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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민(煩悶)

좋소 탈출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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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민
작품등록일 :
2024.09.0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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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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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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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글자수 :
11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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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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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_제 동료가 되십쇼

DUMMY

**


회의실에서 석장미를 기다리던 승찬은 다시 포트폴리오를 확인했다.


확실히 대기업이라서 그런지 지원하신 작가님들도 경력이 화려하시네.


하지만 어딘가 부족했다.


실력은 비슷비슷하시겠지.

디테일의 차이일 테니까.

그런데 단점들이···.


멘탈이 약했다.

단점 부분은 메이버 웹툰에서 해당 작가들을 담당하면서 경험칙으로 적어둔 것이었다.

아무래도 당사자보다는 그들을 관리했던 담당자들이 더 잘 보이지 않았을까.

물론 허점은 분명 존재한다.

해당 작가와 관계가 안 좋은 피디가 단점을 일부러 과장해서 적었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김구준이 다른 피디의 의견도 물어서 종합했었다.

김구준이 작가의 단점을 체크할 만큼, 지금 승찬의 작품인 은퇴한 영웅은 기둥서방에 진심이었다.


“이 분은?”


포트폴리오를 넘기던 승찬이 손을 멈췄다.

작가의 이름은 미리내.


단점이 사람과 잘 못 어울림?

살벌하네. 이렇게 대놓고 사교성이 없다고 쓴다고?

살짝 메이버 웹툰이 무서워지려고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게 맞긴 하네.

직관적으로 안 써놓으면 자칫 오해할 수 있으니까.


단점이 명확한 사람인 만큼 장점도 명확했다.


깡다구가 있고 체력이 좋다. 그림을 빡세게 그린다?


미리내 작가의 그림을 확인했다.


“와···.”


그림 실력이야 두말할 것이 없었다.

보통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서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사람은 배경까지 디테일을 살렸다.

그래도 한 컷만 이런가 싶어서 다른 컷도 봤다.

서른 장이나 되는 그림을 전부 확인했는데, 서른 장 전부 배경 디테일이 예술이었다.

어떤 그림은 한 컷만 보더라도 이게 복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소력이 좋았다.


“이야···. 한 번 만나 보고 싶다.”


왜 만나 보고 싶냐면 얼마나 사교성이 떨어지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다가갈 수 있을 수준이면 그래서 이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면 나의 작품에 그림을 맡기고 싶었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들었는데···.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나오라고 한다고 나올 것도 아니니까.”


아쉬웠다.

김구준 대표님이 시간을 두고 회의해도 좋다고 했지만, 그래도 외부인인 내가 회의를 여러 번 하자고 하면 여기 직원들이 좋아하겠나.

메이버 웹툰 사이트에 작품을 런칭하는 일인데, 나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한 번 생각해보자.

자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인간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나?

변태 성향을 가지지 않고서야.


이곳 플랫폼 담당자들도 사람이고 자기 일에 치이는 사람인데, 프로젝트를 대표가 맡는다고 진심으로 따르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냐는 말이다.

정말 재수 없으면, 웹툰 런칭하고 프로모션 들어가는 등 여러 부수적인 부분에서 빠뜨릴 수도 있고 원고를 제시간에 안 올려서 작가를 욕먹게 할 수 있는 것이 현장에서 뛰는 직원들이다.

실수라고 하면 그만일 테니까.

고가가 조금 까인다고 해도 한 사람을 나락으로 보낸다면 이득이 아닐까?


왜 이렇게 사람을 못 믿냐고?

가 족 같은 회사에 다녀보면 이해할 거다. 얼마나 비상식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한데.

그리고 이것이 판타지는 아니다.

현실은 상상보다 더하거든.


그때를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내가 그 지옥을 어떻게 견뎠을까?

라고 생각해보니까.

그때의 나는 간을 집에다 두고 용궁에 놀러 간 토끼처럼 뇌를 집에다 두고 회사에 다녔었다.

이성적인 판단이 내 정신 건강을 좀 먹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최악을 생각하고 일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막상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들이닥쳤을 때.

정말 사고가 난다.


“그러니까요.”

“어, 작가님은 일찍 들어오셨네요?”

“다른 그림 작가님들 포트폴리오 본다고 있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열정적이실까. 호호.”


휴식 시간이 끝났는지, 직원들이 하나둘씩 회의실로 들어왔다.

석장미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뭔가를 바리바리 사 들고 왔다?


“어머?! 대표님! 이게 다 뭐예요?!”

“밑에 커피집에서 조각 케이크 팔길래 사 왔어요. 입이 심심하던 차였는데, 여기 올 때 뭐를 사 온 게 없어서 마음도 조금 쓰였고요.”

“이야! 역시 석 대표님이시라니까! 자자, 여러분 박수!”


회의실에 들어온 직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무슨 일입니까?”


김구준 대표도 들어왔다.


“석장미 대표께서 조각 케이크를 사 오셨다고 하셔서요. 대표님.”

“아.”


김구준 대표가 가볍게 인사했다.


“우리 작가님 작품 많이 도와주세요! 호호. 작가님. 여기.”

“네? 아. 감사합니다. 대표님.”


석장미 대표가 조각 케이크를 꺼내면서 먼저 내게 건넸다.

조각 케이크를 다 배분한 뒤, 다시 회의가 시작했다.

회의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구준 대표가 내 옆에 앉았다는 것.

원래 상석에서 빔프로젝터를 정면으로 보던 그가 왜 내 옆으로 앉았을까 하니.


“작가님 열정이 넘치시네요?”

“네?”

“그거.”


내가 보던 포트폴리오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아직 소개 안 한 작가들까지 보고 계셔서요.”

“아. 방금 쉴 때 나가기도 뭐하고 해서 쭉 훑었습니다.”

“아, 하하. 그러셨구나. 그런데 미리내 작가가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

“네?”

“귀퉁이를 접어놓으셔서요.”

“아. 네. 미리내 작가님 단점이 조금 신경 쓰이긴 하는데.”

“그런데요?”


뭐지? 흥미롭게 보는 것이 분위기가 묘했다.


“다른 작가님들은 멘탈이 약하신데, 이분은 사교성이 떨어질 뿐이지. 멘탈에 관련한 부분이 없어서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오. 흥미로운 시선이네요.”

“아무래도 연재를 시작하면 멘탈이 흔들릴 상황을 많이 마주할 텐데, 그때마다 흔들리면 작화 퀄부터 연재에 상당히 지장이 많이 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다. 돌려서 말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말하는 게 났겠지.


“아뇨. 확실히 연재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니까. 멘탈이 강한 분과 함께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김구준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내 성향을 파악했다는 뜻일까?


“미리내 작가. 확실히 강점과 단점이 명확한 사람입니다.”

“그렇군요.”

“미리내 작가는 확실히 에고가 강한 사람입니다.”

“에고가 강하다고요?”

“네. 보통 필명을 지어서 쓰지 않습니까?”

“아, 네.”


나도 내 필명을 번민으로 지은 이유가 있었다.

본명을 써도 됐지만, 뭔가 있어 보이고 싶기도 했고.


“그런데 미리내 작가는 본명을 씁니다. 그만큼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죠. 자신감은 조금 결여 돼있지만요.”

“그래서 사교성이 조금?”

“네. 그런데 사교성이라고 해봐야 아시지 않습니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주장을 잘 굽히는 게 어디 쉽게 볼 수 있는 일인가요.”


대놓고 욕하는 건가 싶긴 한데,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서 별 타격이 없었다.

상품을 파는 장사꾼이지, 예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냥 해몽하는 사람이 그렇게 느낀다면 모르겠다만.


“그래서 이렇게 적었을 겁니다. 스토리 작가들과 트러블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분위기가 조금 어둡습니다.”

“아.”


그럼 확실히 만나봤으면 하는데.

내가 누구인가 지랄 맞은 아저씨들을 상대하는 것에 이골이 난 이 주임이다.

젊은 꼰대라도 상관없었다.

내 상품을 아주 예쁘게 포장해줄 수 있다면 누가 됐든 상관없다.

아저씨들 감정 쓰레기통을 오래 해서 내 마음은 많이 단단하거든.


“이렇게 말해도 미리내 작가 포폴을 안 넘기시는 거 보니까. 흥미가 있으신 모양이네요.”

“네.”

“한 번 만나 보시겠어요?”


미리내 작가 얘기를 하면서 미소를 지으시네?

뭐지?


“그럴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만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을 테니.”


그래. 웹툰 대표가 부르면 나오겠지.

아무리 성격이 가시 같다고 해도.


─────쾅!


“시발!”


밖이 소란스러웠다.


“김 과장님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세요.”

“네!”


김구준 대표가 직원을 시켜서 밖의 상황을 확인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이라서 어리둥절했는데, 크게 놀라진 않았다.

좋소에서 있었던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대표님.”


나갔던 김 과장이란 사람이 들어왔다.

꽤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된 듯했다.


“미리내 작가가 담당 피디 죽인다고···.”


와우. 생각보다 화끈한 사람이네?

근데 우리나라에 미 씨가 흔한 성씨인가?


**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미리내 작가가 입구에서 씩씩 대면서 작은 손으로 뭔가를 들고 있었다.


-취리릭!


삼단봉이었다!


“저, 저기 미리내 작가님! 그거 내려놓으시고.”

“내, 내려놔? 내, 내가 지, 진정하게 생겼어!”


-휙휙!


“담당자 빨리 나오라고 하라고!”


상당히 격분한 미리내는 작은 체구임에도 기세가 대단했다.

남자 직원들이 섣불리 덤벼들지 못했다.

요즘 시대가 시대라서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삼단봉에 맞기 싫어서가 컸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미리내 작가님!”


김구준이 소리쳤다.


“씨이.”


잠시 숨을 고르던 미리내가 김구준을 쏘아보며 말했다.


“왜 시답지도 않은 언플을 하고 난리야!”

“그게 무슨 말입니까?”

“SNS에 내가 스토리 작가 가스라이팅 해서 작품이 내려갔다고 그랬잖아!”

“······!”


김구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고개를 돌린 그가 직원들을 둘러봤다.


“모른 척이야!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거야! 아저씨가 이번에는 다를 거라며!”


김구준에게 아저씨라고 쏘아붙이는 미리내.

승찬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회사 대표한테 아저씨라고 하네? 싸가지없이.


승찬은 윗사람들에게 잘했다.

잘 보이기 위함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윗세대를 존중했다.

그래서 싸가지없는 사람을 보면 욱하는 버릇이 있었다.


“야! 이런 싸가지없는 게.”


모두가 깜짝 놀랐다.

승찬이 앞으로 나선 이유 때문도 있지만, 무슨 목소리가 대포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

“무슨 억울한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윗사람한테 그렇게 싸가지없이 굴면 됩니까?”

“······?”


모두가 물음표를 띄웠다.


“지랄할 거면 담당자분이랑 한 따까리하면 될 일이지. 어른한테 말버릇이 그게 뭡니까? 예!”

“······”


승찬이 이러는 이유가 있었다.

김구준과 짧게나마 미리내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김구준이 그녀의 단점을 감싸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김구준은 미리내에게 억하심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승찬은.


“그러니까. 그거야 내려놓던가 말던가. 대표님께 아저씨라고 한 거 사과하세요.”


심각한 상황이 승찬 덕분에 유치하게 흘러갔다.

쌍심지를 켠 미리내가 김이 빠진 얼굴로 김구준을 봤다.


“대표님 미안해요.”

“크크.”


김구준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괜찮습니다. 작가님. 스트레스가 과하면 그럴 수도 있죠. 작가님이 말씀한 일은 제가 확실히 교통정리를 해드릴 테니까. 일단 마음 좀 추스르시죠.”

“······”


-촤르륵!


미리내가 삼단봉을 접었다.

주머니에 넣고는 주변을 노려봤다.

오면 때린다는 분위기.

그때 승찬이 앞으로 다가갔다.


“이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통성명이나 하죠.”


모두가 당황했다.

승찬의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승찬은 그 누구보다 냉정했다.

한바탕 싸우고 화해한다.

그리고 동료가 된다.

소년 만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클리셰.


미리내.

역시 닮았어.


승찬의 머릿속으로 한 사람이 지나갔다.


“반갑습니다. 작가 번민이라고 합니다.”

“······?”

“그리고 당신과 작업을 함께하고 싶은 작가기도 하죠.”

“어?”

“제 동료가 되십쇼.”

“······”


미리내는 이제 싸울 기운도 없어졌는지, 승찬을 한 번 노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반응을 본 승찬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넘어왔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석장미가 이마를 짚었다.


조금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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