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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04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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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20.06.29 18:05
조회
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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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12쪽

95화: 앙면 전쟁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95화: 앙면 전쟁 (2)


열하 전선과 흑하 전선.


관동군은 어느 전선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은 분명히 강대국이었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꺾을 국가는 없었다. 그렇다고 일본이 다른 국가들을 완벽하게 압도하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양면 전쟁은 여러모로 악재로 작용했다. 복수의 전선은 더 많은 사상자와 손해를 초래했고 반전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무의미한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

[국민의 목숨을 군부의 야욕과 맞바꾸는-]

[이런 불순분자들 같으니라고! 감히 천황 폐하의 의지를 꺾을 셈이냐! 진압 개시!]


퍽! 퍽!


반전 운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 군부는 자신들이 조선에서 벌인 행위만큼 악랄한 방식으로 자국 청년들을 통제하고 억압했다.


군부를 막을 세력은 없었다. 일본 육군은 해군 출신 총리를 연신 압박하며 전쟁 예산을 더 늘리고 전선 확대 여론을 조성했다.


[황국신민 여러분. 몇몇 불순분자들이 정확하지 않은 헛소문으로 제국을 어지럽히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선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습니다. 천황 폐하의 은총 아래, 우리는 만주와 열하를 넘어 아시아의 평화를 지킬 것입니다.]

[천황 폐하 만세!]

[만세!]


진실을 알 수 있는 경로가 극히 제한되어 있던 시절.


국민 대부분은 정부의 말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소수의 인원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저항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광기에 휩싸인 군부와 정치권은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는 이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같은 일본인도 예외는 없었다.


퍽!


[크윽···]

[공산당에서 무슨 지시를 내린 거지?]

[으··· 공산당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나는 전쟁을 반대할 뿐이요.]

[그렇게 말하라고 지시했겠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러고도 당신들이 황국신민을 보호하는-]


퍼억!


[최전방에 있는 군인들은 너 같은 놈들 지키겠다고 목숨을 바치는데. 너 같은 불순분자, 반역자 놈들은 정신 개조가 필요해.]

[애당초 전쟁을 안 벌이면 그만 아닌가···]

[멍청한 놈. 영장 갖고 와.]


이렇다 할 배경이 없었던 젊은이들은 불순분자, 공산주의자로 지목됨과 동시에 전선으로 끌려나갔다.


***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머릿수를 늘린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항일군은 참호 곳곳에 충원되는 신병들을 보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뭐 특이사항 같은 거 있어?]

[없습니다. 신병이 들어온 거 같긴 한데. 저기 보십시오.]

[요즘 애들은 훈련소에서 맞는 게 일인가? 얼굴 왜 저래?]

[말대답이라도 한 모양입니다.]

[조만간 총알받이로 쓰이겠네.]

[그러게 말입니다. 거지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서 저게 무슨 고생인지.]


관동군은 인명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편이었다. 아니, 거의 소모품 취급하다시피 했다.


불순분자라는 이유로 전선에 끌려온 이들은 대개 총알받이로 동원되었다. 불순분자 신병들은 정찰병으로서 매일같이 참호 밖으로 등 떠밀려졌다.


그리고 허무하게 목숨을 내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사들 사기가 올라갈 수 있었을까? 공산주의자, 불순분자라고 하지만, 어쨌든 사람은 사람이었다.


신병의 계속된 죽음은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전쟁 수행 의지를 꺾어버렸다. 군부의 광기에 휘말리지 않은 일부 베테랑들은 지휘관의 어이없는 인력 소모를 맹렬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탕!


털썩!


[멍청한 놈. 뭐가 있는지 말하고 죽으라니까. 다른 신병 어디 있어? 이놈이랑 같이 헌병대 조사받고 온 놈 누구야?]

[소대장님. 그만하시지요. 이런 식의 인력 소모는 우리 전력만 깎아 먹을 뿐입니다.]

[뭐라고? 너 지금 나한테 반항하는 거야? 네가 병사 대표로 갔다 올래?]

[차라리 전원 돌격 명령을 내리시죠. 그렇게 한 명 한 명 사지로 몰아갈 바에는.]

[이 자식이.]

[소대장님이 앞장서신다면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앞장서세요.]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던 군기마저 무너진 흑하 지역 관동군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이제는 흑하 전선을 흑하 전선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항일군은 마음만 먹으면 하얼빈까지도 진격할 수 있었다. 단지 실행에 옮기지만 않았을 뿐. 흑하를 포함한 헤이룽장 성 동부는 이미 항일군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온 지 오래였다.


차라리 항일군이 공세를 맹렬하게 펼쳤다면, 관동군 사령부가 흑하 전선을 그런 식으로 버려두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공세를 막기 위해 나름대로 쓸만한 부대를 투입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항일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관동군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뭔가 결판을 지을 것처럼 밀고 내려오다가도 특정 시점이 되면 다시 물러나곤 했다.


[사단장님. 반란군이 공세를 멈추고 물러났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다시 참호 구축하라고 할까요?]

[일단 기다려봐. 능구렁이 같은 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다른 지역으로 내려오는지 잘 감시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사단장의 예상은 어느 정도 들어맞은 편이었다. 흑하 공세의 실질적인 지휘관이었던 대성은 관동군과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연대장님. 적이 참호를 다시 점거하고 정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많이 죽었나?]

[예. 참호 벽 뒤에 숨겨둔 포탄을 좀 늦게 발견했던 모양입니다. 근데 놈들이 뭐 딱히 그런 거에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 않습니까?]

[병사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여기긴 하지. 다른 지휘관들 반응은 어때?]

[다들 관동군과 전면전을 벌이기는 곤란하다고 생각하는지라, 별다른 불만은 없었습니다.]

[다행이군.]


대성은 대치 상태 및 소모전을 유도했다. 이는 관동군 사령부의 의중에 기반을 둬서 고안한 전략이기도 했다.


관동군 사령부와 일본 군부는 승리를 원했다. 전황에 도움이 되는 승리가 아닌 자신들의 입신양명에 도움이 될 승리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승리를 거둘 만한 전장에 주력 부대를 투입할 필요가 있었다. 흑하 전선의 연이은 패배에 진절머리가 나 있던 관동군 수뇌부는 더 이상 패전 소식을 듣고 싶지 않았다.


물론 항일군이 밀고 들어온다면 싸워야겠지만. 그러나 이는 관동군 수뇌부가 원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그들은 열하 전선에서 승리하기를 원했다. 애당초 흑하 전선은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든 곳이었다. 모든 주력 부대를 동원해서 밀고 들어가 봐야 소련 국경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반면 열하 전선은 얻을 게 많은 지역이었다. 결정적으로 열하를 차지하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오합지졸 군벌과 공산당, 국민정부로 분열된 중화민국은 분명 소련보다 상대하기 쉬운 상대였다. 그리고 쓸모 있는 땅도 더 많이 갖고 있었다.


문제는 열하 전선의 봉천 군벌과 국부군이 생각 외로 끈질기게 버틴다는 점이었다.


일주일이면 열하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던 관동군의 호언장담은 허풍이 된 지 오래였다. 만주 항일군의 선전과 그들이 판매한 신무기에 힘입은 봉천 군벌은 쉽사리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관동군이 손을 놓다시피 한 흑하 전선은 그렇다 치고, 많은 전력을 투자한 열하 전선까지 확실하게 밀지 못하는 상황. 이는 일본 군부 내에서도 심각하게 논의될 만큼 중요한 문제였다.


[열하 공세를 시작한 게 언제요? 일주일이면 끝낼 수 있다면서. 이번 달 안으로 끝낼 수 있겠소이까?]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만약 못한다면? 들어보니 흑하 전선도 시원치 않게 돌아간다고 하던데. 열하 전선까지 꼬이면 어떡할 거요?]

[누가 흑하 전선 상황이 시원치 않다고 했소? 해군은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본인들 문제나 신경 쓰시오!]

[어허. 나랏일을 논하는 자리에서 육군, 해군을 가릴 게 뭐요? 다 걱정돼서 하는 말이거늘.]

[두고 보시오. 이번 달 안으로 열하는 물론이요, 만리장성까지 넘어갈 테니.]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 육군은 조급해졌다. 관동군도 마찬가지였다. 관동군은 흑하 전선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관동군 수뇌부는 흑하 전선의 항일군이 공세를 멈추기만을 기다렸다.


[흑하 지역의 반란군은 어떻게 됐지? 아직도 공세를 펼치고 있나?]

[아닙니다. 사령관님. 일선 부대 보고에 의하면 공세를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고 합니다.]

[그래?]

[네. 덕분에 빼앗겼던 참호도 되찾았다고 합니다.]

[물러난 다음에는? 공격할 기미를 보이던가?]

[아직은 없다고 합니다. 놈들도 오랫동안 대치하면서 전력을 소모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옳거니! 근본 없는 반란군이 그럼 그렇지. 놈들이 내려오지만 못하게 해. 그 틈에 열하를 끝장낸다.]


물론 항일군은 전력 소모가 부담되어서 공세를 멈춘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 잠시 정비 기간을 가진 것일 뿐이었고, 관동군이 힘들여 재구축한 참호를 다 무너뜨릴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게다가 항일군은 전투를 치르지 않는 순간에도 전쟁은 계속하고 있었다. 일본군 무기의 설계를 변형해서 제작한 자동소총과 일회용으로 사양을 낮춘 요술봉은 납품기일을 어기는 일 없이 순조롭게 봉천 군벌과 국부군 손으로 들어갔으며, 열하 전선의 관동군은 그 무기에 죽어 나갔다.


관동군만 그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만주의 귀신 놈들이 언제 다시 들고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니 이번에 완전히 승부를 봐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예.]

[모든 전력을 투입해라. 몇 명이 죽든지 신경 쓰지 말고 밀어붙여. 지역 주민? 그것들도 신경 쓰지 마. 진격에 조금이라도 방해되면 다 없애버려. 어차피 다 한통속이니까.]

[알겠습니다.]


관동군은 열하 지역을 단기간 내에 점령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관동군은 항일군이 잠시 공세를 멈춘 틈을 타 봉천 군벌에게 총공세를 퍼부었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


슬슬 봄이 시작되려 하고 있을 무렵.


대성은 여느 날처럼 연대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짜고 있었다.


그때였다.


똑똑!


[어. 들어와.]

[헉헉···!]

[뭐 급히 전할 소식이라도 있어? 얼굴이 아주 시뻘게졌네.]

[연대장님. 속보입니다.]

[왜? 무슨 일인데?]

[열하성이 함락당했다고 합니다.]

[결국, 넘어갔군.]


대성은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지도에 있던 열하성을 바라보았다.


나름대로 잘 버틴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역사에서는 일주일 만에 넘어갔어야 할 지역이었다. 그런데 그걸 달 단위로 버텼으니. 어쨌든 선방한 거라고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대성이 물었다.


[열하성에서 저항하던 군대는 어떻게 되었지? 전력을 보존한 상태에서 퇴각했나?]

[예. 일단 괴멸에 가까운 피해는 입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딱히 없었거든요. 다만···]

[왜?]

[마지막 공방전을 벌이는 와중에 사령관을 잃었다고 합니다.]

[뭐라고?]


대성과 연대 참모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식을 전한 간부에게로 향했다.


관동군의 열하성 점령은 이미 예상한, 아니 예정된 일이었다. 작은 가지가 떨어지거나 새로 솟아난다고 한들, 큰 줄기는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가지를 조금씩 꺾어가며 큰 줄기가 자라는 방향을 바꿔보자. 이는 대성이 항일 투쟁을 벌이며 생각해왔던 일종의 목표이자 원칙이기도 했다.


어쨌든 역사는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갈 테니까. 그 흐름 속에서 최상의 결과를 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봉천 군벌의 수장 장쉐량의 죽음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제는 큰 줄기가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원하는 모습으로 자라게 할 수 있을지도.


대성은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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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화: 앙면 전쟁 (2) +1 20.06.29 3,258 52 12쪽
95 94화: 앙면 전쟁 (1) +4 20.06.26 3,291 59 12쪽
94 93화: 후폭풍 (4) +1 20.06.25 3,212 59 12쪽
93 92화: 후폭풍 (3) +3 20.06.24 3,210 63 12쪽
92 91화: 후폭풍 (2) +1 20.06.23 3,240 51 12쪽
91 90화: 후폭풍 (1) +1 20.06.22 3,313 55 11쪽
90 89화: 참수 작전 (4) +2 20.06.19 3,291 52 11쪽
89 88화: 참수 작전 (3) +2 20.06.18 3,212 51 12쪽
88 87화: 참수 작전 (2) +1 20.06.17 3,281 54 12쪽
87 86화: 참수 작전 (1) +1 20.06.16 3,425 56 11쪽
86 85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3 20.06.15 3,369 59 12쪽
85 84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1) +2 20.06.12 3,406 55 12쪽
84 83화: 이제는 머리를 노린다 (4) +3 20.06.11 3,310 51 12쪽
83 82화: 이제는 머리를 노린다 (3) +3 20.06.10 3,375 56 11쪽
82 81화: 이제는 머리를 노린다 (2) +1 20.06.09 3,414 59 12쪽
81 80화: 이제는 머리를 노린다 (1) +1 20.06.08 3,494 57 11쪽
80 79화: 이 열차는 이제 제 겁니다 (3) +1 20.06.05 3,476 63 12쪽
79 78화: 이 열차는 이제 제 겁니다 (2) +2 20.06.04 3,424 54 12쪽
78 77화: 이 열차는 이제 제 겁니다 (1) +2 20.06.03 3,632 61 13쪽
77 76화: 동계 작전 (4) +3 20.06.02 3,471 64 13쪽
76 75화: 동계 작전 (3) +2 20.06.01 3,493 62 13쪽
75 74화: 동계 작전 (2) +8 20.05.25 3,662 65 12쪽
74 73화: 동계 작전 (1) +4 20.05.14 3,798 67 12쪽
73 72화: 작전명 곳간 털이 (4) +1 20.05.03 3,762 61 12쪽
72 71화: 작전명 곳간 털이 (3) +2 20.04.22 3,677 57 11쪽
71 70화: 작전명 곳간 털이 (2) +3 20.04.11 3,779 5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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