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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연금술로 던전 정복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3.05.15 20:27
최근연재일 :
2023.07.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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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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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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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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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화 : 헌터 대운동회 -1-

DUMMY

“말도 안 돼.”


변창섭은 벌떡 일어나 회의실을 서성거렸다.

생각을 정리하려다가 결국 실패했는지, 그가 빽 소리쳤다.


“말도 안 된다고! 던전 안에다가 길드를 세워?!”


“뭐 어때? 좋잖아.”


“좋기는 뭐가 좋아? 너 죽으려고 작정했어? 던전이야 던전! 사람 잡아죽이는 괴물 천지라고! 나보고 매일 던전으로 출퇴근하라는거야 지금?!”


“출퇴근할 필요 없어. 거기서 살테니까.”


변창섭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지금 어디서 산다고?”


“던전 안에서.”


변창섭은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댔다.

그리고는 생수통을 따서 물도 한모금 마셨다.

그런 다음, 다시 그가 말했다.


“우리가 앞으로 어디서 산다고?”


“던전에서.”


“던전. 뭐, 어디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 이름이야? 아무리 온 세상이 던전 던전, 던전 중심이라고 해도 그건 너무 막 나가는거······.”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면서 힘주어 말했다.


“던전 안에서 산다고.”


변창섭은 힘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세수하듯 얼굴을 감싸쥐었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신음을 흘렸다.

자기 인생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되짚는 것처럼.


“숙식이 가능하도록 지을거야. 전기랑 통신도 끌어올테니까 걱정 말고.”


“걱정 말라고!! 던전에서 살겠다니, 제정신이야?!”


“어쩔수 없어. 서울 땅값이 너무 비싸서.”


“그래도 그렇지. 무슨 방법이 있을거 아냐! 임대라든가······.”


우리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벌써 한번 나온 이야기인데, 변창섭만 모르고 있었다.


‘앞으로는 다들 모인데서 말해야겠다.’


덕분에 두번 설명할 수고가 들었다.


“그러니까, 잘 들어봐. 어떻게 된 일이냐면······..”


우리끼리 했던 이야기를 다시한번 들려줬다.

왜 서울에 길드를 세울수 없는지.

왜 던전 안에 길드를 세워야 하는지.

그걸로 우리가 얼마나 앞서나갈수 있는지.

우리가 열심히 설명하는동안 변창섭은 혼이 쏙 빠져나간 얼굴로 가만있었다.


“이렇게 된 일이야.”


“......난 말야. 가끔 니가 똑똑한지 멍청한지 헷갈려.”


“편한대로 생각해.”


변창섭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종이를 꺼내 끄적거렸다.


“너네들 말대로, 던전에 길드를 세우면 이득이 커. 맞아. 중간 보급기지. 중요하지. 중요하고 말고.”


그는 우리가 했던 이야기를 종이에 요약했다.


“그런데, 남들보다 앞서나가긴 힘들걸.”


“뭐?”


변창섭이 종이를 치워버리고 노트북을 켰다.

헌터 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공지사항이 둘 떠 있었다


“봐. 던전 출입 폐쇄는 길어봤자 한달밖에 안 돼. 겨우 한달 정도로 큰 이득 보긴 힘들거야.”


“확실히 그렇네.”


“그리고 돈도 문제야. 지상에 건물 올리는것도 힘든데, 하물며 던전? 공사비용은 잡아뒀어?”


“건물 올리는건 협회장이 도와줄거야.”


“협회장이? 아니, 협회장이 우릴 왜 도와줘?”


“그쪽에도 이득이 있으니까.”


협회장과 어떤 거래를 했는지 말했다.

변창섭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너무 싸게 판거 아냐? 그렇게 귀한 정보는 단단히 쥐고 있는쪽이 좋을텐데.”


“적당한 값이었어. 그리고 정보도 팔아야 돈이지, 붙들고 있는다고 당장 도움 되는것도 아니니까.”


“뭐. 알았어. 공사 비용은 협회가 부담한다 이거지. 그럼 다른 비용은?”


“무슨 비용?”


“비품은? 실내 인테리어는? 내 월급은?”


거기까진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돈이라. 확실히, 길드를 세우고 사람을 고용하면 돈 나갈 곳도 늘어난다.


“그리고 던전 밑에 길드를 지어놓으면, 대체 누가 우리 길드에 들어오려고 그러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멈칫했다.

화면에 보이는 공지사항이 눈길을 끌었다.


“잠깐 빌린다.”


“뭐?”


마우스로 공지사항을 클릭하자, 안내문이 팟 떠올랐다.

눈으로 안내문을 죽 훑어본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우리 길드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지.”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헌터 가을 대운동회 개최 안내>


스크롤을 아래로 쭉 당기자, 상품 목록도 눈에 띄었다.


<1등상 : 드래곤 비늘 갑주>


우리에게 부족한 돈과 사람,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절호의 찬스다.


**


헌터 협회는 해마다 다양한 행사를 주관한다.

명목상으로는 헌터들의 친교를 다진다는 목적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건 명목상일 뿐이지.”


협회장이 회의실에 앉아 말했다.


“대운동회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자네들도 알고 있으리라 믿네.”


“쓸만한 헌터가 있나 알아보는 자리잖아요.”


은하 길드 마스터, 고은하가 말했다.

그녀의 뼈처럼 하얀 피부와 가느다란 손가락이 이질적인 매력을 풍겼다.


“길드들은 헌터 공개 채용 시험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래. 그렇게 쓰이기도 하지. 하지만 다른 목적도 있네. 별로 밝히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어. 그게 뭔지 아나, 정재필?”


“예?”


휘스퍼 길드 마스터 정재필이 손톱을 만지작대다가 휙 돌아봤다.


“대운동회를 개최하는 이유 말일세.”


“그거야 뭐, 위험한 싹을 찾아 밟으려고 여는거 아니었어요?”


정재필이 수염난 턱을 긁으며 대꾸했다.


“잘 아는군 그래.”


“해마다 저한테 부탁하시는데, 모르고 싶어도 모를수가 없죠. 더러운 일은 다 우리 휘스퍼 차지라니까.”


정재필은 혼자 피식 웃고서는 다시 딴짓했다.

그를 지켜보던 협회장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헌터들은 위험하네. 어느날 덜컥 힘이 생긴 사람들이야. 그들이 던전을 제패하는데 힘을 써주면 고맙겠지만, 반대로.”


협회장이 줄곧 가만있던 묵로 길드 마스터를 봤다.


“사람에게 힘을 쓰면 꽤나 곤란하거든. 그렇지 않나?”


“사라진 박시후는 지금 찾고 있습니다.”


묵로 길드의 마스터 장문호가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장례식장에 찾아온 조문객처럼 위아래로 검은 양복 일색이었다.

심지어 넥타이까지 새까매서, 흰 셔츠에 까만 먹물 얼룩이 튄 것 같았다.


“그래. 피해가 커지기 전에 빨리 찾았으면 좋겠군. 아무튼, 올해도 대운동회를 열게 됐네. 헌터들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서. 상품 준비는 잘 돼 가나?”


“아, 그럼요. 우리 여름지기는 늦는 법이 없으니까요.”


여름지기 길드 마스터 유경애가 푸근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올해로 50세를 맞이했지만, 다른 젊은 헌터들과 비교해서 밀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드래곤 비늘 갑옷도 마감 단계에 돌입했어요.”


“다른 상품들은?”


“그것들도 거의 준비가 끝났죠. 요정목 활, 한철 장검, 잿불 장화, 전부 마감 직전이에요.”


“다행이군. 무대 준비도 착실하게 진행 중이니 걱정 말게.”


“올해는 순조롭군요.”


장문호가 말하기 무섭게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왜그럽니까?”


“아이고야. 그걸 말해버렸네~.”


정재필이 놀리는 것처럼 말꼬리를 길게 끌었다.


“말했으니 이제 부정 탔다 탔어. 협회장님! 경호 인력 두배로 늘리죠?”


“또 휘스퍼 사람들을 경호원으로 잠입시킬 생각이죠? 협회장님. 휘스퍼 길드에 경고를 내릴 것을 제안합니다.”


“고은하 헌터. 내버려두게. 어쨌든 우리한테 필요한 인물이니까.”


“그래요 그래. 나 아니면, 누가 손 더럽혀가면서 더러운 일 하겠어요? 농담 정도는 좀 봐 주시죠.”


“정재필 마스터. 당신이 어디서 뭘 하든지 관심없는데, 제발 여름지기 길드는 그만 건드려요.”


유경애도 끼어들어 한마디 했다.


“우리 여름지기 가족들이 당신때문에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한데요.”


“직원들 퇴근이나 시켜주고 말하시죠. 무슨 사이비 종교 교주도 아니고 왠 공동생활?”


“세심한 작업을 위해서는 서로를 잘 알아야 하니까요.”


“핑계는 잘 대신다니까. 나이를 헛먹지는 않았어. 그쵸?”


“정재필. 그쯤 하게.”


분란을 일으키던 정재필이 싱긋 웃으며 입다물었다.


“잠깐 말이 딴데로 샜는데, 아무튼 올해 대운동회도 잘 부탁하네. 헌터들의 화합과 평화를 위해서. 제발 부탁이니까.”


4대 길드 마스터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늘 그랬듯이 보안은 묵로와 휘스퍼가 맡아주게.”


“알겠습니다.”


장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및 간식 제공은 여름지기에 부탁하겠네.”


“물론이죠. 다른 길드 요리사는 영 못미더우니까요!”


“은하 길드는 올해도 공연을 부탁해도 되겠나?”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시면요.”


“음. 그럼 올해도 은하 길드에게 최우선 선택권을 하나 주겠네.”


고은하가 만족스레 입맛을 다셨다.


“좋아요. 올해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하나 더. 올해 대운동회는 조금 다른게 있네.”


4대 길드 마스터들이 일제히 협회장을 봤다.

협회장이 무겁게 말을 꺼냈다.


“강선재 의원을 알고 있겠지?”


“괴짜잖아요?”


고은하가 제일 먼저 대답했다.


“차기 헌터 협회장 후보기도 하죠.”


유경애가 한마디 끼어들기 무섭게 정재필이 조잘댔다.


“그거야 자진해서 과로사 하려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죠. 막말로, 협회장님하고 강선재 말고는 협회장 하려는 사람도 없잖습니까.”


“어쨌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협회장이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강선재 의원이 출전하겠다고 타진했네.”


“그가 말입니까?”


장문호가 의외라는듯 물었다.


“그래. 그것도 참가자가 아니라, 적으로 출전하겠다고 타진했네.”


“적으로? 강선재 의원은 대체 무슨 생각이죠?”


“나도 잘 모르겠네. 운동회의 목적을 고려하면, 최근 헌터들의 행보에 불만을 제기하러 나왔을지도 모르지.”


“아무도 1등을 못하게 막아서요? 어휴, 끔찍해라. 그럼 우리 여름지기 가족은 무슨 죄에요. 열심히 만든 물건들인데······.”


유경애가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어쨌든간에, 여력이 남는다면 강선재도 감시하게. 원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는 사내니까.”


“알겠습니다. 묵로에서 담당하죠.”


“묵로가? 휘스퍼한테 맡기는게 나을텐데.”


“휘스퍼는 안됩니다. 이미 강선재한테 약점 잡혔으니까.”


장문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재필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울분에 찬 짐승같은 표정을 지었다가, 재빨리 표정을 풀고 실실 웃었다.


“하하. 그게 무슨 말씀이실까.”


“어쨌든 강선재 의원은 묵로가 감시하겠습니다.”


“음. 부탁하네. 아마 별 일 없겠지만 말이야.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지.”


협회장이 옆에 쌓아둔 서류를 한장 꺼내들고 소리내어 읽었다.


“던전 내부에 길드를 세울 생각이네. 여기에 투자할 길드 혹시 있나?”


“말도 안 돼! 던전 안에 어떻게 건물을 올려요?”


유경애가 당장 난색을 표했다.


“우리 여름지기는 그런 뜬구름 잡는 일에 투자 못해요.”


“허 참. 드래곤 비늘로 갑옷 만드신다는 분들이 왠 뜬구름? 자자, 협회장님. 우리 휘스퍼가 나서겠습니다.”


“휘스퍼 말고. 없나?”


얍삽하게 나서려던 정재필이 굴욕을 참으며 도로 앉았다.

유경애가 그런 정재필을 보고 소리없이 웃었다.


“은하 길드는 관심 없나?”


“협회장님. 전 그런데 관심 없어요.”


고은하가 새하얀 눈처럼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협회장은 그녀를 보고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묵로 길드밖에 안 남았군. 장문호. 자네 혹시 투자할 생각 없나?”



장문호는 진중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있습니다. 단, 제 조건을 들어주신다면.”


“조건? 어디 한번 말 해 보게.”


“협회장님.”


장문호가 신중하게 말했다.


“의식불명에 빠진 김성준 헌터의 신병을 넘겨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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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화 : 헌터 대운동회 -4- 23.07.05 43 0 12쪽
36 36화 : 헌터 대운동회 -3- 23.07.04 57 0 12쪽
35 35화 : 헌터 대운동회 -2- 23.07.01 72 0 12쪽
» 34화 : 헌터 대운동회 -1- 23.06.30 74 0 12쪽
33 33화 : 길드 설립? 23.06.29 88 1 11쪽
32 32화 : 던전의 밤 -3- 23.06.28 85 0 11쪽
31 31화 : 던전의 밤 -3- 23.06.27 88 0 13쪽
30 30화 : 던전의 밤 -2- 23.06.24 97 0 12쪽
29 29화 : 던전의 밤 -1- 23.06.23 99 0 13쪽
28 28화 : 선발대 -2- +1 23.06.22 102 0 13쪽
27 27화 : 선발대 -1- 23.06.21 109 0 12쪽
26 26화 : 기일 +1 23.06.20 124 0 12쪽
25 25화 : 시험 결과 -2- 23.06.17 120 0 12쪽
24 24화 : 시험 결과 -1- 23.06.16 112 1 13쪽
23 23화 : 11층 선발시험 -8- 23.06.15 114 0 12쪽
22 22화 : 11층 선발시험 -7- 23.06.14 116 0 13쪽
21 21화 : 11층 선발시험 -6- 23.06.13 120 0 12쪽
20 20화 : 11층 선발시험 -5- +1 23.06.10 124 0 12쪽
19 19화 : 11층 선발시험 -4- 23.06.09 123 0 12쪽
18 18화 : 11층 선발시험 -3- 23.06.08 154 1 11쪽
17 17화 : 11층 선발시험 -2- 23.06.07 160 1 12쪽
16 16화 : 11층 선발시험 -1- 23.06.06 179 1 12쪽
15 15화 : 헌터 자격 -4- +1 23.06.03 197 2 12쪽
14 14화 : 헌터 자격 -3- 23.06.02 196 3 12쪽
13 13화 : 헌터 자격 -2- 23.06.01 205 1 12쪽
12 12화 : 헌터 자격 -1- 23.05.31 215 3 12쪽
11 11화 : 운수 나쁜 날 -3- 23.05.30 21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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