라우스에서 나는 시트러스 향이 코에 맴돈다.


“으흠~소문보다 더 잘생겼네···?”


그러나 무엇보다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따로 있었다.

당장이라도 블라우스를 찢을 듯 터질 듯한 흉부.

그리고...


“반가워요. 하일라스버그의 시장, 빌리 아날이라고 해요.”


덥수룩하게 내려앉은 턱수염이었다.


“잘 부탁해요.”


후훗-! 하고 싱긋 웃어 보이는 근육질의 거한.


이 세계에 온지 어언 2달 차.

그동안 봤던 그 어떤 것보다 두려운 존재가 눈 앞에 서있었다.


[기로(EX) - 조심할 것.]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혼자 차원상점으로 중세 정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1 23.05.29 70 0 -
공지 연재시간 공지 23.05.14 120 0 -
24 강림, 멈춰!(5) - 연재 중단 +1 23.05.29 48 1 12쪽
23 강림, 멈춰!(4) 23.05.28 46 2 15쪽
22 강림, 멈춰!(3) 23.05.27 49 3 13쪽
21 강림, 멈춰!(2) 23.05.27 53 2 14쪽
20 강림, 멈춰!(1) 23.05.26 63 2 12쪽
19 ANG(2) +2 23.05.25 78 3 15쪽
» ANG(1) +1 23.05.24 86 2 12쪽
17 헤이 구글(2) 23.05.23 88 2 13쪽
16 헤이 구글(1) 23.05.22 113 2 15쪽
15 새 출발(2) 23.05.21 133 5 14쪽
14 새 출발(1) 23.05.20 147 3 13쪽
13 기로 +1 23.05.19 157 3 13쪽
12 토벌(9) 23.05.18 176 5 19쪽
11 토벌(8) +1 23.05.18 168 4 14쪽
10 토벌(7) +1 23.05.17 183 6 12쪽
9 토벌(6) 23.05.16 193 5 16쪽
8 토벌(5) +1 23.05.15 219 5 15쪽
7 토벌(4) 23.05.14 248 9 13쪽
6 토벌(3) +1 23.05.13 260 10 16쪽
5 토벌(2) 23.05.12 281 10 14쪽
4 토벌(1) +1 23.05.11 298 9 16쪽
3 마법사 +2 23.05.10 324 11 13쪽
2 탈출 23.05.10 354 12 14쪽
1 이세계 +2 23.05.10 487 19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