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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연금술로 던전 정복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3.05.15 20:27
최근연재일 :
2023.07.06 00:05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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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글자수 :
20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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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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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 11층 선발시험 -6-

DUMMY

변창섭은 귀신에라도 홀린 표정으로 멍하니 주저앉았다.

사실 유령에게 빙의당했으니, 귀신에게 실제로 홀리긴 했지만.

그는 물고기처럼 맹한 얼굴로 나를 빤히 보다가 말했다.


“니가 왜 여기있어?”


“던전 11층 선발시험 때문에. 기억 안 나?”


“너 나랑 같은 파티도 아니잖아. 우리 파티는?”


“떨어졌어.”


다그락 다그락···


복도 어귀에서 스켈레톤의 뼈다귀 소리가 들렸다.

여기서는 한가하게 이야기가 나누긴 위험했다.

쓰러진 변창섭을 억지로 일으켜세우고, 반쯤 끌고가다시피 가까운 방으로 들어갔다.

끌려가는동안 변창섭은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진지하게 성수를 한병 더 만들어야 고민할 즈음, 변창섭이 말했다.


“네가 나 살려줬다고?”


“그래.”


“왜?”


“너 죽였다가 시험 통과 못 할까봐.”


변창섭은 아리송한 얼굴이었다.


“왜?”


철푸덕!


방바닥에 변창섭을 던지다시피 내려놓고, 포션을 한병 융합해서 그의 입에 들이부었다.


“읍, 읍! 으읍! 꿀꺽!”


비타민처럼 진한 노랑빛의 포션이 그의 목구멍을 타고 꼴꼴꼴 내려갔다.


“푸하! 야! 이 새꺄! 뭐하는거야?!”


“정신좀 차리라고 귀한 포션 먹여줬더니 성질이야?”


“어? 정신? 너 이······?”


내 멱살이라도 붙잡을 기세로 달려들려던 변창섭이 떨떠름하게 멈춰섰다.

헬쓱했던 얼굴에 안색이 돌아왔고, 핏기가 싹 가셨던 피부도 혈색을 띄었다.


“너, 나한테 뭘 먹인거야?”


“기력 회복 포션. 병당 20만원 넘는거야. 나중에 갚아.”


“치사한새끼······.”


변창섭은 뭐라고 더 말하려다가 휘청하더니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왜, 포션이 안 받아?”


“몰라. 아직 어지러워.”


포션 부작용이 아니면 빙의 후유증인가.

지금 상황에 변창섭을 데리고 다니긴 무리다.


“안되겠다. 여기서 잠깐 쉬었다 가자.”


“니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포션값.”


변창섭은 입을 꾹 다물었다.

갑자기 포션값이 비싼게 새삼 고마웠다.

세상에 널린게 포션이었으면, 내가 포션을 암만 만들어줘도 고마운줄 모를테니까.


“다른 사람들은?”


“나도 몰라.”


나도 대충 아무 구석에 털썩 주저앉아 대답했다.


“그럼 여기 우리 둘 뿐이야?”


“아마도.”


변창섭은 눈에 띄게 동요했다.

안절부절 못하던 그는 억지로 일어서려다가 휘청휘청 주저앉았다.


“일단 좀 쉬어. 너 그러다가 큰일나.”


“니가 뭔데 나한테 명령질이야? 너 학원에서부터 그거 마음에 안 들었······.”


“이 구역에 너하고 나하고 둘 뿐이야. 나랑 협력 안하면 너 혼자 어떡하려고?”


주저앉은 변창섭은 시선을 휙 돌려버렸다.


“그러다가 또 유령한테 빙의당하면 어쩌게?”


“빙의? 내가?”


“그래. 아주 제대로 당했던데.”


“세상에 유령이 어딨어?”


“그럼 마법이랑 포션은 어딨냐?”


변창섭은 한마디도 대꾸못했다.


“일단 좀 쉬어. 무리하다가 죽으면 나까지 골치아파.”


결국 변창섭은 쭐래쭐래 구석으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았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여기가 대체 어디야?”


“던전 7층 서쪽구역. 아마 협회가 시험장을 만든다고 7층 구역을 분리시킨것 같아.”


“협회? 헌터 협회가 왜 그랬지?”


“11층 선발시험 치르고 있었잖아. 기억 안 나?”


변창섭이 정신차릴때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시험장으로 내려올때까지의 일을 한참 설명한 뒤에야 그가 멍하니 말했다.


“무사해야 할텐데.”


걱정스럽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조용하는 잘 있을까? 유서연은?

만약 조용하가 유령한테 빙의당했으면 어떡하지?

태생이 광전사인 만큼, 뜯어말리는것도 힘들텐데.

그리고 다른 참가자들은 어디서 뭘 하고있을까?


‘아무것도 확신할 단서가 없어. 이럴때는······.’


나는 기력 회복 포션을 한병 만들어 입에 물었다.


‘내 앞가림이라도 철저히 하는 수밖에.’


기력 회복 포션을 한병 해치운 뒤.

나는 구석에서 중얼거리는 변창섭을 불렀다.


“야. 슬슬 가자. 장치 작동시키러.”


**


돌아오는 길에는 몬스터가 거의 없었다.

박살난 해골바가자랑 뼛조각만 나뒹굴었다.

변창섭은 영 불쾌한 표정으로 뼛조각을 슬슬 피해다녔다.


“누가 이렇게 박살을 내 놓은거야?”


“너.”


“나? 내가 그랬다고?”


“진짜 아무것도 기억 안나나보네. 너 눈 시뻘개져서, 아주 미친놈처럼 날뛰었어. 알아?”


“그래서 이렇게 아픈가? 길바닥에서 뒹군것도 아닌데, 삭신이 뻐근하냐.”


“아무튼 자. 여기야.”


슬라임 웅덩이가 고여있는 방은 공기부터 음침했다.

축축하고 음습한 투명한 안개가 방안에 가득 드리웠다.

방 반대쪽에는 막대 위에 세워둔 구슬이 둘 있었다.


“저걸 건드리면 된다고?”


“그래. 그래서 너 살린다고 애 많이 썼다. 나 혼자서는 못 푸는 퍼즐이니까.”


“됐고, 일단 가서 건드려보자.”


“잠깐 정지.”


멋모르고 웅덩이를 뛰어넘으려던 변창섭은, 꾸물거리는 슬라임을 보고 허둥지둥 도망쳐나왔다.

그는 나를 붙잡고 못볼 꼴이라도 본 마냥 방안을 손가락질했다.


“야! 저거 뭐야!”


“슬라임.”


“슬라임이 왜 여깄는데! 저것들 심층에서 나오는거 아냐?”


“협회가 시험 치른다고 잡아왔겠지.”


“슬라임을 잡아온다고? 협회도 미쳤네. 그럼 저기까지 어떻게 넘어가? 가까이 가면 잡아먹히잖아!”


급속 냉각 포션을 손아귀에서 한병 융합해 휙 던졌다.


퍼어엉!!


백색 냉기의 안개가 시커먼 슬라임을 얼어붙였다.

변창섭은 멍하니 슬라임을 보다가, 얼음을 보다가,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 얼음도 써?”


“이것저것 써.”


나는 손을 툴툴 털고 얼어붙은 슬라임을 밟고 지나갔다.

변창섭도 나를 뒤따라 슬라임을 밟고 건너왔다.


빠직—


그가 밟은 곳의 얼음이 갈라졌다.

변창섭은 허둥지둥 칼을 뽑아들고 슬라임을 쳐다봤다.

꽁꽁 얼어붙은 점액괴물은 요지부동이었다.


“빨리 작동시키고 나가자. 슬라임하고 싸워봤자 좋을거 없어.”


“어, 어어. 그래. 잠시만.”


나와 변창섭이 각자 자리를 잡고, 동시에 구슬을 건드렸다.


쿠르르르릉—

덜컹, 덜컹덜컹덜컹!!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온 층계가 흔들렸다.


“뭐, 뭐야?! 무슨일이야?!!”


“진정해. 장치가 작동해서 그런걸테니까.”


쿠르르릉—


무시무시한 진동이 멎었다.

나와 변창섭은 서로 눈만 멀뚱거렸다.


“이게 끝이야?”


“뭔가 달라진게 있나 확인하러 가자. 그리고······.”


나는 반쯤 녹아 슬러시처럼 변해버린 슬라임을 훌쩍 뛰어넘었다.


“여기 오래 있어봤자 좋을것도 없으니까.”


**


“잠깐만요. 지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


거의 자기 키만한 애벌레를 졸라 죽이면서 조용하가 귀를 기울였다.

이민정도 인상을 잔뜩 쓰고 귀를 쫑긋 세웠지만, 벌레 으스러뜨리는 소리때문에 방해였다.


“조용히좀 해 봐요!”

조용하의 팔 근육이 불끈거렸다.


끼이이익–!!


쿵!


커다란 벌레를 쓰러뜨리고 두 사람모두 다시 귀를 기울였다.


“방금 뭔가 쿠르릉 했다구요.”



“함정이 작동했을까요.”


“그거야 모르죠. 가서 알아볼 수밖에.”


이민정이 레이피어를 가볍게 한바퀴 돌렸다.


“좋습니다. 그럼 앞장서시죠.”



“네? 제가요?”



“저는 광전사입니다. 싸울 때마다 생명력을 쓰는 만큼, 안 싸우는게 상책입니다.”



“그럼 뭐에요?! 저보고 다 하라구요?”


“제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급적 싸우지 않겠습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당신 부끄럽지도 않아요?”


“전혀.”



조용하는 딱 잘라 대답했다.


“저는 단시간에 폭발력을 뿜어내는 폭약이고, 이민정씨는 상황과 장소를 가리지않는 일꾼 아닙니까. 갱도의 막힌 바위를 뚫는데는 폭약이 필요하겠지만, 금맥을 캐는데는 곡괭이면 충분합니다.”


“지금 뭐에요. 그걸 비유라고 든 거에요?”


“으음. 죄송합니다. 잘 와닿지 않습니까?”



“됐어요. 진짜 뭐야 이게······.”



이민정은 볼을 부풀리고 앞장섰다.

곧게 치켜세운 레이피어의 칼날은 공기의 투명한 막을 찢을 것처럼 날카로웠다.

주변을 경계하며 조심조심 걸어가던 이민정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강선호 동료랬죠?”



“그렇습니다.”



“강선호라는 사람 대체 뭐에요? 그사람이 시험에서 무슨 짓을 했는줄 알아요?”



“전 모르고, 별로 관심도 없습니다.”



“관심이 없다고요! 당신 동료인데?”


“던전에서 저와 강선호씨는 죽이 척척 맞았습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던전 밖에서 그가 뭘 하든지, 저는 관심없습니다.”


이민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조용하를 쳐다봤다.


“시험을 아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어요! 거의 범죄라구요! 그런데도 관심없다고 할 수 있어요?”



“뭔가 착각하시는것 같은데.”


조용하가 조용조용한 말투로 말했다.


“강선호씨는 제 가치를 알아봐준 사람입니다. 믿을 이유는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의 말투는 느리지만 힘이 있고, 목소리는 낮게 울렸다.

동굴에서 곰이 으르렁대는 소리와 비슷했다.


“이런 시험인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어요.”



결국 이민정이 꼬리를 내리고 투덜댔다.


“이런 시험인줄 알았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협회장님은 아셨겠죠. 시험장을 직접 준비하셨으니까.”



“아니. 협회장님도 몰랐을겁니다.”


앞서 걸어가던 이민정이 서서히 멈춰섰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던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줄은 아무도 모릅니다. 예를 들자면.”



조용하도 걸음을 멈추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방안에는 무시무시한 톱날 함정이 거의 도배되다시피 했다.

톱날들은 쇠파이프도 잘라낼 기세로 맹렬하게 회전했고, 그 안쪽에 구슬이 둘 있었다.


“제가 당신과 협력할지 말지는 협회장도 몰랐을 겁니다.”



조용하는 대검을 뽑아들고 앞장섰다.


“비키십시오. 여기선 제가 앞장설테니까.”


조용하는 살짝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가 다시 눈을 뜨자, 새빨갛게 물든 달처럼 그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근육이 아슬아슬하게 부풀어올랐고, 힘줄이 뱀처럼 꿈틀댔다.


“으아아압!!!”


조용하가 괴성을 지르며 대검을 휘둘렀다.

칼날이 톱날에 부딪히며 불똥이 번쩍거렸다.


콰지지직!!!

콰르르르릉!!

콰직, 우지끈! 빠드드득!!


대검을 휘두를 때마다 톱날 장치가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박살난 나무 파편과 쇳조각이 사방팔방 비산했다.


콰직! 쾅! 쿠르릉!

빠자자작—

콰지직!


조용하는 미친듯이 대검을 휘둘러서, 방 안을 말 그대로 청소해버렸다.

그가 칼춤을 추고 지나간 자리에는 부서진 잔해 뿐이었다.

순식간에 방을 걸레짝으로 만든 그는 분노의 후유증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함정은 처리했습니다.”



쿵!


대검을 바닥에 찍고 버티면서 조용하가 말했다.


“이제 저 장치를 건드려보죠.”



“당신, 어떻게······이렇게 강해요? 아니, 이렇게 강한데, 왜 아직도 D급 헌터에요?”


조용하는 조용히 웃기만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내 가치를 알아봐준 사람이 강선호 헌터 뿐이었다고.”


조용하는 숨을 고른 다음 칼을 거칠게 뽑았다.


“그만 움직이죠. 이민정씨.”



“아, 알았어요······.”



완전히 기세가 눌린 이민정이 쪼르르 구슬을 건드렸다.

구슬에 빛이 들어오자마자 조용하도 구슬을 건드렸다.

그러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온 벽과 천장이 흔들렸다.


쿠르르릉—


이윽고 진동이 잦아들자마자 조용하가 갑자기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 같이가요!”



행여 뒤처질세라 이민정도 후다닥 밖으로 뛰쳐나왔다.


**


모니터실의 협회장은 시험장 상황을 지켜보며 종이컵을 하나 꺼냈다.

믹스커피 스틱을 하나 슥 뽑아 탈탈 털고, 포트로 끓인 물을 부어 천천히 휘저었다.

옆에서 모니터를 지켜보며 점수를 매기던 직원이 말했다.


“의외로 선전하는걸요.”


“아니. 진짜 시험은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네.”


협회장은 모니터를 보고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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