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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연금술로 던전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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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3.05.15 20:27
최근연재일 :
2023.07.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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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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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수 :
20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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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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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3화 : 길드 설립?

DUMMY

“그럼 지금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협회장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미리 만들어둔 몬스터 기피제를 꺼냈다.


“바로 이겁니다.”


협회장은 내 손에 들린 포션을 주의깊게 살펴봤다.


“살짝 회색빛이 도는 반투명한 포션. 꼭 수은을 물에 희석한것 같은 외형이군. 이런 포션은 처음보네.”


“그럴겁니다. 전에 세상에 없던 포션이니까.”


“그래서. 그 포션을 대체 어떻게 써서 돌아온겐가?”


“보여드리죠. 조용하씨?”


조용하가 내 손에 들려있던 포션을 휙 낚아채 단숨에 들이마셨다.

협회장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를 지켜봤다.

그대로 1분. 2분. 3분이 흘러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네만.”


“여긴 1층이니까요. 이 포션의 진가는 2층으로 내려가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2층에서 시작하지, 3분동안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했군.”


“아닙니다.”


나는 단호하게 협회장의 말을 잘랐다.


“포션에 어떤 부작용이 없다는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잘못 만들어진 포션은 마시자마자 구토를 일으키거나, 신체 발광 현상이 일어나니까요.”


“흠. 그렇군. 나는 포션은 잘 안 쓰다보니,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쳤네.”


“그럼 나머지는 2층으로 내려가서 계속하죠.”


우리들은 계단을 타고 한층 내려갔다.

본격적으로 몬스터가 등장하는 2층은 공기부터 서늘했다.

벽에 걸린 노란 횃불들이 소리없이 일렁거렸고, 우리들의 그림자가 괴물처럼 벽에서 춤췄다.

그리고 모퉁이 너머에서 진짜 몬스터가 나왔다.

벽에 흉흉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늑대가 이빨사이로 침을 질질 흘리며 걸어나왔다.

털은 가시처럼 뻣뻣하고, 붉게 충혈된 눈에는 목적없는 증오가 가득했다.


“몬스터군.”


우리들은 바로 모퉁이 너머로 몸을 숨겼다.


“몬스터죠. 잠깐 지켜보세요.”


협회장이 손을 들어올리려다가 멈췄다.

조용하는 대검을 뽑지 않고 늑대에게 다가갔다.

그가 발을 딛자 늑대가 움찔했다.


으르르릉······


위협적인 소리를 내면서 늑대가 두리번거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조용하는 점점 늑대와 가까워졌다.


“자네. 설마 저 포션······.”


“쉿.”


조용하는 그새 늑대의 바로 앞까지 왔다.

그런데도 늑대는 전혀 조용하를 못 찾은 것처럼 코를 킁킁대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컹! 컹! 컹컹!!


급기야 마구 울부짖으며 되는대로 앞발을 휘둘렀다.

조용하는 공격을 피해서 늑대의 등 뒤로 돌아갔고, 늑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채 애먼 벽과 바닥만 마구 할퀴었다.

결국 늑대가 제 풀에 지쳐 헐떡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조용하의 대검이 번뜩였다.


쿵!


잘려나간 늑대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한 박자 늦게 잘린 단면에서 피가 푸확 뿜어졌다.

머리 잃은 몸통이 힘없이 바닥에 철푸덕 늘어졌다.


“이런 포션입니다.”


협회장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박수쳤다.


“투명 포션 같은건가?”


“비슷합니다. 이걸 마시면 몬스터가 우릴 감지하지 못합니다.”


“상상 이상의 효과로군. 몇 층 까지 통하겠나?”


“최소한 던전 11층의 밤까지는 통합니다.”


협회장이 흥미롭다는듯 눈을 빛내며 턱을 만지작댔다.


“과연. 이런 포션이라면······.”


“항상 몬스터한테 기습당하는게 헌터들의 일상이었죠. 하지만.”


나는 빈 포션 병을 흔들어 보였다.


“이거라면, 헌터가 몬스터를 기습할 수 있습니다.”


“자네 말대로 던전 공략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포션이군.”


“바로 그렇습니다 협회장님.”


“레시피를 알려줄 수 있나?”


나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대량 양산은 가능하나?”


마찬가지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협회장은 끄응 하고 작게 신음했다.


“어떻게, 헌터들의 미래를 위해서 공유할 생각 없나?”


“죄송합니다 협회장님. 이 포션으로 말하자면, 필요한 재료도 하나같이 희귀한 데다가 보통 품이 드는게 아니거든요.”


사실 나는 포션을 그냥 융합할 수 있다.

하지만 협회장 앞에서는 힘든척을 했다.

그래야 내 포션의 가치가 올라갈테니까.

쉽게 만든 물건은 얕잡아 보이기 마련이니까.


“하긴. 이정도 효과의 포션이라면 그렇겠지.”


“그리고 저는 어떻게 돌아왔는지 알려주겠다고 했지, 포션의 레시피를 넘기겠다고 하진 않았습니다.”


“끄응. 그 말도 맞군.”


“그러니 협회장님. 이제 협회장님께서 약속을 지킬 차례십니다.”


“알았네. 강선호. 약속대로, 던전에 자네들 길드 건물을 세워주지.”


“길드 건물이요!”


유서연이 손뼉을 치며 방방 뛰다가 흠칫했다.


“지금 어디에 길드 건물을 짓는다구요?”


“던전 안에.”


협회장이 눈 하나 깜짝 않고 말했다.

유서연이 입을 열기 직전에 그가 말했다.


“이유는 내게 묻지 말게. 이걸 부탁한건 강선호니까.”


유서연과 조용하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는 멋쩍게 웃어넘겼다.


**


협회장이 돌아간 뒤오, 나는 반쯤 납치당하다시피 가까운 카페에 끌려왔다.


“지금 웃어넘길 때가 아니잖아요!”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유서연이 말했다.

그바람에 하루 장사를 시작하려던 점원들이 깜짝 놀라 우릴 쳐다봤다.


“아, 미안해요. 주문은 곧 할게요. 그러니까······강선호씨!”


“네?”


“뭐라고 설명좀 해 봐요! 던전에 길드를 세운다며요?”


“저도 정말 궁금하군요. 대체 어쩌자고 던전에 길드를?”


“그야, 서울은 땅값이 너무 비싸니까요.”


“네? 뭐라구요?”


“서울은 땅값이 너무 비싸요. 우리 길드를 세우려면 돈이 많이 들겠죠.”


“사무실 임대 서비스가 활발하지 않습니까.”


조용하가 점잖게 끼어들었다.


“임대는 안돼요. 반드시 우리 소유의 건물이 필요하다구요.”


유서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봤다.


“왜죠?”


“우린 포션 장사를 할 테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주문하러 카운터로 갔다.

그동안 두 사람은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했다.

주문을 넣고 돌아왔을때는 유서연도 조용하도 아까보다 훨씬 침착해 보였다.


“포션 레시피는 극비죠.”


조용하가 말했다.


“포션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에요. 헌터 길드들은 다들 비밀 투성이죠.”


유서연이 티슈를 한장 뽑아 조물딱거렸다.


“그래서 산업 스파이도 많이 보낸다고 알고있구요.”


“그렇습니까?”


“네. 도청이나 도촬도 활발할걸요?”


조용하가 당혹스럽다는듯 말했다.


“전혀 몰랐습니다.”


유서연은 티슈로 학을 접어 테이블에 내려놨다.


“그러니까, 던전에 길드를 세우면 분명 이득이 있어요.”


“맞아요. 포션 제조 공정을 들키지 않겠죠.”


포션은 레시피가 전부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레시피만 알면 누구든지 만들수 있다.

그래서 사무실 임대 서비스는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다.

소유주가 카메라나 도청기를 설치하러 들락거리는걸 막을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던전 내부에 길드를 세우는건 무리수 아닙니까.”


“조용하씨. 물론 위험한 일이죠. 하지만, 우리한텐 그게 있잖아요.”


빈 포션병을 꺼내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던전은 위험합니다.”


“위험한 만큼 얻는것도 많아요. 우리가 그날 밤에 가져온 재료들, 다 합치면 4천만원 넘는 것 아시죠?”


“던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것과, 거기에 건물을 세워 사는것은 다릅니다.”


조용하는 끝까지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강선호씨. 물론 서울의 땅값이 비싼 것도 맞고, 임대 서비스에 위험 부담이 따르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때 때마침 커피가 도착했다.

조용하는 먹물처럼 시커먼 에스프레소를 들고 한모금 마셨다.


“하지만, 던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조용하는 완강했다.

조금 이르지만, 그를 설득하려면 지금 말할 수밖에.


“조용하씨. 그리고 유서연씨.”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이건 꼭 필요한 일이에요. 던전 심층을 공략하려면, 반드시 길드는 던전 안에 지어야 합니다.”


“저는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간단해요. 중간 기착지가 필요하니까.”


“아!”


유서연이 손뼉을 쳤다.


“맞아요 맞아! 베이스 캠프라구요!”


“베이스 캠프?”


“네! 히말라야처럼 위험한 곳을 등반할 때 꼭 필요하잖아요? 마찬가지에요!”


어리벙벙한 눈의 조용하에게 유서연이 설명했다.


“위험한 곳일수록 안전지대가 필수라구요. 소모된 체력과 보급품도 충전하고, 새롭게 정보도 수집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의논하고.”


“그렇긴 하지만······.”


“게다가, 던전에 베이스 캠프를 세운건 우리가 최초에요!”


유서연이 의자를 벌컥 밀치고 일어섰다.


“4대 길드도 던전에 전초기지를 세우진 못했어요! 묵로, 은하, 여름지기, 휘스퍼 전부다요!”


“다시말해서, 우리가 그들보다 앞서나간다는 뜻이죠.”


이쯤되자 조용하도 꽤 혼란스러워 보였다.


“이해가 안 되는군요. 4대 길드도 전초기지의 필요성은 느꼈을텐데. 어쩌다가 우리가 최초가 된 것인지······.”


“간단해요. 그들은 겁냈고, 우리들은 겁내지 않았다. 그 차이죠.”


노을이 풍덩 빠진 밤바다처럼 찰랑이는 커피를 한모금 입에 적셨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긴 해요. 협회장이 이런 터무니없는 거래에 응한 이유도 짐작가고요.”


유서연이 빨리 말해보라는듯 눈을 반짝였다.


“던전에서 정말 사람이 살 수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려고 그랬겠죠.”


“즉, 우린 실험실의 쥐로군요.”


“아뇨. 우린 헌터고, 던전은 실험실이 아니에요.”


나는 커피에 딸려온 쿠키를 하나 집어들었다.


“던전 안에서 먹고자면서 던전을 공략하면, 남들보다 훨씬 앞서갈 수 있어요.”


그대로 쿠키를 한입 오독 베어물고 오물오물 씹어 삼켰다.


“이건 4대 길드보다 앞서나갈 중요한 기회에요.”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만······.”


“그리고 중요한게 또 있어요.”


나는 버스 정류장에 걸려있던 오늘 아침 신문을 내밀었다.

제 1면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실려 있었다.


‘11층 공략 잠정 중단! 저주받은 층계인가?!’


기사 내용은 우리들이 던전의 밤에 갇혀 죽을뻔한 사건과, 무책임하게 11층 공략을 재개한 협회장의 비난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기사가 왜 중요해요?”


“밑에 보세요. 뭐라고 적혀있죠?”


유서연이 손가락으로 신물을 훑으며 기사를 읽었다.


“......이에, 헌터 협회는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당분간 던전 출입을 전면 폐쇄······앗!”


“맞아요. 던전으로 내려갈 길이 막혔어요.”


몬스터 기피제를 밑에서 한병 융합해 테이블에 올려놨다.

조용하와 유서연이 포션 병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모처럼 이렇게 귀한 포션을 얻어냈는데.”


“아깝네요.”


“그런데, 던전에 길드 건물이 있으면 내려갈 구실이 있거든요.”


“좀 엉망진창이군요.”


조용하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끄덕였다.


‘그만큼 강선재가 무리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이 신문기사도 보나마나 강선재가 만들어 뿌렸을거다.

내가 던전을 드나들며 강해지는걸 경계하겠지.

그래서 단순하게 던전 출입구를 몇주 동안 틀어막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내가 한발 앞섰어.’


나는 고개를 들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던전 공략이 흐지부지해진 지금.”


내가 커피잔을 들자, 두 사람도 각자 잔을 들었다.


“우린 던전에 세운 길드 건물을 앞세워서, 이 포션을 이용해서 던전의 밤을 정복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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