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연금술로 던전 정복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3.05.15 20:27
최근연재일 :
2023.07.06 00:05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6,819
추천수 :
43
글자수 :
204,938

작성
23.05.31 00:00
조회
213
추천
3
글자
12쪽

12화 : 헌터 자격 -1-

DUMMY

지하던전 11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를 개척했다.

거기 걸려있던 현상금만 2천만원에, 덤으로 감사패까지 수여한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헌터 협회 본관에 들어오자, 직원들이 나를 안내했다.

양복도 대여해주고, 스타일리스트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사진으로 자료를 남겨야 하거든요. 협회 홈페이지에도 올려야 하고, 언론에도 나눠줘야 하니까요.”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스타일리스트가 내 머리를 매만지며 대답했다.


“언론까지요?”


“던전이 어디 보통 일이에요? 몇년동안 이어진 불경기를 던전이 단번에 해결해 줬잖아요!”


스타일리스트가 빠른 손놀림 만큼이나 빠르게 혓바닥을 놀렸다.


“대규모 고용 창출, 신규 일자리 대폭 증가! 헌터 파생 상품도 한둘이 아닌데다가, 던전에서 건져온 부산물들도 신약 재료, 신소재, 대체 연료 등등으로 팔리는걸요! 우리나라가 작년부터 에너지 수출국이 된거 아세요?”


“거기까진 몰랐네요.”


“그럼 지금부터 알아둬요!”


그녀는 가위로 싹둑싹둑 머리칼을 쳐냈다.


“그 던전 탐사가 11층 밑으로 내려가질 못하고 막혔는데, 강선호씨 파티가 다른 통로를 찾았다면서요? 그럼 이런 대접 받을만하죠!”


“운이 좋았죠 뭘. 다른 헌터들보다 빨리 찾았으니까요.”


“아니에요. 진심으로 11층 통로 찾는 헌터 거의 없었을걸요? 대형 길드들은 멈춘 김에 밀린 일들 처리하느라 바빴고, 개인 헌터들은 던전 10층을 기피하니까요. 미믹이 그렇게 많다면서!”


그 미믹 입속에 들어갔다가 11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를 찾았지만, 굳이 그 이야기는 안하기로 했다.

몬스터 입속으로 들어가 반대쪽 출구로 나가는 통로.

거기까지 알려졌다간 11층에 내려갈 사람이 없을테니까.


“아무튼, 자! 다 됐습니다! 어떠세요? 마음에 드세요?”


거울을 봤더니 왠 낯선 청년이 있었다.

전문가의 솜씨라는게 이렇게 대단하구나.

새삼 감탄했다.


“고맙습니다. 저기, 드릴건 딱히 없고.”


“아, 아뇨! 괜찮아요! 전 협회 전속이라, 협회에서 월급 받거든요!”


“그래도 고마워서, 이거 드릴게요.”


즉석에서 포션을 한병 융합해 내밀었다.

비타민C를 물에 탄것 같은 황색 포션이었다.


“어머, 포션?”


“네. 기력 회복 포션이에요. 피곤할때 드세요.”


“비싸잖아요! 함부로 포션을 막 주셔도 돼요?”


“제가 포션 쪽으로 조예가 깊어서.”


스타일리스트가 까르르 웃으며 포션을 받았다.

그녀가 내게 전문가의 솜씨를 베풀었으니까, 나도 그녀에게 전문가의 솜씨를 돌려줬다.

이렇게 상부상조 했더니 기분이 좋았다.


“그럼 포션 잘 마실게요! 안녕히 가세요!”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 대기실을 나섰다.

마침 같은 타이밍에 조용하와 유서연도 나왔다.

우리들은 서로의 낯선 모습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강선호씨. 외모가 출중하시군요.”


“그러는 조용하씨는 고위 공무원 같은데요.”


“저는요? 저는 어때요?!”


나와 조용하가 유서연을 쳐다봤다.


“결혼식장 따라온 새내기 대학생 같습니다.”


조용하의 비유가 너무 적절해서 더 할 말이 없었다.

유서연은 그게 욕인지 칭찬인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녀가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복도 모퉁이에서 협회 직원이 튀어나왔다.


“수상자분들! 곧 협회장님 오십니다! 자리로 가 주세요!”


재촉하는 직원을 따라서 강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널따란 강당에는 벌써 취재진과 사진기자들이 모여있었다.


“일단 리허설 할게요! 자, 이쪽으로 서시고. 여성분은 여기. 파티장은 누굽니까?”


우리 셋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다가, 내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강선호씨가 파티장 맞습니까?”


“아, 네. 그런것 같네요.”


“그럼 가운데 서시고. 곧 협회장님이 오실겁니다. 순서는 이렇게······.”


“뭘 그렇게 신경쓰나?”


협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목소리는 여유만만하고 쾌활했는데, 김성준과 어쩐지 비슷한데가 있었다.


“협회장님!”


“그냥하게. 피차 바쁜 사람들인데.”


직원이 만류할 새도 없이 협회장이 무대에 올라왔다.


“그래. 이번에 11층 가는 길을 찾은 헌터들이 자네인가?”


유서연과 조용하의 눈쌀에 떠밀려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협회장님.”


“그래. 일단 이거부터 받게. 현상금 2천만원일세.”


협회장이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당황해서 멀뚱거렸더니 돌연 협회장이 웃었다.


“하하! 왜, 봉투가 얇아서 그러나? 이건 그냥 보여주기용이고, 돈은 계좌로 보낼테니 걱정 말게나!”


“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봉투를 두 손으로 받자, 협회장이 기자들에게 말했다.


“자, 사진들 찍으시고.”


눈부시게 새하얀 플래시가 펑펑 터져댔다.


“됐네. 허리 피게. 그러다가 허리 나가겠어. 젊어서 허리나가면 나이들어 고생이야. 그럼 돈봉투는 줬으니 이걸 줘야지.”


협회장은 오른손에 달랑달랑 들고있던 감사패를 불쑥 내밀었다.


“자, 자네들의 공로를 치하하네! 유서연 헌터! 조용하 헌터! 그리고 강선호······?”


협회장은 감사패의 글귀를 읽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강선호 헌터 보조? 음. 그래. 자네 세 사람의 활약 덕분에, 헌터 협회의 오랜 숙원이었던 던전 11층 공략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네. 이에 감사하는 바, 감사패와 현상금을 수여하겠네!”


내게 감사패를 건네는 협회장과 눈이 마주쳤다.


“협회장님. 잠시······.”


“쉬잇.”


협회장은 감사패를 건네면서 기자들을 돌아봤다.

연달아 플래시가 펑펑 터져댔다.


“됐네 됐어. 그만 찍게. 뭐 그렇게 볼거리라고. 자 그럼, 이쯤 정리하지!”


강당을 정리하러 온 협회 직원들이 기자들을 반쯤 쫓아내다시피 내보냈다.

기자들이 사라진 뒤에야 협회장이 나를 돌아봤다.


“기자들 앞에서는 함부로 말하는게 아냐.”


“죄송합니다 협회장님.”


“그렇다고 죄송할 일은 아니지. 제멋대로 기사를 써 대는 기자들 잘못이니까.”


그는 다시 웃는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그래서. 강선호? 내게 뭔가 할 말이 있나?”


“예. 협회장님. 감사패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전 아직 헌터가 아닙니다. 헌터 시험에서 떨어졌죠. 하지만.”


협회장이 계속 말해보라는듯 천천히 끄덕였다.


“던전 11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는 제가 개척했습니다.”


“맞아요 맞아! 강선호씨 이게 다 덕분이에요 회장님!”


유서연이 때마침 거들어줬다.

반대편의 조용하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의견을 보탰다.


“그건 이미 알고 있었네. 증거로 영상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나? 거기 자네 활약상이 찍혀 있었으니까. 뭐, 독구름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협회장은 그러더니 혼자 껄껄 웃어버렸다.


“그래서. 내게 원하는게 뭔가, 강선호?”


“정식 헌터 자격증을 원합니다. 저는 헌터 시험에서 항상 필기 시험은 만점을 받았습니다. 다시말해 헌터로서 필요한 지식은 충분하다는 뜻이고, 또······.”


“잠시 기다려보게나. 어이! 거기 자네!”


협회장이 내 말을 끊고 직원 하나를 불러세웠다.


“가서 그것좀 가져오게.”


“그거요?”


“그래, 그거! 곧 열리잖나!”


“아, 예!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그거가 뭐지? 무슨 축제라도 되나?

궁금해서 물어볼까말까 고민하는데 직원이 돌아왔다.


“여기있습니다. 올해 공문입니다.”


“좋아. 자, 강선호! 자네 말은 잘 알겠네. 시험에서 떨어졌지만, 능력이 있으니 헌터로 만들어 달라 그 뜻이지. 아무렴. 헌터 시험이 지망생의 모든 능력을 100% 알아낼 수는 없으니까.”


협회장이 내게 공문을 척 내밀었다.

얼떨떨해서 공문을 받아 제목을 읽었다.


“분기 헌터 승급 심사?”


“그래! 그리고 신규 헌터 특채도 동시에 치르지! 내가 아무리 협회장이라도 말일세. 내 맘대로 누굴 헌터로 만들어 주고 그러지는 못하거든. 협회장은 헌터들의 대표지, 왕이 아니잖나!”


무슨 재밌는 농담이라도 된다는듯 협회장이 또 웃었다.


“가서 시험을 치르게. 합격할 수 있을게야.”


“협회장님. 하지만 전 각성을 못해서······.”


“각성을 못했다고 던전을 못 도나?”


협회장이 정곡을 찔러버렸다.


“가서 시험을 보게. 입장에 필요한 추천서는 내가 직접 써 주지.”


그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첩을 쭉 찢어 문서를 휘갈겨썼다.

그냥 수첩일 뿐이지만, 협회장 자필에 서명까지 새겨졌다.

어지간한 헌터 협회 공문보다 공신력이 더 큰 종이 쪼가리였다.


“그런데 자네. 강선호. 나도 자네한테 하나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말씀하세요 협회장님.”


“자네가 강선재 의원의 동생 맞나?”


협회장 앞에서는 숨겨봤자 의미도 없을거다.


“네. 맞습니다.”


“그렇군. 자. 여기있네.”


협회장이 추천서를 내밀었다.

그의 손에서 추천서를 받으려는데, 갑자기 협회장이 손에 힘을 주었다.


“형제끼리 사이좋게 지내게나.”


웃으며 건넨 한마디 말이었지만, 그의 눈빛이 내 눈알을 관통해 내 머릿속 깊은 곳까지 파헤치는듯한 느낌이었다.

협회장은 이미 강선재의 총격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허허 그래. 노력하는 태도가 좋지. 아 그리고 하나 더. 마침 말 나온 김에 말인데. 자네. 김성준과도 친하나?”


“성준이 형을 아세요?”


“아다마다. 믿을만한 후배였지. 젊은 나이에 그렇게 되다니. 참 안타깝게 됐어. 그럼 자네. 주는 김에 이것도 받아가게나.”


협회장이 주머니를 뒤져 뭔가를 내밀었다.

200만원짜리 수표였다.


“아니, 이건······.”


“김성준은 뭘 주려고 해도 받지를 않았거든. 언젠가 꼭 주려고 했는데, 그만 그렇게 돼버렸으니. 죽은 사람한테 돈 줘 봤자 무슨 의미겠나? 그러니 생전에 김성준과 친했던 자네나 대신 받게나.”


“아뇨. 협회장님.”


나는 단호하게 수표를 거절했다.


“성준이 형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이 돈은 직접 전달하시죠.”


협회장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곧 그는 수표를 도로 집어넣었다.


“그렇게 할까. 좋네. 그럼 자네들 셋의 활약상을 앞으로도 기대하겠네. 살펴 가게나!”


협회장은 손을 휘휘 흔들어 인사한 뒤, 저벅저벅 강당을 걸어나갔다.

그가 빠져나간 뒤. 우리 셋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동시에 한숨을 푹 쉬었다.


“긴장해서 죽는줄 알았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강선호씨? 협회장님과 아는 사이입니까? 말씀을 오래 나누시던데.”


“아뇨. 딱히요.”


손에 든 감사패를 묵묵히 내려다봤다.

헌터 협회 협회장과 만날 구실이 오늘 생겼다.


“앞으로 차차 알아갈 사이죠.”


**


수상을 마친 협회장은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다가 흠칫 놀라 시계를 봤다.


“아니, 자네. 회의 시작까지 10분 남았는데 벌써 왔나?”


소파에 앉아있던 남자는 대꾸도 않고 가만있었다.

협회장은 사무실로 돌아와 정장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쳤다.


“내가 뭐 하다가 왔는지 궁금하지도 않나?”


그는 커피 믹스를 찢어 종이컵에 붓고 정수기로 걸어갔다.


“던전 11층 공략을 재개했네. 젊은 헌터들이 통로를 찾은 덕분이지.”


띵~

쪼르르르—


종이컵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었다.

협회장은 커피스틱으로 종이컵을 저으며 말했다.


“그친구들에게 감사패를 주고 왔지.”


협회장은 커피를 쟁반에 받쳐들고 소파에 앉았다.

그는 맞은편의 남자에게 믹스커피 한잔을 권했다.


“그중에 자네 동생도 있었네.”


강선재가 잡아먹을듯 협회장을 노려봤다.


“자길 헌터로 만들어 달라더군.”


“그래서 자격증을 발부했습니까?”


“설마. 내가 그렇게 허술해 보이나? 대신, 이번달에 열리는 헌터 승급 심사 일정을 알려줬지. 자네 동생은 신규 헌터 특채로 심사장에 갈게야.”


“이번 승급 심사 심사관이 누굽니까?”


커피를 마시려던 협회장이 눈을 반짝 떴다.


“왜, 관심이 생겼나?”


“제가 심사관으로 가겠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을 시험에 붙여주려고?”


“그 반대입니다.”


강선재가 뜨거운 종이컵을 들어 단숨에 비우고 빈 잔을 우그러뜨렸다.


“선호는 절대 헌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금술로 던전 정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장기 휴재 공지합니다. 23.08.01 20 0 -
공지 긴급 휴재 공지합니다. 23.07.09 31 0 -
38 38화 : 헌터 대운동회 -5- 23.07.06 79 0 12쪽
37 37화 : 헌터 대운동회 -4- 23.07.05 43 0 12쪽
36 36화 : 헌터 대운동회 -3- 23.07.04 57 0 12쪽
35 35화 : 헌터 대운동회 -2- 23.07.01 72 0 12쪽
34 34화 : 헌터 대운동회 -1- 23.06.30 72 0 12쪽
33 33화 : 길드 설립? 23.06.29 86 1 11쪽
32 32화 : 던전의 밤 -3- 23.06.28 85 0 11쪽
31 31화 : 던전의 밤 -3- 23.06.27 88 0 13쪽
30 30화 : 던전의 밤 -2- 23.06.24 96 0 12쪽
29 29화 : 던전의 밤 -1- 23.06.23 99 0 13쪽
28 28화 : 선발대 -2- +1 23.06.22 101 0 13쪽
27 27화 : 선발대 -1- 23.06.21 109 0 12쪽
26 26화 : 기일 +1 23.06.20 122 0 12쪽
25 25화 : 시험 결과 -2- 23.06.17 120 0 12쪽
24 24화 : 시험 결과 -1- 23.06.16 112 1 13쪽
23 23화 : 11층 선발시험 -8- 23.06.15 114 0 12쪽
22 22화 : 11층 선발시험 -7- 23.06.14 116 0 13쪽
21 21화 : 11층 선발시험 -6- 23.06.13 118 0 12쪽
20 20화 : 11층 선발시험 -5- +1 23.06.10 124 0 12쪽
19 19화 : 11층 선발시험 -4- 23.06.09 123 0 12쪽
18 18화 : 11층 선발시험 -3- 23.06.08 154 1 11쪽
17 17화 : 11층 선발시험 -2- 23.06.07 160 1 12쪽
16 16화 : 11층 선발시험 -1- 23.06.06 179 1 12쪽
15 15화 : 헌터 자격 -4- +1 23.06.03 197 2 12쪽
14 14화 : 헌터 자격 -3- 23.06.02 196 3 12쪽
13 13화 : 헌터 자격 -2- 23.06.01 203 1 12쪽
» 12화 : 헌터 자격 -1- 23.05.31 214 3 12쪽
11 11화 : 운수 나쁜 날 -3- 23.05.30 214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