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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2,049
추천수 :
13,734
글자수 :
1,133,243

작성
20.05.03 15:56
조회
3,762
추천
61
글자
12쪽

72화: 작전명 곳간 털이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72화: 작전명 곳간 털이 (4)


[······]


상급 부대는 고사하고 사령부도 연락이 가지 않는다.


모두 다 먹통이다.


고립무원의 상황에 부닥치고 만 것이다.


통신 장교는 굳은 표정으로 병사를 불렀다.


[검문소에 다시 전화 넣어봐.]


[신호 자체가 가지 않습니다.]


그래, 안다 알아.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어서 내린 명령이었다.


가만 보면 참으로 한심했다.


불과 몇 초 전에 굉음이 들렸는데, 굳이 시도해본 다음에 신호가 가질 않는단다.


설사 신호가 갔더라도 답신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 폭발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전국시대를 주름잡던 맹장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어··· 어떡할까요? 방송도 안 되고, 통신도 안 되고··· 부대장님도 소식이 없고.]


통신 장교는 대답하지 못했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어떡하실 겁니까···?]


[어떡하기는··· 일, 일단 되는대로 싸워봐야-]


피육!


쿵!


통신 장교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총성이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통신 장교의 눈은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탕!


전투는 항일군 특전 중대의 일방적인 우세로 흘러갔다.


[개자식들이 비빌 데를 비벼야지. 그래 가지고 어느 세월에 총알 다 쓰겠냐?]


탕!탕!탕! 탕!탕!탕!


관동군의 제식 소총은 특전 중대가 쓰는 소총과 달리 점사, 연사 기능이 없었다.


이는 곧 화력 차이로 이어졌다.


홈 어드벤티지나 수적 우세는 전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관동군은 그렇게 벼랑 끝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대장님. 탄약고까지 정리했습니다.]


[수고했어. 이제 사병 막사만 남은 건가?]


[그럴 겁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병 막사에 모여 있다가 우리랑 마주한 것 같아요.]


[우리가 여전히 전설 속 존재처럼 보이나 보지? 잘 됐어. 인원도 많이 모여 있겠다, 실사격 시험 한 번 더하지 뭐.]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경계 근무다, 당직이다 하며 밖에 나왔던 관동군은 저세상으로 간 지 오래였다.


남은 병사들은 다 지어지지도 않은 사병 막사에서 최후의 저항을 펼치고 있었다.


군수창고로 가려는 시도도 몇 번 있었지만, 모두 헛수고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관동군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다.


어쨌든 머릿수는 자기들이 더 많고, 멀지 않은 곳에 다른 전투 부대도 있으니, 어떻게든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


그들은 전투를 소모전으로 끌고 갈 생각이었다.


[그래 봤자 낭떠러지지. 모두 물러나!]


대성은 시험용 무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유탄이 총구에서 터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쾅!


잠시 소강상태였던 전장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바뀌었다.


유탄은 관동군이 나름대로 저항해보겠답시고 깨버렸던 유리창 안으로 정확히 들어갔고, 날 선 유리조각, 나뭇조각, 쇳조각과 함께 관동군 병사들의 살점을 파고들었다.


스스로 철벽이라고 여겼던 바리케이드가 무너진 것은 덤이었다.


[엄호사격 바란다.]


대성은 곧장 두 번째, 세 번째 유탄을 날렸다.


바리케이드도 없어졌겠다, 유탄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포물선을 그리며 막사 안에 무사히 발을 디뎠다.


쾅!


관동군의 비명을 환영 음악 삼아 열심히 굴렀던 유탄의 종착지는 특전 대원들이 직접 갖다 놓았던 기름 난로였다.


그렇게 관동군은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졌다.


[빌어먹을! 야! 불부터 꺼! 불부터 끄라고!]


[어떻게 끕니까? 물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데.]


[없어? 없긴 왜 없어? 네놈 몸뚱어리는 장식이냐?]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가뜩이나 지휘부까지 갈려나간 마당에 믿었던 요새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관동군은 완벽하게 무너졌다.


기름 난로에서 시작된 불길이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병사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특전 대원들은 조금씩 전진해가며 막사 밖으로 나오려는 관동군에게 따끈한 총알을 선물해주었다.


불길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는 정신을 점점 몽롱하게 하고.


적이 건네는 따끈한 납 선물은 몸의 힘을 다 빼 버리고.


낙엽은 이미 떨어졌고, 촛불은 한참 전에 명을 다했다.


관동군은 하늘로 솟아오르는 불길과 함께 한 줌 재로 사그라졌다.


막대한 유산을 남겨놓은 채.


[다른 곳 다 확인했어?]


[예. 중대장님. 혹시 몰라서 한 바퀴 더 돌았습니다. 저기가 놈들 마지막 무덤이었습니다.]


[좋아. 그럼 바로 다음 작업 들어가자.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특전 중대에게 쉴 시간은 없었다.


대원들은 곧장 창고로 향했다.


인수 작업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최우선 인수 대상은 탄약이었다. 대원들은 창고 안에 가지런히 쌓여있던 탄약 상자를 빠짐없이 밖으로 내놓았다.


[중대장님. 지원 병력 도착했습니다.]


[딱 맞춰서 왔군. 내가 한 말 잘 들었지? 식량은 통조림 같은 보존식품만 챙겨. 괜히 제철음식 먹겠답시고 아침까지 난리 치지 말고.]


[문제없도록 처리하겠습니다. 본부에서 뵙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너도 몸조심하고. 부탁한다.]


대성은 창고 앞으로 몰려드는 항일군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그에게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대성은 중간중간 길바닥과 낙엽 더미 위에서 쪽잠을 청하며 두 번째 목적지로 향했다.


***


대원들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역시 직접 보는 것만큼 마음 편한 게 없다.


어떤 일이든 간에 명확하게 와 닿기도 하고 말이다.


‘정말 어지간히도 많이 해 처먹었나 보구나.’


군납비리의 결정체였던 비밀 금고는 마적단에 의해 엄중히 보호되고 있었다.


물론 마적단 기준으로만 엄중하다는 의미였지, 특전 대원 기준으로는 엄중은 고사하고 거의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이었다.


[지키고 있던 놈들은 어떻게 됐어?]


[자리 좋은 데 골라서 잘 묻어줬습니다.]


특전 대원은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가볍게 들썩였다.


[물론 발견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부분 돈만 빼돌려서 도망갔다고 생각하겠지요.]


방해물은 손쉽게 제거되었고, 자산 인수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너무 많이 먹었다고 탈 날 걱정도 없었다.


애당초 정당성이 없는 돈이었으니까.


대성은 비밀 금고가 향후 있을 항일 전쟁에서 큰 자산이 되리라 확신했다.


열 수 있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마적단 소지품에서 발견했습니다. 금고와 관련된 내용인데, 한 사람 이름이 계속 언급되더군요.]


[금고를 관리하는 놈이군.]


[그렇게 보입니다.]


[이 마을 이름도 어디서 많이 봤던 것 같은데. 그래. 오면서 봤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군. 멀리 살았더라면 꽤 골치 썩였을 텐데 말이야.]


[그나마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지요.]


[맞아. 빨리 처리할수록 좋지.]


대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최대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인가?


그 순간, 대성의 머릿속으로 무언가 번뜩이며 지나갔다.


좋은 아이디어일수록 빨리 행동에 옮겨야 하는 법.


대성은 대원이 알아서 잘 판단했기를 바랐다.


총명한 놈이니만큼 당장 닥친 상황만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혹시 그 마적단 말이야.]


[아, 옷은 따로 챙겨놨습니다. 왠지 중대장님이 찾으실 것 같아서. 지시만 내려주십시오.]


확실히 훈련과 교육을 허투루 한 것 같진 않았다.


[오늘 한 번만 다른 사람인 척 해보자고. 낯짝 두꺼운 사람들 좀 모이라고 해.]


***


[아이고머니나!]


평화롭던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주민들에게 마적단은 여전히 호환 마마 같은 존재였다.


눈 마주치는 건 고사하고 마적단이 있는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은 마적단을 보자마자 혼비백산이 되었고,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아무 짓도 안 하고 서 있기만 했는데도 그랬다.


‘한두 번 행패 부린 게 아니었나 보네.’


천으로 얼굴을 가린 대성과 대원들은 주민들을 홍해처럼 가르며 타겟을 찾아 나섰다.


팔에 맨 완장만 보면 도망가는 주민들 사이에서 타겟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타겟은 주민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다.


마을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하니 눈에 금방 띌 수밖에 없었다.


[오! 어쩐 일로 찾아오셨소? 뭐, 부탁할 거라도?]


금고지기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웃을 대하듯 마적단의 탈을 쓴 자들을 살갑게 맞이했다.


대놓고 굽실거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정중하게 대하려는 모습으로 보아, 둘 사이에는 어느 정도 상하관계가 존재했던 것 같았다.


아마 예측 불가능한 놈이 좀 더 위에 있었겠지.


낯짝이 철판만큼 두꺼웠던 연기자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며 진의를 숨기려고 했다.


[근데 왜 다들 얼굴을 가리셨나? 처음 본 것 같기도 하고··· 혹시 본진에서 오신 분들이오? 내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라서.]


[······]


[에이 뭐 내 눈이 문제인 걸 어떡하겠소?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주위에 보는 눈도 많으니. 편하게 머물다 가시오.]


다행히 침묵이 금이 되어 돌아왔는지, 금고지기는 알아서 넘어갔다.


그는 불안해하는 주민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무덤 자리로 가짜 마적단을 안내했다.


그리고 스스로 관뚜껑을 열었다.


문과 창, 기둥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던 마을 주민들은 집안이 뒤집히는 소리를 듣기 무섭게 몸을 숨겼다.


금고지기를 도우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작업은 수월하게 흘러갔다.


콰당! 꽝! 쨍그랑!


[왜··· 왜 이러시오···? 아니, 갑자기 왜-]


[우리가 그걸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나? 세상 돌아가는 게 다 그런 거지. 자기 마음대로 안 될 때도 있고.]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이, 이게 갑자기 뭐하는 짓이오?]


요구 사항은 짧고 굵게.


[알 거 없고. 열쇠나 내놔. 빨리. 시간 없어.]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 거대한 땅이 군벌한테 갈가리 찢기고 저기 섬나라 잡것한테도 찢기는 세상인데, 말이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험한 꼴 당하기 전에 빨리 넘겨.]


친일파에 마적까지 부리는 사람이다.


당대를 주름잡는 세력에게 붙음으로써 얻는 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터.


이익에 살고 이익에 죽는 장사꾼이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험한 꼴 역시 질질 끌지 말고 단번에 임팩트 있게 보여줘야 한다.


[커억! 큭···]


[대충 마음이 바뀌셨나?]


[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긴 아는 거요···?]


[잘 알지. 남 등 처먹고 괴롭혀서 금은보화 뜯어내는 거. 그게 마적 아니겠어? 마땅히 뜯어야 할 놈들한테 뜯는 건 의적일 테고.]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갔구먼! 이 돈은 말이요. 보통 돈이 아니요. 단순히 우리 상인들만의 돈이 아니라고.]


[누구 돈이든 내 알 바 아니야. 좋은 데만 쓰면 그만이지. 괜히 떠벌리고 다니지나 말라고.]


대성은 열쇠를 받아 챙겼다.


여기서 살려주면, 친일 상인은 분명 떠벌리고 다닐 것이다.


마적단이 관동군 장교의 돈을 건드렸다고 말이다.


돈을 털린 놈들은 애꿎은 마적단 잡겠다고 머리를 쥐어 싸매겠지.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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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작전명 곳간 털이 (4) +1 20.05.03 3,763 61 12쪽
72 71화: 작전명 곳간 털이 (3) +2 20.04.22 3,677 57 11쪽
71 70화: 작전명 곳간 털이 (2) +3 20.04.11 3,779 5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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