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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킹

나 혼자 차원상점으로 중세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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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틴뚜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42
최근연재일 :
2023.05.29 08:3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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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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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4,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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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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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토벌(6)

DUMMY

구석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

발에 밟힌 지렁이는 온 힘을 다해 꿈틀거린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궁지에 몰린 인간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뇌피셜이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얻어낸 명확한 사실이다.

눈앞에 모여있는 이들도 몸소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지휘관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 케르벤을 반으로 자른 마수라면서요!”

“이런 곳에서 무일푼으로 봉사하다가 죽을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습니다!”

“저희를 보내 주십시오!”


알현실에서의 일 이후로는 감히 말도 못 붙이던 놈들이다.

마틴을 죽인 후로는 아예 내 눈도 못 마주치며 덜덜 떨던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지금 내게 언성을 높이며 대들고 있다.

그만큼 뵈는 게 없는 상태란 뜻이다.


“다들 진정하게!”


부단장이 어떻게든 막아보려 애를 쓰지만, 소용없다.


“진정은 얼어 죽을 진정!”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뭐라고 말 좀 해보쇼! 지휘관 나리!!”


토벌 속행을 결정한 후, 즉시 마굴의 핵이 있는 공동 앞에 병사들을 집결시켰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미 탐사조를 통해서 알음알음 말이 돌고 있던 상황이기에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전에 병사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애초에 마틴에게 ‘프룬데린에서 몇개월만 놀고먹고 와라.’라는 식으로 전해 듣고 온 이들이니까.

하물며 프룬데린 출신도 아닌 이들은 이 마굴을 토벌하는 것과는 하등 상관없다. 

의미 없는 죽음을 향해 내몰린다고 느낄 수밖에 없겠지. 


그래도 아직은 나에 대한 두려움, 한스의 ‘설득’의 효과로 소요 사태까지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아마 여기서 ‘나 마법 못 쓰니까 니들이 들어가서 잡아’를 시전했다가는, 바로 터져버릴 것이다.


“이대로 토벌을 진행하면 우리도 가만있지는 않을 겁니다!”


점점 격해지는 반응.

듣고 있자니 스멀스멀 짜증이 올라온다.

지금 이들이 하는 것은 명백한 항명이다.

마틴에게 말했듯이, 전시 상황에서 지휘관에게 항명하는 것은 분명한 사형 사유고.


하지만. 

지금 이들에게 사형을 운운하는 순간, 간신히 봉합했던 분노가 터져 나올 것이다.

전술했듯이, 궁지에 몰린 이들은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으니까. 


“흠. 흠.”


목을 가다듬는다.


“흐읍...”


폐에 공기를 가득 채우고.


“정숙!!!!!!”


전방에 힘찬 함성 3초간 발사.


뻗어나간 호통은 공동의 벽에 이리저리 튕기며 메아리쳐 울린다.

그제야 잦아드는 잡스러운 소음들.

비로소 들을 준비가 됐다는 신호다.


“지금부터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마라.”


최대한 낮고, 고저 없는 음성으로 내뱉으며 나는 생각했다.

불합리에 저항해 들고 일어난 성난 군중.

적어도 내게는 익숙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다.

그들의 분노를 다스리는 것을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정치’라고 하고,

나의 자랑스러운 조국은 그쪽 방면으로는 천부적인 스페셜리스트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 후로 나가고 싶은 자는 나갈 수 있게 해주지.”


대한민국 출신의 정치질을 잘 봐라.


이 미개한 중세 놈들아.



***



“그대들의 입장은 이해한다. 아마 많이 두렵고 겁이 나겠지. 그렇기에 이렇게 목소리를 내는 것일 테고.”


초장부터 던진 당근에 병사들의 눈빛이 흔들린다.

나가게 해달라고 빽빽거리긴 했지만, 내심 지금 이래도 되나 싶었을 것이다.

아마 마음 한편으로는 ‘이러다 저 미친 마법사가 다 태워버리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 남아 있었을 테니까. 

그 막연하고도 원초적인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방금 내가


- 니들이 항명한 거 문제 삼지 않고, 니들 입장까지 다 이해해줄게.


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름하여 반 박자 빠른 당근 전략.

K-정치질의 시작이다.


당근을 줬으니 응당 채찍을 갈겨 주는 것이 도리에 맞다.

단짠단짠 급의 엄정한 원칙이다.


“그러나 그대들은 마굴 토벌이라는 제국법이 규정하는 숭고한 사명을 부여받고 이곳에 왔다. 그대들이 모시는 백작 각하와 황제 폐하께서 주신 임무인 셈이지. ”


그런 엄청난 놈들 명령을 니들이 방금 어기고 빽빽거린 거야-

- 라는 날카로운 칼을 담아낸 말을 던진다.

이른바, ‘더 쎈 권위 가져오기’.


효과는 굉장했다!

‘백작’, ‘황제’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애들 안색이 새파래지더라고.


그럼 이쯤에서 폭탄선언을 할 차례.


“나는 지금 마법을 쓸 수 없다.”

“···!”


덤덤한 어조와 상반된 미친 내용에 충격받은 이들이 술렁이려는 걸 컷하고 말을 잇는다.


“그대들을 이끌고 온 마틴의 비열한 술수 때문이지.”


동시에 그게 다 니들 때문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흡수 촉진제로 인해 망가진 마나 코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일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내 마법으로 한 번에 지주 마수를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


아까부터 유독 개지랄하던 놈 하나가 뭐라고 지껄이려던 그때.


“분명 내 말이 끝나기 전에 누구도 입을 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읇조린다.

그리고 최대한 눈을 부릅뜨고 놈을 노려본다.

길길이 날뛰며 소리 지르는 것보다 이러는 게 더 잘 먹힌다.


그제야 마틴을 썰던 내 모습이 떠오른 걸까?

깝죽거리던 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대가리를 처박는 것까지 확인한 후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오케이 다시 기강 잡았고.’


이제 비장의 한 수.

감성팔이를 시전할 시간이다. 


“거기 너. 이름이 뭐지?”

“예? 더, 더스틴입니다.”

“좋은 이름이군. 더스틴, 너는 가족이 있나?”


갑작스러운 호구조사에 흠칫 놀라는 것도 잠시, 더스틴은 곧 입을 열었다.


“어, 어머니가 계십니다.”

“그렇군. 어디에 살고 계시지?”

“베하로드라고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베하로드. 들어봤다. 귀리가 유명한 곳이지.”

“...그렇습니다!”


내가 아는 체 하자 좋다는 듯 실실거리는 더스틴.

사실 베하로든지 뭔지 그딴 곳 들어본 적도 없다.

어차피 이 근방에 사는 놈들은 다 귀리 농사를 짓는다. 

그래서 어느 동네든 일단 특산물이 귀리라고 하면 대강 들어맞는다. 


“더스틴뿐만이 아니다. 한스도, 여기 있는 세리나도, 그대들 모두에게도 소중한 가족이 있겠지. 지키고 싶은 친우가 있을 것이며, 당장이라도 달려가 껴안고 싶은 애인도 있을 것이다.”

“...”

“세리나. 프룬데린에 살고 있는 인구가 총 몇 명이지?”

“오백...”

“뭐?”

“아, 아니 말이 헛나왔어. 구백명쯤 될 거야...” 

“구백명이라... 그래... 그렇군.”


나는 최대한 비통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냥 평범한 숫자로 들리는가? 아니다. 방금 세리나가 말한 그 ‘구백’이라는 숫자는 프룬데린에서 숨을 쉬는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다.”

“...”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부모이자, 친구이자, 형제고, 애인이다. 자식을 먹이기 위해 땀을 흘려 귀리밭을 갈고, 냇가에 모여 빨래를 하며 시답잖은 잡담을 나누고, 넝쿨을 감아 만든 공을 차며 노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다.”

“...”

“그리고 우리가 이곳을 버리는 즉시. 한 줌의 피가 되어 사라질 이들이기도 하지.”

“...”

“더스틴, 상상해봐라. 평화로운 베하로드 한복판에 마수들이 들이닥친다. 그림독이 너의 이웃을 찢어 죽이며, 고블린이 너의 연인을 유린한다. 너의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는 케르벤에 의해 싸늘한 주검이 된다.”


갑작스러운 패드립에 울컥해서 고개를 쳐드는 더스틴.


“상상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나? 나는 그걸 직접 경험했다. 부모님을 마수에게 잃었지. 근처에 있던 마굴이 제때 토벌되지 않아 마수들이 마을로 들이닥친 탓이었다.”

“···!”


필살 오의, 탈룰라로 받아친다.

순식간에 분노 조절이 되어 다시 고개를 숙이는 더스틴.

이정도면 감성팔이는 충분하다.


“외면한다고 진실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너희들도 속으로는 알고 있겠지. 프룬데린을 떠나는 것이 곧, 그들을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

“나는 결코 프룬데린의 사람들이 내 부모님과 같은 최후를 맞이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

“그러니 부디... 나를 도와다오.”


프룬데린의 방비 상태가 역대급으로 좋다는 사실, 정작 여기 프룬데린 출신 병사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이들은 없었다.

이미 그런 사소한 팩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웅대한 감정이 그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졌으니까.


약간의 각색이 들어가긴 했지만 K-감성팔이는 병사들의 심금을 울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한 것이 어쩌면 자신들보다 더 토벌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마법사 나으리라는 사실은 병사들의 마음을 끓게 하기 충분했다.

그렇다면 피날레를 장식할 차례.


“마법사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마. 이곳에 남아 전투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인당 한 닢의 금화를 주겠다.”


역시 돈이 빠지면 쓰나.

인당 한닢이면 여기 모인 놈들 1년 치 봉급은 된다.

마법사의 명예를 내건 화끈한 지급보증을 끝으로, 용의 눈에 마지막 점이 찍혔다.

그리고.


“그럼 아까 말한 대로 다시 기회를 주겠다. 지금이라도 토벌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나가도 좋다.”


이어진 내 말을 듣고 나간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병사들을 지속적으로 보내 근처의 잔여 마수들을 토벌하고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날 보는 눈빛이 끈적해진 부단장이 보고를 해왔다.


“아, 말씀하신 대로 죽이지 않고 제압만 해뒀습니다.”


휴. 그래 이래야지.

저놈들은 나중에 한 바퀴 돌면서 쓱 파밍 하면 되겠군.


“잘했다.”

“충!”


제국 식 거수경례를 하고 천막을 빠져나가는 부단장.

그 옆에 서 있던 한스가 굳은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주군. 첫 번째로 주군을 모시겠다고 한 게 저라는 것. 꼭 기억해 주십쇼.”

“아, 알았다고.”


아무튼, 내 혼신의 힘을 담은 연설(약간의 각색을 곁들인) 덕분인지 병사들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줬다.

탐사조를 만들어서 지주마수가 남긴 흔적을 찾아왔고, 꽤 많은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얻은 지주마수에 대한 단서를 정리하면.


1. 날카로운 금속을 무기 삼아 사용한다.

2. 머무른 자리에 미세하게 사기가 남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3. 인간형 마수다.


‘인간형 마수라...’


고참병사와 나눴던 대화를 복기해본다.


- 인간형이라고?

- 예. 동굴의 틈 사이에서 절단된 그림독이 발견됐는데, 인간 사이즈가 아닌 마수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 그냥 작은 마수일 수도 있잖아.

- 그것이...틈을 파낼 때, 검술을 쓴 흔적이 있었습니다. 인간형 마수만 가능한 일이죠.


일단 현재로서 가장 높은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스켈레톤 나이트.

7급 최상위 마수고 언데드다.

위에 말한 세 가지 조건을 다 충족하는 놈이기도 하다.

9급 마굴에서도 정말 드물게 7급인 놈들이 튀어나오곤 한다니, 가능성은 있다.


두 번째는 밴시.

영체 몬스터인데 이놈도 7급이다.

만약 이놈이라면 좀 까다로울 수 있단다.

‘검술을 쓰는 인간형 마수’라는 조건을 충족하려면 어딘가에 빙의를 했다는 건데, 그럼 그걸 일일이 찾아다녀야 한다.

여하튼 지금 상황에서는 제발 아니길 바라야 하는 선택지다.

이놈을 잡으려면 신관이나, 성 속성 인챈트가 된 무기가 필수라더라고.


다행인 것은 이곳이 9급 마굴인 이상 7급을 넘어서는 마수는 못 들어온다는 거다.

7급도 물론 엄청나게 강하긴 하지만 이 정도 병력이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부단장과 세리나의 판단이다.


‘지들이 남겠다고 했으니까 싫은 소리 하는 놈은 없겠지.’


그렇게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지, 지휘관님!”


전령 하나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뭐야 왜 그래?”

“세리나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마수의 종류를 알아낸 것 같다고...”

“안내해.”


전령의 안내를 받아 간 곳에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림독 시체가 반으로 갈려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세리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어! 진, 왔어?”

“응. 마수 종류를 알아낸 것 같다면서.”

“확실해. 그 마수, 언데드야. 여기서 언데드 특유의 구리구리한 사기가 진동하거든.”

“오! 다행인데?”

“응. 우리한테는 희소식이지. 밴시였으면 다른 도시에서 신관을 모셔 왔어야 했을 거야.”

“그럼 스켈레톤 나이트라고 보면 되나? 그것보다 더 쎈 놈이 나오고 그럴 일은 없는 거지?”

“거의 없어. 그 이상의 언데드들은 마인이나 흑마법사의 사령술로만 만들 수 있거든.”

“잠깐, 그럼 어쨌든 가능은 한 거 아닌...아. 그런 애들이 있었으면 니가 진작에 알아챘겠구나.”

“맞아.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어.”

“이상한 점?”

“사기가 벽 앞에서 뚝 끊긴다는 거야. 꼭 마수가 벽 안으로 들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언더버그 스켈레톤이라도 되나?”


세리나는 그럴 리가 - 하고 가볍게 웃으며 그림독의 사체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분명 희소식이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편치가 않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막연한 불안함이 올라온다.

그냥 감일 뿐이긴 하다만, 내 직감은 빌어먹게도 잘 맞는 편이다. 


“그래도 이상하긴 해. 종류에 상관없이 지주마수라면 마굴의 핵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걸 용납할 리가 없거든.”

“뭐 다른 목적이 있는 거 아냐?”

“에이, 언데드는 의지가 없는걸?”

“그래?”

“아, 정확히는 있는 언데드도 있긴 한데, 극히 드물어.”

“무슨 소리야 그게?”

“마굴을 통해 넘어오거나 사령술사가 만들지 않은 언데드들, 그러니까 현계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언데드들은 의지를 갖거든. ‘원념화 언데드’라고 불러.”

“원념화 언데드···?”

“망자의 강한 원념이 강한 마력 작용에 의해 뭉쳐져서 만들어진 언데드를 말해. 학계에도 보고된 케이스가 몇 없을 정도로 엄청 희귀해.”


잠깐 이거 아무리 봐도 뭔가 쎄하다.


“...좀만 자세히 말해봐.”

“풉. 걱정되는구나, 진? 걱정 마. 그 지주마수가 원념화 언데드일 가능성은 없어. 평범한 마수나 인간의 육체는 절대 원념화를 견딜 수 없거든. 아마 마력 때문에 뼈까지 다 바스러질 걸?”

“···만약 견뎌서 원념화 언데드가 되면 어떻게 되는데?”

“흠...그걸 견딜 만큼 생전의 육신이 강했다는 거니까...아마 엄청 강한 언데드가 탄생하겠지? 언데드는 죽기 전의 힘을 몇 배로 강화하니까.”


불길한 예감이 뇌리에 스친다.

불현듯 떠오른 하나의 좇같은 시나리오가 머리에 박힌다.

씨앗에 불과했던 그 생각은 내 직감을 양분 삼아 발아해 머릿속을 뒤덮는다.


‘설마...아니겠지?’


나는 옆에서 그림독 시체를 쿡쿡 찔러보고 있는 한스에게 스윽 다가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닐 거야.’, ‘에이, 그럴 리 없어.’를 되뇌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혹시...마틴 시체 어디다 갖다 버렸냐?”

“예? 갑자기요?”

“빨리 대답해.” 

“걱정 마십쇼. 세리나님께 들킬 일 없게 꽁꽁 잘 숨겨뒀습니다.”

“어디다가?”

“언더버그가 파놓은 굴 있잖습니까? 거기다가 버렸죠. 거기는 아무도 안 들어갈 거 아닙니까.”

“...”

“...왜 그러십니까? 제가 뭐 실수했습니까...?”


씨발.


아무래도 좇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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