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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046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20.06.04 18:05
조회
3,424
추천
54
글자
12쪽

78화: 이 열차는 이제 제 겁니다 (2)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78화: 이 열차는 이제 제 겁니다 (2)


증기기관차는 시동을 걸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당시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 할 정도였겠지만, 시속 300KM가 넘는 고속열차에 익숙했던 사람에게는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느낌이었을 뿐, 작전 진행과는 아무 상관 없었다.


오히려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됐지.


비단 사무실에서 가져올 물건이 금고밖에 없었을까? 금고는 관동군이 가진 자산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리고 가장 귀중한 자산도 아니었다.


증기기관차가 잠에서 조금씩 깨어나는 동안, 대성은 대원들과 함께 별의별 문서를 다 챙겼다. 사무실은 그야말로 근대기술의 산실이요, 지식의 요람이었다. 각종 정밀 가공 기계의 설계도부터 관동군이 만든 차세대 무기 기획안까지 없는 게 없었다.


게다가 장갑열차는 이런 문서 더미를 몇 트럭은 실을 수 있을 만큼 컸다. 적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대성은 챙길 수 있는 장비와 부품을 깡그리 열차에 실었다.


열차 시동을 거는데 한창 열심이었던 기술병과 장교의 입가에도 웃음꽃이 번졌다. 증기 기관이 슬슬 기지개를 피기 시작할 무렵, 그는 준비작업을 하던 대성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운반 병력을 부르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정말 알차게 챙기셨군요. 대대장님.]


[마음 같아서는 공장에 있는 장비째로 다 가져가고 싶은데. 아직은 여력이 안 되니 답답합니다. 그렇다고 이 공장을 우리가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하하. 그러기엔 적진 위치가 상당히 가까운 편이지요. 대대장님은 이길 확률이 있는 도박만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가끔은 말도 안 되는 도박도 하곤 합니다. 그나저나 열차는 언제쯤 움직일 수 있을까요? 소리 나는 거 보니까 조금 있으면 될 거 같은데요.]


[예. 마침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시동 걸릴 겁니다.]


[좋습니다. 새로운 무기를 시연할 때가 왔군요.]


대성은 공장으로 올 때 챙겨왔던 상자에서 수류탄과 비슷하게 생긴 작은 원통형 물건을 꺼냈다.


***


특전 대대와 관동군.


공장 입구에서 맞닥뜨린 두 세력은 여전히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관동군은 동기와 선임, 후임의 시체를 방패 삼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특전 대대는 관동군의 움직임에 맞춰 공세를 줄이고 살짝 뒤로 물러났다.


대원들은 시계를 수시로 확인했다. 그들은 관동군의 기세에 눌려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었다. 대성이 알려준 철수 예상 시각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었다.


이런 사정을 알 리가 없는 관동군은 적을 막아냈다는 거짓된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야스오 중대장님. 적들이 물러나고 있습니다!]


[벌레만도 못한 새끼들. 어디서 되지도 않는 공격을 하고 있어. 지원군은 언제 온다고 하던가?]


[조금 있으면 온다고 합니다.]


[좋아. 추격할 준비 해라. 이 기회에 저놈들을 아주 뿌리 뽑아버리자고.]


자부심은 곧 교만이 되었고 교만은 관동군의 눈과 귀를 닫아버렸다.


마침 폭탄도 날아오지 않겠다, 관동군은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곧장 진격하려 했다.


그때였다.


[이게 무슨 소리지?]

[기차 소리 같은데?]

[이 근처에 기차가 어디 있다고 그래? 여기가 하얼빈이냐?]

[기차가 없지는 않지. 공장에 장갑열차 있잖아.]

[그게 지금 왜 움직여. 반란군 새끼들이 탈취할 것도 아니-]


쾅!


한때 철문이었던 것은 강렬한 폭발과 함께 크고 작은 파편으로 쪼개졌다. 그리고 특전 대대를 쫓아가서 죽일 마음에 들떠있던 관동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으악!]

[적의 포격이다! 모두 고개 숙여! 지원군한테 어서 연락해! 적의 포병이- 이런 제기랄···]


쇳조각 폭격에서 살아남은 관동군은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공장 건물을 응시했다.


그들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커다란 열차가 그들의 머리를 짓밟고 지나간 듯했다.


물론 실제로도 그랬다.


[모두 선로에서 물러나!]


관동군은 기습을 처음 받았을 때보다 더 큰 혼란에 빠졌다. 대부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지휘관의 말도 안 듣고 멍하게 열차만 쳐다보다가 세상을 하직한 병사도 여럿 있었다. 그렇게 인명 손실이 나고 나서야 관동군은 집 나간 정신을 부여잡고 총을 들었다.


[저게 왜 움직이는 거야···]

[아무 생각도 하지 마! 그냥 총이나 쏴!]

[저게 왜 움직이는 거냐-]

[입 닥치고 총이나 쏘라고!]


간신히 정신 차린 병사들은 자기들 앞으로 다가오는 열차를 향해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그러나 병사들의 사격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장갑열차는 관동군의 야심작이었다. 물론 그전부터 장갑열차를 운영해왔지만, 이번 장갑열차는 경우가 달랐다.


애당초 총탄이나 포탄을 막아내라고 만든 물건이니 총알이 제대로 들어갈 리가 없었다.


빠아앙~!


장갑열차는 기적을 울리며 선로를 달렸다.


대성은 열차 곳곳에 설치된 총안구를 열고 공격 명령을 내렸다.


[소이수류탄 투척!]

[투척!]


대원들은 대성을 따라 일제히 소이수류탄을 던졌다. 빨갛게 칠해진 소이수류탄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관동군의 발 앞에 떨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불길을 뿜어내며 관동군을 불태웠다. 소이탄만큼은 일대를 불바다로 만드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잘 타올랐다.


[이상없이 잘 터지네.]


대성은 곧바로 다음 무기를 꺼냈다. 그는 몸에 붙은 불을 끄느라 정신없는 관동군을 보며 요술봉 방아쇠를 당겼다.


요술봉에 들어간 탄두는 소이수류탄과 함께 개발된 소이탄이었다.


소이탄은 인화물질을 내뿜음과 동시에 주변에 있던 관동군을 불길로 감싸 안았다. 관동군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고 땅에 뒹굴 틈도 없이 숯덩이가 되어갔다.


장갑열차의 총안구는 지옥문이나 다름없었다.


관동군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얼마 남지 않은 정신력으로 벼랑 끝에 매달려 있던 관동군은 그렇게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야스오 중대장은 도망가는 병사들에게 권총을 겨누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새끼들아! 다들 어디 가는 거야! 당장 돌아오지 못해!]

[저걸 어떻게 막습니까? 중대장님도 어서 도망치십시오!]

[이것들이 다 미쳤나? 대대장님한테 죽고 싶어?]

[대대장님 아까 땅에서 뒹구는 거 못 보셨습니까? 우리는 숯덩이로 죽기 싫습니다! 중대장님이나 실컷 싸우십시오!]


이성의 끈을 놓은 병사들은 본능에 충실하게 행동했다. 병사들은 지옥불을 내뿜는 열차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해 육상선수처럼 뛰었다.


지휘관들이 온 힘을 담아 부르고 권총을 겨눠도 아무 소용없었다. 협박도 통하지 않았다.


[너희 지금 도망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반역자 되는 거야! 너뿐만 아니라 너희 가족까지도! 알아? 당장 돌아와! 당장 돌아오라고!]

[······]

[이 벌레 같은 새끼들아!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벌레만도 못한 새끼들! 반역자 새끼들!]

[벌레는 너다 이 무능한 새끼야! 장교면 다냐?]


그렇게 허울밖에 남아있지 않던 군기마저 무너져내렸다.


관동군은 더 이상 군수공장을 지킬 수 없었다.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죽거나 도망치거나.


그리고 전자를 택한 자들은 무의미한 저항을 얼마 이어가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다만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패잔병 대부분 후자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뒤도 안 돌아보고 뛴다고 해서 무조건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저격 소총은 대성도 가지고 있었다.


대성은 대원들과 함께 남은 패잔병을 처리했다.


그리고 다음 명령을 내렸다.


[그래도 돈깨나 나가는 물건인데 잠깐 타고 마는 건 아깝지. 포탑 상태 점검하고 다음 전투 준비해. 조금 있으면 지원군이 올 거다.]


[알겠습니다.]


대원들의 망원경은 바쁘게 돌아갔다. 장갑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선로를 따라 달리는 동안 대원들은 관동군의 동태를 살폈다.


열차에 탑승한 대원 중 지원군이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대원이 대성을 불렀다.


[대대장님! 적 발견했습니다. 적 차량 다수가 이쪽으로 접근하는 중입니다.]


[역시 안 올 리가 없지. 어떻게 만든 공장인데. 더 보이는 거 없나?]


[제대로 중무장한 것 같습니다. 중화기가 다수 식별됩니다. 그리고··· 저쪽도 장갑열차가 있는데요?]


대성은 망원경을 들고 적 상태를 확인했다.


대원의 보고는 정확했다.


관동군은 구형 장갑열차와 함께 선로를 따라 공장 쪽으로 오고 있었다. 대성은 적군 장갑열차에 덕지덕지 달린 기관총을 보며 혀를 찼다.


[기관총 선으로 정리될 줄 알았나 보네. 아주 기관총 전시회를 하러 왔구먼.]


[그러게 말입니다.]


[옛날 같았으면 저 기관총 하나 건져보겠다고 별짓을 다 했을 텐데.]


[대대장님. 어떻게 할까요? 지금 바로 포격 준비할까요? 포탄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 포탄 다 쓰려면 놈들이 더 가까이 들어와야 해.]


대성은 관동군이 더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관동군의 구형 장갑열차는 기존에 쓰던 증기기관차에 장갑을 대충 덧댄 수준이었다.


물론 맨몸으로 다니는 반란군이나 장비나 열악한 군벌에게는 그 정도만으로 충분했다. 굳이 포를 쏠 필요 없이 기관총만 몇 번 긁어주면 죽는 게 지금까지 관동군이 상대해왔던 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많이 달랐다.


구형 장갑열차 행렬은 속도를 더 높였다. 공장 수비 병력과 연락이 닿지 않는 데서 뭔가 느낀 모양이었다.


그렇게 관동군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대성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사격해.]


[알겠습니다!]


사실 관동군이라고 주변 경계를 안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일개 반란군에 불과한 자들이 최신형 장갑열차를 탈취할 거라는 생각을 못 했을 뿐이었다.


최신형 장갑열차는 구형 장갑열차와 달리 대구경 포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구경 포는 불을 내뿜었고 거대한 포탄은 열심히 주변을 살피던 관동군 경계병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쾅!


대구경 포는 그 크기만큼 위력도 대단했다.


포탄이 떨어진 지점은 일반 화물칸을 기관총 진지로 개조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정작 땅에 퍼진 부분은 포탄에 맞지도 않은 기관차였다.


대구경 포탄은 거대한 폭발은 물론이요, 무시할 수 없는 충격파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잘 정돈되어 있던 선로도 몇 구간에 걸쳐 엿가락으로 바꿔버렸다.


[아끼지 말고 펑펑 쏴.]


대성은 계속해서 사격 명령을 내렸다.


선로가 파괴된 이상 장갑열차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장갑열차가 갈 수 있는 곳은 선로가 온전하게 남은 군수공장뿐이었다.


그것도 철문을 부실 때 위에 대고 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이도 저도 못하고 공장에 갇힐 뻔했다.


대원들은 그런 실수를 교훈 삼아 더욱 신중하게 포를 다뤘다.


그럴수록 관동군이 입는 피해는 끝을 모르고 커져만 갔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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